봄물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놓아두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에 물이로다
이중에 늙은 눈에 보이는 꽃은 안개 속인가 하노라
(감 상)
지은 이는 김홍도(金弘道, 1745 ~ 미상) 선생 으로, 字는 사능(士能)이고,
號는 단원 (檀園) 이며, 본관은 김해(金海)이다.
선생은 조선 왕조를 대표하는 화가로, 다양한 분야의 그림 세계를 펼쳤다.
강세황 선생 추천으로 28세에 궁중 도화서에 들어 간 이래, 도화서원으로
영조와 정조의 어진(御眞)을 그리는 일에도 참여하였다.
선생은 탁월한 그림 실력과 함께 수려한 풍채를자랑하며, 성격도 호방하고
활달하였다고 한다. 충북 괴산의 연풍(延豊) 현감을 역임하였으며, 남한강
상류의 단양 지방을 다니면서, 주변의 수려한 경관들을 작품으로 남기기도
하였다.
선생은 또한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시조도 남겼다.
먼데 닭 울었느냐 품에 든 님 가려한다
이제 보내고도 반 밤이나 남으리니
차라리 보내지 말고 남은 정을 펴리라
이런 유형의 고시조는 대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무명(無名)씨들의 작품이
많은데, 이 이 시조는 단원 선생의 작품으로 전해온다. 아무튼 대(大) 화가
께서 남긴 시조 작품을 감상하니, 선생의 풍류가 눈앞에 다가 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