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은 흰 눈과 푸른 소나무 외에는 꽃을 볼 수 없는 쓸쓸한 시절이다.
남쪽엔 통상적으로 12월부터 동백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꽃이 겨울철에 피는 까닭에 동백꽃이란 이름이 생겼다.
그중에는 봄철에 피는 것도 있어 춘백(春栢)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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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대군 거처를 노래한 비해당사십팔영(匪懈堂四十八詠)중에도
설중동백(雪中冬栢) - 눈 속의 동백이란 시가 있다.
☞ 신숙주(申叔舟)는 이렇게 노래했다.
臘底凝陰數己窮 一端春意暗然通
랍저응음수기궁 일단춘의암연통
竹友梅兄應互讓 雪中花葉翠交紅
죽우매형응호양 설중화엽취교홍
섣달 밑 음기 엉겨 운수 이미 다했거니
한 자락 봄 뜻이 남몰래 통했구나.
대나무와 매화가 서로 응해 양보하여
눈 속의 꽃과 잎이 푸른 속에 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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홑잎에 붉은 꽃은
눈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는 것이니,
세상에서 동백이라고 일컫는다.
홑잎은 남쪽 지역 바다 섬 가운데서 잘 산다.
혹 봄에 꽃피는 것은 춘백이라고 한다.
중국 기록에 보면 '해홍화 출신라국(海紅花 出新羅國)' 즉
'동백은 신라에서 온 꽃'이라고 적혀 있는걸 볼 때 동백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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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은 우리네 옛 생활 속에서 친숙한 꽃나무다.
씨앗에서는 맑은 노란색 기름을 짜내 식용, 조명용으로 사용했다.
이 기름은 머리의 가려움증을 덜어주고,
머릿결이 갈라지거나 끊어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어
옛 여인네들에게 머릿기름으로 사랑을 받았다.
동백꽃의 꽃말은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이다.
그래서 혼례식에서 생명과 굳은 약속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널리 알려진 김유정 소설의 동백꽃 소재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 꽃이다.
강원도와 함경도 지방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군자의 하나로 칭송받는
세한의 설중매화를 유교적 선비의 귀족적 꽃이라고 한다면,
동백은 한천의 인고와
삶의 뜨거운 열정을 지닌 서민의 꽃이라 하겠다.
그 아름다움과 청초함에 더해지는 열정은
외려 매화보다 낫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거제도 장승포 앞에 있는
지심도.. 일명 동백섬이라 부르는 곳이 있는데
동백섬이라는 이름 그대로
섬 자체가 동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