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포살(布薩, Upavasatha:Posadha)이란, 부처님 당시 보름마다 부처님과 제자들이 함께 캔지즈강가의 모래밭에 둘러앉아서 부처님부터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잘못을 묻는 의식을 말랍니다.
오늘날도 이곳 해인사에서는 보름마다 전 대중이 큰 방에 모여서 포살을 갖고 있읍니다. 포살의식이란 바로 자기 자신을 성찰하여 허물을 뉘우치고 올바른 수행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읍니다.우리 불가에는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훌륭한 제도가 있다. 보름마다 행하는 포살회(布薩會)가 바로 그것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여법히 지켰는가에 대한 엄격한 성찰을 하는 모임이다.
아함경에 부처님께서 친히 말씀하시길. 「이 모임의 여러 스님들은 나의 허물을 지적해 주십시오」라고 하셨다. 십호가 구족하옵시며 인천(人天)의 스승이고 성인 가운데 성인이신 부처님께서 그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친히 그렇게 말씀하심은 모든 수행자들에게 모법을 보이심이니, 항상 스스로 반성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경책케 하여 나태와 타락으로부터 헤어나 정도에 들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한 포살정신은 곧, 불교도로셔 행할 바를 실천하도록 다짐하며, 하지 않을 바 그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비판정신의 고양인 것이다.
근세의 우리 불교계를 살펴볼 때 불교도의 의무인 포살정신이 약화된 감이 없지 않다. 오늘날의 불교교세가 약화된 것도 포살정신이 침체되어 비판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는 이상한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다. 출가대중인 승려는 부처님의 교법에 입각하여 엄격히 재검토하여 삿된 관습을 폐기 처분하고 높은 법은 널리 유포하여 모든 불자가 쾌히 동참하도록 권선하여야 한다. 재가 대중인 신도들도 자신들의 생활 영역인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불교정신에 위배되는 일은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정진이 모든 선업의 근본이 되는 반면에, 편의에 따라 무분별하게 대강대강 살아가는 것은 부패와 멸망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나쁜 관습과 영합하여 불교정신을 스스로 침식시키지 않았는지를 반성하여야 한다.
방편이란 이름으로 편의에 따라 안이한 생활을 안 했는가 화합이란 미명으로 불의와 야합하지 않았는가, 무분별(無分別)·불이(不二), 즉(卽) 이런 교리를 빌려 옳치못한 행위를 합리화하지는 않았는가. 무위도식의 방관자를 무집착의 수행자로 오도하지는 않있는가, 파사현정(破邪願正)의 구도열을 무시·비방하지는 않았는가, 그리고 호국불교란 이름으로 위정자의 부정부패를 옹호하고 그들에게 아첨하지는 않았는가를 오늘날 우리는 철저히 반성하여야 한다.
이러한 자기반성은 불교도의 의무인 포살정신의 실천이니, 그것은 곧 계율정신이요, 비판정신인 것이다.
인류역사를 보라. 수많은 집단이 영욕을 함께하며 명멸해 갔다. 그들이 멸망해 간 것은 그들 속에는 잘못을 비판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요, 또 옳은 비판을 수렴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할 때에 그들은 어느덧 멸망의 문턱에 당도하게 되는 것이다. 지도자의 주변에 「예 ! 모든 일이 그저 잘 되어만 갑니다」라고만 말하는 간신 같은 우리가 들끓을 때에 멸망의 징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연고로 부처님은 불교도가 항상 스스로 반성하고 경책케 하기 위해 흑월(黑月)과 백월(白月)에 포살을 실시하였던 것이다. 열반경에도 그런 뜻으로 말씀하시기를 「비법과 악행을 일삼는 자를 꾸짖거나 추방하지 않는 자는 불법 가운데 원수이다. 왜냐하면 방관과 무관심 때문에 필경에는 불도를 파괴하는 데에 이르는 것이다. 보리(菩提)의 농사를 망치는 무명초(無明草)를 즉시 뽑아내라」고 말씀하셨다.
열반경에서 각덕바구와 유덕거사가 합심하여 악의 무리를 퇴치하여 속히 성불할 공덕을 지었듯이 우리 불교도는 사부대중이 합심하여 악의 무리를 분쇄하여 불국토를 건설하여야 한다.
오늘날 우리 불교도는 내외에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남북대화로 예상되는 북한포교 대책문제, 레이건의 정교일치 정책으로 예상되는 기독교의 도전적인 압력의 중가, 정부 당국의 편협한 문교정책, 그리고 일본의 국수주의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일본불교 종파의 국내 득세 등 여러가지 난제를 풀어나가는 과업에 전불교도의 일치단결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한편 우리는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비불교적이고 비승가적인 모든 악습을 시정하고 소극적으로 오도된 불교사상을 재정립하여 이차돈 같은 순교적인 자세로 용맹 분투하여야 한다. 출가승려나 재가 불자나 그 수행과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열심으로 불교를 수호하며 정법을 드날리고 승단을 해치려는 음모를 분쇄하여야 한다.
지난 이조시대의 불교가 치욕적인 박해를 받았던 것도 오도된 불교정신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자비가 모독과 비법에도 관용을 베푼다는 방관적이고 반불교적인 노예도덕으로 오도되었기 때문에 정법의 쇠멸에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비법을 방관하여 부처님의 정법을 오도하는 비불교적인 행위를 하지 말 것을 다짐하자. 「모든 악을 멸하고(諸惡莫作) 모든 선을 성취해서(衆善奉行) 청정을 이룩하여(自淨其意) 불국토를 구현하자(是諸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