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이냐 증여냐 고민될땐...10억원을 기준 삼아야~~
# 대기업을 다니다 2년 전 퇴직한 김**씨(58). 용인에 10억원 가량의 다가구주택을 한 채 소유하고 있고, 경상북도 영주에 약 3억원의 농지를 소유해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및 연금저축보험에 가입돼 있고, 월세 수입과 연금 등으로 부족함 없는 노후를 보내고 있는 김씨에게 최근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다가구주택을 두 자녀에게 증여하고 싶은데 증여세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터라 가격이 오르기 전에 증여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언젠가 물려줘야 할 재산이라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고 싶다.
'베이비부머, 낀세대, 반퇴세대' 등으로 지칭되는 50~60대는 격변기를 경험한 세대이면서 가장 열심히 살아온 우리 사회의 중추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의 초입에서 그들은 또 하나의 문제에 직면했다.
피 땀 흘려 쌓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다 보니 증여세나 상속세로 피 땀이 새나갈 판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증여세와 상속세 중 어떤 것이 유리할까.
본인의 노후를 생각한다면 될 수 있으면 상속으로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만, 사후에 재산을 놓고 자식들이 싸움을 벌일 것을 생각하면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다.
□ 재산 10억원선이면 상속, 가치상승 예상땐 증여가 유리
민법상 증여와 상속은 재산 이전 시점에서 차이가 있다. 증여는 생전에 자녀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것이고, 상속은 사망 후 이전하는 것이다. 반면 대상재산의 평가, 세율, 납부방법 등 세법상 중요한 사안은 동일하다. 때문에 자산가들은 '증여냐 상속이냐'를 놓고 머리를 싸매게 된다.
상속과 증여를 저울질할 때는 재산의 '규모 성격 이전'의 3요소를 따져봐야 한다.
먼저 재산의 규모면에서는 전체 상속재산이 10억원이상이라면 상속이 유리하다. 상속과 증여에 적용되는 세율은 같지만 세율을 적용하기 전의 공제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증여의 경우 증여자와 수증자(증여받는 자)와의 관계에 따라 공제액이 정해져 있다. 배우자 6억, 직계비속 5000만원, 기타 친족 500만원 등이다. 하지만 상속은 배우자가 생존한다면 기본적으로 10억원이 공제된다.
김씨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김씨가 증여로 10억원의 다가구주택을 증여한다면, 증여세와 취득세 등을 합해 약 1억원 이상의 세부담이 예상된다.
그러나 김씨의 부인이 생존했을 때 상속한다면 상속세 부담이 없게 된다. 약간의 취득세만 부담한다면 두 자녀에게 부동산은 고스란히 이전된다.
하지만 재산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면 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증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사망 시를 기준으로 재산가치를 따져 부과되기 때문이다.
재산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재산의 성격을 따져봐야 한다. 이미 살펴봤던 것과 같이 증여는 증여시점에,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시를 기준으로 재산의 가치를 따지게 된다. 재산의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과감히 증여해야 한다. 증여는 증여자산의 증여 후 가치 상승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김씨의 경우 증여하고자 하는 부동산이 현재 10억원인데 미래의 상속시점에 부동산 가치가 15억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부동산을 증여하지 않았다면 15억원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 상속재산의 현재 가치와 재산 성격 중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상속이냐 증여냐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 상속이 임박했다면 증여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상속시점의 문제이다. 상속이 임박한 시기의 증여는 재산 규모와 상관없이 유리할 것이 없다. 증여한 지 10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증여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재산을 자식에게 증여를 할 때는 상속재산을 줄여서 상속세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는데 절세효과가 생기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물론 부담한 증여세는 기납부세액으로 공제가 된다.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 30조(증여세액 공제)에 따르면 '상속재산에 가산한 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액은 상속세산출세액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증여세액이란 증여 당시의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한 것을 말한다.
사전 분산증여를 통한 상속세 누진세율 회피를 방지하고자 만든 규정으로 사전증여재산은 상속개시일 전 상속인은 10년, 상속인 외의 자는 5년 내 증여받은 재산을 합산해 과세한다.
상속인이나 수유자가 사전증여받은 경우, 공제 방법은 다음 두 가지 중 작은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각 상속인별 각자 납부한 증여세 산출세액 ▲각 상속인별 납부할 상속세 산출세액x(각 상속인별 각자 가산한 사전증여재산 증여세 과세표준/각 상속인별 각자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과세표준)
하지만 공제부분이 있다는 것이지, 이미 납부한 증여세를 다시 돌려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총재산이 10억원 언저리이고, 상속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속이 유리하다. 물론 사망 시점이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지만, 100세 장수와 재산의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면 증여가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