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김유정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김상현
거품 인생 / 김상현
내가 거품이 많다고?
맞아, 내 생각들은 피지(皮脂) 많은 지성이니까
그대들의 생각은 신선한가?
종이컵 가득 든 삼겹살 기름 같은 생각들
빨대로 불면 부글부글 거품이 일지
그대들의 거품, 그대들의 생각들
더 높이 더 많이, 로 피지를 재배하는 그대들
수명이 연장되니
이제는 더 멀리, 로 피지의 이모작을 하는 그대들
거칠고 윤기 없는 생각들, 검은 양복에 내린 하얀 재들
거품이 필요한 거지
즐거운 나의 샴푸는
내 머리 위에 수국(水菊) 송이를 피워 올리지
모발 틈틈이 하얗게 서리 맞은 생각들
손가락 쟁기로 갈아엎으면
뽀글뽀글 뽁. 뽁
옹알이 거품마냥 피어오르는 거지
이를테면 돈 냄새 나는 푸석한 생각들
동전크기만큼만 샴푸를 덜면
꽃망울 뽁. 뽁 터지며 피워 오른다는 거지
나는 거품의 인생
하루 두 번 생각을 감지
최적의 빛 반사율을 만들어주어
싱그러운 생각이 치렁치렁하지
나와 함께 샴푸하는 그대여
어때, 수국으로 피어오르는 느낌, 개운한가?
[김상현]
△1968년 전북 김제 출생△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우석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재학 중△2001년 전라남북도 최초 수능 국어전문학원 <달려라 검정분필> 개원
[김유정 신인문학상 시 심사평]
과잉된 언어·복잡한 수사 아쉬워
본심에 올라 온 10명 50여 편의 작품 중 김상현씨의 ‘거품 인생’을 당선작으로 하는데 기꺼이 합의 했다. 우리는 동전만한 샴푸 한 방울로 머리를 수국처럼,생각을 구름처럼 일게 할 수도 있다. 인생은 거품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거품은 우리를 꿈꾸게 하고 마냥 부풀린다. 그런 상상의 연관성들이 거품처럼, 혹은 샴푸 후의 개운함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응모작들이 나름대로의 개성과 고심의 흔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부분 요즘 시의 유행적 폐단에서 멀리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어의 과잉이나 수사의 미로를 힘들게 통과하고 나서도 그 뒤에 아무 것도 발견할 수없는,읽기에 머리 아픈 시들의 강한 전염성에서 김유정 신인문학상 공모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일언이 폐지하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물론 세계의 존재양태나 삶의 양식 또한 과거에 비해 복잡해졌으므로 이를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와 표현양식도 달라져야 함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읽어서 즐겁고 읽어서 서러운 시의 본령은 변하는 게 아니다. 결국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시라면 그것은 대중으로부터 시를 빼앗는 일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머지 말은 고은 시인의 ‘한 충고’라는 시로 대신했으면 한다.
‘시들이/그 이상의 시들을 막는다/시들이/그 이후의 시들을 막는다//시야 시야 파랑시야//시의연혁/시의 패션/시의 권위 백년 가까스로 벗어나//그대의 시 벌벌 떨며 막 태어나 혼자이거라.’
[정현종·이상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