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의 정
도 정 기
오월 가정의 달에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올해는 나의 칠순인데 생일날인 음력 4월 1일이 5월 5일 어린이날과 겹쳤다. 그래서 5월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나의 칠순 겸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강원도 속초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나 역시 60여년 전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꽃같이 예쁜 손자 소녀들처럼 어린이였다. 그 어린이가 무심한 세월 따라 굽이굽이 돌고 돌아 주름투성이에 백발의 어린이가 되어 손자 손녀와 손잡고 칠순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가족여행을 떠난 것이다. 가족 여행은 혈육의 정을 가꾸려 가는 소중한 여행이다. 혈육의 정은 거창한 서사시가 아니라 소소한 기쁨에서 찾는 서정시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은 샘물처럼 솟아나고 웃음꽃이 활짝 핀다. 특별한 오월에 서정시와 같은 혈육의 정을 가꾸려 가는 가족여행이니 특별한 여행이 아니겠는가.
우리 아들들은 각자의 직장 따라 큰아들은 경기도 동탄에 살고 있고 작은아들은 인천에 살고 있다. 우리는 대구에 살고 있으니 가족 모두가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은 1년에도 한 손으로도 꼽을 정도다. 그러니 긴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여행이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어린이날을 겸한 칠순 여행이니 수학여행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가슴이 설레기 까지 했다.
큰아들네는 바로 속초로 가고 대구에 사는 우리 내외는 광명역에서 작은아들네와 만나 함께 가기로 했다. 숙소는 속초시 근교에 가정집을 개조하여 관광객들에게 대여해주는 집이다. 숙소 서쪽으로는 외설악이 눈앞에 그림처럼 다가오고, 옆에는 농장이 있어 고향 집 같은 분위기가 풍겨 콘도나 호텔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특히 우리 가족만이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서 더욱더 좋았다. 2박 3일 동안 시내에 거주하는 주인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질 때쯤 모두 도착했다. 지난 설날에 만났을 때 만해도 물끄러미 처다보기만 하던 큰아들네의 손자가 “할아버지” 하면 안긴다. 말을 배워가면서 혈육이란 정도 알아가는 모양이다.
숙소에 여장을 풀어놓고 가족의 즐거운 만찬을 위해 속초 시내로 나갔다. 속초는 어항이라 만찬 메뉴로는 해산물이 제격이다. 맛집으로 소문난 동명항 최대게집을 찾았다. 최대게집은 선주가 어선을 타고 동해로 나가 직접 대게를 잡아 판매하기 때문에 저렴하다. 게를 주문하면 물회, 게살튀김, 세우 초밥, 전복죽 등 무려 17종이 덤으로 제공되어 푸짐했다. 푸짐하고 만난 만찬이었다. 만찬 후 바닷바람도 마실 겸 속초해수욕장을 찾았다. 어두움에 잠긴 5월의 해수욕장은 바람을 벗 삼아 출렁대는 파도만이 해변의 모래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들을 등대처럼 휴대폰 불을 밝혀 바다 쪽으로 줄지어 보초를 세워 놓고 칠순의 백발 어린이와 손자 손녀는 모래 장을 달리며 한참을 뛰놀았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폭죽을 터트리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해가 방안까지 찾아와서야 일어났다. 아마 어제 장거리 여행과 만찬 후 해수욕장에서 손자 손녀와 달리기하며 뛰놀았던것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천년고찰 금강산(金剛山) 화암사를 찾았다.
화암사는 신라 36대 혜공왕(惠恭王) 5년 진표율사가 769년에 창건하여 화암사 동남쪽에 있는 수(穗)바위 일원에서 역대 스님들의 수도장으로 이용하였다고 전해온다. 옛날 화암사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조그마한 구멍이 있으니 끼니때마다 그곳에서 지팡이로 세 번만 흔들면 세사람분의 쌀이 나온다고 하여 그대로 따르니 진짜 쌀이 쏟아져 나왔다는 전설이 있다.
화암사 마당에서 바라보는 수바위는 계란 모양의 바탕 위에 왕관 모양의 또 다른 놓여있어 절경이었다.
