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공포증’에 걸린 사람들이 늘고 있다. 러닝머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컴퓨터 모니터보다 47배나 많다는 보도 이후 생긴 현상이다. 건강을 위한 달리기가 오히려 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러닝머신 전자파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6월 환경부와 한양대 연구팀이 16개 가전제품에 대한 자기장(전자파)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러닝머신의 자기장 방출량은 948.7mG(밀리가우스·자기장 세기 단위)로 전기면도기에 비해 47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국대학교 예방의학과 하미나 교수는 “현대인들은 일상 생활에서 가전제품의 전자파에 묻혀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체에 위해를 미치는 전자파의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지만, 사전 예방 차원에서라도 제조사들은 전자파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닝머신의 전자파 수치가 다른 제품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러닝머신의 전자파 측정이 이번이 거의 처음이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온 TV나 컴퓨터 등은 전자파를 줄이려는 자체적인 노력을 해 왔으나 러닝머신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게 측정된 것이다.
한편, 가전제품을 몸에서 30㎝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사용하면 자기장 방출량이 급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러닝머신은 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거리를 둘 수 없기에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러닝머신의 전자파가 인체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한양대 산업의학과 김윤신 교수는 “기계 자체에서 나오는 자기장의 방출량과 인체에 영향을 주는 노출량은 다르다”며 “방출되는 자기장이 세다 하더라도 먼지처럼 확산되기 때문에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려대 산업의학과 박종태 교수는 “자기장은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 뿐만이 아니라, 자동차에 앉아 있을 때도, 전철을 탈 때도 모두 존재한다”며 “지구상에 백그라운드로 존재하는 자기장에 대해 일일히 신경 쓰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구에도 자기장이 있고, 모든 가전제품과 자동차, 전철 등에도 전자파가 나오는 데 가전제품이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까닭은 직류나 교류냐의 차이다. 지(地)자기장, 지하철·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전류는 시간에 따라 자기의 세기가 변하지 않는 직류 전류라 인체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가전제품에 흔히 사용되는 60Hz(헤르쯔)정도의 극저주파 교류 전류는 짧은 시간 동안 극성이 왔다갔다 하면서 변하기 때문에 생체 밸런스를 교란시킬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연세대 의공학과 김덕원 교수는 “러닝머신의 경우 전류를 소모하는 모터가 바닥에 있기 때문에 바닥에서 밀착해서 자기장을 측정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두뇌와 생식기는 고무판에서부터 30㎝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발바닥이나 다리에 미치는 자기장은 우리의 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전자파의 위험성 논란이 일고 있는 다른 가전제품들의 경우, 뇌세포나 신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폰이 땀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 연구진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전자파가 유해하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Tip 전자파 위험 줄이는 가전제품 사용법
전자레인지 _ 사용하지 않을 땐 반드시 코드를 뽑아 둔다. 전원이 연결돼 있으면 전자파 발생장치인 마그네트론이 항상 예열상태로 있기 때문에 자기장이 형성되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기장판 _ 몸에 밀착해서 사용하는 전기 장판은 수면시 세포들이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인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싸더라도 전기장과 자기장을 동시에 차단해 주는 제품을 고른다. EMI마크는 주변의 전자기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마크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자기장의 영향과는 상관 없다.
TV _ 화면 앞쪽으로부터 1m 안에는 위험한 수준의 전자계가 형성되므로 적어도 1m 이상 떨어져 보는 게 좋다. 또 앞보다는 옆이나 뒤가 전자파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핸드폰 _ 휴대폰의 전자파는 안테나에서 집중적으로 방출된다. 가급적 안테나는 얼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머리로부터 멀수록 좋다. 또, 어린이와 임산부 등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컴퓨터 _ 소형 모니터보다는 대형 모니터가 좋고, 노트북 컴퓨터의 LCD모니터는 비교적 전자파 방출이 적다. 모니터와의 거리는 적어도 60㎝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공기청정기 _ 음이온 발생기능 시 강한 전계가 검출된다. 되도록이면 높은 곳이나 구석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