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두부 이 통에 담아주세요.”
지난달 30일 서울 도봉구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기자의 첫 구매현장. 두부 상점의 업주 A씨는 기자가 가져온 플라스틱 통에 두부를 통에 잘 담아내기 위한 고민 끝에 넣었다. 업주에게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는 설명을 하자, A씨는 “이런 취지는 저희도 좋아요”라고 말했다. 해당 두부를 사면 플라스틱 통에 넣은 후, 비닐까지 담긴 두 차례에 걸친 일회용품이 나온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통을 가져감으로써 플라스틱과 비닐 모두 절약할 수 있었다.
시장 내 콩 종류를 파는 상점. 서리태를 사기 위해서는 1kg 단위로 팔지만, 이를 조금만 필요로 했던 기자가 작은 통에 담아달라고 부탁하자, 업주는 흔쾌히 승낙해줬다. 업주 B씨는 통에 콩을 가득 담은 후, 무게를 재더니 300g이 나오자 원가격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만 기자에 청구했다. 덕분에 기자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었다.
이날 시장에서 기자가 사용하지 않은 일회용품은 비닐 5개, 플라스틱 2개로 총 7개다.
이렇게 다회용기를 이용해 물건을 사면 혜택을 주는 시장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에서는 지난 21년 5월을 시작으로 전국 전통시장 중 최초로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을 시작했다. 친환경 시장을 선언한 망원시장에서는 쿠폰 1장당 10리터 종량제 쓰레기봉투 1장과 교환해 준다. 쿠폰을 15장 이상 모으면 글라스락 유리 용기로 바꿔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충청북도 청주에서는 육거리종합시장과 두꺼비시장 등 총 6곳이 있다. 해당 시장은 쿠폰 3장을 모으면 10리터 종량제봉투 1장으로 교환해 준다.
이렇듯 플라스틱을 줄이는 캠페인이 등장한 배경에는 플라스틱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
환경부와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가 21년 5월 발간한 보고서 ‘배달용기 감량을 위한 표준화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배달 용기 및 테이크아웃용기 생산량 현황은 19년 약 9만2천695톤에서 20년 약 11만957톤으로 전년 대비 약 19퍼센트 증가했다.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 의견을 물어보면 약 20~30퍼센트 증감했다”며 “2021년은 약 13만톤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까지는 평균 12퍼센트 계속 증가하고 있다가 20년에 거의 20프로 가까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의 말은 자연증가율은 매년 10퍼센트였으나 코로나 이후 약 10에서 15퍼센트 정도 더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증가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인 용기내 챌린지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배우 류준열씨가 그린피스와 함께 시작한 캠페인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고 오래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용기 안에 있는 내용물을 다 사용하게 되면 버리게 된다. 이는 우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로 되돌아 온다. 아무데나 버려진 플라스틱은 해양에 많이 퍼트러져 있는데 바다에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이 햇빛에 영향을 받으면 플라스틱은 얇아지면서 점차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그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 생물들은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되어 결국 우리의 몸속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유해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있다. 경기도 공공 배달업체인 배달특급의 다회용기 시범사업이다. 다회용기 시범사업이란 다회용기를 쓰는 가맹점 중 다회용기를 쓰겠다고 한 고객을 대상으로 음식을 배달할 때 일회용품을 대신하여 스테인레스 용기에 음식을 담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배달특급은 2021년 7월부터 경기도 화성시 동탄을 시작으로 금년 3월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다회용기 시범사업 이용 소비자(용인시 수지구 거주)는 “스테인레스 용기인 만큼 소비자가 직접 씻어서 지정된 반납장소에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 플라스틱을 줄이자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있다. 그린피스는 1971년 설립된 국제 환경보호 단체로, 대형 마트 식품 회사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대할 것과 일회용 포장재 감축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18년 11월부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플라스틱 제로’라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서포터와 자원활동가, 시민 등 32명과 함께 만든 ‘플라스틱없을지도’는 해당 캠페인 중 하나다. ‘플라스틱없을지도’는 서울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가게를 보여주는 지도다. 장바구니와 다회용 용기를 가지고 갈 경우, 절반 이상의 식료품을 플라스틱 포장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곳을 소개한다. 그린피스 염정훈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도 계속해서 대형마트와 식품 회사들에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재사용 포장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사용 감축 선언을 한 기업의 플라스틱 감축 이행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플라스틱을 줄이고 더 나아가 기후위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실천은 사람들의 행동뿐 아니라 기업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서울특별시 사이트에는 시민들이 제로마켓을 이용하는데 동참하게 하기 위해 서울시 내에 있는 대형마트 매장에 입점한 제로마켓 개장 지점을 공지했다. 제로마켓이란 일화용 포장재를 쓰지 않고, 세제와 샴푸, 화장품 등 리필이 가능한 제품을 필요한 만큼만 무게를 재서 살 수 있는 친환경 매장으로 매장 내 전용용기나 개인이 가져온 다회용기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의 제로웨이스트 샵이 있다.
