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春坡公(瓘植) 遺書[춘파공(관식) 유서]

[야운처사 위이환]

ㅁ 春坡公(瓘植) 遺書[춘파공(관식) 유서]
춘파공 휘는 관식(1843～1910)의 자는 서규(瑞圭), 호는 춘파(春坡)이다.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의 문하에 들어가 배웠으며 고향 관산에서 향리의 교화와 풍속을 순화하기 위해 무기계(無忮契)의 중흥과 향약을 설행하는데 이바지 했다. (지장록 p. 1122, 유고집)

「吾家素來勤儉要約世傳規模也素庵府君常曰慕虛名而受實禍此言吾至今在耳也吾死後治喪上下裏衣外明紬雖尺寸勿用葬祥以儉約爲主今世俗父母葬祥徒餙外華不顧棺槨不治壙中盛備酒肉徒設葬祥宴吾平日目擊而心恥之也程子曰勿陷人於惡是爲戒人之大旨也次孫文良有脚病吾平日哀憐者也年旣稍長則極力敎書勿失姓名記之若不敎而專無識則渠之長成後寃痛其何如哉數多家眷遊衣遊食是爲大慮也若一毫不謹則未免轉壑之境可不愼哉孟子曰無恒産無恒心是聖人救世之要訣也精神昏昧語失倫齊曰」

〈해설〉우리 집이 원래 근검하고 요약해 옴이 세전의 규모이다. 소암부군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허명만을 사모하다가는 실화를 받는다고 하였으니 이 말씀이 나에게 사무치게 박혀있다. 내가 죽은 뒤 치상은 상하속옷 외는 비록 짧은 명주라도 쓰지 말라. 장상도 검약해야 하는데 요즘 세속은 부모의 장상도 외화가 지나치고 관곽과 광중도 다스리지 아니 하고 있다. 주육을 지나치게 장만하여 마치 장상이 잔치를 베푸는 것을 내가 평일 목격하고 부끄러웠다. 정자가 이르기를 사람을 악으로 빠지게 하지 말라 하였다. 이는 사람을 경계하는 대지가 될 것이다.

차손 문량은 다리가 아파 내가 항상 짠한 마음이다. 나이가 들면 힘을 다해 글을 가르쳐 성명을 기록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잊지 말아라. 만약 무식으로 말미암아 장성해서도 원통함이 클 것이니 어찌하겠느냐? 수다한 가권이 놀고 입고 먹고 있으니 이것이 큰 걱정이다. 만약 일호라도 삼가지 않으면 구덩이에 떨어질지 모르니 각별히 삼가야 할 것이다. 맹자가 이르기를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 했다. 이는 성인이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요결이다. 정신이 혼미하여 말이 가지런함을 잃었도다.

￭ 無忮契名帖重修序
(무기계 명첩을 다시 수선한 서언)

嗚呼此無忮契卽我會王考願醉府君所創制而族高祖存齋先生所命名者也夫其淑身心敦睦婣望後人以舜周孔者先生之序盡矣今復敢何贅而第念忮之一字萬古小人之傳神許多小人爲惡不同其本則只是一字也君子則堯之克讓舜之與善禹之拜昌湯之好問文之懿恭武之弗泄周公之吐握孔子之忠恕皆忮字之反對也盖人之惡莫甚於忮心苟有是心妻子不可保況族黨乎此府君之所以合宗族結契而先生之所以以無忮二字着題眷眷貽戒不翅重言復言也惟我先父兄克修其誼歲以爲常死生休戚必與之同然則吾魏氏之世世以睦族稱者安知非此契之力也耶噫羲輪電邁人事霧變契之有名而無實者久矣豈不可懼哉雖然無往不復理也何幸七六年來拮据有方禊規稍復開張吉凶所需略倣舊例猜拗之習因是而漸祛睦婣之誼自此而益篤洪範所謂旣富方穀者豈非爲此禊準備語耶但舊案紙㑋付名無地謀所以重修余叨受其役竊有感于中故不揣僭妄槩其當日創契之意及命名之義爲之說如此願僉員顧思其意義莫或違越則先生序末幸孰大焉者庶不負矣若夫約規之精密完議之詳嚴目乎舊案足矣玆不復擧云爾

〈해설〉 아! 이 무기계(無忮契)는 곧 증왕고 원취부군(願醉府君)께서 처음 제정하셨고 족고조이신 존재(存齋)선생께서 명명(命名)하신 것이니 대개 그 몸과 마음을 어질게 갖고 인척간에 화목을 두텁게 하기를 후인들에게 바란다고 옛적에 성군이었던 순임금과 성인이신 주공(周公) 공자 같은 분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씀이 존재선생의 서문에 이미 다 기록되어 있으니 지금 와서 다시 무슨 말을 더 부언할 것이 있으리오.

