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을 말려 죽이는 사람을 처음 봤네." 교무실에서 임 선생님이 문 선생님한테 웃으면서 놀리듯이 말했습니다. 문 선생님은 민망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자신 없다고 했잖아요." 50대 남자교사인 임 선생님이 교실에 화분을 잘 가꾸어 놓았습니다. 각양각색의 꽃이 사계절 꽃을 피우면서, 교실을 찾아오는 방문객을 주인과 함께 따사롭게 맞이했습니다. 어느 날 30대 초반의 새댁인 문 선생님이 임 선생님 교실을 방문했습니다. 예쁜 꽃을 보고 향기를 맡으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그러자 임 선생님은 문 선생님한테 화분을 선물할 테니까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잘 키울 자신이 없다며 극구 사양했습니다. 임 선생님은 고심 끝에 제일 키우기 쉬운 선인장을 선물했습니다. 선인장은 물을 자주 안 도 되고 어지간해서는 안 죽으니까 걱정 말라면서 선물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임 선생님 교실에서 2층 문 선생님 교실로 올라간 화분이 잘 크고 있으리라 굳게 믿고 지내던 터였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문 선생님 교실에 갈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힘없이 말라비틀어진 채 고사하기 직전의 선인장을 발견한 임 선생님이 깜짝 놀랐습니다. 민망해 하는 문 선생님을 나무라는 대신에 잘 살려 볼 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까지 시켰습니다.
임 선생님이 사랑과 정성으로 선인장을 정성껏 돌보자 다시 생기가 돌면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보상 없이 학교의 국화를 키우고 화단도 가꾸고 교실에 꽃을 키우면서 학교를 화사하게 가꾸던 교사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세월이 적잖이 흐른 지금은 임 교장선생님으로서 전 직원이 화목하고 경관도 멋진 학교를 운영 중입니다. 교실을 다녀 보면 젊은 교사들이 담임인 교실인 화초가 시들시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연세가 지긋한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은 화초가 싱싱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서 반짝이곤 합니다.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꽃이나 나무 등 자연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시골에서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며 놀기에만 정신이 팔려있었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자연은 하늘과 공기처럼 당연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겨우내 추위에 떨던 나무에서 새 순이 돋고 눈 아래에서 숨죽이던 땅에서 풀이 돋아나는 모습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해마다 보는 봄인데 어느 날부터 경이로움과 함께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새순과 풀잎이 강한 나무와 땅을 뚫고 나오는 모습에 어떻게라도 힘을 보태주고 응원을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스쿨팜` 텃밭을 가꾸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씨를 뿌리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 많은 공부가 됩니다. 또한 당번을 정해서 날마다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식물을 돌보고 키우면서 식물에 대한 애정과 함께 책임감도 기르게 됩니다. 추수할 때는 기쁨 속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치유의 체험은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어린아이와 어른이 모두 식물을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순화되고 안정이 되면서 행복감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가정에서 실내의 습도 조절을 위해서 식물을 기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전자파 차단을 위해서나 미세먼지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기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식물을 기르는 일이 심리적, 정서적 애착의 대상과 함께 동반자 개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기초 지자체별로 고독사 예방을 위하여 반려식물 기르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반려동물로 개와 고양이를 키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상황이던지 동물을 무서워하는 등 여건이 안 돼서 동물을 기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식물은 동물에 비해서 여러모로 부담이 적으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우울증 해소에 효과가 큽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화초에 물주는 일부터 가족들에게 미루지 말고 시작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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