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독녀성을 찾아서
▣ 일 시 : 2023년 09월 17일(일)
▣ 코 스 : 적조암-지장사터-박쥐굴-환희대-선열암-유슬이굴-독녀암-신열암-의논대-고열암-일강-미타봉-어름터-광점동
▣ 인 원 : 6명
▣ 날 씨 : 흐림
주말 비소식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일기예보에서 계속 일요일 비소식을 확인하였다. 내심 산행이 취소되기를 기대했지만, 산행 약속은 일수불퇴·계포일락이 아니던가. 우천불문(雨天不問)하고 적조암에서 환희대까지 거친 산죽밭을 헤치고 올라가야 한다. 아침에 약속 장소에 나가니 일행 분들이 산행 준비를 하고 있다. 동강마을에서 적조암 가는 길... 구시락재를 넘어 거머리재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적조암 주차장에 닿았다. 3개월만에 다시 550년 전 점필재길을 걷는다.
노장동 마을터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김종직이 말을 타고 올라간 지장사 갈림길에서 지장사터로 향했다. 지장사터까지는 약 200m, 일제시대 지적도에 도로가 살아있다. 지장사터에서 박쥐굴, 지리99 지리산길 지도에 표기한 지장사터도 들렀다. 산길은 오래 묵어 수풀이 무성하고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지장사 갈림길에서 환희대로 오르는 길이 1里라고 하였으니 지척에 있다. 환희대는 불교에서 "십지(十地) 중 처음 단계이다. 보살이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단계의 하나로, 번뇌를 끊고 마음속에 환희를 일으키는 경지를 말한다." 속세의 마음 속 번뇌를 끊고 환희대에 오르니 하늘이 비로소 환하게 열렸다. 여기에서 조금 오르면 선열암 갈림길 4거리이다.
선열암! "문은 등라 덩굴에 가리고 구름은 반쯤 빗장을 질렀는데, 구름이 뿌리내린 우뚝 솟은 바위에서 떨어지는 촉촉수 소리 맑고도 깨끗하구나." 점필재의 시구를 되뇌이며 선열암 촉촉수를 감상하였다. 구름이 바위에 부딪혀 이슬이 맺혀 물방울이 떨어지는 현상이 선열암 시 2구에 담겨있다. 선열암에서 돌아 나와 유슬이굴에 들렀다가 독녀암으로 오른다. 함양독바위로 잘못 알려진 문제의 독녀암이다. 인문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고증되지 않은 지명을 유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얼마 전 어득강(魚得江, 1470~1550)의 산음 12영에서 독녀심선(獨女尋仙)의 시를 찾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독녀성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기록이다.
獨女尋仙[독녀암에서 신선을 찾다.]
烏石岡西有石城址 俗稱獨女岩 古有獨女 鍊道冲空
[오석강(烏石岡) 서쪽 석성터가 있는데 속칭 독녀암이다. 옛날 독녀가 도를 연마하여 하늘로 올라갔다.]
어득강(魚得江, 1470~1550)
三峯森戟削 : 세 봉우리 창을 깎은 듯 뾰족한데
獨女露城稜 : 독녀암이 성곽 모서리를 드러냈네.
日日樓中望 : 날마다 누각 안에서 바라보았으니
躋攀記我曾 : 올라가면 일찍이 나를 기억하리라.
注 어득강(魚得江, 1470~1550) : 조선 전기의 문신. 독녀심선(獨女尋仙) : 『관포선생시집(灌圃先生詩集)』의 山陰十二詠 중 제8수이다.
獨女尋仙[독녀암에서 신선을 찾다.]
이민구(李敏求, 1589~1670)
獨女最高峯 : 가장 높은 봉우리 독녀암은
蒼蒼但煙霧 : 푸르고 푸르러 연무만 자욱하네.
寧知果州仙 : 어찌 알랴 과주의 신선이
不在鍊丹處 : 단약 굽는 곳에 있지 않음을.
