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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54
씬1. 검찰청, 복도
(조필연과 검사장이 걸어 나온다. 적당한 곳에서 멈추고..)
필연 : 권장관도, 박 검사장 얘길 많이 했어요. 내, 언제 한번 식사자리를 마련해 보죠.
검사장 :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필연 : (웃으며) 그래요. 수고해요.
(이때, 젊은 검사가 다가온다. 검사장에게 인사를 하며..)
검사 : 저, 검사장님... (머뭇거린다)
검사장 : 무슨, 할 말이 있나?
검사 : 이강모가.. 조필연 의원님을 만나겠다고 합니다.
필연 : 날요?
검사장 : (필연을 의식하고) 자네 정신 있어? 언제부터 그런 요구를 다..
필연 : 됐습니다. (검사를 보고) 아직, 신임 같은데.. 그만 가볼게요. (가려는데)
검사 : 장부가 있다고 했습니다.
필연 : ..!! (놀란다)
검사장 : 장부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필연 : .. (검사장, 의식하며)
씬2. 동, 취조실
(검사와 함께 들어서는 조필연... 강모, 차갑게 본다)
필연 : 자넨 그만 나가 봐.
검사 : .. (나가고)
필연 : (앉는다) 대담하군. 이런데서 날 협박할 생각을 하고..
강모 : (주변 둘러보며) 여기라면.. 당신하고 같이 죽을 장소로 손색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연 : (피식 웃으며) 골치는 좀 아프겠지만.. 난 안 죽어. 여기가 아니라 청와대라도...
강모 : .. (본다)
필연 : (가까이, 은밀하게) 장부를 갖고 있다고?
강모 : ..
필연 : 그럼, 다시 거래를 해야 하나? 니 회사와 그 장부...
강모 : 외상장부라고 말 안 하던가요?
필연 : .. (싸늘하게)
강모 : 날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려고 부른 건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필연 : (차갑게 웃으며) 장부를 내 놓지 않는 한, 니가 뭘 기대하든.. 그 이상이 될 거야.
강모 : 장부가 나한테 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론 안 씁니다. 우선, 잘 보관하고 있다가.. 회사가 망하면.. 그때 써야죠.
그래야 협박이 되지 않겠습니까?
필연 : ... 그래.. 협박은 그쪽이 효과가 좋을 거야. 해 봐.. 궁금해서라도.. 한강건설, 꼭 망하게 해줄 테니. (일어선다)
강모 : 이왕 망하게 할 거면.. 아예 끝장을 내는 게 좋을 겁니다.
필연 : (본다)
강모 : 숟가락 하나라도 남는다면... 그걸로, 당신 목줄을 날릴 거니까.
(필연, 인상 쓰며 나간다. 강모, 차갑게 보는데서..)
씬3. 로열클럽 전경 (밤)
(E) 웃음소리
씬4. 동, 룸 안
(한명석과 오병탁이 있고, 미주가 그 사이에 앉아 있다. 술자리가 흥겹다)
미주 : 그럼, 정치하시기 전엔 많이 웃으셨어요?
병탁 : 웃었지. 주책없이 맨날 웃구 다녀서 별명이 하회탈이었어.
미주 : 위원장님, 오래오래 장수하실 수 있는 비결 나왔네요?
병탁 : 그래요? 그게 뭔데?
미주 : 국회의원 낙선하는 거요.
병탁 : 어? 낙선? (하하 웃으며) 그래, 맞아, 맞아... 정치 그만두는 게 장수하는 비결이야. (호탕하게 웃는다)
미주 : 한잔 받으세요, 부시장님.
명석 : 예? 예.. (얼른 잔 들더니 남은 술을 홀짝 마시고)
미주 : .. (따라준다, 요염하게 보는데)
명석 : (그 시선, 쑥스럽고)
병탁 : .. (그 둘을 보는 눈빛)
씬5. 달리는 차 안 (그 밤)
(성중이 운전 중이고.. 민우가 카폰으로 통화 중이다)
민우 : 지금 가고 있어. 누구누구 모였는데? (잠시.. 밖을 힐끔 보며) 금방 도착 할 거야.
씬6. 로열클럽 룸 안
(미주는 보이지 않고.. 병탁과 명석이 단 둘이..)
병탁 : (은밀히) 자네, 차수정 조심해.
명석 : ...?
병탁 : 오늘따라 뭔가 이상 한 거.. 자네도 느꼈을 거 아냐? 분명히 목적을 갖고 일부러 접근해 오는 거야.
명석 : (어두워지며) 수정양이 뭐가 부족해서 저 같이 나이 많은 사람한데...
병탁 :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지. 사람 순진하게 왜 이래?
명석 : ...
병탁 : 자넨, 나하고 평생 같이 갈 사람이야. 불순한 의도로 접근을 한 거라면.. 자네한테나 나한테 좋을 일 없어.
명석 : ... (술을 털어 넣고)
씬7. 동, 화장실 안
(미주, 술이 좀 취했다. 거울을 보는데... 시야가 좀 흐려진다.
머리를 흔들곤, 다부진 얼굴로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는..)
씬8. 동, 복도
(민우가 걸어오는데.. 취해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미주와 마주친다. 잠시 멈칫하는 두 사람..
민우,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이내 인상을 쓴다.
미주, 차분히 보다가 한발자국씩 민우 앞으로 다가 오고..)
미주 : 잘 못 본 줄 알았어요. 민우씨 맞네요.
민우 : 술 마셨어?
미주 : 네.
민우 : 누구... (하고? 묻고 싶지만)
미주 : .. (매혹적인 눈빛으로 본다)
민우 : .. (순간! 숨이 턱 막혀 오는데)
미주 : 마지막으로 부탁할게요. 제발 멈춰요.
민우 : ... 무슨 소리야?
미주 : 우리 오빠 회사... 가만둬요.
민우 : 그러기엔 이미 늦었어. (한숨 내쉬고) 날 멈추려면... (니가 나한테 오면 돼)
미주 : (슬픈 눈으로 본다. 눈물이 서서히 고이는데)
민우 : ... 방송 출연금지 됐다는 거, 들었어.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게.
미주 : (차갑게) 됐어요. 당신 도움 따윈 필요 없어요.
민우 : 우리 아버질 이길 수 있는 사람, 나뿐이야.
미주 : ... 정말 그럴까요? 당신 아버지보다 더 높은 권력.. 한 번 잡아보죠.
