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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대포를 만드는 강희제 진근남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여 물었다. [그게 무어냐?] 위소보는 조각난 양피지에 얽힌 내력을 이야기했다. 진근남은 위소보의 말을 들을수록 얼굴 표정이 진지해졌다. 태후, 황제, 오배, 서장 대라 마, 여승인 독비신니(獨臂神尼) 구난, 신룡교 교주 등 유명한 인물들이 온갖 계략을 다해 이 양피지 조각을 얻으려 하고, 양피지에 청나라 오 랑캐의 용맥과 숨겨 놓은 보물에 관한 비밀이 얽혀 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세히 캐어물었고 '위소보는 그 동안 보고 들은 바를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신룡교 교주가 초식을 가르쳐 준 일 과 구난을 사부로 모신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진근남은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사십이장경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두 사람이 천지회의 형제들을 이끌 고 오랑캐의 용맥을 파헤쳐 보물을 꺼낸 후에 군사를 모집하여 봉기하 면 불세출의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즉시 대만으로 돌아가 왕야를 배알해야 한다. 내가 이 물건을 가지고 바닷길을 왔다갔 다하다가는 분실할 우려가 있으니 네가 지니고 있는 것이 좋겠다. 내가 대만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너를 만나러 북경으로 가겠다. 그때 함께 대 사를 도모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그럼 사부님께서는 하루 빨리 북경으로 돌아오십시오.] [안심해라. 조금도 지체하지 않겠다. 소보야, 너의 사부가 한평생 분주 하게 움직인 이유는 바로 명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함이었다. 시 일이 흐를수록 백성들은 명나라를 점점 망각하고 있으며 오랑캐의 소황 제는 정치를 잘하기 때문에 명나라를 일으키는 대업이 힘들어지고 있 다. 그러던 차에 뜻밖에도 오삼계가 반란을 도모하고 있고 네가 이런 중요한 보도(寶圖)를 얻었으니 이제 절호의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가슴 가득 근심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때만큼은 정신이 버쩍 드는지 밝은 표정을 보여서 위소보는 마음속으 로 매우 기뻤다. [너는 중독되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느냐?] [이 제자는 신룡교의 홍 교주가 준 해독약을 먹어서 이제는 말끔히 나 았습니다.] [참 잘됐다. 너는 두 어깨에 반청복명이라는 만 근이나 되는 무거운 짐 을 지었으니 각별히 몸조심하거라.] 그는 두 손으로 위소보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위소보는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 제자가 이 조각난 양피지를 얻은 것은 운이좋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노름을 하다가 운이 좋으면 천공(天공=木+貢)이 천공을 누르고 별십이 별십을 먹는 것처럼 이 일은 정말 재수가 좋았습 니다.] [너는 북경으로 돌아가거든 밤중에 방문을 잠그고 이 양피지들을 합쳐 서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 보아라. 그 지도를 머릿속에 기억하여 줄줄 외울 수 있을 때 다시 이 조각난 양피지들을 마구 뒤섞어서 여러 봉지 로 나누어 각기 다른 곳에 숨겨 두어라. 소보야, 사람의 운수란 언제나 순풍에 돛 단 듯 잘 풀려 가는 건 아니란다. 이런 대사를 언제나 운에 맡길 수는 없단다.] [사부님의 말씀이 백번 지당하십니다. 노름을 할 때 계속해서 여덟 번 을 따다가도 한 번 지면 모조리 털리는 수도 있지요. 이 조각 난 양피 지 조각을 빼앗긴다면 모든 것이 끝나게 되고 두 손은 물론 두 발을 들 어야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연달아 여덟 번을 이긴 후에는 노름을 그만두어야 할 것입니다.] 진근남은 속으로 위소보가 도박에 매우 심취해 있다고 느끼고 미소를 지었다. [네가 그 이치를 알고 있으니 잘되었다. 노름을 해서 이기고 지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도모하는 일은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어도 이루어야 하는 큰일이다. 