매장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방세제와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를 다회용기에 미리 준비해가면 1g당 정해진 가격에 담아갈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샴푸와 세제, 화장품 등 리필제품뿐만 아니라 대나무 칫솔, 천연수세미, 다회용 빨대, 샴푸바 등 친환경 제품도 판매를 하고 있었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는 홈플러스는 월드컵점, 합정점, 신도림점, 서울남현점 총 4지점이 입점해 있다.
홈플러스 서울남현점에 방문하여 다회용기를 준비하여 주방세제를 직접 구입해봤다. 가격은 1g당 6원으로, 총 235g을 1,410원에 주방세제를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했다.
화장품 기업 이니스프리는 리필스테이션 가게를 강남직영점과 건대에 마련했다. 매장에 준비해온 공병을 가져오면 샴푸와 핸드워시를 1g당 정해진 금액으로 원하는 만큼 리필해갈 수 있다. 오직 ‘리필스테이션’에서만 기존 제품가 대비 40퍼센트 저렴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종로구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공병공간점도 있다.
기자는 공병을 준비했지만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오염의 문제로 인해 선착순 100명 이내 고객에게만 증정하는 공병에 핸드워시를 담아갈 수 있었다. 핸드워시는 1g당 25원으로 총 200ml를 5,000원에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했다.
수퍼빈(SuperBin)에서는 인공지능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지역 곳곳에 설치해 페트병과 캔을 수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수로봇 안에 라벨을 제거한 재활용 마크가 있는 페트병과 음료 캔을 넣으면 이를 포인트나 영수증으로 바꿔준다. 페트병과 캔 모두 1개 당 10포인트로 2000포인트 이상부터는 현금으로 환전 가능하다. 회수로봇의 설치 위치는 공식사이트 ‘수퍼빈’ 및 공식 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가박스에서는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 전문 기업인 ‘트래쉬버스터즈’와 협업해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기를 도입한 ESG 경영(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상암 월드컵경기장 지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다회용 컵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7월 31일까지 1,000원 할인된 가격인 1,500원에 구매 가능하다.
또한 매장 내에는 다회용기 컵 전용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어 음료를 마신 뒤 뚜껑과 컵을 분리해 반납하면 트래쉬버스터즈가 수거해 다회용기 6단계 전문 세척 및 UV-C 살균 소독과 검수 과정을 거쳐 일회용 컵의 약 6배 이상 청결하다. 다회용 컵은 300~400회 정도 사용가능하다.
이렇듯 기업과 환경단체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동참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도 플라스틱을 절감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송관성 주무관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환경부가 정부 합동으로 20년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을 대책·수립한 것을 보완·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해 그동안 버려지던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2014년 독일에서 세계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매장(Unverpackt store : 포장없는 가게)‘original unverpackt’가 세워져 전 세계로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확산되었다. Unverpackt는 독일어로 ‘포장되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original unverpackt’에서는 식료품과 과자, 음료, 청소용품 등을 일회용 포장 없이 판매하고 있어 고객들은 상품을 담아갈 용기를 가져와 해당 용기에 원하는 상품을 필요한 만큼 담아 구입하고 있다.
또한 프랑크푸르트의 ‘gramm genau’는 포장 없는 가게이면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구매 시에도 상품을 자전거로 배송해주는 ‘에코 딜리버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유학생은 독일에서 ‘original unverpackt’ 매장이 유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은 수도권에만 위치해 있어 다른 곳보다 비싼 편이다"며 "일회용 포장이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건조한 제품이 거의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염정훈 캠페이너는 많은 기업과 정부의 플라스틱 감축 정책에 대해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어떤 기업이 얼마나 많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그린피스가 지난 19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계 폐기물 플라스틱류 가운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로 관리되는 플라스틱이 900,000톤이며, 그렇지 않은 영역은 2,980,000톤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란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제16조에 따르면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그는 이어 플라스틱 감축 정책의 보편화 정책에 대해 “우선 정부가 기존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강화해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들은 함께 장기적인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여 해마다 정확한 플라스틱 감축량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민에게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각의 장을 마련하는 환경특강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WFF(세계자연기금)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지난달 19일, ‘기후위기, 내 삶의 위기, 내 사람의 위기’라는 주제로 환경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자리에서 “기후위기의 핵심적인 문제는 화석연료”라며 온실가스가 대기에 축적이 되면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점점 따뜻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혼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것은 약 0.00000003%로 효과가 없다”며 “다같이 실천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본인보다 큰 영향력에 투자하기 위한 세 가지 실천으로 ‘투표’와 ‘친환경 소비’, ‘말하기’를 강조했다.
첫 번째 실천, 투표하기.
기후위기, 환경정책이 있는 후보자에게 투표하기.
두 번째 실천, 친환경 소비.
친환경 인증마크 있는 제품 구매하기.
세 번째 실천, 환경 주제 말하기.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환경 주제를 말함으로써 다같이 행동하면 바뀐다. 기후위기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망설이지 말자.
세 가지 실천 외에도 그는 종이계약서보다 전자계약서를 이용하는 것을 강조했으며, 이 세 가지에 집중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위기에는 국경선이 상관없다. 주변에서 같이 동참하고 싶어지고 해야만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