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26회
“벌써 몇 달째 이렇게…….”
한다.
그랬다. 그는 그녀에게서 셔츠 다섯 장을 한꺼번에 택배로 받은 날 부터 매월 첫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 와서 두부김치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가곤 했다.
“어디가도 술 생각나면 마실 것을요.”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을 한다.
“아직도 동생을 생각하고 계세요?”
여자가 그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묻는다. 그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여자의 얼굴을 물끄러
미 바라본다. 여자의 눈이 흔들린다. 무엇인가 고민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동생은 여기를 떠난 후에 나에게도 전화 한 번 없었어요. 내가 전화를 하면 지금 바쁘니
까 나중에 전화 한다고 해 놓곤 하지 않고 그랬어요.”
여자의 말이 그에게는 변명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여자에게 그녀의 전화번호
를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처음 백화점에서 만난 후로부터 그녀 역시 명함의 전화번호를
알 텐데 전화를 하지 않았고 그 역시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려고 하지 않았기에 묻지도 않았
던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한 달에 한 번 그녀가 그에게 셔츠를 택배로 보내주었고 그 날은
어김없이 그가 그녀의 백화점을 갔으며 그런 날에는 그녀 역시 퇴근을 준비하고 있다가 서두
름 없이 그와 함께 백화점을 나서곤 했기 때문이었고, 그녀가 그곳을 떠난 후에는 식당 여주인
에게 전화번호를 묻는다는 것이 그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그
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까 하여 식당을 찾았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처음 만난 것이 벌써 일 년째이다. 아내가 죽은 후 셔츠 때문에 찾아갔던
때로부터 일 년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보았자 그녀와 만난 것은 대여섯 번뿐이다. 그럼에
도 그는 그녀에 대한 소식이 궁금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느라 했지만 여자는 그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않다
는 눈치이다.
“그냥, 처음 함께 온 후에 습관처럼 한 달에 한 번은 여기를 들르게 되네요. 묘하게 매월 첫 날
이면이곳에서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을요.”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여자는 그의 눈에 맺히는 것을 본다.
여자가 술을 따른다. 그리고 마신다. 그리고 한 숨을 내 쉰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깊게들여 마시고 연기를 내 뿜는다. 연기가 그의 코앞에서 사그라진다.
그도 문득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지만 지금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감정이 앞선다. 그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를 가라앉히기 위해 술을 마신다. 술이 쓰다. 차라리 이 술 한 잔으로 인사불성
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생담배 연기가 그의 코를
간질인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낸다. 하지만 담배 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피우기를
포기한다.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은 000시에 있어요.”
그의 눈이 커진다. 여자가 그녀에 대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무려 여섯 달 동안 그에게 감추었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울컥 거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처음에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하더군요. 사표를 내고 어디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품이나 팔
면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회사에서 걔를 놓아주지 않았어요. 굳이 이곳
이 근무하기 불편하면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하더래요. 그래서 동생이 그렇게 하겠
다고 했더니 서울을 벗어난 작은 도시에 새로 오픈하는 매장의 매니저로 옮겨 주겠다고,”
첫댓글 좋은 글 오늘도 잘 봅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