민우 : 그 말 무슨 뜻이야. 더 높은 권력을 잡겠다니?
미주 : .. 말 그대로예요.
(이때, 명석이 룸에서 나온다.)
명석 : 수정씨..?
민우 : ...!! (본다)
명석 : 아.. 조회장.. 자주 보네요.
민우 : 나중에 술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오늘은 일행이 있어서..
명석 : 그래요. (미주에게) 우리도 그만 가봐야겠어요.
미주 : 부시장님.
명석 : (들어가려다가) 네?
미주 : 저 사실은.. 양주 잘 못 마셔요.
명석 : 아, 예.. 그러신 거 같더군요.
미주 : 소주 사 주세요.
명석 : ..! (놀라서) 네?
민우 : ..!! (보는데)
명석 : (당혹. 슬쩍 민우를 보더니) 소주 사주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은데..
민우 : (노려보는데)
씬9. 선술집 안
(고기가 구어지고 있고... 미주와 명석이 마주 앉아 있다. 명석, 소주를 홀짝 마시는데...)
미주 : (얼른 고기 한점 앞에 놓으며) 이거 잘 익었어요. 드세요.
명석 : ... 아.. 됐어요. 내가 먹을게요.
미주 : 드세요. (먹여 준다)
명석 : (받아먹는데, 쑥스럽다)
미주 : 왜 저한테 잘해주세요?
명석 : ..?
미주 : 공연 때마다 꽃두 보내주시고, 영양제도 보내주시고.. 방송국 출연에도 몰래 힘써 주시고..
제가 보기엔 부시장님, 쉽게 그러실 분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러셨어요?
명석 : 그래서 저도 왜 그런지 물어봤어요.
미주 : 누구한테요?
명석 : 거울한테요.
미주 : (풋, 웃음 참고) 그랬더니요.
명석 : 이러더군요... 떽끼, 얼빠진 놈..!
미주 : (웃는다)
명석 : 그게 답이에요. 얼이 빠졌어요. 됐습니까? (시선 맞추고, 약간의 포스) 이젠 수정양이 말해 봐요.
미주 : ..? (보면)
명석 : 내가 그동안 공직생활 하면서 악수하고 눈 마주친 사람만, 웬만한 지방 소도시 인구는 될 거예요.
수정양.. 아까부터 나한테 할 말 있었어요, 맞죠?
미주 : ..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눈물이 고이는데)
명석 : 지금 울기 직전이에요?
미주 : ... (눈물이 흐르는데)
명석 : 아, 됐어요, (손수건 내밀고) 안 물어볼 게요. 눈물은 사양입니다.
미주 : .. 죄송해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받아서 눈가 훔치고)
명석 : (고기 뒤집는다)
미주 : .. 근데, 질색을 하시네요? 여자 우는 거, 보기 싫죠?
명석 : 예... 여자가 울면, 뭐든 다 들어줘야 되니까.
미주 : ... (본다)
명석 : (고기 뒤집으며, 시선 안 준채) 그래서 울지 말라고 했어요. 자신 없는 거, 아예 안 들을려구요.
(미주, 뭔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연거푸 술을 마시고... 그런 미주를 보는 명석, 불편한 얼굴이다)
씬10. 민우 아파트 안
(취기 어린 채 들어서는 민우.. 불도 켜지 않은 채.. 넥타이를 잡아 끄르며 소파에 앉는다. 마음이 복잡하고 신경 쓰인다.
길게 한숨 내쉬다가 뭔가 걱정이 되서 벌떡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포기한다. 다시 주저앉고..)
씬11. 미주네 아파트 앞 공터쯤
(미주와 명석이 다가온다. 미주, 취해서 비틀거리면 명석이 얼른 부축하다가는 이내 어색해서 놓고...)
미주 : ... 이젠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명석 : (본다)
미주 : .. 오늘 고마웠어요. (인사하고, 비틀거리며 가는데)
명석 : ... (잠시 보다가) 목적 달성을 안 하고 갈 건가요?
미주 : ...!! (멈춘다)
명석 : 오늘 분명히 차수정씨 예전과는 달랐어요. 마치 자신을 포기한 사람처럼..
미주 : ... (돌아본다)
명석 : 잘 말해야 할 거예요. 그 말에 따라, 내가 다신 수정씨 안 볼 수도 있으니까..
미주 : ... 저한테.. 많이 실망 하셨네요.
명석 : ..
미주 : .. (눈물이 고인다) 죄송합니다. (가려는데)
명석 : 조필연이 왜 수정양을 괴롭히는 겁니까?
미주 : .. (걸음 멈춘다)
명석 : 방송출연 금지시키고, 또 뭘 어떻게 괴롭히는지 말해 봐요.
미주 : ... (감정 복받치고)
명석 : 조민우는 또 뭐예요?
미주 : ... (눈물 고인다)
명석 : 좋아하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내가 쳐부셔줘야 할 악당인 거예요? 말해 봐요, 수정양.
미주 : (눈물 흘린다)
명석 : ...!! (본다)
미주 : .. (우는데) 죄송해요. 우는 거 질색하시는데..
명석 : 한 방울이든 한 양동이든 어차피 내 앞에선 똑같은 눈물이에요. 실컷 울어요.
다 울고.. 눈물 다 짜내고.. 그리고 나한테 얘기해줘요. 수정씨가 원하는 거.. 뭐든 다 들어줄 테니까.
미주 : ... (눈물 고인 채 본다)
명석 : .. (보는데)
씬12. 증권사 안 (낮)
(전광판에 주가 현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강건설의 주가가 915원으로 하한가를 그리고 있고...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 여기저기 전화를 받으며 거래를 하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 통화내용들이 들려오는데..)
직원 1 : (전화중, 받아 적으며) 네, 한강 주식 만 이천주 매도.. 예..
직원 2 : (전화중, 모니터 보며) 예, 지금 한강건설 주식 하한가에요. 팔자는 주문만 폭주하고 있습니다.
직원 3 : (전화중) 주식을 또 내놓겠다구요? 그럼 김사장님, 한강건설에서 아주 손 떼신 거네요?
(성중이 현황판을 뒤로 하고 직원들 전화기로 전화중이다)
성중 : (수화기 들고) 마감시간 삼십분 전인데 매도 주문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예, 회장님.. 더 볼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오늘도 하한갑니다.
