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펴고 앉으시다 ’부좌이좌‘: 말없는 설법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수의발 세족이 부좌이좌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뒤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제1. 법회인유분 法會因由分>
부좌이좌(敷座而坐),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아침 걸식(乞食)을 하고 처소로 돌아와 공양하기 전에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삼매에 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법회가 시작되는 배경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이 구절의 숨은 도리는 이러한 부처님의 모습으로 삼라만상의 연기(緣起), 공(空), 무상(無相), 무아(無我)의 도리를 훤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몸도 마음도 철저히 앉으라는 의미를 가르쳐준다. 마음도 함께 쉬면서, 무념(無念)으로 참된 자기 자신과 마주 앉으라는 것이다.
의발(衣鉢)은 스님들의 지참물인 가사[法衣]와 바리때[鉢]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법을 전수, 인가하는 것을 비유하여 가사(袈裟)와 철발(鐵鉢)을 전하며 ‘의발(衣鉢)을 전한다’고 표현한다.
세족(洗足), ‘발을 씻는다’는 것은 부처님 당시는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사이었다. 부처님도 밖에는 맨 발로 다녀 왔을 것이고, 멀리 갔다 오면 발을 씻어야 했다. 이를 《금강경》의 맨 앞에 보인 것은 ‘나에 대한 집착’이라 할 아상(我相), 아집(我執)과 같은 마음의 때를 철저히 씻으라는 것이다.
부처님이 걸식 후 공양하시고 다시 자리를 펴고 앉으신 일[부좌이좌]은 말없는 설법이라 할 것이다. 사소한 일상이지만 그것은 평범한 생활 속에 진리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 당대(唐代)의 선승 남전보원(南泉普願) 선사는 일상의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고 전하기도 했다.
'평상심'은 비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갖고 있는 그런 마음이다. '평상심이 도(道)'라는 말은 일상생활 속에서 늘 변함 없는 마음 그대로가 도(道)라는 것이다. 즉 진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상의 마음에 있다는 가르침이다.
금강석 같이 빛나는 반야 지혜를 설하시게 된 동기를 ‘걸식 공양’으로 시작하여 ‘세족 부좌이좌’로써 전부 다 나타내 보이신 것이다. 이는 부처님께서 철저히 반야 지혜의 도리를 보이신 모습이라 하겠다.
[출처] 자리를 펴고 앉으시다 ’부좌이좌‘|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