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집사님의 글...
신도홈피에서 담아왔습니다...
요즘 관광지마다 장소 마케팅이 유행이지요.
어느 드라마에서 무슨 장면을 찍었던 별장, 어느 영화에 나왔던 나무, 어느 배우가 앉았던 벤치 따위가 관광객과 구경꾼들을 모으는 포인트가 되곤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 교회만큼 자주 TV 출연을 한 장소도 드물겁니다. 각종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물의 촬영 배경이 된 게 어림잡아도 십여편 가까이 되거든요.
우리 교회가 방송가에 알려지게 된 까닭은 아마도 국민드라마였던 ‘전원일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회에서 일영 방향으로 십여분 거리에 있는 삼하리가 바로 전원일기 양촌리의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교회 앞 도로를 수시로 지나야 했던 방송국 PD의 눈썰미에 우리 교회의 멋진 풍광이 여지없이 포착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우리 교회는 각 방송국의 로컬 캐스팅(장소 섭외)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하더군요. 기억나는 드라마 몇 편 꼽아봅니다.
* 1985년 MBC 베스트셀러극장 <아들>
원작 : 윤정모 / 연출 : 김한영 / 출연 : 박인환 한애경 신충식 안용남...
브라운관에 비친 교회의 모습을 처음으로 감상하게 해 준 드라마였습니다.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비운의 아버지 박인환이 당시 아역배우로 주목을 끌던 안용남을 고아원에 맡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당연히 우리 교회는 어느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이 되었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박인환이 다시 만난 아들과 함께 창릉천 둑길을 오랫동안 걷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참고로 80년대는 MBC의 단막극 프로그램인 베스트셀러극장이 ‘TV영화’ 라는 별칭에 걸맞게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 1986년 MBC 베스트셀러극장 <청춘의 한낮>
원작 : 박범신 / 연출 : 이환경 / 출연 : 천호진, 이미진, 박찬환...
지금은 중견 배우가 된 천호진이 신인시절에 출연했던 청춘 멜로물. 천호진은 가난한 복싱선수, 이미진은 꽃다운 유치원 선생님, 박찬환은 왕자님 캐릭터. 세 사람이 엮어나가는 가슴 저릿한 사랑 이야기... 우리 교회는 주인공들이 사랑을 키우는 화사한 유치원으로 등장했지요. 예쁜 그림을 잡기 위해 시멘트로 발라진 교육관 창틀, 그리고 당시만 해도 교육관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던 놀이기구들을 방송국 스탭들이 며칠동안 정성을 다해 알록달록 페인트 칠했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도 그 놀이기구 중 일부가 여전히 교회 마당의 끄트머리에 방치되어 있죠.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추억의 드라마.
* 1994년 MBC 창사 특집극 <눈먼 새의 노래>
극본 : 이정란 / 연출 : 정운헌 / 출연 : 안재욱, 김혜수, 박은수, 김응석, 이희도...
실명의 고통을 딛고 한국 최초의 맹인박사가 된 강영우 씨의 실화를 토대로 한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스토리. 무엇보다도 신인탤런트 안재욱의 인상적인 데뷔작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된 드라마였죠. 상대 배우 김혜수는 한창 줏가를 올리던 때였구요. 극중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믿음만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바로 우리교회 구성전에서 촬영했죠. 촬영 중간 중간 김혜수씨는 성전의 구석 구석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았고, 나는 그러는 김혜수씨를 따라다니며 광채나는 외모를 넋놓고 구경했지요^^*
* 1998년 SBS 신년특집극 <목마들의 언덕>
원작 : 채영주 / 연출 : 고영탁 / 출연 : 김규철, 윤해영, 방은진, 윤유선...
이 드라마에서도 우리 교회는 배경이 되는 고아원으로 나왔었다는데, 게다가 당시 교회에서 부설로 운영하던 신도유치원 원아들도 엑스트라로 출연했다는데 어쩐 이유인지 그 드라마를 제가 시청하지 못해서 별로 할 말이 없네요.
* 2000년 SBS주말드라마 <덕이>
극본 : 이희우 / 연출 : 장형일 / 출연 : 김현주, 강성연, 신지수, 고두심, 박영규, 백윤식...
십여년전의 드라마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극중에서 유복한 군수 가족으로 나오는 백윤식씨와 이덕희씨 부부가 딸 귀진이와 함께 예배를 드리던 교회가 바로 우리 구성전입니다. 현재 사무실에 있는 풍금을 가져다놓고 소품으로 썼는데, 반주자는 누구였게요? 바로 원로사모님이셨습니다. 영광스런 TV 출연이었죠. 비록 뒷모습만 한 컷 잡힌 완전 엑스트라였지만 말입니다 ^^*
와, 이정도 만으로도 제법 경력이 화려하지요?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영상물의 삽입 컷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러메고 들른 이들이 여럿이었고, 두어번은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해인가는 유명 달력회사에서 만든 신년 달력 중 ‘고향의 교회’ 라는 시리즈의 한 컷으로 우리 교회의 설경 사진이 버젓이 실려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답니다.
먼젓번 글에서 우리 교회를 자연미인이라 칭했는데, 손꼽아보니 이래 저래 인물 값을 톡톡히 한 셈이네요.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매체가 기록한 것보다도 더욱 소중한 영상은 바로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영상이 아닐까요?
추억노트 두 번째 장은 여기까지.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