注 이민구(李敏求, 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관해(觀海)로 지봉유설을 지은 이수광(李晬光, 1563~1628)의 아들이다. 독녀심선(獨女尋仙)은 『東州先生前集』 卷之三 「嶺南錄」에 나오는 산음팔영(山陰八詠) 중 제 7수이다. 과주선(果州仙) : 당나라 때 과주(果州)에 살았던 여자 신선 謝自然(사자연)을 가리킨다.
이민구(李敏求)의 '독녀심선(獨女尋仙)' 3구에 '과주선(果州仙)'이 나오는데, 독녀암의 유래를 밝히고 있다. 시어에 나오는 과주선(果州仙)은 당나라 정원(貞元) 연간에 과주(果州)에 살았던 여도사(女道士) 사자연(謝自然)을 가리킨다. 그녀는 본래 과주(果州) 남충현(南充縣)의 한녀(寒女)였다. 『촉중광기(蜀中廣記)』 권28 「광안주(廣安州)」에 "당나라 정원 10년 갑술년에 과주의 여자 사자연이 대낮에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자사 이견(李堅)이 장계로 보고하였다. [唐貞元十年. 歲在甲戌 果州女子謝自然 白日昇仙 刺史李堅以狀聞]"라는 고사에서 독녀암이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독녀암도 중국산인 셈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제31권 경상도, 산음현 편에 "독녀성(獨女城)은 산음현山陰縣) 서쪽 27리 지점에 있다. 석축이며 둘레가 1천7백30척이고, 시냇물과 샘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무너졌다." 의논대를 돌아보고 고열암으로 나오는 길에 석축 흔적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이 석축이 독녀성의 흔적은 아닐까. 이렇듯 옛 지명 하나를 고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구롱길을 찾는데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몇 번을 답사하였는지, 그 횟수는 헤아릴 수 없다. 고열암과 미타봉을 지나 하산하는 길, 산행을 마치고도 시간이 멈춘 듯 독녀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확인이 더 필요하겠지만 독녀성과 노장대(老將臺)는 하나의 연결고리인 듯하다. 지리산의 날씨는 예측할 수 없다. 사람의 일도 그렇다. 끝.
■ 시루뻔버섯(학명 : Inonotus hispidus (Bull.) Karst.),
• 형태
균모의 측면이 넓게 기물에 부착한다. 모양은 반원상, 선반형이며 전후 6~20cm, 좌우 10~30cm, 두께 3~10cm 정도, 어릴때는 포도주 적색. 표면은 다소 울퉁불퉁하다. 나중에는 1cm 정도의 적갈색 거친 털이 밀생하고 흑갈색이 되다가 오래되면 털이 없어진다. 가장자리는 어릴 때 유황색, 곧 갈색. 살은 방사상으로 섬유상, 어릴때는 유연하고 스펀지 모양이며 즙이 많다.
관공의 길이는 1~3cm, 유황색이다가 연한 황토색을 거쳐 흑갈색이 되며 흔히 관공에 물방울이 맺힌다. 구멍은 2~3개/mm로 원형-다각형. 포자는 7~10×6~7.5μm, 난형, 표면은 매끈하고, 갈색. 벽은 두껍고, 기름방울이 있다. 담자기는 27~33×7~10μm, 곤봉형, 4-포자성. 기부에 꺽쇠는 없으며 낭상체도 없다. 강모체는 20~30×9~10μm, 송곳형, 갈색, 벽이 두껍다.
• 생태
여름~가을 / 사과나무 호두나무, 단풍나무 등에 기생하며 살아있는 나무 줄기, 가지에 생기기도 한다. 참나무류 그루터기 등에 군생하기도 한다. 드문 종.
• 분포
한국, 중국, 일본, 북반구 일대
[네이버 지식백과] 시루뻔버섯 (한국의 균류 6, 2021. 01. 31., 조덕현)
첫댓글 우중산행 수고하셨습니다.
환희는 절의 종소리가 들리는 곳이라 들려주시던게 생각납니다~^^
촉촉수도 보시고, 버섯도 보셨으니 1석3조는 되겠습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산죽 물을 털고 올라갔습니다.
독녀성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함께한 산행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