이 한 봉지의 물건에 천하의 운명이 걸려 있 으니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요. 노름에서 이긴 후에는 은자를 집으로 가져가 침대 밑에 묻 어 놓고 손가락을 잘라 다시는 노름을 하지 못하게 해야지요.] 진근남은 창가로 가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소보야, 이제야 반청복명의 회망이 보이는 것 같다. 나는 내일 죽을지 라도 지금은 마음이 여간 기쁘지 않구나.]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옛날에 사부님은 언제나 원기왕성했는데 왜 이번에는 자꾸만 죽는다는 말을 하는 거지?) 그는 물었다. [사부님, 사부님은 연평군왕의 왕부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별로 내키 지 않으신가 봅니다.] 진근남은 몸을 돌려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저는 사부님이 우울해 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어려 운 일도 사부님은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강호의 영웅호걸들은 누구 나 사부님을 앙모하고 있습니다. 사부님께서는 황제마저도 두려워하지 않고 천하에서 정 왕야 한 사람만이 사부님을 걱정스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근남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왕야께서는 나에게 언제나 예의를 다해 대해 주시며 나를 매우 의지하 고 계시다.] [그럼 정 둘째 공자란 녀석이 사부님을 못살게 구는 모양이군요.] [과거 국성야께서는 나에게 태산 같은 은혜를 베푸셨다. 나는 일찍이 죽음으로 그 은혜에 보답하기로 맹세했다. 정씨 집안의 일이라면 나는 몸과 정성을 다 바쳐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할 것이다. 정 둘째 공자는 아직 나이가 어리다. 그러니 옳지 못한 짓을 한다고 해도 나는 마음에 두지 않는다. 왕야의 세자는 똑똑하고 억조창생을 사랑하시지만 애석하 게도 서출(庶出)이란다.] [서출이 뭡니까?] [서출이란 왕비의 자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 그럼 왕야의 작은 마누라가 낳은 아들이군요.] 진근남은 그의 말이 속되다고 느꼈으나 위소보는 책을 읽어 본 적이 없 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해하며 말했다. [그렇다. 과거 왕태비(王大妃)께서는 세자를 좋아하지 않으시어 국성야 께 간하여 둘째 공자를 세자로 세우라고 하셨단다.] 위소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둘째 공자는 멍청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니 안 됩니다. 그 녀석은 멍청 이에 허수아비이며 제기랄....후레자식입니다. 그날 그는 사부님을 죽 이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진근남은 엄숙한 표정으로 꾸짖었다. [소보야, 말조심해라. 너의 그 같은 말은 왕야를 욕하는 게 아니냐? 아 들이 후레자식이면 그 아버지는 뭐가 되지?] 위소보는 아, 하더니 말했다.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후레자식이라는 말을 아무데나 쓰면 안되는데 깜빡했습니다.] [두 분 공자를 비교해 보면 둘째 공자는 확실히 여러모로 그의 형님보 다 못하다. 다만 외모가 멀쑥하고 입으로 듣기 좋은 말을 잘하여 할머 니의 환심을 얻었을 뿐이다.] 위소보는 무릎을 탁, 쳤다. [맞습니다. 여자들은 아무것도 모르지요. 아첨을 잘하고 멀쑥하게 생긴 녀석만 보면 그런 놈을 보배처럼 여기죠.] 진근남은 그가 아가를 가리켜 하는 말인 줄 모르고 고개를 가로 저었 다. [왕야께서는 세자를 바꾸는 일을 싫어하신다. 문무백관들도 왕야께 세 자를 바꾸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리하여 두 분 공자는 형제간의 우애를 잃었고 태비와 왕야 모자지간에도 이것 때문에 다투고 있다. 태 비께서는 울화가 치밀면 우리들을 불러 한바탕 꾸지람을 하시지.] [그 늙은....] 그는 하마터면 '그 늙은 갈보'라는 말을 내뱉을 뻔했으나 즉시 그 말을 삼키고 말했다. [늙은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멍청해지는 모양이에요. 사부님, 정왕야의 집안일을 사부님께서 처리하실 수 없고 또 그들에게 죄를 지을 수도 없 다면 아예 그들 스스로 자기 집 문 앞의 눈을 쓸도록 하시고 그들의 기 와지붕 위에 서리가 내리는 것을 상관하지 마십시오.] 진근남은 한숨을 쉬었다. [나의 목숨은 내 것이 아니고 이미 국성야에게 바쳤다. 사람이 살아 생 전에 은혜를 입었으면 보답할 줄 알아야 한다. 옛날 국성야께서는 나를 국사(國士)로 대접했으니 나는 마땅히 국사다운 보답을 해야 한다. 