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6년 4월 27일 선도회 국제거점모임 소속으로 입문 점검 과정을 모두 마친 권연담權蓮潭 대자大姉님과 함께 한 자리에서, 저는 그동안 입실점검을 맡으셨던 천달天達 지도법사(예수회 서명원 신부)님과 조율해 ‘하늘[圜]의 용서容恕를 온몸으로 체득하기’라는 뜻을 담은 ‘원서圜恕’로 법호法號를 확정지었으며, 2026년 6월 6일 열리는 종달宗達 노사老師 추모법회에서 법호를 수여할 예정입니다.
2026년 5월 15일 선도회 제2대 지도법사 법경法境 합장合掌
인생지도:
공동체에서 함께 하는 나날이 삶을 뜻깊게 해주네
원서圜恕 권연담權蓮潭 대자大姉
저희 부모님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셨는데, 서울에서 서로를 만나서 저를 낳으셨습니다. 어머니는 가톨릭 신자이시고, 아버지는 불교를 철학으로서 좋아하십니다. 어머니는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나셨는데, 어릴 때 할아버지 댁이 천주교 공소(公所)였기 때문에 프랑스 출신 신부님께서 일요일마다 집에 와서 미사를 집전해주셨던 기억을 즐겁게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셨고 한국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으신데, 연꽃을 좋아하셔서 제 이름을 지어주실 때는 집안의 돌림자를 쓰지 않고 연(蓮) 담(潭)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늦둥이로 태어난 여동생과 함께 사랑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예술계 중학교에 진학하여 피아노를 전공하였고, 이어서 예술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였는데, 그때 가톨릭 세례를 받았습니다. 음악사 시간에 그레고리오 성가를 배웠는데, 2천 년 전부터 서양의 성당과 수도원을 통해 전해져 오고 있다는 이 음악을 귀로 직접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명동성당 그레고리오 성가 미사에 참례하곤 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하늘스러운 아름다움의 세계를 동경했던 것 같고, 그 계기로 가톨릭 신앙에 입문했습니다.
대학교에서는 음악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연주자로서가 아니라 음악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전공의 특성상 인문학과 사회과학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기에, 인류학과에서 복수전공을 하였습니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훨씬 초과하면서도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부 졸업 후에는 사범대학원에 진학하여 음악교육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졸업하였고, 음악교사로 첫 직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대학교와 대학원 과정 중에 가톨릭 기도모임 동아리도 열심히 하였는데,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에서 부회장, 이어서 회장 역할을 하면서 예수회 신부님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 인연이 계기가 되어서 ‘이냐시오 영신수련’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매일 아침 1시간 동안 앉아서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하였고, 제 영혼 안에서 정화되어야 하는 부분들, 괴로움에 빠지게 하는 무질서한 애착들에 대해 점점 더 깊이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예수회 캄보디아 미션에서 운영하던 장애인 직업학교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조국을 떠나서 낯선 언어와 문화를 배우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서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예수회 선교사들을 만나면서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명원 베르나르도 신부님을 처음 만나 뵈었던 것도 이즈음입니다. 그리스도교와 불교 간의 대화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연구를 오랫동안 해오신 분을 직접 만나게 되어서 무척 놀라웠던 기억이 납니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고자 런던대학에 음악인류학 전공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석사논문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질적연구 방법론으로 현지 연구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브뤼셀에 기반을 두고 있던 NGO에서 인턴을 하면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있던 음악학교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홀로 현지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저는 그전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분쟁과 갈등의 상황을 맞닥뜨렸고, 그 상황에 압도당했습니다. 당장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기 상황에서 현지 주민들이 겪고 있던 두려움과 공포를 고스란히 느꼈던 것 같습니다.
현지 연구를 마치고 런던에 돌아와서 논문을 작성하던 시기에 마음속에서 큰 괴로움을 느끼면서,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앉아서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를 시작하려 애썼습니다. 신기하게도 아침에 앉아 있는 시간 동안 큰 격려를 받아서 하루하루 매일 한 페이지씩 논문을 적어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유학에서 돌아왔을 때, 저는 그때까지 해오던 기도 방식으로 더 이상 기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지도자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예수회 서명원 신부(선도회 천달天達 법사法師)님을 찾아뵙고 제가 겪는 어려움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서강대 선(禪) 기도 모임에 참석해 보기를 권유하셨습니다. 선(禪) 기도 모임에서 조신(調身)•조식(調息)•조심(調心)법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움직임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내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이 세계의 근원에 마음을 열고 그 근원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이끌려 사는 존재 방식으로 살고자 하는 원의(願意)를 가지고 그 수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 스스로가 발견하는 가장 큰 변화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비관적인 전망으로 떨어지지 않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선(禪) 수행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서강대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불교와 유교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안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전자와 문화가 독특한 방식으로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듯이, 가톨릭 신앙과 불교•유교가 제 안에서 마주 보는 과정은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어떻게 통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어떻게 각자가 고유한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저는 감추어져 있던 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내주(內住)의 체험, 어떤 존재 방식으로 이 세계에 머무를 것인가 하는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면서 학문적인 결실을 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선(禪) 수행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여주 도전리에서 금요일마다 몇 분이 모여서 하고 계시던 일일 피정에 매주 참석하였는데, 6시간의 명상과 미사를 마친 후에 돌이 많던 밭을 함께 일구는 울력을 하면서 이 모임을 돌밭공동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매주의 피정이 몇 년 동안 쌓이면서 서명원 신부님께서는 불가에서 동안거와 하안거를 하듯이 그리스도인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공부하고 노동하면서 3개월의 긴 피정을 할 수 있는 국제적 공동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점점 더 구체화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 2014년에 예수회로부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허락을 받기 위해 로마 총원에 제출했던 보고서와 사단법인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 종무과에 제출했던 정관을 작성하는 과정에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은 무척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현재는 사단법인 도전(道全)돌밭공동체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수행을 이어 나가기 어려웠을 텐데, 저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수행을 이어오신 분들의 수행심에 기대어서 매일 아침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를 시작하려고 노력합니다.
함께 명상하는 시간 동안 자비의 마음, 사랑의 마음을 새롭게 청합니다. 저의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창조를 멈추지 않으신다는 현실을 바라보게 되는 곳 역시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매일의 작은 일들 가운데에서도 창조의 신비를 경험하는 공동체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제 삶을 뜻깊게 해줍니다.
근원적 존재의 자비심, 늘 새롭게 용서(容恕)하시는 사랑의 마음에 의지하여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5월 15일 원서圜恕 두손 모음[合掌]
도전돌밭공동체 관련 자료들:
(사)도전돌밭공동체 첫미사 참석 소식
http://www.seondohoe.org/105699 (2017.07.19.)
[마음을 찾는 사람들] 서명원 예수회 신부/ 김한수 기자 (<조선일보>)
https://blog.naver.com/seondohoe/223524443611
서명원 신부의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 희천希天(요한 보스코) 거사
https://blog.naver.com/seondohoe/223531324151 (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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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선도회 홈페이지로 들어가시면 더 많은 자료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eondohoe/224286884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