씬13. 만보건설. 회장실 안
민우 : (수화기 들고) 다음주면 휴지조각이 되겠군요. 그때 사들이면 됩니다. 그러세요. (수화기 놓는다, 차가운 표정)
씬14. 어느 회의실 쯤
(정연과 지나를 포함한 십여 명의 남녀들이 전화를 앞에 놓고 앉아 있다. 벽시계가 오후 두시 사십분을 가리키고 있고..
다들 정연을 본다. 정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누른다.
좌중, 일제히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누르는데)
씬15. 증권사 안
(현황판 안의 한강건설 주가가 하한가고... 성중, 잠시 현황판을 살펴보다가 손목시계를 보고는 걸어 나온다.
그 뒤로 숨 막히게 동시 다발적으로 울리는 전화벨소리..)
직원 1 : (수화기 들고) 네, 태양증권입니다. 네? 한강건설 주식을 매수하겠다고요?
성중 : ..? (돌아보는데)
직원 2 : (전화 받고, 적으며) 네, 한강건설 주식 만 오천주 매수...
직원 3 : (모니터 보며) 이만주요? 한강건설 주식이죠?
(여기저기 한강건설 주식 매수 주문이 빗발친다. 성중, 놀라서 보는데..
어느새 하한가를 벗어나 천원 대로 들어서는 주가... 놀란 성중의 모습에서..)
씬16. 어느 회의실 안
(어느덧 세시가 넘어선 벽시계... 정연이 이마를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다들, 긴장감에 지쳐 있고..)
정연 : (미소 보이며) 다들 수고했어요.
(좌중, 웃으며 다들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경옥과 지배인이 들어선다. 경옥, 정연 앞에 다가와 서고..)
정연 : 겨우 하한가 막고, 천 원대로 올려놨어요.
경옥 : (흡족하게, 지배인에게) 이분들, 음식점 예약해서 식사 대접해.
지배인 : 알겠습니다.
경옥 : .. (보면)
정연 : .. (안도하는 미소)
씬17. 만보건설 회장실 안
(성중이 와 있고... 민우, 들고 있던 석간을 팽기치며..)
민우 : 뭡니까? 전날 대비해서 백 원이나 오르지 않았습니까..!
성중 : 마감 이십분을 남기고 사겠다는 주문이 폭주를 했습니다.
민우 : ... (뭔가 이상하고) 뭔가 작전세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중 : 예? 이강모 사장이 검찰 조사 중인데.. 한강건설 주식을 누가..?
민우 : 한강건설 주식 매수자들, 신상 파악해보세요.
성중 : 알겠습니다. 회장님.
씬18. 검찰 취조실 안
(강모가 국밥을 먹고 있고.. 검사가 앞에서 신문을 보다가 놓고 나간다.
강모,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신문을 펼치고는 주식 동향을 살피는데.. 한강건설 주식이 전날 대비 상승세다.
강모, 놀라서..! 영문을 생각해보지만 도무지 무슨 이윤지를 알 수가 없고..)
씬19. 국회, 오병탁 방 안
(조필연과 오병탁이 퇴출 대상 기업들에 대한 서류들을 분류 검토하고 있다.
두 개의 상자에 나눠서 분류되는 자료들... 한쪽 상자에 ‘부실기업’이라고 붙어 있고..
조필연이 국제그룹이라고 쓰인 서류를 부실기업 쪽 상자에 툭 던져 놓는다.
병탁, 한강건설이라고 쓰인 자료를 들고 한참 생각중인데.. 필연이 그 모습을 보더니 쑥 빼들고는 부실기업 쪽에 던진다)
필연 : 이제 퇴출 대상들이 거의 다 추려진 것도 같군요.
병탁 : (착잡하고) 수많은 목숨이 달린 일이야. 다시 한 번 기업 자료들을 살피는 게 어때?
필연 : 각하께 보고하기로 한 날짜가 언젠지 잊으셨습니까?
병탁 : (한강건설 자료를 집어들며) 이 한강건설 말이네. 지금 보일러를 개발 중이라는데..
만약 그 결과가 탁월하면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닌가?
필연 : 위원장님께선, 고작 한강건설 때문에 각하를 기다리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병탁 : 뭐, 꼭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지만...
필연 :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분류작업이 끝났으니 나머지 뒤처리는 제가 하죠. (밖을 향해) 재춘아..!
재춘 : (들어선다) 부르셨습니까, 의원님.
필연 : 이거 내방으로 옮겨. (나가려는데)
병탁 :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필연 : (본다)
병탁 : 이 리스트가 언론에 공개되면 재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야.
인수합병을 통해서 누군 망하고 누군 공룡처럼 거대해지겠지.
필연 : 그런데요?
병탁 : 내가 주시하는 쪽은 두 군데야. 사채시장과... 만보건설.
필연 : ..!! (놀란다)
병탁 : 만약 그 두 개의 조직 중 어느 하나라도 이번 조치의 수혜자가 된다면.. 난 자넬 부정축재자로 볼 수밖에 없어.
필연 : (노려본다) 위원장님 노파심.. 생각보다 중증이시군요.
병탁 : 자넬 생각해서 미리 언질을 해주는 거야. 고깝게 듣지 말게.
필연 : (버럭, 재춘에게) 안 가져가고 뭐해..!
재춘 : (화들짝 놀라서) 알겠습니다, 의원님.
(재춘, 부실기업 박스를 들고 나간다. 필연, 뒤따라 나가는데... 병탁, 노려보는 눈빛..)
씬20. 동 복도
(필연이 화가 잔뜩 나서 나온다. 재춘이 박스를 들고 뒤따르고.. 필연, 걸음을 멈추고 복도 끝을 노려본다)
필연 : (독이 올라서) 재춘아.. 난 저 늙은이가.. 영 맘에 안 들어.
재춘 : ..
필연 : (이를 갈듯) 제발 오래 살아야 돼.. 그래야 나중에.. 내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근자근 밟아 줄 텐데 말이야...
씬21. 검찰청 건물 입구 (밤)
(늦은 밤이라 인적이 거의 없다. 풀려난 강모가 걸어 나온다.
건물 앞... 승용차 한 대가 서 있고... 강모, 혹시 정연일까 생각해서 다가가는데.. 차 안에서 내리는 여자.. 천수연이다)
강모 : (의외인 듯) 수연씨?
수연 : 고생 많으셨죠?
강모 : 내가 지금 나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수연 : 몰랐어요... 몰라서, 아까 낮부터 기다렸어요.