지 금 왕야의 곁에서 인재들이 차츰 멀어지고 있는데 나까지도 그분을 내 버려두고 떠날 수가 없구나. 아, 대업을 성취하기란 너무나 어려워 보 인다. 그러나 힘 닿는 데까지 해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구나.] 진근남은 쓸쓸한 얼굴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위로의 말을 하 고 싶었으나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그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 다. [어제 우리들은 정극상을 이렇게....] 그는 손을 들어 일장을 내리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한칼에 두 토막을 내어 깨끗이 결말을 내려고 했었지요. 그러나 마 향 주가 그렇게 하면 사부님이 사람 노릇을 하기 어렵고, 또 뭐라더라 시 주( =才+其+斥,主)의 죄를 짓는 셈이라고 하던가요?] [그런 말이 아니고 시주(殺主)하는 것이다. 마 형제의 그 말이 옳다. 만약에 어제 정 공자를 죽였다면 내 무슨 면목으로 왕야를 뵐 수 있겠 느냐? 훗날 죽은 후에도 저승에서 국성야를 대할 면목이 없을 것이다.] [사부님, 언제 저를 데리고 정씨 집안의 왕태비를 뵙도록 해주십시오. 저는 그런 늙은 할망구를 상대하는 재간이 몇 가지 있답니다.] 그는 자기가 가짜 태후 늙은 갈보를 요리했으니 왕태후를 요리하는 것 쯤은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근남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는 그만하거라.] 그는 위소보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즉시 위소보는 사부와 오 륙기, 마초흥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오륙기와 마초흥은 그를 대문까지 전송해 주었다. 오륙기는 말했다. [위 형제, 쌍아와 나는 이미 의남매를 맺었다오.] 위소보와 마초흥은 깜짝 놀라 쌍아를 바라보았다. 쌍아는 고개를 숙이 고 두 뺨을 빨갛게 물들이는데 매우 겸연쩍어 하였다. 위소보는 웃었 다. [오 형님은 정말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농담이 아니오. 나의 이 의누이는 충성심이 깊고 의리가 높아 남자보 다 더 뛰어나니 협의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네. 이 형은 그녀를 매우 존경하오. 나는 그대가 백승도왕 호일지와 의형제를 맺는 것을 보고 쌍아와 의남매를 맺었다오. 그녀는 응하지 않으려 했고 분에 넘치는 일이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일개 늙은 거지애 불과한데 뭐 가 분에 넘칠 게 있느냐고 했소. 내가 반드시 의남매를 맺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니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응하더구먼.] 마초흥온 말했다. [조금 전 두 분께서 저쪽 방에서 말씀을 하고 계시더니 의남매 맺을 일 을 상의하셨군요.] [그렇소. 쌍아 누이는 나보고 남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소. 하하하! 의 남매를 맺는 것은 광명정대한 일인데 무엿이 부끄럽겠소?] 위소보는 잠시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어서 오륙기를 바라보다가 다시 쌍아를 바라보곤 했다. 오륙기는 말했다. [위 형제, 이후부터 그대는 나의 의누이 동생에 대해서 달리 봐야 한다 오. 만약 그녀에게 죄를 짓는다면 그대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오.] 쌍아는 재빨리 말했다.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상공께서는....상공께서는 저에게 무척 잘 대해 주시는 걸요.]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에게 이런 오라버니가 있어 뒤를 보아주니 옥황상제나 염라대왕도 죄를 짓지 못하겠군.] 세 사람은 껄껄 웃으며 작별했다. 위소보는 자기가 머무르는 곳으로 가 서 쌍아에게 의남매를 맺게 된 경과를 물었더니 쌍아가 매우 부끄러워 하며 말했다. [그분 오....오 나으리....] [뭐가 오 나으리야? 설마 하니 의남매를 맺었는데도 없었던 것으로 한 다는 말이오?] [그분은 반드시 저와 의남매를 맺겠다고 했어요.] 그녀는 품속에서 나찰국의 단총을 꺼내며 말했다. [그는 몸에 지닌 마땅한 물건이 없어서 한 자루의 단총을 저에게 선물 로 주겠다고 했어요. 상공, 상공께서 이걸 가지고 몸을 보호하세요.] [그것은 그대의 오라버니가 그대에게 준 것이오. 어찌 나에게 다시 준 단 말이오?] 