다만 이 기(忮)라고 하는 한 글자를 가지고 생각해 본다면 만고에 소인들의 감정을 전해오는 전신(傳神)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많고 많은 소인들의 악(惡)한 행위는 서로 달라 동일하지 않다고 하여도 단지 그 근본만은 이 한자 기자(忮字)에서 비롯된 것이다. 군자의 입장을 두고 말하지만 자기의 마음을 누르고 남에게 겸양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요임금의 극양(克讓)과 남의 선한 일을 돕는 순(舜)임금의 여선(與善)과 옳은 말을 들려줄 때마다 고마워하며 절을 하는 우(禹)임금의 배창(拜昌)과 모르는 것을 묻기 좋아하던 탕왕(湯王)의 호문(好問)과 아름답고 공순한 주나라 문왕의 의공(懿恭)과 항상 남을 업신여기지 아니한 무왕(武王)의 불설(弗泄)과 먹던 밥을 뱉고 감던 머리를 쥐며 바로 나가 어진 선비들을 맞이하던 주공의 토악(吐握)과 충직하고 동정심 많은 공자의 충서(忠恕)정신은 이 모두가 다 기자(忮字)와는 반대의 일이다.

대개 사람의 악은 남을 시기하고 해치려 하는 마음을 갖는 기심(忮心)보다 더 심한 것은 없다. 진실로 그러한 마음이 있다면 처자식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니 하물며 족당(族黨)을 도울 수 있겠는가? 이에 부군(府君)께서는 종족(宗族)들을 모이게 하여 계를 조직하도록 하였고 선생(先生)께서 또 무기(無忮)라는 두 글자로써 제목을 붙여서 권권(眷眷)히 잊지 아니하도록 경계의 뜻을 남기셨으니 이는 거듭 당부하고 또 다시 말로만 할 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린 것이다.

오직 우리의 옛적 부형(父兄)들께서는 능히 그 정의를 두텁게 하는 일로 해마다 떳떳한 도리로 여기며 죽고 삶과 기쁨과 걱정을 필히 함께 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위씨(魏氏)들이 대대로 동족 간에 화목하다고 칭할 수 있었을 것이며 또 어찌 이 계(무기계)의 힘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아! 세월은 번개처럼 흘러가버리고 사람이 하는 일도 안개 속같이 변천되어 가기에 이 계(契)도 유명무실(有名無實)한지가 오래였으니 어찌 두렵고 걱정이 되지 않겠는가?

비록 그러하나 가다보면 반복되지 않음이 없는 것은 곧 이치이기에 어쩌면 다행하게도 6-7년 이후로 힘을 쓰며 방도를 구하다 보니 계규(禊規)를 차츰 회복하게 되었고 전개된 길흉(吉凶)에 따라서 옳은 길로 꺾어 버리려고 하는 악습을 점점 제거해 나갔더니 동족이나 인척간에 친목의 정이 생기고 여기에서부터 더욱 두터워지게 되었으니 홍범(洪範)에서 이른바 기왕부터 풍부하기에 바야흐로 좋아졌다고 하는 기부방곡(旣富方穀)이라는 이 구절은 아마도 우리의 이 계(禊)를 두고 준비된 말이 아닌가 싶다.

다만 전해온 구안(舊案)이 지질도 추하고 작아서 계의 명칭을 부칠 곳이 없기에 다시 수선하기로 계획을 하였다. 나는 어른들을 모시고 그 일을 맡으면서 혼자서 가만히 심중에 느낀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외람되고 경망스러움을 생각지 아니하고 그 당시에 창계(創契)하는 분의 마음과 명명(命名)한 분의 뜻을 한데 묶어서 이와 같이 설명하는 것이다.

바라옵건대 여러 계(契)원들께서는 그 의의(意義)를 돌이켜 보고 혹시라도 위반하거나 넘침이 없도록 한다면 존재선생의 서문의 말과 같이 무엇이 그 보다 크다 하겠는가? 거의 선조의 뜻을 져버리지 않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이 계(契)의 규약(規約)이 자세하고 세밀함과 완의(完議)의 자상함과 엄격함에 대해서는 예전의 구안(舊案)에서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니 여기에 다시 거론하지 않는다.



(144-091-일차 연재에서 계속)

[야운처사 위이환]

(144-090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90일차에는 '춘파공(관식)의 유서'가 밴드에 게재됩니다.



[본문내용- 춘파공의 유서]
/ 무곡

[야운처사 위이환]

'무기계'에 대한 내력이 잘 설명되어 있으며, 특히 "계에 대해 의의를 돌이켜보고 위반하거나
넘침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당위성이 돋보입니다./ 무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