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는 고 서정민 열사를 살려내라!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
2010년 교수 임용비리와 지도교수 논문 대필을 폭로한 뒤 자살한 조선대 시간강사 고 서정민 교수의 유가족 등이 지난 5월23일 조선대와 조아무개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바상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 대한 첫 재판이 지난 5일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고 서정민 교수의 유족과 '대학 시간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교육정상화 투쟁본부'는 재판에 앞서 조선대 정문에서 논문대필과 교수임용비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사회에 숨겨진 관행인 '논문대필'과 '교수임용비리'를 끊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애 '대학시간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교육정상화 투쟁본부장'은 "서정민 교수가 죽음으로 대학의 부당함을 알린 지 3년 째가 지났다"며 "하지만 조모 교수와 조선대는 열사가 죽음으로 밝힌 의혹에 대해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학교가 3년 전 고 서정민 교수 자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김영곤 위원장은 "서 교수가 돌아가신 후 조선대는 자체 조사구성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서 교수와 조모교수가 공동연구였기 때문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은 가해자 집단이 스스로 의혹을 조사했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진행된 비리를 끊기 위해 학교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며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사는 흐지부지,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고 서정민 교수 사건은 조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시간강사였던 서정민 교수가 10년 동안 논문 54편을 조아무개 교수로부터 논문대필을 종용받고, 교수자리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2010년 5월 26일 자살한 사건이다.
3년 전 고 서 교수가 자살로서 폭로한 이후 처음부터 조사가 흐지부지됐다. 조선대, 학내 비정규직 노동조합, 유족 측 각각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대 따로, 노조 따로, 서교수가 언급한 의혹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배경은 이렇다. 애초 조선대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강행하자, 학내 비정규직교수 조합인 '한국비정규직노동조합 조선대분회'는 학교 위주로 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학교가 거부했다. 그래서 조선대분회 자체적으로 대학 내 NGO인 민교협, 교수노조, 학내 민주화 조직인 1,8교수회, 민주동우회, 교육 시민단체인 교육 희망네트워크, 자료협조 차원에서 학교의 간사 1명이 참여하는 등 학교와는 다른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때 김동애 투쟁본부장은 과거 정재호 '한국비정규직노동조합 조선대분회장'이 노조 조합비를 횡령한 적이 있다며 조사위원회의 신빙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재호분회장은 "경찰에서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2009년에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나를 고발한 측은 과거 구 경영진 세력의 모략으로 이뤄졌다"며 " 김동애 교수는 조선대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정재호 분회장은 이를 비판한 김동애 교수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했다. 이에 김동애 투쟁본부장은 "서정민 교수 유서 어느 곳에도 무혐의 받았다는 내용이 없고, 비정규 노조와 함께 하라했지, 정 교수와 함께 투쟁해달라는 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고발과 함께 조사위원회에서 자료수집을 진행했지만 의혹을 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료인 서 교수의 하드디스크가 필요했다. 하드디스크는 서 교수가 논문작성 당시 초고부터 논문 발표까지에 이르는 메모와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 자료다. 노조는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유족 측에게 하드디스크를 요청했지만 유족은 "노조의 정치적 활동을 위해 서 교수를 이용할 것이다"고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렇게 분회 자체적인 조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학교는 교무처장을 중심으로 총 4명으로 꾸려진 조사위원회는 서 교수가 언급한 논문대필 의혹 중 1편만 조 교수가 대필했다는 여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사 의뢰 받은 광주 서부경찰서 또한 무혐의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유족 "학교, 조교수 사과도 없어"vs 학교 "책임이 없다"-
유족은 고인이 유서에서 논문대필을 했다고 언급한 조 아무개교수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고 서정민 교수의 아내인 박모씨는 "애기아빠의 죽음이 알려진 후 조아무개 지도교수는 사과 한번 없었다"며 "오히려 그 친구 분이 와서 다 끝난 일이다. 이미 학교에서 결과가 나왔고, 경찰에서도 무혐의로 결론 났으니 신상에 좋을 거 없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대학에서 어떠한 사과조차도 없고, 지금이라도 학교 측에 재조사를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눈물을 훔쳤다. 서 교수의 아들 박모씨는 "아버지는 집에서 항상 새벽 두, 세시까지 방에 불이 켜져 있을 정도로 학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셨다"며 "공정한 재판을 통해 아버지의 원통함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유족 주장에 대한 조아무개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조선대는 서 교수가 폭로한 의혹에 대해 어떠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명식 교무부처장은 임용비리 의혹에 대해 "학교가 고용주는 맞지만 애초 공정한 심사를 통해 교수를 채용하기 때문에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논문대필 혐의 또한 부인했다. 그는 "조아무개 교수와 서 교수의 사이에서 불거진 일이다. 본인이 얼마나 썼고, 안 썼느냐 까지 모든 논문을 관리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는 매 학기 초에 교수들에게 연구윤리 지침 등 교원의 기본 처신에 대한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에 고용인으로서의 감독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폭로 후 3년, 결국 소송으로-
이달 5일 광주지법 654호 법정에서 원고 유족과 피고인 조아무개 교수와 조선대를 상대로 한 재판준비절차를 거쳤다. 이날 만난 유족의 변호인 이덕우 변호사는 "원고의 입장과 앞으로의 소송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려면 세 개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해관계 없는 사람, 전문가,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당시 조선대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당시 경찰의 조사 보고서를 열람하기 위해 판사의 동의를 거쳐 다음주나 다다음주에 검찰에 자료 열람 요청을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조선대는 논문대필 혐의는 전적으로 조아무개 교수가 입증해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으로 진행되는 소송에 대한 물음에 김명식 교무부처장은 "논문대필 혐의는 조아무개 교수가 앞으로 스스로 법정에서 자료를 제시하고, 혐의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만약 조 아무개 교수의 불법행위에 대한 위법성이 법원에서 판결이 난다면 추후 그 때 학교가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