그는 오륙기가 일을 이상하게 처리한다고 느끼고 혀를 차며 다시 생각 했다. (그의 이름이 륙기이니 즉 여섯 가지 기이한 점이 있을 것이 아니겠는 가? 그런데 다른 다섯 가지 기이한 점은 무엇일까?) 일행은 천천히 북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구난은 위소보에게 한 가 지 검법을 가르치고 매일 연습하라고 했다. 그러나 위소보는 경박하고 게을러서 정성들여 배우려 하지 않았다. 한번은 구난이 그에게 가르쳐 준 무공을 펼쳐 보이라고 했는데 그가 펼 치는 자세에서 진짜 무공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 다. [너와 나는 사제지간이라는 명분이 있기는 하나 너는 너무 게으르고 자 질이 뒤떨어져 무공을 배울 인재가 못 된디.. 그러니 이렇게 하자. 천 하에서 우리 철검문에만 신행백변(神行白變)이라는 무공이 있다. 이것 은 나의 은사 목상 도인(木桑 道人)께서 창안하신 것으로 경신법 가운 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너에게 한 가지 재간도 없다면 위험에 부딪 혔을 때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너에게 도망치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는 것이니라.]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사부님께서 도망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면 그 누구도 쫓아오지 못 할 것입니다.] 구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신행백변은 이 세상에서 다시 찾아볼 수 없는 경신법으로 과거 무림에 서 위세를 떨친 바 있다. 나는 그 방법 이의에는 네가 배울 수 있는 재 간으로 전수해 줄 것이 없다.] [사부께서 저같이 못난 제자를 거두어 들인 것은 재수없는 일이겠군요. 하지만 도박에서 지고 이기는 때가 있듯이 사부님께서도 이번에 운수가 불길하여 저와 같은 제자를 거두어들였다고 생각하십시오. 훗날 사부님 의 위세를 떨칠 수 있는 여러 명의 훌륭한 제자들을 거두어들이면 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공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네 가 무공 배우기를 싫어하는 것은 타고난 것이니 억지로 되지는 않을 게 다. 아첨 잘하고 경박한 점만 고친다면 너도 훌륭한 제자라고 할 수 있 다.] 위소보는 크게 감동하여 그 양피지 조각들을 꺼내서 구난에게 줄까 생 각했으나 곧 생각을 바꾸었다. (이 양피지들은 이미 남자 사부님께 드렸으니 다시 여자 사부님께 드릴 수야 없지. 다행히 두 분 사부님은 모두 다 오랑캐를 내쫓고 한나라의 강산을 되찾으려고 하니 누구에게 주건 마찬가지이다.) 구난은 신행백변에서 내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약간의 신법과 보법을 위소보에게 가르쳐 주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여느 검법과 장법에 대해 서 위소보는 맛보는 정도로만 배우면 즉시 그만두곤 했으며 열심히 연 마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 도망치는 방법만은 크게 흥미를 느끼고 길을 가는 동안 쉬지 않고 익히는 것이 아닌가? 여가만 있으면 연습했다. 어 떤 때는 경신법이 탁윌한 서천천에게 뒤에서 쫓아오도록 하고 그 자신 은 동서로 마구 도망쳤다. 서천천은 그의 기묘한 신법에 크게 탄복했 다. 처음 몇 번은 따라갈 수 있었으나 구난이 그에게 새로운 요결을 전 수해 주니 경기 지방에 이르렀을 때는 서천천도 위소보를 쫓아갈 수 없 었다. 구난은 그가 신행백변이라는 경신법과 연분이 있는 것을 보고뜻밖이라 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너는 뺑소니치는 재간을 타고난 모양이구나.] [제자가 신행백변을 연마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발바닥에 기름을 바르는 신행말유(神行抹油)는 연성했으니 어쨌든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는 물었다. [사부님, 사조이신 목상 도인께서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으니 당금 천하 에서 사부님의 무공이 제일가겠죠?] [아니다. 천하 제일을 감히 누가 함부로 사칭할 수 있겠느냐?] 그녀는 창 밖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천하 제일의 고수는 따로 있다.] [누구입니까? 제자가 반드시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그는....그는....] 구난은 갑자기 눈가를 붉히며 아무 말이 없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 선배님은 누구십니까? 