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심혈을 기울여 지은 식물원이 코로나로 인하여 올해 초 예정했던 준공식을 못하고 내년으로 연기한 가운데 이런 세상사에 관심 없는 듯 꽃들은 여전히 피고 지고 있다. 거창에 있는 창포원이 그곳이다.
며칠 전 창포원에 해바라기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창포원 창포꽃 : 사진발췌 - 인터넷]
단오 즈음 우리네 선조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었다. 내가 아직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 할머니께서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던 것으로 어려풋히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가. 창포꽃을 보면 더 정감이 가고, 창포꽃을 보면 한참을 들여다 보고, 조금 가다가 나도 모르게 한번 더 뒤돌아 보게 된다.
세상에 태어났고 이름도 지었건만 그 탄생을 아무도 소리내어 축하하지 못하는 설움과 안타까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어두컴컴하고 사방은 묵직한 분위기만 그득하다. 날씨가 쨍하니 맑으면 좋겠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꽃들의 색이 나름대로 오히려 진해서 좋다. 다만, 해를 바라보고 서 있는 해바라기가 고개를 제대로 들고 서 있는지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입구에 있는 창포원 표지에 '보라색 창포꽃'이 초록빛 꽃대를 딛고 서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어 창포꽃을 주종으로 삼았다는 점을 은연중에 알려준다.
창포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들같이 생겼으나 싱싱하게 자라므로 '무성하게 자라는 포류(부들류)'라는 뜻에서 창포라고 불린다고 한다. 꽃은 6~7월에 피고, 암술과 수술이 한 꽃 안에 있고, 황록색으로 빽빽하게 달린다. 암술은 1개이고 수술은 6개이며, 화피도 6개씩이다.
단오가 되며 창포 뿌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뿌리를 깍아서 비녀를 만들어 꽂는 풍습이 있었다. 뿌리에서 좋은 향기가 나기 때문에 시작한 것으로 여겨지고, 이러한 행사로써 머리가 더욱 검어지고 악귀를 물리찰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성행한 것으로 추측한다.
[발췌: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철이 지나서인지, 창포는 거의 다 지고, 몇송이만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고 있다. 하지만, 창포원에는 창포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포꽃은 거의 대부분 지었지만 7월 청포도 익어가는 성하의 계절에 피는 꽃들이 본격적으로 아쉬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한쪽에 노란 원추리 꽃들이 집단으로 피어 있었다. 원추리꽃을 생각하면 덕유산 삿갓재 부근 비탈진 산기슭에 환상적으로 피어 있던 모습들이 떠오르는데, 이 곳의 원추리들도 최대한 자연적인 여건하에서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비가 내려서 연못에 있는 연잎위로 물방울이 맺혀 있다. 가끔은 물속으로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살살 부는 바람에 물이 흔들리면 연잎위에서 자리를 잡느라 이리 저리 흔들리기도 한다.
넓다란 호수도 있고, 한가운데에는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고 있다.
창포원에는 열대식물원과 체험관 등이 있고, 야외는 약 2만여 평의 규모라 한다.
백련지에 연꽃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피어 있다. 그러고 보니 '연꽃의 계절도 다가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저기 전국의 수많은 연지가 화려하게 물들을 것이고, 부모님 기일에는 꼭 만나게 되는 내 고향 연못에도 연꽃들이 나를 맞아 줄 준비를 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갑자기 몸과 마음에 그리움이 솟아 올랐다.
호수에서 나오는 물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하면서 코로나 덕분(?)으로 사람들이 많지 않은 야외 공원을 천천히 걸어보았다. 얼른 백신이든 치료약이든 나오고 사람들이 이런 아름다운 장소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남쪽이라 개화기가 좀 이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도 많이 진것 같았다.
멋진 정자도 몇군데 있다. 비바람에 날린 거리두기 플랭카드만이 정자안에 홀로 자리하고 있었다.
"와~~ 내가 좋아하는 비비추 꽃이다 !!"
분홍색 비비추 꽃들이 길을 따라 길게 많이도 피어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는 듯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봉우리들도 무척 많았다.
비비추는 흰색과 분홍색이 있는데 분홍색은 자옥잠화(紫玉簪花) 라고도 하며, 7~8월에 피는 여름꽃으로 다년생 백합과 식물이다. 잎은 약용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대하증, 보형, 복통, 인후통증, 임파선염, 타박상 등' 여러 곳에 쓰인다. 어린 잎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비비추는 이맘때 지리산 산길을 따라 많이 피어 있다. 여름 산길에서 비비추를 만날때마다 들여다 보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문득 그리워졌다. 원추리와 비비추를 만나러 산으로 가봐야겠다.