강모 : .. (본다)
수연 : 배고프시죠? 어디 가서 우리 뭣 좀 먹어요.
씬22. 그 일각 / 건물 앞
(승용차가 다가온다. 그 승용차 안.. 지나가 운전 중이고 정연이 옆에 앉아서 살피는데..)
지나 : (강모를 보고는) 이사장님, 저기 계세요.
(정연, 반가움에 웃음 짓는데.. 정연의 시선에 들어오는 수연의 모습..)
정연 : (웃음기 가시며) 멈추지 마.. 그냥 가, 지나야.
(강모, 수연과 함께 막 승용차에 오르는데.. 정연쪽 승용차가 강모 쪽을 스쳐지나간다. 급히 돌아보는 정연.. 굳어있다)
지나 : 정말 웃기는 여자네? 왜 자꾸 이사장님 옆에서 얼쩡거려?
정연 : .. (왠지 모를 서글픔)
씬23. 달리는 차 안
(수연이 운전 중이고.. 강모가 옆자리에 앉아 있다)
수연 : 아빠가, 강모씨 걱정 많이 하셨어요.
강모 : 예에.. 천회장님은 잘 계시죠?
수연 : 강모씨가 한번, 연락도 안한다고.. 조금 서운해 계세요.
강모 : .. (딴 생각)
수연 : 언제 한번 우리 집 안 가실래요? 아빠가 많이 기뻐하실 텐데..
강모 : 뭐 하나만 물어볼 게요. 혹시 수연씨가.. (망설이고)
수연 : (궁금해서) 뭔데요? 얼른 말해보세요.
강모 : 우리 회사 주식, 혹시 수연씨가 사들인 거 아니에요?
수연 : 주식이요? 저 그런 건 관심 없는데..
강모 : .. (아니구나)
수연 : 저녁 생각 없으시면,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 하실래요? 제가 근사한 데, 아는데..
강모 : 저 좀, 회사로 가봐야겠어요.
수연 : 그냥 가시겠다구요?
강모 : 미안해요, 수연씨..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수연 : .. (실망하는 모습 역력하고)
강모 : .. (다시 뭔가 생각)
씬24. 몽타주 (낮)
- 어느 회의실 안...
정연과 지나, 십여 명의 남녀들이 전화기 앞에 앉아 있다. 두시 사십분을 가리키는 벽시계..
정연의 눈짓 신호에 따라 일제히 수화기를 드는 손들..
- 증권사 안...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직원들..
빠르게 변화하는 주가 현황판 수치들... 하한가를 그리고 있던 한강건설 주가가 빠르게 급등하고 있고..
- 어느 회의실 안..
정연, 뭔가를 적어가며 빠른 말투로 통화중이고...
- 증권사 안..
빠르게 급등하다가 마침내 상한가를 치는 한강건설 주가.. 전광판에 찍힌 1430원..!
선그라스를 끼고 이를 주시하는 경옥과 지배인...
씬25. 한강건설 사무실 안
(시덕이 전화중이고.. 강모와 소태, 영출, 경자가 시덕을 주목한 채..)
시덕 : 예, 예, 알겠습니다. (수화기 놓고) 강모야..! 상한가야..! 드디어 우리 주식이 상한가를 쳤어..!!
(좌중, 환호하며..!! 영출, 좋아서 소태를 부둥켜안으려는데.. 소태, 영출 얼굴을 보더니 휙 돌아서서 경자를 냅다 끌어안고..
경자, 좋아서..! 강모도 환하게 웃는데..)
영출 : 근디, 우리가 아직 보일러도 완성 못시켰는데 왜 이러는겨?
소태 : (경자를 껴안은 채) 왜 이러긴, 끝내주는 보일러 나올 거라고 소문이 쫙 돈 거지.
시덕 : 어휴, 니들 안 떨어져? (소태, 경자를 확 잡아 떼놓고)
강모 : 우리 주식 매입하는 쪽 어딘지 알아 봤어?
시덕 : 그게 한두 사람두 아니구, 추적이 어렵더라구.
강모 : 혹시 만보건설쪽은 아니지?
시덕 : 증권사 김차장이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그쪽은 아닌게 분명해.
강모 :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이럴 수 없어. 계속 알아 봐.
시덕 : 알았습니다, 사장님.
강모 : 보일러는 언제쯤 완성될 거 같아요?
영출 : 보름이면 충분 할 거 같아.
강모 : 최대한 빨리 하세요.
영출 : 지금 입에 아주 단내가 나도록 하고 있어.
강모 : .. (생각)
씬26. 증권사 복도
(걸어 나오는 경옥과 지배인... 노갑수가 그 앞을 막아선다)
갑수 :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요. 이런 일, 웬만큼 큰 손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경옥 : .. (차갑게 본다)
갑수 : 어디 가서 차나 한잔 하실까요, 유사장?
씬27. 커피숍 안
(경옥과 갑수가 마주앉아 있고..)
경옥 : 노사장, 요즘 주식시장에 너무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 같던데..
갑수 : 아, 그래서 유사장도 뛰어드신 거로군요. 근데 하필이면 한강건설이라니...
오기나 자존심으로 대가를 치루기엔 너무 큰 거 아닌가요?
경옥 : 아무리 큰 대가라도.. 상대가 노사장이라면 피할 이유가 없으니까.
갑수 : 솔직히 난, 유사장을 동지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적수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어요.
적수가 되려면.. 최소한 위협이라도 느껴야죠.
경옥 : 나하고 다르군요. 노사장, 당신, 많이 대단해졌어. 난 그게 참을 수가 없어요.
어르신 살아계실 땐 푼돈에도 감지덕지 머릴 조아리던 사채업자가... 사업가 행세하는 거.. 내 눈엔 갖잖아 보이니까.
갑수 : (굳어지고) 똑똑한 척 그만하고 내 말 잘 들어. 나와의 싸움터로 주식시장을 선택한 거..
원숭이가 물가로 나와서 잘난 척 하는 것과 같아. 알아듣겠나?
경옥 : ..
갑수 :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야. 남은 지역 다 넘기고.. 이 바닥 떠나.
경옥 :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하지. 노사장 은퇴식.. 이 유경옥이 치러 줄 거야. 가슴에 잘 새겨 놔, 노갑수. (일어서서 나간다)
갑수 : .. (노려보다가) 니 무덤자리로.. 주식시장도 괜찮지.