제자가 이후에 만날 인연이 있어 뵙게 되면 그에게 공손하게 큰절을 올리겠습니다.] 구난은 손을 내저으며 위소보에게 나가라고 했다. 위소보는 무척 이상 하게 생각하고 천천히 걸어나오며 생각했다. (사부님의 안색이 정말 이상하구나. 설마하니 천하 제일의 고수라는 사 람이 그녀의 옛 정부란 말인가?) 구난이 이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멀리 해외로 떠나간 원 승지(袁承志)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원승지를 그리워하다가 위소보의 말을 듣자 마음이 괴로웠던 것이다. 이튿날 위소보가 구난의 방으로 가서 문안을 여쭈려고 하니 그녀는 이 미 떠나고 다만 한 장의 쪽지만 남아 있었다. 위소보는 그것을 가져가 서 서천천에게 읽어 달라고 했다. 종이 쪽지에는 노력하라는 네 글자 <好自爲之>가 쓰여져 있을 뿐이었다. 위소보는 허전함을 느꼈다. (어제 나는 사부님에게 누가 천하에서 무공이 제일가느냐고 물었다. 혹 시 그 한 마디에 사부님은 화가 나신 게 아닐까?) 며칠 후 일행은 북경에 도착했으며 건녕 공주와 위소보는 함께 황제를 배알했다. 강희는 누이동생과 위소보를 대하자 무척 기뻐했다. 건녕 공주는 대뜸 강희를 얼싸안고 대성통곡을 하며 입을 열었다. [오응웅 그 녀석이 나를 못살게 굴었어요.] [그 녀석이 감히 내 누이동생의 비위를 건드렸단 말이냐? 나중에 내가 그의 볼기짝을 때려 주마. 그가 너를 어떻게 업신여기더냐?] [소계자에게 물어 보세요. 그는 저를 못살게 굴었단 말이에요. 황제 오 라버니가 저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주셔야 되겠어요.] 그녀는 훌쩍거리는 한편 연신 발을 굴렀다. 강희는 웃었다. [좋다. 우선 너의 처소로 돌아가 쉬도록 해라. 내가 소계자에게 물어 보겠다.] 건녕 공주는 이미 위소보와 상의해 놓았다. 강희 황제를 뵈오면 오응웅 이 어떻게 무례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아뢰기로 했던 것이다. 공주가 물 러나자 위소보는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강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 말 없이 다 듣고 나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소계자, 너는 정말 대담하구나.] 위소보는 깜짝 놀라 재빨리 말했다. [소신이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너는 공주와 한통속이 되어 감히 나를 속이려는 게 아니냐?] [아닙니다. 소신이 어찌 황상을 속이겠습니까?] [오응웅이 공주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데 그대는 친히 보았느냐? 그 런데 어째서 공주의 말만 듣고 나에게 아뢰는가?] 위소보는 생각했다. (야단났구나. 소황제는 이 가운데의 빈틈을 알아채셨구나.) 그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황상께서는 만리 밖을 훤히 내다보십니다. 오응웅이 공주에게 무례한 행동을 어떻게 했는지 소신은 친히 목격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주의 거실 밖에 있었기 때문에 모두 친히 귀로 들은 바 있습니다.] [정말 터무니없는 짓을 했어. 오응웅이라는 사람은 나도 두 번이나 만 난 적이 있다. 그는 똑똑하고 재간이 있다. 그는 그렇게 젊은 나이도 아닌데 아름다운 희첩이 없겠느냐? 어찌 참지 못하여 대담하고 당돌하 게 공주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겠느냐? 흥, 공주의 성깔을 내가 모를 줄 알고? 틀림없이 그녀가 오응웅에게 시비를 걸어 언쟁을 벌이다가 그 의....제기랄, 불알을 잘랐겠지.] 거기까지 말하다가 참을 수 없다는 듯 껄껄 웃었다. 위소보 역시 웃으 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 일을 공주께서 자세히 말씀하실 수는 없었을 겝니다. 소신 역시 자세히 물어 볼 수 없었습니다. 공주님의 분부에 따라 소신은 아뢰는 수밖에 없었지요.] [오응웅이라는 녀석은 억울한 일을 당한 셈이다. 그대가 성지를 내려 그들 두 남녀가 북경에서 혼례를 올리도록 주선하라.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에 운남으로 되돌려 보내라.] [황상, 혼례를 올리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오삼계 그 늙은 녀석은 반란 을 도모하고 있으니 공주를 운남으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강희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무슨 증거라도 있느냐?] 위소보는 오삼계가 서장, 몽고, 나찰국, 신룡교와 결탁하고 있는 사정 을 일일이 이야기했다. 