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가라사대
또 한고비 넘겼다고
클라이맥스 지나 맥시멈 리스크 지나 고요는 찾아온다 발작 후 수면처럼 길고양이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구름의 균열을 틈타 아침 햇살이 창문 틈으로 잠입한다 블라인드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 벌기일 뿐이다 수면제는 밤의 길이만 저만치 늘려 놓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구조대는 정시에 도착했다 악몽이란 수돗물에 씻겨 내려갈 소문에 불과하다 고독사는 그늘을 먹고 자란다고 단골 의사처럼 투덜댔다 나쁜 습관을 문 밖에 내다 버리고 조석으로 햇볕의 양을 조금 더 늘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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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고비 넘겼다고
클라이맥스 지나 맥시멈 리스크 지나 고요는 찾아온다 발작 후 수면처럼 길고양이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구름의 균열을 틈타 아침 햇살이 창문 틈으로 잠입한다 블라인드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 벌기일 뿐이다 수면제는 밤의 길이만 저만치 늘려 놓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구조대는 정시에 도착했다 악몽이란 수돗물에 씻겨 내려갈 소문에 불과하다 고독사는 그늘을 먹고 자란다고 단골 의사처럼 투덜댔다 나쁜 습관을 문 밖에 내다 버리고 조석으로 햇볕의 양을 조금 더 늘렸다 강박처럼 손을 씻었지만 씻을 수 없는 고독이 무럭무럭 자랐다
더는 가망이 없다고
개장과 동시에 문을 닫았다 테이블 데스를 피한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깨진 접시로 복이 들어온다는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뒤집힌 세월에서 모조품 같은 뼛조각이 발견되었다 병명이 적힌 명찰 뒤로 활력징후가 흔들린다 코드 블루가 반복해서 떠오른다
수술 부위는 잘 아물었다고
번호표를 뽑지 않은 사람이 먼저 길을 떠났다 서가에 꽂힌 죽음이 두려워 시도 소설도 읽지 못했다 서둘러 갈등을 봉합했지만 시詩의 핏자국은 그대로 남아있다 벽화에 그려진 이별이 두려워 난도 애완견도 기르지 못한다 죽은 새의 가슴에서 돌덩이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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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시편들에는 존재에 대한 치열한 탐사가 정말 많지요. 직업상 남다른 관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삶과 죽음에 대해 진정성 있는 자서전 같은 시를 보면, 참 외로운 것 같은 생각이듭니다.
금번 상재는 시인 김연종의 가장 앞자리에 서는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불면과 진심으로 쓴 역사'는 자신의 사후가 될 것입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