씬28. 한남동 집 안
(우주가 시무룩하다. 정자와 미주가 밥을 먹이려고 애를 쓰는 중이고...)
미주 : 우주야, 아... 너 좋아하는 햄이야.
우주 : (먹기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정자 : 우주야, 엄마도 왔는데... 아직도 기분이 나빠?
우주 : ... (시무룩)
정자 : (미주에게) 요 며칠 계속 이래.
미주 : 우주야,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 유치원에서 선생님한테 혼났어?
우주 : ... 아빠 보고 싶어요.
미주 : ...!! (정자와 시선 한번 마주쳐 보고는) 우주야.. 아빠 하늘나라에 있다고 했잖아.
우주 : 아냐... 우주, 아빠 있어.
정자 : (한숨) 얘가 대체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미주 : .. (마음 무겁게 보는데)
씬29. 일식집 방안
(조필연과 민우가 앉아 있다)
필연 : 한강건설 주식이 연일 선전을 하고 있다고?
민우 : 지금 배후세력을 조사 중이에요.
필연 : 황정연이야... 유경옥이 뒤를 봐주고 있고...
민우 : ..!
필연 : 걱정할 거, 없다 아들아. (재춘을 보면)
재춘 : .. (가방에서 서류 한 개를 꺼내 놓고) 퇴출이 확정된 기업들이다.
민우 : ..!! (펼쳐본다, 한강건설이 적혀 있고)
필연 : 일주일 후에, 명단이 발표될 거야. 그 안에.. 인수합병 할 기업들, 미리 작업 들어 가.
민우 : 한강건설은.. 아예 신경 꺼두 되겠군요.
필연 : 명단 발표 날 때까진, 긴장을 늦추진 마라. 이강모란 놈.. 뒷심이 아주 좋아.
민우 : 일주일 안에.. 보일러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필연 : 니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 (재춘에게) 노갑수하곤, 오늘 저녁 약속이랬나?
재춘 : 예, 의원님.
민우 : .. (명단을 들고, 뭔가 생각)
씬30. 어느 도로 / 차 안
(성중이 운전 중이고.. 민우,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며 뭔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이때, 유치원 버스가 맞은편 차선으로 지나간다. 민우, 유치원로고를 보고는 돌아보며..!)
성중 : 우주가 다니는 유치원 차네요.
민우 : ... (뭔가 생각하다가) 차 돌려요.
성중 : 네?
민우 : (복잡한 심정으로) 우주 있는 데로 차 돌리라구요.
씬31. 유치원 놀이터
(아이들이 삼삼오오 흩어져서 놀고 있다. 우주가 시무룩하게 앉아 있다.
일각, 민우, 복잡한 표정으로 우주를 보고 있다가 뒤돌아서서 차 쪽으로 가는데...
그제서야 우주가 민우를 본다. 우주, 벌떡 일어나더니 활짝 웃으며 달려오며)
우주 : 아빠...
민우 : ...!! (멈칫 선다. 뒤돌아보는데)
우주 : (활짝 웃으며 달려오고)
민우 : (순간! 우르르 뭔가 무너지는 심정)
우주 : 아빠, 아빠, 아빠...
(우주가 팔을 벌리고 돌진하듯 안긴다. 민우, 눈물이 고이는... 자신도, 그새 우주와 정이 많이 들었구나 싶은...
민우, 우주와 눈높이를 맞추곤...)
민우 : 잘 있었어?
우주 : 아빠 보고 싶었어요.
민우 : 우주 오늘 뭐하고 싶어?
우주 : 장난감 가게 가고 싶어요.
민우 : 또?
우주 : (끄덕이는)
민우 : (픽 웃는)
씬32. 장난감 가게
(민우와 우주, 두 사람 총을 가지고 숨바꼭질하며 서로 쏘고... 민우, 우주의 총에 맞은 척 대자로 눕는데...
우주, 의기양양하게 턱하니 한쪽 발을 민우, 가슴에 얹고는 이겼다고 좋아하는데... 민우, 벌떡 일어나, 우주를 잡고...
우주, 꺄르르 웃으며 도망가고... 민우, 그런 우주를 보는데... 슬픔이 밀려온다)
씬33. 유치원 앞
(민우의 차가 선다. 민우와 우주, 성중이 차에서 내리고..)
민우 : 우주야... (잠시 안았다가 얼굴 보며) 이제 그만 들어가.
우주 : 아빠, 내일도 우주 보러 와요.
민우 : 이젠, 우주 보러 못 와.
우주 : 왜요?
민우 : ...아저씬, 우주 아빠가 아니니까...
우주 : (말똥말똥 본다)
민우 : (일어서고, 성중에게) 데리고 가세요.
성중 : 자, 우주야.. 유치원으로 들어가자.
우주 : (우앙 울음 터트리며) 아빠... 가지마. 가지마. 아빠... 아빠...
(성중, 떼쓰는 우주를 데리고 가는데.. 민우, 가슴 아픈 얼굴로 눈물 고이는)
씬34. 조필연 사무실 안
(필연이 업무 중인데.. 급히 들어서는 재춘..)
재춘 : 큰일났습니다, 의원님..!
필연 : 큰일이라니?
재춘 : 드디어.. 일이 터졌습니다.
씬35. 자료화면
-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한 당시 치안본부장의 발표... 탁하고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 고문은 절대 없었다.. 등등...
-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기자회견 발표.. 고문.. 경찰의 은폐조작설 폭로...
-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 모습들...
씬36. 안기부, 성모 방
(TV뉴스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TV속... 당시의 뉴스자료... 치안본부장 사임... 고문에 가담한 경찰들 구속...
성모와 찬성이 심각하게 뉴스를 보고 있고.. 연수는 열심히 타이핑하며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다.
찬성, TV를 끄고... 타이핑 소리가 시끄러워서..)
성모 : 너, 그거 좀 그만 두드릴 수 없냐?
연수 : 다 끝났습니다. (리포트 챙기며) 숙제검사 맡으러 갔다 올 테니까 도망가시지 마세요. (나간다)
성모 : 쟤가 작성하는 리포트, 별 문제 없는 거지?
찬성 : 저번에 슬쩍 봤는데 그냥 하루 일과를 적은 일기 같은 거예요.
성모 : .. 고문치사 사건, 곧 정국의 무서운 변수가 될 거다.
찬성 : 비자금 장부는 언제 터뜨릴 생각이세요?
