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너무 오래 글쓰기를 못한 숙제 ㅡ
병원 가야 하는 날을 미루고 미루다 나섰다 진주로.
진주 온 김에 영화 한편 봐야지.
엠비씨네로 가서 고른 영화.
남영동 1985.
물고문, 고춧가루고문 장면을 보기까지가 나의 한계였다.
전기고문을 시작하려고 준비 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결국 자리를 뜨고 말았다.
....................
밖으로 나오는 내 걸음걸이가 비틀 하는 듯 느껴졌다.
영화의 충격때문이였는지
집으로 오는 길을 깜빡 하고 대진고속도로 상행선을 그만 하행선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내친김에 가는데까지 가보지 뭐!
이이제이 방송 들으면 절대 지루 할 일 없응께!
(요즘 팟캐스트 방송 이이제이에 푹 빠져있다)
그러나,
지난번 처럼 고속도로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던 방송은 피하리라!
방송중에
열사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대목에서 뜨거운 눈물 때문에 나 정말 죽을뻔했다 앞이 안보여서.
(손주까진 욕심 못내도 딸내미 임자 만나는 것 까진 봐야지)
그날 운전중에 그 방송 들으며 많이 울었었다.
까불까불,
오두방정,
세남자의 목소리에 킥킥 대다가
그 내용에 또 열받다 보니 눈앞이 휘황찬란해진다.
도착한 부산!
그래 뭐, 여기까지 왔으니 기분전환이 될 만한 영화 없을까?
114 검색하니 제일 가까운 곳이 롯데씨네마.
으음.... 별로 맘에 안드는 롯데! 이긴 하지만 우짜겠노.
26년을 감상.
남영동 1985 에서 받았던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인지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깨알재미의 장면에 위로가 된듯하였지만
여전히 마음은 무거웠다.
(아직 못보신분들은 꼭 보시라 권하고 싶다. 감상평은 다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하룻밤 유할까... ?
그냥 집으로 내달릴까...?
일단 밤바닷가쪽으로 한번 나가보자!
해운대쪽으로 갔다.
으미으미 어디가 어딘지 당췌....
에잇 모르겠다 찜질방에 가서 오랜만에 묵은 때나 좀 빡빡 밀지 뭐.
그리하여 집에서 200km 가까이 떨어진 곳 부산에서
영양가 없는 하룻밤 외박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늦으막히 일어나 어제 못다 민 때를 마저 미느라 땀을 뻘뻘....
(면적이 좀 넓다 보니 ㅜ.ㅜ)
덕분에 좀 가벼워진 기분으로 찜질방을 나와 해운대 근처를 배회 하다가
우리집 두 녀석이 갑자기 보고싶어진다.
맞다 참, 겨울 옷 사야지 참.!
눈에 띄는 하이마트로로 들어가 두 녀석 옷을 사려고 유아복 코너로 가서 옷을 고르는데
손주들 옷 사는거예요?
아뇨, 강아지들 옷, 강쥐 옷이 워낙 비싸서 애기 옷 사서 고쳐 입히면 훨씬 싸고 따셔요.
아 네에~~
(참고 하시라 요대목! 강쥐 옷 넘 비싸니까 애기옷 사서 고쳐 입혀 보세요)
슬슬 배가 고파 온다.
푸드코너로 가서 요거조거 골라 사 먹어볼까?
잠시 이성을 잃고 그럴 뻔! 했다.
정신 챙겨서 나와 다시 해운대 달맞이 길로 갔다.
살림살이를 꺼내서 먼저 라면을 끓였다.
아 씨이... 김치가 아쉽네.
그래도 너무너무 맛있다.
바다를 눈아래 내려다 보고 후후 불어가며 먹는 라면!
커피도 끓여 마셨다.
차 시트 뒤로 제끼고 느긋하게 이이제이를 듣는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네?
오늘이 30일?
흠... 서용석 김용민이 오늘 해운대쪽에서 정치 토크 한다캤제?
검색 들어갔다.
바로 근처네?
으음... 저녁 7시면 아직 멀었고만 우짜꼬?
두녀석들이 눈에 밟히긴 하지만 부산 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있나!
드디어 7시.
행사장 입구에서 책 판매.
마침 조기숙 교수의 “문재인이 이긴다” 가 눈에 뜨인다.
한권 구입.
자리에 가서 앉고 둘러보니
거의 젊은이들이다.
토크 시작 전 진행자가 선물을 준다며
김용민 교수 싸인이 들어간 머그잔을 들고 오늘 제일 연장자 분 손들어 보세요!
뭐 내가 제일 연장자 아니겠나 싶어 번쩍 들었지 뭐.
몇 이세요?
육십일!
참 나 원... 더 많은 분 없냐는 확인 한마디 없이
바로 나한테 컵 도착!
(머리 하얀 할배도 보이더만 저짝에)
에혀... 이젠 오나가나 최고령자군.
그래도 뭐,
집에 있을 땐 육십대지만
화장하고 나가면 오십대로 보이고
임자 만나면 뜨거운 사십대로 변신가능도 하다 뭐!!!
...@#$% 내가 뭔 말을 하고 있는겨 시방? @#$%......
토크 내용은 기대보다 못미쳐서 약간 김이 빠졌지만
오랜만에 사람소리들을 들어서 기분전환은 된듯하다.
딸씨한테 카톡.
“나 있지이~ 서용석김용민 정치토크에 왔다.
넌 쎄빠지게 돈 버느라 고생인데
엄만 룰루랄라 싸돌아 댕기는 것 같아 미안타...“
“엄마, 그게 문제야! 이왕 나섰으면 즐겁게 댕겨야지 실컷 댕기고 맛있는것도 사묵고!”
밤늦게 집으로 오니 두녀석 숨이 꼴딱 넘어가게 반긴다.
오늘도 안들어 오나 풀죽어 있다가 차소리 들으니 미치게 반가운거다 두녀석들이.
군불을 안 땐 집이 썰렁해서
오밤중에 군불 지피면서 드는 생각!
평범한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들이 그저 아무 바램같지도 않게,
그냥, 그게 뭐 바램이냐 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가 되는 세상,
그게 평화로운 세상이 아닌가 싶다.
울 딸씨,
어쩌다 집엘 내려 오면
벌렁 드러누우며 날리는 첫 마디가
아.... 너무 좋다!
도시인의 일상이 너무 고단하고 살기 힘들다는 거 아닌가!
덜 힘든 세상이기를 바란다.
첫댓글 정말 이래서는 않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