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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보면 우리 해병대의 대응은 잘 한것 같습니다.
(펌) 동아일보가 29일 보도한 백령도의 녹슨 해안포가 한국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 같다. 하긴 나부터도 아침 출근길에 사진을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한국에 온 뒤 선진강군이니 대양해군이니 항공우주군이니 화려한 수사만 듣고 살았던 나는 한국군에 이런 포가 있다는 자체가 충격 그 자체였다.
백령도에 배치된 해안포. 불과 12km 전방이 북한땅이다.
사진 속 포는 6.25 전쟁 때 사용하던 M-47전차포라고 한다. 항상 국방관련 뉴스에는 첨단 장갑차와 탱크를 개발했느니, 고등훈련기를 개발했느니 하고 나오지만 정작 북한과 대처한 일선에는 녹슨 고물 포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최신식이라고 자랑하던 K-9 자주포도 실전에선 절반이 사격도 못하고 있었는데 저런 포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앞이 탁 트인 진지에서 나 잡아주소 하고 서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보도가 됐으니 저 포도 신형포로 교체될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아무리 백령도나 연평도를 요새로 만들어도 북한이 다시 이쪽을 통해 도발할 것 같지는 않다. 항상 비대칭도발을 중시하는 북한은 도발을 저질러도 어쩌지 못하는 남한의 아킬레스건을 또 건드릴 것이다. 실례로 중국이나 러시아로 가는 한국 화물선이나 북한 영해 인근에서 고기잡이하는 어선을 나포해 영해 침범을 주장하면 우리로썬 북한이 풀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은 군사적 보복도 쉽지 않다. 암살단을 보내 누구를 암살한다든가 해도 우리가 마땅하게 상응한 보복을 하기 쉽지 않다. 개성공단에서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튼 평양에선 이러저런 머리를 짜내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군 대응태세를 낮출 수는 없다. 허점이 보이면 당연히 또 군사도발이 따를 것이니 말이다.
너무 심하게 녹이 쓴 백령도 해안포. 이걸로 적함 때려잡는다고?
이 녹슨 해안포를 보니 옛날 일이 생각났다. 북에선 대학생들을 6개월 정도 교도라는 이름으로 포병부대에서 군 복무를 시킨 뒤 예비역 군관 자격을 준다. 덕분에 나도 ‘고사포병지휘관’ 자격증을 받았고 북한에서 이러저런 서류들 다 가지고 오다보니 아무 쓸모없는 자격증이지만 그 자격증도 지금 서울의 집에 보관하고 있다. 고사포병지휘관이라는 것은 한국으로 치면 예비역 대공포 장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장교의 수준까지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어쨌거나 나도 포를 좀 만져본 사람인 것은 틀림없고 예비역 포병 지휘관 자격증도 우연히 받았다. 나는 평양고사포병사령부에서 교도생활을 했다. 평양고사포병사령부(평고)는 평양의 상공을 지키는 대공사령부로 군단, 사단 같은 편제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산하에 여단들을 갖고 있다. 1990년대 내가 교도생활을 할 때 기준으로 약 5600문의 각종 구경의 대공포가 사령부에 소속돼 있었다. 참고로 5600문은 정확한 숫자는 아니고, 내가 당시 여단수와 대대수 중대수를 계산해 대략 짐작한 숫자이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포 개수와는 달리 실제 쓸만한 포는 별로 없었다. 내가 소속된 중대만 하더라도 1942년에 소련에서 생산된 포를 갖고 있었다. 어떤 포는 6.25때 적기를 격추했다고 별을 박고 있는 포들도 있었다. 6.25때는 아주 신형무기였겠지만 1990년대쯤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포에 불과했다. 백령도 포처럼 한명은 상하로, 다른 한명은 좌우로 돌려서 비행기를 겨누는데, 그걸로 요새 초음속 비행기를 따라도 가지 못할 뿐더러 격추시킨다는 것은 더구나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물론 북한이 장벽사격이라는 것을 해서 대공방어막을 형성한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지만, 내가 보건대는 장벽사격이라는 것도 실전에선 변변히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문제점은 포탄 준비이다. 유사시 상황이 발사하면 내가 있던 중대 포는 이번 연평도처럼 13분이 아니라 1시간이 넘어도 발사할 수 없다. 중대 포탄창고에는 그리스를 1센티미터 이상 두텁게 바른 포탄상자들이 있는데, 사격을 하려면 우선 이 그리스를 벗겨내야 한다. 이것이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인데, 벗겨내지 않으면 포가 고장이 난다고 했다. 포는 분당 6발 정도 사격할 수 있지만 포탄 6발을 발사할 수 있게 만들려면 60분 넘게 걸리니 실전에선 꽝인 셈이다. 놀라운 일은 사고가 난다면서 당장 발사할 수 있게 준비해 놓은 포탄도 없다는 점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언제 한번 사고가 나서 평양으로 포탄이 날아간 일이 있단다. 하지만 다행히 대동강에 떨어져 큰 사고는 없었다고 한다. 또 한번은 사고가 나서 남포갑문 수문 20m 지점에서 포탄이 터진 적도 있다고 한다. 그 이후부턴 아예 신관을 맞춘 포탄도 준비하지 않는다. 물론 대학생들이 가는 교도중대는 현역보다 포도 좀 나쁘고 규율도 많이 해이됐지만, 인근 현역중대를 가 봐도 당장 싸울 준비가 안 된 것은 똑같다.