강희는 엄숙한 얼굴로 듣고 있다가 깊은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 간적이 놀랍게도 많은 외부 사람과 결탁했구나.] 위소보는 이 일이 매우 중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강희는 잠시 후에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위소보는 몽고 왕자의 사자를 잡아왔다는 사실을 이야기했ㄷㅏ 자기가 어떻게 오삼계의 작은아들로 가장해서 진상을 알아냈으며 오응웅이 어 떻게 한첩마를 빼앗아 가려고 공주의 거처에 불을 지르고 공주의 침실 을 수색하다가 고환을 잘리는 변을 당했는지, 자기는 어떻게 부하들을 왕부의 시종으로 변장시켜 기녀원에서 한첩마를 찔러 죽이는 연극을 했 는지 등 모든 사정을 이야기했다. 강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연신 고개 를 끄덕였다. [참 잘했다. 무척 신났겠구나.] 그는 다시 말했다. [오삼계라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부황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 이 전해지자 오삼계는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북경으로 와 빈소에 예를 올리겠다고 하였다. 나는 그를 한번 만나 보려 했으나 몇 명의 고명대 신(顧命大臣)들이, 그가 군사를 이끌고 북경으로 들어오면 어떤 변고가 날지 모르니 북경성 밖에 따로 빈소를 차리고 예를 올리게 하라고 했 지. 그래서 그가 북경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서성거리며 말했다. [오배라는 녀석은 정말 멍청하단 말이야. 성지를 내려 그들 부자로 하 여금 북경성으로 들어와 예를 올리도록 하고 대군은 성 밖에 머물도록 했다면 오삼계가 무슨 짓을 할 수 있었겠느냐? 그가 감히 북경성 안으 로 들어서지 못한다면 그 자신이 충성을 다하지 못한 셈이 되지. 북경 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은 이렇게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지. ' 우리들은 너희 대군을 겁내고 있으며 네가 북경으로 들어와 반란을 일 으킬까봐 두려우니 들어오지 말아라.' 그야말로 우리는 약첨을 보인 셈 이지. 조정에서 자기를 의심하고 두려워 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가 어 찌 반란을 도모하지 않을 리가 있겠느냐? 그가 역적 모의를 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을 게야.] 위소보는 강희의 분석을 듣고 마음속으로 탄복했다. [그 당시 그가 황상을 뵈옵게 되었다면 황상의 감화를 받아 그는 반란 을 일으킬 마음을 먹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나이가 어려 국가대사를 모르고 있었다. 그를 만나 보았어 도 특별한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니 그는 나를 업신여겨 오히려 더 빨 리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는 오삼계의 모습과 행동거지를 상세히 물어 보고 다시 질문을 던졌 다. [그의 서재에 하얀 호랑이 가죽이 있을 텐데?] 위소보는 강희가 그 하얀 호랑이 가죽에 대해서 묻는 것을 듣고 의아하 여 말했다. [황상께서는 그처럼 사소한 일까지 알고 계십니까?] 강희는 미소를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삼계의 병마와 사람을 쓰는 일, 그리고 십대 총병의 성격과 재간 등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오삼계 휘하의 장수 가운데 누가 돈을 탐내고 누가 색을 밝히고 누가 용감하고 누가 멍청한지 자세히 알고 있었다. 위소보는 탄복해서 말했 다. [황상, 황상께서는 운남에 가 보시지 않고도 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시 는군요.] 그는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아, 그렇군요. 황상께서는 첩자를 보내셨군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니겠느냐? 그가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우리들은 가만히 있어서야 될 말이냐? 소계자, 그대의 이번 공로는 무 척 크다. 오삼계가 서장, 몽고, 나찰국과 결탁했다는 사실을 밝혀 냈으 니 말이다. 이와 같이 중대한 사실을 내가 밀파한 첩자들은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조그만 일을 알아냈을 뿐 큰일은 알아내지 못했단 말이야.] [그것은 모두 황상께서 복이 많으시기 때문입니다.] [그 한첩마를 궁 안으로 데리고 와라. 