성모 : 좀 더 상황을 지켜 본 다음에... 분명한 건... 이제 이 정권도 얼마 안 남았어.
조필연 운명도, 이 정권하고 같이 몰락하게 될 거다.
씬37. 동, 다른 방
(연수가 와 있고.. 박과장이 리포트를 검사하고 있다. 윤계장이 있고..)
박과장 : (흡족해서) 그래, 이런 식으로 작성하란 말야. 수고했어, 가 봐.
연수 : .. (기분 좋고) 안녕히 계십시오. (나간다)
박과장 : (표정 바뀌며) 그동안 쟤가 작성했던 리포트, 다 정리했지?
윤계장 : 예, 과장님.
박과장 : (눈빛) 냄새가 나... 틀림없이 뭔가가 있어.
씬38. 성당 안
(아무도 없는 빈 성당 안... 태섭이 이마를 묻고 기도를 드리는 척 하고 있다.
들어서는 민홍기.. 잠시 보다가 태섭 옆에 앉고..)
홍기 : 황회장, 절에 다니는 줄 알았는데..
태섭 : .. (성호를 긋고 자세 바로 한다)
홍기 : 이번 고문치사 사건, 황회장과 관련이 있소?
태섭 : .. (본다)
홍기 : 내가 들은 정보로는.. 이번 사건의 최초 발설자가 여권쪽이라던데..
태섭 ; 내가, 여권입니까?
홍기 : 우리하고 같은 배를 탄 거 아니었소?
태섭 : .. 누가 발설을 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홍기 : (낮고, 다급하게) 이 일로, 지금 우리에 대한 감시가 더 심해졌소.
개헌 찬성파들을 확보하는데 오히려 지장이 있단 말입니다.
태섭 : 난 정치권에 대한 기대감, 이미 접었습니다.
홍기 : 뭐요?
태섭 : 지금까지 진전된 게 뭐가 있습니까? 애초부터 여당의원들을 믿는 게 아니었어요.
홍기 : 이봐요, 황회장?
태섭 : 눈이 있으면 보세요..! 국민들은 진실을 알면 바로 행동에 옮깁니다.
정치인들처럼, 머리 굴려서 자기 살 궁리만 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홍기 : .. 그 정보... 누구한테 받았소.
태섭 : 지금 그거 따질 땝니까?
홍기 : 황회장이 지금 야당 의원들과 무슨 일을 벌이는 지, 우리두 알아야 할 거 아니오.
태섭 : 이젠 몰라도 됩니다.
홍기 : ..! 몰라도 되다니? 무슨 뜻이오?
태섭 : 두고 보십시오... 국회의원들이 못 이뤄낸 대통령 직선제.. 아마 국민들이 이뤄낼 겁니다.
홍기 : 그래서.. 실컷 이용만 해놓고, 단물이 빠졌으니까 뱉어버리시겠다?
태섭 : 애초부터, 사명감 갖고 하신 일이 아니었습니까?
(홍기, 노려보다 나간다. 다가오는 영국... 홍기, 본채만 채 나가버리고..)
영국 : 방금, 장의원한테 연락이 왔네.
태섭 : ... (생각, 미소 지으며)
씬39. 일식집 방안
(태섭과 장의원, 주영국이 앉아 있고..)
장의원 : 이번 일, 황회장님의 공이 아주 큽니다.
태섭 : 할 수만 있다면 돌이라도 날라다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장의원 : .. 우리 총재님께서 황 회장님을 한번 뵙자고 하시더군요.
태섭 : ..! (본다) 대선을 준비하시려면 바쁘실 것 같은데..
장의원 : 그러니까 황회장님 같은 분이 더욱 더 필요한 거죠.
태섭 : ...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의원 : 다음 총선 때, 우리 쪽에서 공천 기회를 드리고 싶은데..
영국 : ..!! (놀라서 태섭을 본다)
태섭 : ..!! 총재님 생각이십니까?
장의원 : 추천은 제가 했지만... 결정은 당연히 총재님이 하신 거죠.
태섭 : ... (목이 탄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장의원 : 도와주세요, 황회장... 이번에 반드시 직선제를 쟁취해서 독재정권을 몰아내야 하질 않겠습니까?
태섭 : 이 보잘 것 없는 목숨.. 대의를 위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장의원, 손을 내민다. 태섭, 그 손을 굳건히 잡고.. 영국, 감격스럽게 보는데..)
씬40. 조필연 사무실 안
(오실장이 와 있고.. 재춘이 있다.
필연, 신문을 탁자위에 내팽기치며..! 고문 치사사건 기사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필연 : 대체 자네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야? 일을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거냐구..!!
오실장 : 우리만 탓할 일이 아냐. 정치권은 책임이 없는 줄 아나?
필연 : 이봐 오실장..!
오실장 : 자네하고 말싸움이나 할 시간 없어. (자료를 툭 내민다)
필연 : 이게 뭐야?
오실장 : 이성모 방에 심어 논 애가 작성한 보고서네.
필연 : ..! (집어 들고 본다)
오실장 : 자네, 유찬성이라고 알지?
필연 : ..? (보면)
오실장 : 그 보고서에 따르면, 유찬성이가 고문치사사건에 관한 리포터를 작성한 적이 있더군.
물론, 우리쪽에서 지시한 일은 없어.
필연 : 그렇다면.. 역시, 이성모구만.
오실장 : 이번에도 또 이성모를 의심하는 건가?
필연 : 유찬성, 이성모의 분신과도 같은 놈이야. 절대 단독으로 이런 짓 꾸밀 이유 없네.
오실장 : 그렇다고, 보고서만 작성했다는 이유로 잡아 족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필연 : 재춘아.
재춘 : 예, 의원님.
필연 : 오실장 따라가서 유찬성에 관한 과거자료, 다 가져와.
재춘 : 알겠습니다.
필연 : 날 괴롭히는 그 보이지 않는 놈의 정체가 뭔지.. 이제 곧 꼬리가 잡히겠구만.
씬41. 증권사 안
(바쁜 분위기... 여기저기 전화벨이 울리며... 한강건설 주식을 사겠다는 주문이 빗발친다. 1700대로 올라 있는 한강건설 주가..
강모와 시덕이 전광판을 비켜보며 앉아 있는데... 그 뒤쪽.. 민우와 성중이 강모를 보고 있다.
강모, 흡족하게 시덕과 시선 마주치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민우와 성중과 마주치고..)