구 소련에서 생산한 37m 대공포. 6.25전쟁때 쓰던 포이지만 북한에선 아직도 운용되고 있다.
우리는 늘 불평했다. 이따위 포로 무슨 전쟁을 하냐고, 포를 열심히 돌리다가 다 맞아죽고 말겠다고...
누군가 그랬다. 평고 사령부 수천 문의 포는 하늘을 막기 위한 목적보다는 유사시 쿠데타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대공포는 직사거리가 상당히 좋은데, 어디서 반란군이 나타나면 탱크를 조준 사격해 파괴하는 데 딱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포 부대가 평양 어느 산 어느 골짜기나 다 차지하고 있어 유사시 반란군이 생겨도 어느 방향이든 이를 뚫고 들어가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연평도 포격 때처럼 유사시에 포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모르겠다. 실탄사격을 자주 해본 포도 자그마한 외부 요인에도 고장이 나는 데, 몇 십 년째 진지에 짱 박아 놓은 포가 진짜 포탄을 날릴지는 의문이다. 반년마다 포사격 하긴 하지만, 갖고 가는 포는 늘 정해져 있어서 나머지 포는 솔직히 저것이 고장 난 것인지 아니면 쓸만한 것인지 그것조차도 알 수가 없다. 우리 중대는 포탄도 모두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것들을 갖고 있었다. 그리스에 30년 넘게 잠겨 있다보니 실제로 신관을 맞추고 발사하면 불발탄이 얼마 나올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포탄 상자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북한 군수공장에서 생산된 것이 분명한데, 하나는 중국어가 잔뜩 써 있어 중국산 포탄상자처럼 보였다. 북한제 상자와 중국제 비율은 비슷했다. 중국 포탄상자가 왜 거기 있었을까. 북한이 포탄 정도는 많이 생산하는데 굳이 중국산을 30년 넘게 보관하고 있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생산은 북한에서 하고 해외에 수출하려고 중국산처럼 둔갑시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포진지에 유개도 없어서 살상 반경이 50m X 50m이라는 K9 자주포탄 한발만 정통으로 맞아도 중대 전체가 날아간다. 중대 포가 모두 그만한 면적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 아파치 사격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서 가슴이 섬뜩했다. 내가 포부대에 있을 때 전쟁이 나지 않기 잘했지 지금 생각하면 아파치 한대만 들어가면 하루 밤중에 한개 연대 날려 보내는 것은 게임하듯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어디서 포탄이 날아오는 것도 모르고 대량학살의 먹이감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북한에 아무리 포가 많다고 해도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유사시에 한발도 쏴보지 못할 포들이 허다할 것이니 말이다. 우리 중대에 있던 1942년산 포는 눈비가 한번만 오게 되면 벌겋게 녹이 쓴다. 하지만 그날 중으로 열심히 문질러서 녹을 벗겨 낸다. 이번에 보도된 백령도 포를 보면 저게 과연 현역들의 포가 맞나 할 정도로 기가 막힌다. 물론 해풍이 불면 부식이 심할 순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포도 구리고, 정신도 구린 것은 분명하다. 포 상태를 보면 북한 대학생보다 못한 것 같다. 예전에 우리는 정말 전쟁이 나면 매일같이 포를 쏘면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요즘 폭격기나 전폭기는 굳이 평양 상공에 안가고도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다. 유도 미사일도 족집게 타격을 할 수 있다. 6.25때처럼 물고기가 알 내싸듯 폭탄 퍼붓지 않고도 된다. 김정일이 있는 중앙당사나 국방부 이런 곳만 폭격하면 되지 애매한 평양시내를 불바다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러기엔 폭탄이나 미사일 가격이 아깝다. 지금도 평고에서, 절반 이상이 1만m 상공에도 포탄이 올라가지 못하는 그런 낡은 포를 지키느라 한겨울에 추위로 떨고 있을 얼굴 모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니들 진짜 전쟁 땐 아무 쓸모없거든.” 2010-12-01 18:48: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