백합도 피어 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흰색이 더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흰색을 보면서 화려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흔치 않은데, 오늘 보고 있는 백합은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색이 진하다 못해 자극적이었다.
연못에 분홍색 연꽃이 두 송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연못에 연꽃이 많지 않아서 더 귀하게 보이는 걸까? 기분이 참 좋았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조경을 꾸며 놓았다. 마음속에 잡념을 버리고, 시간에 쫒기지 않는다면 하염없이 연못 주변에만 앉아 있어도 좋은 곳임이 분명하다.
거창은 주변에 산이 많다. 그리고 분지처럼 되어 있고, 의외로 논밭도 많다. 그리고 거창은 아픔도 많이 지닌 곳이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거창을 갈때면 늘 마음 한곁에 뭔가 아쉬움과 아련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창포원에 들려 밝고 잔잔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것 같다.
산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깊은 산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산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꽃들이 제법 있다. 나리꽃이 몇송이 피어 있다. 일부러 많이 심은 것 같지는 않고, 여기 저기 다른 꽃들 사이에 섟여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국화원은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아서인지 푸른 빛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이곳의 계절이 오겠지?
국화가 피고, 높은 산에 늦은 원추리, 나리꽃 그리고 비비추가 필때쯤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잠시 해보았다. 그때에는 산길도 걷고, 이 곳 청포원에 들러 여유롭게 국화꽃 향기를 맡을 것이다.
창포원을 생각한 것은 며칠 전 뉴스에 나온 해바라기 만개 소식이었다. 주차장 바로 옆에 식물원이 있었지만, 식물원은 나중에 들리기로 하고 대신 식물원 안내하는 분에게 해바라기 밭 위치를 알아보았다.
"오호~~ "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생각보다 휠씬 넓고 해바라기 꽃들도 많이 피어 있었다.
저만치 열대식물원과 어린 꽃 모묙들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등이 보이고, 커다란 외딴 나무 한그루와 잘 어우러진다. 고객를 빠딱 쳐든 녀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날이 흐려서인지 고객을 약간 숙인 모습이었다.
기억이 가물 가물...알듯 모를 듯... 이름은 떠오르지 않지만 이뻤다.
한참을 야외 공원을 걷고 사진에 담고... 열대 식물원으로 들어섰다.
전형적인 열대 식물원으로 꾸며져 있다. 실내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정성어린 손길이 가득함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00만송이 창포라니.... 다음에는 창포가 꽃을 낼때 그들을 직접 만나봐야겠다. 환상적이겠지?
하늘이 약간 흐리고, 석양이 질때 꽃들은 더 빛을 발한다. 기온은 따스한 봄 기운이어야 한다. 비가 잠깐 내려 꽃잎들이 젖어 있고 물방울이 맺혀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아기자기한 가족들과의 포토존....~
중간을 가로질러 길이 나 있어 식물들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다. 작지만 생각이 무척 깊은 디자인 이라는 생각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러나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이다. 비단 잉어들이 있는 수조가 있고, 녀석들이 이리 저리 유영을 하고 있는데, 정말 여유롭고 느긋해 보였다.
바닥이 검은 색이어서 그런지 형형색색의 잉어들만이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고, 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나선형 통로가 2층으로 연결되어 있어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관람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옆에 있는 체험관으로 가는 통로는 코로나로 인해 폐쇄되어 있었다.
푸른 바나나 송이가 위에서 내려다 보였다. 살아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짙은 초록색에 윤기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선인장과 식물들도 제법 있고...
이름이 뭔지....자그마한 팻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꽃잎 색에 온통 정신이 빠져 읽지 않았다. 약간 어두운 속에서 붉은 꽃잎만 시선을 사로 잡고 있었다.
옥상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옥상 정원이 있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잠시 둘러 보다가 내려왔다.
창포원이 좋은 것 중의 하나는 주변 경관이다. 옥상에서 보면 바로 앞에 논들이 펼쳐져 있다. 지금은 초록빛의 논이지만 가을에는 노랗게 익은 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쪽으로 바라보면 인근 함양의 기백산 군립공원의 기백 넘치는 산들이 우뚝 서 있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내 마음의 코스모스.... 눈앞에 있는 코스모스 잎위로 다른 코스모스를 포개어 담아 보았다.
조금만 더 참고 견딘다면 분명 제대로 창포원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고, 수 많은 사람들이 기쁜 마음과 축복의 말을 건네 올 것이라 믿는다. 우리네의 고유한 이야기를 생각하게 하고 그리운 어머니 할머니가 떠오르는 창포원에서 그리운 날들을 그리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