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강릉은 옅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는데 외해에 짙은 구름이 잔뜩 끼어 해돋이는 볼 수 없었어요.
잠시 바닷가를 산책하다 콘도 앞의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는 남항진으로 갔어요. 39코스 출발점이지요.
솔바람다리 남쪽 끝에 스탬프함이 있는데 제가 스탬프 북을 가지고 오지 않아 콘도의 메모지에 찍었네요. 빼놓고 온게 스탬프북 만이 아니에요. 보조배터리도 가져오지 않아 후반부 3.5km구간 남겨두고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40코스의 트랭글 기록은 날아갔어요 ㅠㅠ.
솔바람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굽어드니 길건너의 죽도봉이 있는데 해파랑길 표시가 안돼있어 큰길로 가다보니 코스이탈 경고가 울려요. 다시 돌아와 죽도봉으로 올랐어요. 나트막한 언덕인데 곧바로 큰길과 합류해요.
그런데 내려가는 길에 사유지이니 다니지 말라는 표지가 있어요. 내려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그만 사당 옆으로 내려가 앞으로 가려니 새로한 담장이 앞을 막아서네요. 담장을 넘어가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 온 길을 뒤돌아 보니 옆으로 블록 두개 정도의 폭으로 담을 헐어낸 곳이 있어 그리로 나왔어요. 특별시 볼 것이 있는 봉우리도 아닌데 사유지를 이유로 길이 막혔으면 큰도로로 가도록 표식을 눈에 띠도록 달아 놓았어야 할텐데 그런 표식은 발견할 수 없었어요. 해파랑길을 다니면서 늘 아쉬운 점이 표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죽도봉을 내려오면 커피 골목으로 유며능한 안목 해변이에요. 강릉항이 있어 울릉도로 가는 배편이 있어 지난 봄 이곳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를 갔었지요. 저녁식사를 했던 회센타도 눈앞에 보이네요. 잠시 봄날의 추억을 회상하다 발걸음을 옮겨요.
안목해변의 파도소리를 들으면 가다보니 송정해변이 나오고 해변가 도로가 아닌 딴봉마을 산책로라는 표지판을 통과해서 송림 숲을 가로질러요.
소나무 숲길인데 다른 해안의 송림보다는 폭이 훨씬 넓어 200m는 더 되는 듯 보여요. 길이도 꽤 길구요. 숲길이 좋다고 마냥 가면 길을 놓쳐요. 중간에 놓여있는 장의자 등받이에 보이지도 않게 리본이 묶여져 있어 길을 잡아 나아가네요.
국군송정휴양소 뒤를 지나 해안길로 접어들어요. 송정해변은 거의 송림을 통과하는 것으로 지나쳐버려요.
송림 숲을 벗어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강문해변에 도달해요. 소싯적 친구들과 몇년간 자주 놀러오던 곳이지요. 낮은 지붕의 옛 민박집들은 몇집만 남기곤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현대식 건물들로 채워져 있어요. 민박집 점쟁이 할머니도 생각나네요. 나중에 초당동 쪽에 사신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아직 살아계시려나 싶네요.
아치형으로 예쁘게 세워진 솟대다리를 건너면 경포해변이에요. 왼편으로 있던 경포관광호텔 자리에는 씨마크라는 이름의 커다란 최신식 호텔이 들어서 있어요. 30년 전의 경포관광호텔은 그때 보기에도 참 초라했었는데 새로 잘 지은것 같아요.
경포해변을 조금 걷다가 시계탑에서 길을 건너 "독도야"라는 음식점 옆으로난 골목길을 따라가면 큰길이 나오고, 도로를 건너서는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내려가요. 경포호를 일주하는 해파랑길로 들어서네요.
경호교를 건너 왼편으로 접어들면 논드렁길 같은 좁다란 길로 들어서요. 여기로 길이 있나 싶게 작은 건물이 나오고 길이 막힌 듯 한데 건물 앞으로 길이 나 있어요. 그 건물은 조류를 관찰하기 위해 지어 놓은 집인가봐요. 좁은 송로 같은 길 옆으로는 수로라기에는 넓은 하천이 흐르는데 경포호의 일부인 듯 해요. 청둥오리와 검둥오리들이 어울려 헤엄을 치며 놀고 있어요.
수로길을 따라 가다 왼편 다리를 거쳐 허난설헌 생가를 둘러보아요. 아주 소담스런 한옥이 잘 보존되어 있어요. 전에도 본 곳이라 한바퀴 대강 휘둘러 보고 사진 두어장 찍고는 오던길을 되돌아 나가 다시 경포호반으로 나와요.
경포호를 걷는 것은 조금 건조하다 할까요? 영랑호를 걸을 때는 부슬비가 와서 그랬는지 고즈넉하고 오밀조밀한 맛이 느껴졌었는데 경포호에서는 그런 느낌이 안오네요. 시인들의 시비와 조각상들을 배치해 놓았는데 모두 인공적인 것이라 그리 감흥이 오지는 않더군요.
그동안 여러차례 경포호 주변을 다녔어도 경포대를 올라와 본 것은 처음이라 그거 하나 건졌네요. 높지 않은 지붕을 가진 경포대는 누각으로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감상하도록 되어있어 신발을 벗고 올라가 봤어요.
여학생 셋이 먼저 올라 있었는데 "와! 여기 여름에 오면 무지 시원하겠다"며 누각에 앉아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네요. 슬그머니 옆으로 끼어들어 반대편 누각에 앉아봐요. 엉덩이가 시리네요. 바람도 잘 드는 곳이라 추워서 얼른 내려왔어요.
경포호를 한바퀴 돌고 나오면 락카이 콘도 오른편 대로를 지나 콘도 뒷편 해안길로 접어들어요.
이름이 예쁜 순긋해변을 지나고 파도소리 들으며 해안도로를 따라 가요. 이쪽에는 카라반 캠핑을 즐길 수가 있네요. 바람이 더 강해지는지 파도가 아침나절보다는 더 높아졌어요. 파도를 구경하며 걷다보니 사천진에 다다랐네요.
사천진항 회센터를 지나 오른쪽으로 차도를 따라 걸어 해변길로 들어가는 초입에 해파랑길 안내 입간판과 스탬프 함이 보이네요. 아차하면 지나치게 왼쪽으로 굽은 길의 오른쪽 위로 입간판 정면은 안보이고 측면이 보이는 곳에 잘 숨겨 놓았어요. 지나가서 뒤를 돌아봐야 보여요
첫댓글 하필 추운겨울에 땜방하느라 고생 많으셔 ~ 감기 조심하세요 ㅋㅋ
걸으면 더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