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호수와 왕송호수, 영화 밀수의 OST를 들으며 걷다
1. 일자: 2023. 8. 6(일)
2. 장소: 일월호수, 왕송호수
영화 '밀수'의 OST 음악을 들으며 아침 호수를 거닐었다. 염정아의 영화에 녹아드는 연기가 돋보였고, 김혜수의 오버 액션도 나쁘지 않았다. 앤딩곡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의 멜로디가 귓가에 울린다. 언제부턴가 우리 영화는 스토리가 탄탄해졌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수준급이며 특히 영화음악은 최고다.
호수의 아침은 후덥지근했다.
휴가가 끝이 났다. 걷고 나니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왕송호수를 걷는 내내 새벽에 읽기를 끝낸 소설 토지 생각을 했다.
박경리 선생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를 살다간 이들의 치열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으며, 굴곡진 역사의 아픈 단면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인간의 선한 본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악행을 반복하면서도 그 행위를 당연시하는 인간들... 다양한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인상 깊었고, 당시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 사고의 설명은 역사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결코 잊어서도 용서해서도 안 되는 일제의 만행을 소상히 알게 되었다. 잊지 않고 되갚아 주어야 한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자 씨알이기 때문이다.
푸른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그 유명한 토지의 마지막 문장이다. 내게 토지는 잔잔한 여운과 깊은 사색의 숙제를 남기고 끝이 났다. 작가가 25년 동안 쓴 글을 7개월 동안 읽었다. 읽는 내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 언제가가 될 지 모르나, 3번 째로 토지를 읽게 될 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