생선구이로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어린이날 기념 겸 나의 칠순 생일 파티를 했다. 케이크에 큰 촛불 일곱 개에 불을 밝혔다. 칠순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어린이날 노래도 불렀다. 다음은 오늘의 특별이벤드 차례다. 아들들 며느리들 손주들의 이름으로 ‘아버지, 이제 꽃길만 걸으세요’란 칠순 기념패를 주었다. 손녀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기념패에 세긴 글을 읽을 때는 눈시울이 붉어져 천장을 올려다 봐야 했다. 남자는 평생에 단 세 번밖에 울지 않는다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혈육의 정을 마음으로 담아주는 칠순 기념패는 그 어느 값진 선물보다, 그 어느 훈장보다도 더없이 값지고 소중하다. 무덤에 까지 가지고 가고프다. 기념패를 받고 보니 한편으로는 좀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이렇게 좀 더 긴 시간 혈육의 정을 나누고 싶지만, 내일은 낙산사 여행을 끝으로 헤어져야 한다.
혈육이란 핏줄은 한없이 질기고 길어서 끊을래야 끊을수 없으며 아무리 멀리있어도 이승과 저승까지도 이어준다. 서로 보듬어주고 사랑하며 끈끈한 혈육의 정을 가꾸자.
아들들, 며느리들, 손자들 고맙다. 사랑한다.
기념패의 문구를 옮겨 본다.
아버지, 이제 꽃길만 걸으세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배우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가장의 무게를 실감합니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는 동안 한결같은 든든함으로 가족을 지켜주신 아버지의 헌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합니다.
100세 인생!!
뜨거운 열정으로 글을 쓰시는 아버지, 새로운 길을 응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밝은 미소로 저희와 오래 함께 해 주세요.
늘 서툴러 표현은 잘 못하지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2019년 5월 5일 칠순기념
아들들, 며느리들, 손주들 드림
첫댓글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그 풍경 속에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없는 풍경은 빈 것이고 사람들이 나누는 사랑이 있어야 풍경은 정겨운 그림이 됩니다. 그 풍경의 중심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한 노인을 바라봅니다.미소가 입니다.
칠순연을 혈육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한편의 동화을 읽는 기분입니다. 칠순의 백발 어린이와 손자 손녀가 한마음되어 백사장을 뛰노는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칠순 기념패 좋은 선물입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여 더욱더 많은 세월 따뜻하고 보람된 혈육의 정을 나누시길 기원드리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의 햇살 가득한 한 편의 동화이고, 삼대가 모여 따뜻한 한 폭의 풍경화같습니다. '혈육이란 핏줄은 질기고 길어서 끊을래야 끊을 수 없으며,,,,,,,이승과 저승까지도 이어 준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손주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고 한층 더 젊으지시고 건걍해지신 것 같습니다. 혈육의 정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해가 거듭될 수록 더 많이 솟아나 선생님을 행복하게 건강하게 해드릴 것입니다.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혈육의 정이란 제목에서 벌써 눈시울이 뜨거워옴을 느낍니다. 세상에서 혈육만큼 더 끈끈한것이 또 있늘까요? TV에서 본 이산가족 찾기에서 눈물로 상봉하는 혈육들. 칠순을 맞이 하여 3대가 함께한 여행 이야기가 가슴을 훈훈하게 합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잘 읽었습니다.
온가족이 함께 한 속초고 간 여행길 정경이 그려집니다. 더구나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 마련해 준 기념패가 이번 여행의 추억을 더 깊기 해 줄 것 같습니다. 여행 중의 메모를 일으며 함께 여행을 즐겼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족여행 아들,며느리,손주들과 칠순여행을 다녀오신 모습, 삼대가 참 행복해 하시는모습 부럽습니다. 실행하기
쉬우면서도 실행하기가 어렵더랍니다. 아이가 없는 큰 아이가 맘에 걸려 부모가 자꾸 눈치가 보입니다.부모 노릇
하기도 참 어렵습니다.잘 읽었습니다.
칠순을 맞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단란한 가족과 함께 하신 2박 3일의 여정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기념패에 새겨 주신 것 처럼 어린이 같은 순수함과 뜨거운 열정으로 늘 좋은 글 많이 쓰십시오 잘 읽었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칠순여행, 그리고 기념패까지~ 얼마나 행복하셨을까요? 그 부모에 그자식들이라 생각됩니다. 세상 부모들이 다 그리워하는 풍경입니다. 칠순 축하드리며 오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이제 행복한 꽃길만 걸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착하고 훌륭한 아드님과 며느님을 두신 것 같습니다. 정겹고 훈훈한 속초 가족여행 참으로 의미 깊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음미하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