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차 수업은 지난 주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샌드 아트를 하시는 분이 오셔서 수업을 해주셨다. 샌드 아트라는 것이 흔한 것도 아니고, 영상매체를 통해서만 접해 본 터라 이번 수업 때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르호봇에 도착했다.
신미리 작가님은 “저는 오늘 강연을 할 때, 다른 강연들과는 달리 입이 아닌 손으로 말할 거예요“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하셨다. 손으로 말한다는 말이 색다른 표현이었고, 뭔가 되게 참신한 표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강연은 ppt 화면과 말로 그 내용을 전달하는 데, 샌드 아트를 하시는 신미리 작가님께서는 손으로 직접 모래를 만지고, 모래로 그림을 그려가며 음악과 함께 우리에게 행복, 추억, 절망과 기회(? 고난과 기회?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ㅠㅠ)라는 소주제로 좋은 내용을 전해주셨다.
‘행복’에서는 작가님께서 한 남녀 커플이 결혼을 하고, 점점 시간이 흐르며 함께 늙어가는 과정을 모래로 표현해 주셨다. 작가님은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나 또한 저번 북토리 책을 읽으며, 그리고 요즘 우리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위로하고, 서로 힘이 되어주고, 함께 늙어가는 것이 정말 아름답고 참 행복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요즘 우리 부모님은 나는 서울로 대학을 와 있고, 동생을 미국으로 유학을 가 있어서 두 분이 많은 시간을 보내신다. 어제는 함께 공원을 가고,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하고, 야구 연습 게임장도 간 사진들을 보내주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20대들이 하는 데이트를 하고 있네.. 라는 생각도 들었고, 부럽기도 했지만, 우리 부모님이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행복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님도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두 부부가 행복해야 그 행복이 자식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단순히 종이에 그린 그림이 아닌 모래에 그린 그림이라서 사람들이 늙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좀 더 와 닿았고, 더 잘 느껴졌다.
‘추억’에서는 작가님께서 여러 동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주셨다. 모래로 그리는 것이 훨씬 힘들 것 같은데 작가님의 손이 지나간 곳에는 정말 아름다운 소녀가 있고, 정말 예쁜 장면들이 생겼다. 연필로 스케치를 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아 저 사람이 이런 걸 그리려고 하는 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모래로 그리는 그림을 보고 있을 때는 예측을 할 수 없었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모래로는 그려나가는 방식이 색달랐고, 어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무얼 그리시려고 하는 건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상상하지 못했던 그림이 나타나 있었다.
강연이 끝날 때쯤엔 작가님께서 제작한 세월호 영상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영상을 보여주셨다. 세월호 영상은 그림들이 정말 슬픔을 잘 표현해주었고, 그래서 너무 슬펐다. 특히 배경 음악이었던 세월호 추모 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와 잘 어우러져서 더더욱 슬프게 보였다. 그 영상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 같고, 감동 받았을 것 같았다. 뒤이어 보여 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그 성을 표현한 게 대박 이었다! 아쉬운 건 영상에는 성을 그리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와 있지 않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인데 영상은 배경 음악에 맞춰 빨리빨리 전개되어야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주인공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너무 똑같아서 더욱 신기했고, 놀라웠다.
모래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아무나 쉽게 생각하지 못한 장르이고, 잘 알려지지 않았고, 많이 발전하지 않은 분야인데 이것을 신미리 작가님께서 직접 개척해나가고 계신다고 들었다. 작가님의 그런 시도가 너무 멋졌고, 이 분야에서 여러 표현법과 기법들을 직접 만들고 계신다는 점이 존경스러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장본인이 앞에 있다는 게 영광이었던 것 같다. 나의 꿈은 감동이 되는 사람인데, 작가님은 모래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계신 것 같아서 부러웠고,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다. 융합사를 통해 샌드 아트, 샌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