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요, 적막, 그리고 적멸
김윤아
불 꺼진 어머니의 방
부려진 일상이 달빛에 흥건하다
침상 머리맡을 지키던 적요가
깜박 선잠 들어 고개를 떨군다
달빛에 스며 와 윗목에 앉은
돌아가신 아버지
웬 새하얀 모시옷을 입고 오셨냐
어머니 타박에도
아버지의 눈매에 깃든 적막
아직도 서늘한
어제를 벗고 내일로 가는
시간은
처음도 끝도 자유로워
잡은 것이 목덜미인지 발목인지
불 꺼진 어머니의 방에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던 달빛
떨어진 빛 자락을 가지런히 모아
잠든 어머니 머리맡에 놓아두는
서툰 새벽
어두운 방 어스름을 걷어내며
뒤꿈치 들고 동이 트면
목덜미를 길게 뺀 시간이
햇살을 온몸에 두르고
적멸에 들어
서둘러 잠에서 돌아온
어머니의 환한 얼굴에서
부채살처럼 쏟아지는
황금 종소리
첫댓글 고맙습니다. 낭송회 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