민우 : 제법 잘도 버티는구나, 이강모.
강모 : .. (노려보다가 무시하듯 가려는데)
민우 : 너한테 황정연이 있다는 걸 깜빡 했어.
강모 : ..! (본다)
시덕 : (놀라서) 그럼... 주식을 사들이는 게..?
민우 : 미리 그쪽부터 손을 봐놨어야 하는 건데.. (하다가, 피식 웃으며) 뭐, 그렇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거니까.
강모 : (작게) 우리 공장에.. 불을 내줘서 고맙다.
민우 : ..! (본다)
강모 : 넌 그것 때문에 질 거야. (본다) 보일러 개발.. 열심히 잘해 놔.
(강모와 시덕이 간다. 민우가 노려보다가..)
민우 : 삼일 남었어, 이강모.. 삼일 후면... (주식 현황판을 보며) 저거.. 휴지조각이 될 거다.
씬42. 동, 주차장
(나오는 강모와 시덕..)
시덕 : 야, 우리 정연이한테 큰절이라두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정연이 아니었으면 우리 지금쯤 망했을 수도 있잖아.
(강모, 차 앞에서 멈춘다. 입가에 알듯 말듯 한 미소.. 고맙고, 기분 좋고..
강모, 차 문을 여는데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급히 차에서 내리는 윤기훈..)
강모 : 여긴 어쩐 일이세요?
기훈 : 큰일 났다, 강모야.
강모 : 큰일이라뇨?
기훈 : 방금 재무부에서 들은 극비 사항인데.. 삼일 후에, 한강건설이 포함된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된데.
강모 : ..!! (크게 놀란다)
시덕 : ..!! 사, 삼일 후요? 그렇게나 빨리요?
기훈 : 그 전에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발표되는 순간, 그 기업들은 끝장이야.
강모 : 차 시동 걸어..!!
(강모, 급히 차에 오른다. 시덕이 운전석에 오르고.. 과격하게 빠져나가는 승용차..
기훈이 걱정스럽게 보는데..)
씬43. 창고 안
(여기저기 기름때를 묻히고 열심히 보일러 작업을 하고 있는 기술이사와 영출, 소태...
정연과 지나가 와 있고... 정연, 영출에게 이것저것 꼼꼼히 설명을 듣고 있다)
정연 : 그러니까.. 가스누출이나 화재 위험성이 있으면.. (가리키며) 이쪽 장치 때문에 경보음이 울린다는 거네요?
영출 : 아따, 소태 백번 가르쳐줘야 알아듣는 걸 단박에 알아들으시네.
정연 : (흡족해서) 이것만 개발되면, 정말 획기적이겠는데요?
지나 : 그러게요. 미리 주식 사두길..
정연 : .. (얼른 입 막고)
(이때, 강모와 시덕이 급히 들어선다)
강모 : 정연아..?
정연 : (조금 당혹) 어.. 강모 왔니?
소태 : 어이구, 요즘 여기 맨날 출근이셔.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아주 죽겠어요.
영출 : 대답은 내가 하는데 니가 왜 죽겄어?
정연 : (미소) 축하해, 강모야. 이번에 아주 멋진 보일러가 개발될 거 같아.
강모 : 이거.. 삼일 안에 완성할 수 있어요?
영출 : 삼일? 난데없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여?
강모 : 해야 합니다.
소태 : 아니 보일러가 무슨 연탄 아궁이도 아니고..
강모 : (버럭) 꼭 삼일 안에 완성 하라구요..!
좌중 : ..? (이상해서)
정연 : 강모야..?
기술 : 삼일은 불가능합니다.
강모 : 그럼..? 그럼 언제까지 가능한 겁니까?
기술 : 아무리 빨라야 일주일.. 아니 열흘은 걸릴 겁니다.
강모 : ..!!
시덕 : 강모야?
정연 : ..? (뭔가 심상치 않아서)
씬44. 일식집 방안
(노갑수와 조필연, 조민우가 만나고 있고...)
갑수 : 의원님께서 주신 퇴출기업 리스트... 요즘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필연 : 그래, 어디다가 투자를 하셨소?
갑수 : 우선, 만보건설에 삼백억 이상이 들어가 있습니다.
민우 : .. (흡족하게) 우린 고맙긴 한데.. 너무 과하신 거 아닙니까?
갑수 : 과하다니요? 곧 재벌 그룹이 될 텐데.. 더 못 집어넣은 게 아쉽죠.
필연 : 다른 데는?
갑수 : 비광 그룹에 이백억, 남풍 물산과 청룡그룹에 각각 백억 이상씩을 투자했습니다.
필연 : 역시 배포가 아주 크시구만.
갑수 : 퇴출기업들을 분석해서, 이번 조치에 혜택을 받는 기업들을 철저하게 선별한 겁니다.
리스트가 바뀌지 않는 한, 절대 손해를 볼 일이 아니죠.
필연 : 퇴출기업 명단이 번복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날 믿어요, 노사장.
갑수 : 믿으니까 이렇게 전 재산을 다 내건 게 아니겠습니까?
필연 : 날 뒷바라지 하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할 거요.
갑수 : 의원님도 언젠간... 대권에 도전하셔야 하질 않겠습니까?
필연 : (내심 좋지만)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말아요.
민우 : 근데.. 한강건설 주식은 언제부터 팔 생각입니까?
갑수 : 내일부터 쏟아낼 작정입니다.
민우 : 그럼.. 내일부터가 내리막이겠군요.
갑수 : 삼일 후에 퇴출기업이 발표되면, 한강건설 주식은 그걸로 끝장입니다.
필연 : 자, 마십시다.
(건배하고 마신다, 술잔에 짧게 입을 대는 민우.. 눈빛을 번뜩이며...)
씬45. 한옥집, 방안
(태섭과 경옥이 있고.. 심각한 분위기.. 노크소리.. 정연이 들어선다)
태섭 : 왔냐?
정연 : ... (경옥에게) 사장님께.. 보고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태섭 : 알고 있다. 퇴출기업 발표가 삼일 후라면서?
정연 : .. 네.
경옥 : 보일러 개발.. 그 안에 가능해요?
정연 : .. 솔직히.. 어려워요.
경옥 : 그럼... 삼일 안에 한강건설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요?
정연 : 그냥..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말밖엔...
