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현욱은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연출 이나정)에서 악인 한지용 역을 맡아 원없이 욕을 먹었다.
재벌가 효원그룹의 유능한 후계자이자, 아름다운 아내 서희수(이보영 분)와 사랑스러운 아들을 둔 자상한 가장인 한지용.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들의 친모를 사망한 것으로 위장한 것도 모자라, 다시 가정교사로 집에 들이는 파렴치한에 폭행과 살인을 사주하는 잔혹한 모습이 있었다. 전쟁터같은 재벌가에서 의지할 혈육 하나 없이 결핍된 채 성장한 한지용은 생존방식으로 악을 터득한 괴물이었다.
한지용을 연기한 이현욱은 '마인'이 '어려운 놀이터'와 같았다고 했다. 극단을 오가는 감정을 표현하는 점은 배우로서 짜릿한 경험이었으나, 그만큼 더욱 더 노력해야 할 것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지난 2010년 영화 '가시심장'으로 데뷔한 이현욱은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모범형사' '써치'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를 거치며 성장했다. 이어 '마인'에서 연기 호평을 받음과 동시에 배우로서 존재감을 보여주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그리고 있다. '마인'을 마친 이현욱을 만났다.
-'마인'을 어떻게 만났나.
▶(제작진이) 제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시고 (한지용이) 흑화했을 때의 모습들을 생각하신 것 같다. 부드러운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전사가 센 인물이지 않나.
-그런 점에서 고민된 부분은 없었나.
▶대본을 보고 '괜찮을까' 싶었다. 나는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는데 이런 정서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제작진은) 딱 봐도 아이아아빠같은 이미지를 원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미혼일 것 같은 느낌을 더 원한 것 같다.
-다정한 남편, 아빠로 등장해 불륜, 살인 등 악행을 저지르는 반전을 두고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나.
▶처음에는 정상적이고 다정한 느낌이지 않았나. 후반부에 풀리는 서사가 많았는데, 단계별로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이나 인물의 트라우마가 나와야 할 때는 조금만 힘을 줘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힘 조절에 신경을 썼다.
-한지용을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나.
▶나는 불쌍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적으로 보면 당연히 한지용의 행동은 하면 안 되는 일이다. 한지용에게는 그 모든 악행이 당연한 거다. 돈을 주고 돈으로 해결을 하는 방식이나, 자신의 카타르시스나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그런 악행을 해도 된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임하니까 마음은 편해졌다.
-후반부에 이유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아이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이 잘 이해가 안 됐다. 어떻게 연기했나.
▶보는 사람들은 납득이 덜 될 수도 있지만 한지용은 친아버지나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애정결핍의 그릇된 표출 방식이 아닌가 싶다. 그걸 극대화한, 증폭시킨 형태로 내 아이를 대한 게 아닌가 싶다. 기본 플랫이 잡혀 있으니까 후반부에 나올 이야기들을 두고 (감정을) 조절하면서 연기했다.
-초반에는 배우들에게도 범인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했나.
▶세 여자(정서현, 서희수, 강자경) 중에서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정황상 김서형 누나(정서현 역) 가 제일 유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범인이 주집사(박상연분)였다. 주집사가 한지용에게 대드는 상상을 하는 장면,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녹음하다가 걸리는 장면 등이 나온다. 의외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앞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깔려 있었다. 주집사의 입장에서 보면 희수가 위험에 처해있는 걸 보고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한지용이 추락하고 죽는 장면이 매회 나왔다. 실제로도 여러 차례 찍었다고.
▶오래 누워 있어서 한쪽 얼굴이 부어 있더라. 추락한 후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 숨을 참고 안압이 올라 눈에 핏발이 서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예전에 이런 장면을 연기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상상해본 적이 있다. 그런 걸 이번에 표현할 수 있었다.
<【N인터뷰】②에 계속>
출처 - 뉴스1 https://www.news1.kr/articles/4368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