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 교수 박선기
지구촌이 기상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2023년 6월부터 연속으로 월 평균기온을 경신하면서 폭주하고 있고, 이는 지구촌 곳곳에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극한기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글로벌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 상승한다고 한다(IPCC, 2021 IPCC (2021)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IPCC Sixth Assessment Report.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1.5℃의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먼 미래에 그보다 낮은 온도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가 73.2%를 차지하며, 이는 다시 산업 사용 24.2%, 운송 16.2%, 건물 사용 17.5%, 기타 15.3%로 나누어진다(그림 1). 에너지가 가히 ‘현대경제의 생명선’이라고 할 만하며, 지구 온난화와 기후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1. 부문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OurWorldinData.org (2020)에서 수정).
최근에는 AI 시스템의 현격한 발전에 따라 추가적인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I 구동에는 방대한 양의 자료처리와 복잡한 연산이 필수적이어서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모한다. AI가 쓰는 글로벌 전력량은 소규모 국가의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2050년까지 글로벌 에너지 소비는 2022년 대비 34% 증가하고, 화석연료 비율이 줄긴 하나 여전히 에너지의 70%를 차지한 상태에서 이산화탄소가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EIA, 2023EIA (2023)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23.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 또한 글로벌 발전량은 2022년 대비 30~76% 올라가는데, 이 중 재생 및 원자력의 비중이 2/3를 차지할 것으로 보며, 특히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의 가파른 상승을 예상한다(그림 2).
그림 2. 연료별 글로벌 발전량의 미래 투영(EIA (2023)에서 수정).
1)IPCC (2021)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IPCC Sixth Assessment Report.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2)EIA (2023)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23.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3)IEA (2023) Net Zero Roadmap: A Global Pathway to Keep the 1.5 °C Goal in Reach, 2023 Updat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넷제로 2050’ 달성을 위해서는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차 에너지 수요가 2022년 기준으로 632 EJ(1018joule)에서 541 EJ까지 줄어야 하며,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12%에서 71%까지 확충되어야 한다(IEA, 2023 IEA (2023) Net Zero Roadmap: A Global Pathway to Keep the 1.5 °C Goal in Reach, 2023 Updat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 정부도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2017)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설정하고 있으나, 2022년 현재 7.7%(연료전지 등 수소 인프라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는 9.2%)에 불과하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34%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평균인 14.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필요한 전력량을 전부(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RE100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후위기 대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기반에서 신재생 기반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의 성공적인 전환이 불가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테크(Climate Tech (CT))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기후 테크는 크게 5개 분야(클린, 카본, 에코, 푸드, 지오)로 나누어지는데,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세대가 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로 육성하는 추세이다.
기후 테크의 분야 중 재생·대체 에너지 생산 및 분산화 기술인 ‘클린테크’는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수소차, 전기차, 폐기물 처리 등) 관련 기술뿐만 에너지 사용 및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을 저사용·저배출 구조로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도 포함하고 있으며, 관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Innovation Fund’를 조성해 클린테크에 18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아마존은 20억 달러 규모의 ‘The Climate Pledge Fund’ 출범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가 ‘Breakthrough Energy Ventures’라는 투자 펀드를 설립하여 7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이어 10억 달러 규모의 ‘Climate Innovation Fund’도 조성해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늦은 감이 있지만 아산나눔재단에서 기후 테크 창업가 육성을 목표로 대학과 협력하여 ‘Asan UniverCT’ (University + Climate Tech)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2024년 현재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카이스트 등 4개 대학 참여). 그러나 관련 스타트업 창업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가 절실하다.
기후 테크 중 우주기술과 결합해 탄소관측·모니터링 및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기술인 ‘지오테크’는 우주 산업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우주기술 스타트업 상당수가 기후대응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기후변화를 관측하기 위한 주요 지표 중 절반 이상이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 일례로 국내에서는 이화여대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인 ‘레인버드지오(Rainbird GEO)’가 정지궤도 위성(천리안 위성 2A) 관측자료로부터 얻은 집중호우, 산불, 풍랑 등의 재해·재난 정보를 개발도상국과 정부 기관 및 NGO 단체 등에 제공하고 있다.
지오테크 역시 에너지 부문과 관련이 크다. 자연에서 얻는 친환경에너지는 안정적인 공급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는 지역적인 기상⦁기후의 특성에 크게 의존한다. 지오테크는 원격탐사를 통해 특정 지역의 날씨와 기후변화의 탐지가 가능한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은 일사량에 크게 의존하는데 구름이 끼면 일사량이 현저히 낮아져 태양광 발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위성으로부터 구름의 특성과 이동을 모니터링하여 일사량의 실시간(초단기)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오테크는 기상 요인을 접목하여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는 ‘에너지 기상’ 분야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일사량과 바람 예보에 특화된 수치예보 모델을 활용해 그리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유용한 수일 내의 단기 예측과 가까운 미래의 가용전력량을 예측하고 전력계통 계획에 유용한 중기(1주~1개월) 예측을 할 수 있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해상도 모델링 및 자료동화, 정교한 모수화 방안 개발,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모수 최적화 등의 선진 기술의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법을 활용하고, 관측 공백(터빈 높이의 바람 관측 등)을 채워 수치예보 모델의 성능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후변화와 AI 시대에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후문제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후 테크, 특히 클린테크와 지오테크,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에너지기상 분야의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전략적인 투자를 서두를 때이다.
필자소개
University of Oklahoma, PhD in Meteorology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 교수
(사)한국기상학회 회장
아시아오세아니아지구과학회 대기과학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