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군 석리에 위치한 창녕성씨 고가(昌寧成氏 古家), 울산 학성이씨 근재공 고택, 전북 정읍의 김동수 가옥 등 옛집들을 관찰하다 보면 현대 주택의 선호하는 구조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집 뒤로는 산이 있고 집 앞에는 하천이 있으며 하천 너머에는 안산과 조산이 있다. 대체로 이런 형국을 선호하는 것은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중요시했다는 방증이다. 옛집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일직선으로 뻗어 있으면 대문을 옆으로 설치하거나 방향을 약간 틀어 직선 도로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이것은 도로가 물을 상징하며 물은 또한 재물을 상징하므로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대문이 바라보면 재물이 빠져나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성씨 고가의 경우는 솟을대문을 지나면 솟을중문이 있어서 이중의 ‘막음장치’를 한 것이 돋보였다. 솟을대문과 사랑채 사이에는 흙을 돋우어 소나무를 식재함으로써 사랑채로 곧장 치는 흉풍을 막도록 했다. 중문과 안채 사이에도 나무를 심어서 안채에 거주하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했는데, 이를 동수비보 (洞藪裨補·나무를 심어 나쁜 기운을 막음)라 한다.
한국의 고택 구조는 대부분 ‘ㄴ’, ‘ㄷ’, ‘ㅁ’, ‘一’자형으로 돼 있으며 그중에서도 ‘ㄷ’, ‘ㅁ’자형 구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현대주택은 ‘ㄷ’자형으로 하되, 본채(穴)의 좌(청룡)우 (백호)에는 창고나 작업실, 또는 손님방을 배치해 본채를 보호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고택을 자세히 보면 앞뜰에는 소나무가 있고 뒤뜰에는 대나무가 있는 곳이 많다. 소나무는 ‘장수’를 상징하며 대나무는 ‘다산’과 ‘부귀’를 상징한다. 소나무와 대나무를 묶어 ‘효행’을 뜻하기도 한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송대마을’에는 소나무와 대나무에 얽힌 전설이 있다. 신라시대에 송대마을의 진산 (鎭山)인 화장산 아래에서 사냥꾼 부부와 남매가 살고 있었다. 화장산의 바위굴에 사는 큰 곰 한 마리가 산의 짐승을 모두 잡아먹자 사냥꾼 부부가 곰을 잡기 위해 찾아 나섰다가 곰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집을 지키고 있던 남매는 부모님이 돌아오지 않자 화장산으로 들어가 부모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풍과 눈보라가 맹위를 떨치는 엄동설한에 남매는 이리저리 부모를 찾아 헤매다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죽고 말았다. 죽은 남매의 혼 중 오빠의 혼은 ‘대나무’, 누이의 혼은 ‘소나무’에 깃들어 만고에 푸르렀다고 하는데, 이것이 송대마을 이름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오늘날 아파트, 전원주택 등을 구입하고자 할 때, 이중환이 저술한 ‘택리지’에 언급한 4가지 입지조건인 지리(地理)·생리(生利)·인심(人心)·산수(山水)를 고려하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가 있다.
사실 아파트보다 전원주택을 짓거나 터를 구입 시에 4가지 입지조건은 필히 조사를 해야 한다. ‘지리’란 ‘지형이나 길 따위의 형편’을 뜻하지만 함의(含意)를 파악하면 좋은 기운이 솟는 곳을 말한다. ‘생리’란 ‘이익을 낸다’는 뜻이지만 요즘은 전원주택 한 곳에서 사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좋은 가격으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이른바 ‘잘 팔릴 수 있는 집’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심’은 마을 주민들과 화합이 잘되지 않으면 살기가 어려우므로 정착하고자 하는 마을 주민들과 사전 대화를 해보고 인근 마을 주민들을 통해 거주하려는 마을 주민들 평을 알아보는 것이다. ‘산수’는 산이 수려하고 물맛이 좋으면 자연히 오랫동안 정착하게 됨을 뜻한다.
마음에 꼭 드는 집을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건이 되면 땅을 구입해서 직접 짓는 것도 좋은 생각이며, 땅은 구입하기 전에 풍수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구입한 후라면 나쁜 점은 비보하도록 한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전원주택 담장의 높이는 1m가 길하며 집 앞에 ‘마당이 거의 없거나 좁은 곳’은 재물이 들어오지 않는 집으로 간주한다. 마당에 정원수나 석물 등의 배치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집안은 ‘최적의 동선 확보’와 ‘활기찬 바람길’을 고려한 창문 및 앞뒷문 설계를 한다. 천장의 높이는 3m가 적정하며 채광과 환기를 위해 ‘천창(天窓)’을 설치하도록 한다.
출처 : 경남신문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