내가 그를 친히 심문하겠다.] 위소보는 열 명의 어전시위를 대동하고 한섭마를 서재로 데려왔다. 강 희는 한첩마를 보자 몽고말로 물었다. 한첩마는 몽고말을 듣자 놀라는 한편 친밀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감히 속이지 못하고 자초지종을 모 두 털어놓았다. 강희는 두 시진을 두고 심문했다. 몽고와 오삼계가 결 탁한 상세한 사정, 몽고의 명력과 부서, 전량(戰糧)과 물산(物産), 산 천지세 및 풍토인정(風土人靑), 몽고 각기(各旗)의 왕공들 가운데 누가 똑똑하고 누가 평범하며 서로간의 원한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 위소보가 옆에서 보니 한첩마는 매우 탄복했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매우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끝내 그는 무릎을 끓고 연신 큰절을 올리는 것이 황상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것 같았다. 강희는 어전시위에 게 한첩마를 데리고 나가 감금시키라고 명했다. 소태감이 한 그릇의 인삼탕을 가져왔다. 강희는 받아 마시고 나서 소태 감에게 말했다. [위 부총관에게도 한 그릇 올리도록 해라.] 위소보는 큰절을 한 후에 인삼탕을 마셨다. 이때 서재 밖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소태감이 들어와 보고했다. [황상 폐하, 남회인(南懷仁)과 탕약망(湯若望)이 황상을 알현하기를 청 하고 있습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태감이 나가자 우람한 체구의 두 외국인이 들어와 무릎을 꿇으며 강희에게 큰절을 올렸다. 위소보는 의아스러워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외국 도깨비들이 궁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지? 정말 이상한 노 릇이다.) 두 사람의 외국인은 큰절을 하더니 품속에서 한 권씩의 두루마리 책을 꺼내 강희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나이가 비교적 젊은 사람은 남회인 이라고 불렸는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황상, 오늘 우리들은 다시 대포가 발사되는 이치를 설명해 드리겠습니 다.] 위소보는 그가 북경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어, 하는 소리를 내며 속으로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희한한 노릇이다. 도깨비들도 방귀를 뀔 줄 아는구나.) 강희는 위소보를 향해 빙긋 웃어 보이더니 고개를 숙여 탁자 위의 두루 마리 책을 내려다보았다. 남회인은 강희의 옆에 서서 손으로 두루마리 책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강희는 알아듣지 못하는 대목에 이르면 즉시 질문을 던졌다. 남회인이 이와 같이 반 시진을 설명하고 나서 다른 하얀 수염의 늙은 외국인 탕약망이 천문과 역법에 대해서 반 시진 동안 이야기했다. 이윽 고 두 사람이 큰절을 하고 물러갔다. 강희는 웃었다. [외국인이 우리 중국말을 하는 것을 보고 매우 회한하게 생각하지 않았 는가?] [처음에 소신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만 나중에 자세히 생각해 보니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거룩하신 천자를 백신(百神)이 보호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찰국에서 불측한 마음을 품고 일을 꾀하니 하늘에 서는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서양 도깨비를 내려보내 황상을 위하여 총과 포 같은 화기를 만들어 나찰국을 소탕하도록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대의 생각은 정말 기발한 데가 있어. 하지만 서양 도깨비들이 중국 말을 하는 것은 배우고 익힌 탓이야. 그 늙은이는 명나라 천계(天啓) 연간에 중국으로 왔으며 일이만(日耳曼) 태생이지. 그 젊은 사람은 비 리시(比利時) 사람으로 순치 연간에 온 사람이지. 그들은 모두 예수교 의 선교사로 중국에 와서 선교를 하고 있지. 선교를 하려면 중국말을 할 줄 알아야 하지.] [그랬군요. 소신은 줄곧 나찰국의 화기가 무섭다는 것만 걱정하고 있었 습니다. 오늘 외국 사람들이 대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습니다.] [나찰국 사람도 사람이고 우리 역시 사람이야. 