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뇌과학자가 해설해주는 예술과 감각,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되는 지점이 많은 책이었다. 얼핏 가벼운 대담집처럼 읽히지만 생각해볼 내용이 많았던 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암투병 끝에 죽음을 앞두고 최근 10년 여의 음악인생을 돌아보며 쓴 책이다.
우리가 수많은 영화에서, 또 음원으로 만났던 두 유명 작곡가의 음악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들의 음악은 단순히 탁월한 테크닉 뿐 아니라 삶과 사회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고 평생 이렇게 많은 곡을 창작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에 조금이라도 답을 찾아보기 위해 읽었던 책.
뇌의 관점에서 보면 청각은 뇌의 원초적인 부분에 직접 다다른다. 그것이 정서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대뇌번연계와 가장 먼 부분은 눈이다. 눈은 아주 객관적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 감동하는 경우보다 귀로 듣고 감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류이치 사카모토 책은 감동적일 만큼 좋지는 않았다. 2009년, 당시 나이인 57세까지의 활동을 갈무리한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이미 펴냈고 이 책은 그 이후인 2010년부터 2023년 작고하기 직전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60대 초반에 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고, 6년 후 다시 재발하여 다른 장기로 걷잡을 수 없이 전이되며 결국 죽음을 생각하기까지 자신의 투병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울러 투병하면서 활동의 끈을 놓지않고 수없이 많은 작업을 하고 공연도 하고 연주활동을 했던 삶의 마무리는 한 인간의 마지막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이 책을 보고 나는 류이치 사카모토 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건 좋은 책인가, 불완전한 책인가. 예를 들어 나는 올리버 색스가 죽기 전에 완성한 자서전 <온더무브>를 읽고 마치 그를 만난 듯 생생하게 그를 느끼고 그를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서전이다.
책을 읽고 찾아본 나무위키 자료에서 그는 품성이 별로 좋지않은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다. 젊은 시절 매니저 등 함께 일하는 이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 말년에는 장애인 동급생 학폭사건의 주역이던 일본의 음악가, 이 사건이 밝혀진 후에도 별로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비하발언을 했던 그 음악가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또다시 비난을 받았다. 그러니 그는 훌륭한 사람인가, 아닌가.
그가 쓴 책만 읽어보고는 그를 평가할 수 없다....한 권의 책을 온전히 믿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 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영화 <마지막 사랑> 원작자가 남긴 대사. 이 글을 중심으로 2017년 류이치 사카모토는 <full moon>이라는 음악을 만들었다.
죽음을 앞두고 그는 자신이 마지막 가는 길에 듣고 싶은 음악 33곡의 리스트를 정한다. 그 목록이 책 뒤에 실려있다. 실제 그의 장례식에서는 내내 이 음악이 흘러 나왔다. 그가 생의 마지막에 듣고 싶었던 음악들....큐알 코드라도 넣어주었다면 좋았으련만, 나는 유튜브에서 일일이 그 음악을 검색해 재생목록을 만들고 들어본다. 드뷔시와 바흐를 사랑했던 사람. 33곡 중에 나는 17곡을 추려 본다. 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