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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완서 소설에는 유독 꽃이 많이 나올 뿐 아니라 꽃에 대한 묘사가 훌륭하다. 꽃을 주인공의 성격이나 감정에 이입하는 방식도 탁월하다. 박완서는 작품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꽃이 지닌 특징을 인물이나 상황과 연결해 문학적 상징을 부여했다. 이 책의 저자 김민철은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에서부터 노년에 발표한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까지 꽃이 등장하는 박완서 작품을 선정해 꽃과 나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박완서 작품과 독자를 연결했다. 책의 각 장에서는 박완서 작품을 설명한 뒤 꽃이 등장하는 구절을 소개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어떤 식물이며 작품 안에서의 역할, 의미, 상징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접 찍은 생생한 꽃 사진이 함께 실렸고, 꽃에 얽힌 전설, 꽃말, 서식지에 대한 정보는 물론 생김새가 비슷한 꽃과 구분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박완서의 작품과 삶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개론서로서, 꽃에 대한 입문서로서 충분하다.
목차
꽃의 작가 박완서를 말하다
프롤로그
제1부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드러내다
조잘대는 시냇물에 떠내려 오는 복사꽃잎
「그리움을 위하여」|복사꽃
누워서 보는 꽃
「거저나 마찬가지」|때죽나무
화려한 팜므파탈
『아주 오래된 농담』|능소화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티타임의 모녀」|달맞이꽃
살아갈 힘을 주는 작은 희망
「옥상의 민들레꽃」|민들레
바람은 우아한 물결을 일으키고
「자전거 도둑」|보리밭
제2부 한국전쟁을 증언하다
여덟 살 소녀의 고향 그리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싱아
피난길에 피어난 꽃망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목련
그 남자네 집을 찾는 열쇠
『그 남자네 집』|보리수나무
핏빛 칸나
『목마른 계절』|칸나
남편이 묶인 미루나무 어루만지며
「돌아온 땅」|미루나무
나무와 두 여인
『나목』|플라타너스
비로드처럼 부드럽고 푸른 옥수수 밭
「카메라와 워커」|옥수수
연인을 지키는 꼬마 파수꾼의 초롱불
「그 여자네 집」|꽈리
제3부 용기 있는 여성의 삶을 담다
눈독 들면 피지 않는 꽃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분꽃
40년 전에 쓴 『82년생 김지영』
『서 있는 여자』|노란 장미
모성애로 구원한 세상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할미꽃
꽃이 된 아기
「그 가을의 사흘 동안」|채송화
행운목꽃 향기에 밴 어머니의 슬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행운목
토종 라일락의 향기
『미망』|수수꽃다리
제4부 노년의 삶을 위로하다
노년에 찾아온 감미롭고 싱그러운 울림
「오동梧桐의 숨은 소리여」|오동나무
순박한 시골 처녀의 떨림
「친절한 복희씨」|박태기나무
피할 수 없는 운명
「저문 날의 삽화 5」|은방울꽃
지붕 위에 앉은 보름달
「해산바가지」|박
제5부 마음에 핀 꽃을 그리다
고향 박적골에 핀 꽃들
구리 노란집에 핀 꽃들
이름 모를 꽃은 없다
꽃의 작가, 박완서
꽃 이름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기자다.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소설을 읽었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박완서의 열렬한 팬인 것은 물론이다. 17년 전부터 야생화에 빠져 전국을 누비며 예쁜 꽃을 만나고 이에 관한 이야기를 칼럼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꽃이 등장하는 한국소설을 좋아한다. 꽃 이야기가 아이디어로 떠오르면 자다가도 읽어나 메모한다. 그 글을 모아 『문학 속에 핀 꽃들』『문학이 사랑한 꽃들』 『서울 화양연화』를 펴냈다. [조선일보]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책 속으로
‘나’는 동생을 보고 “조잘대는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내려 오는 복사꽃잎”을 떠올린다. 복사꽃잎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화사한 복사꽃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얼마나 보석 같은지 알 것이다. 어떻게 목소리를 복사꽃잎에 비유할 생각을 했을까. 전형적으로 청각을 시각화한 문장이다.
--- p.20-21
꽃은 대부분 위를 보고 피는데 때죽나무꽃은 일제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핀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하얀 꽃이 일제히 아래를 향해 핀 모습이 장관이다. 그래서 때죽나무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아래에서 보는 것이 최고다. 드러누워도 좋다. 영숙이가 눈을 떴을 때 무엇이 보였을까. 굳이 “때죽나무 아래”인 것은 박완서가 소설에 배치한 일종의 재미나 유머 아닐까 싶다. 작가가 때죽나무꽃이 만개했을 때 아래에서 본 적이 있기에 이런 표현을 했을 것이다.
--- p.36
박완서 소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뤘고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해 그 이면에 있는 진실을 드러낸다. 『아주 오래된 농담』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편안하게 술술 읽히 지만 그 편안함 속에 사람들의 허위의식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는 것이 박완서 문학의 특징인데, 이 소설은 그 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능소화가 어떤 꽃인지 모르고 이 소설을 읽으면 답답할 수 있다. 소설의 초반부부터 능소화가 아주 강렬한 이미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 p.41-42
그러나 남편 친구들이 “전화위복이지 뭐냐고 그이의 어깨를 치면서 하는 말은 지훈이의 회복만을 의미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남편도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이 계속 운동권에 헌신해야 남편과의 관계도 유지될 것 같은데, 다시 안락한 삶으로 돌아온 남편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박완서는 그런 남편의 행동을 달맞이꽃 필 때 귀 기울이던 모습에 비유하면서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 p.56-57
어린 주인공이 민들레는 옥상의 한 숟갈 흙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곱게 웃으며 꽃을 피우는 데, 자신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함부로 버리려 한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장면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집으
로 돌아가 따뜻하게 반겨주는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한다. 이처럼 박완서는 민들레꽃을 통해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생명의 소중함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 p.64-65
주인공 ‘나’는 여덟 살 때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 손에 이끌려 서울로 상경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고향에서 마음껏 뛰놀던 소녀가 갑자기 서울 현저동 산동네에 틀어박혀 살아야 하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싱아는 여덟 살 소녀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상징한다.
--- p.88
접어보기
출판사 리뷰
그동안 박완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론과 연구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박완서 소설에 등장하는 꽃과 식물에 주목한 논문이나 책은 없었다. 이 책은 국내외를 통틀어 꽃으로 박완서 작품에 접근한 첫 시도다. 참고할 만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저자 김민철은 오랜 시간 박완서 작품을 읽어온 독자로서, 꽃을 사랑하는 작가로서 박완서의 작품과 꽃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꽃이라는 한 가지 소재로 대(大)작가의 삶과 대부분의 작품을 치밀하게 파헤쳤다. 2020년 박완서 9주기를 맞아 정성스럽게 만든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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