그들이 총과 포를 만들 어 냈다면 우리도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아직까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 과거 우리가 명나라와 요동땅에서 싸움 을 벌일 때 명나라 군사에게 대포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많은 고통 을 당했었지. 태조 황제께서는 포화에 상처를 입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결국 명나라의 천하를 우리가 차지하지 않았는가? 이로 미루어 보아 총 과 포는 사람이 이용하기 나름이야. 사용하는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총과 포가 아무리 무섭다 해도 쓸모없는 것이지.] [명나라에도 대포가 있었다구요? 그 대포가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가 가져가서 오삼계 그 늙은 녀석을 쏘아서 단 한 방에 죽여버리고 다시 한 방을 더 쏴서 가루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강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명나라의 대포는 몇 대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 오문(澳門)의 홍모인 (紅毛人)들에게 산 것이지. 그 도깨비들의 총과 포를 사서 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해. 만약 그 도깨비들과 싸움을 벌이다가 그들이 팔지 않 으면 야단이 아닌가? 우리들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옳습니다. 황상께서는 그 예수교 선교사들이 가짜를 만들어 속일까봐 직접 그 이치를 아시려고 하는군요? 이제부터는 그 도깨비들이 아무리 속이려고 해도 황상을 속일 수는 없겠군요.] [나의 생각을 잘 알아맞혔다. 총과 포를 만드는 이치는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 무쇠를 제련하는 것만 해도 수월한 노릇이 아니지.] 위소보는 용감하게 말했다. [황상, 제가 황상을 대신해서 북경성 안팎의 대장장이들을 모조리 불러 모으겠습니다. 모두 풀무질을 하여 몇 백만 근이나 되는 무쇠를 달구어 놓도록 하지요.] 강희는 웃었다. [그대가 운남에 있을 때 나는 십여 만 근의 질 좋은 무쇠를 이미 달구 어 놓았다. 탕약망과 남회인은 지금 한창 대포를 만들고 있다. 언제 함 께 구경을 가자.] 위소보는 기뻐서 말했다. [그것 참 좋습니다.] 그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말했다. [황상, 외국의 도깨비들은 나쁜 마음을 품고 있으니 우리들은 경계해야 합니다. 대포를 만드는 곳에 화약과 철기(鐵器)가 있으니 위험합니다. 황상께서는 가지 마십시오. 소신이 감독하겠습니다.] [그건 걱정할 것 없다. 이 일은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다. 내가 친히 보 지 않으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남회인은 층성스럽고 정직한 사람이 다. 탕약망은 내가 목숨을 구해 준 적이 있어 여간 고마워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결코 딴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다.] [황상께서 도깨비의 목숨을 구해 주셨다니 그것 참 회한하군요.] 강희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삼 년 전, 탕약망은 흠천감(欽天監)이 일식(日蝕)을 잘못 계산했다고 하면서 흠천감의 한나라 출신 관리와 언쟁을 벌이게 되었다. 흠천감인 한관(漢官) 양광선(楊光先)은 그를 모함했지. 그는 상소문을 올려 탕약 망이 만든 대청시헌력(大靑時憲曆)은 이백 년밖에 헤아려 보지 못한다 고 했지. 그런데 우리 대청나라로 말하면 하늘이 보우하사 거룩하신 천 자의 대는 영원히 이어질 것이며 수만 년을 두고 이 강산에 군림할 것 이다. 그런데 탕약망은 겨우 이백 년밖에 헤아려 보지 못했으니 그것은 우리 대청나라가 이백 년 동안만 천하를 통치할 수 있다고 저주한 것이 라고 탕약망을 모함했었다.] 위소보는 혀를 내밀며 말했다. [정말 무섭군요. 외국의 늙은 도깨비는 천문지리를 헤아려 볼 줄만 알 았지 벼슬아치들의 중상모략은 혜아리지 못했군요.] 강희는 말했다. [그렇다. 그때는 오배가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이 녀석은 멍청하게 도 탕약망이 우리 조정을 저주했으니 능지처참해야 된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 내막을 헤아려 보았지.] 위소보는 말했다. [삼 년 전이라면 황상께서는 십여 세밖에 되지 않았을 때 아닙니까? 그 런데도 그 깊은 속임수를 알아보셨으니 그야말로 거룩하신 천자이시며, 총명하시고 지혜스러워 고금을 통틀어 보기 드문 성군이신가 합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