태섭 : 그럼.. 내일부터라도 갖고 있는 한강건설 주식을 다 내다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
경옥 : 정연양 생각을 말해 봐요. 어떡했으면 좋겠어요?
정연 : ... 사장님 돈이니까.. 당연히 하라는 대로 해야겠죠.
경옥 : 그럼.. 내 처분대로 할 건가요?
정연 : 전 아직도 강모 믿습니다.
태섭 : ..! (본다)
정연 : 강모, 이길 거예요. 절대 이대로 안 무너질 겁니다.
태섭 : 정연아.. 니 맘은 알지만, 지금 현실이..
경옥 : 그래서요?
정연 : .. (본다) 끝까지 갔으면 합니다.
경옥 : ... (본다)
정연 : 결정은 사장님께서 하시는 거지만..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밖으로 나간다)
태섭 : (경옥의 눈치를 살피며) 쟤, 저렇게 무모한 거.. 나 닮아서 그래.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
경옥 : ... (뭔가 생각하는데)
씬46. 포장마차 안
(강모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지친 듯, 혹은 슬픈 듯한 모습..
들어서는 정연.. 강모를 본다. 강모, 시선 주지 않은 채 고뇌하며 술잔을 털어 넣는다.
다가가 앉는 정연.. 강모, 그제야 정연을 보는데...)
정연 : (밝게) 나두 오늘 술 땡기는데.. 같이 마셔두 돼지?
강모 : ... 한강건설 주식.. 그만 팔아, 정연아..
정연 : (본다)
강모 : 나 때문에 너까지 어려워지면.. 그건 정말 못 참을 거 같아. (술 마시고)
정연 : .. (보다가, 술 한 잔 마신다) 예전에.. 내가 만보건설 빼앗길 때 생각 나니?
강모 : ... (본다)
정연 : 그때, 니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해줬어. 버릴 건 버리되, 당당하라구.. 절대 눈물 같은 거 보이지 말라구..
강모 : ...
정연 : 이 싸움, 힘들다는 거 알아. 그래.. 솔직히 이기기 어려울 거야. 그쪽은 돈과 권력을 다 쥐고 있으니까..
강모 : .. (술 마시고)
정연 : 다 잃어두 돼, 강모야. 세상에, 사업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아. 실패했다가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많고..
그치만... 난 니가 실패는 해도 패배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강모 : .. (본다)
정연 : 더군다나 상대가 조필연과 조민우라면... 절대 져선 안돼, 강모야. 회사를 잃더라도.. 끝까지... 당당하게 싸우는 거야.
(강모. 천천히 손을 뻗더니 정연의 손을 잡는다. 정연, 그 손길에 잠깐 움찔하다가...)
강모 : 고맙다, 정연아... 니가 옆에 있어줘서.. 나한텐 너무 큰 힘이 돼...
정연 : .. (본다, 애틋한 미소)
씬47. 로열클럽 전경 (밤)
씬48. 동, 룸 안
(한명석과 오병탁이 술을 마시고 있다)
명석 : (술 따라주며) 자, 한잔 드세요.
병탁 : 어, 그래.. (마시고)
명석 : (자기 잔에 술 따르며) 이번 주말에.. 발표 하실 거예요?
병탁 : 뭐? (생각나서) 아, 그거...
명석 : 대통령한텐, 아직 재가 안 받으셨죠?
병탁 : 내일 청와대에 들어가려구. 근데, 왜 자꾸 꼬치꼬치 캐물어?
명석 : 퇴출기업 발표 시기를 늦췄으면 해서요.
병탁 : ..? (본다)
씬49. 동, 사장실 안
(경옥이 인터콤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 미주가 와 있고..)
명석 : (F) 고문치사사건 이후로, 국민들 분노가 가마솥처럼 들끓고 있는데.. 이럴 때 꼭 그런 발표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병탁 : (F) 자네말도 일리는 있네만... 대통령하고 약속한 날짜를 어떻게 어기겠어?
명석 : (F) 위원장님이면.. 설득할 수 있잖습니까.
병탁 : (F) 자네가 이러는 이유가 뭔데?
경옥 : .. (심각하게)
씬50. 다시 룸 안
명석 : 이번에 선정된 퇴출기업 리스트, 절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탁 : 공정 할 수가 없지. 애초부터 의도 자체가 삐딱한 거니까.
명석 : 솔직히 말씀 드리죠. 한강건설.. 퇴출명단에서 빼줬으면 합니다.
병탁 : ..! (본다)
명석 : 빼 줄 수 없다면 시기를 늦춰서라도 기회를 좀 더 주고 싶어요.
병탁 : 그런 일로 대통령 심기를 건드리고 싶진 않아.
명석 : 전 이십년 동안 건설행정에 몸담아 왔어요. 그동안 가슴 벅찬 순간도 많았지만... 온갖 추잡한 비리도 다 보고 겪었습니다.
물론.. 저 또한 절대 깨끗하다고 말 못하겠고요.
병탁 : 그래서?
명석 : 이강모 사장.. 내가 본, 몇 안 되는 유능하고 깨끗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날개도 피기 전에 더러운 정치권력의
희생양이 되는 거.. 이 십년 동안 이 계통에 있던 사람으로서..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병탁 : 내가 거절하면.. 자네 어떡할 건데?
명석 : 위원장님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것 같군요.
병탁 : ..! 자네하고 나 사이에.. 그런 말 그렇게 쉽게 해도 되는 거야?
명석 : 저, 위원장님과 호형호제하면서도.. 부탁이란 거, 단 한 번도 해 본적 없습니다.
병탁 : 알아. 그래서 서운한 적도 있었지.
명석 :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 될 겁니다. 발표 시기.. 늦춰주세요.
병탁 : .. (보다가) 동생 하나 잘못 둬서.. 골치아프구만.. (술을 마신다)
명석 : (보다가, 씩 웃는데)
씬51. 동, 사장실 안
(인터콤을 끄는 경옥.. 미주와 시선 마주치면.. 미주, 안도하는 듯한 웃음..)
경옥 : (웃어 보이고) 수정이 니가, 이번에 아주 큰 일을 했어.
미주 : 저, 잠깐 나가서 인사 좀 드리고 올게요.
경옥 : 얼른 가 봐.
미주 : .. (급히 나가고)
경옥 : ...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눈빛)
씬52. 동 밖 복도
(미주가 급히 오는데.. 막 룸에서 나오던 명석과 마주치고..)
명석 : 어, 난 또 어디 갔나 했어요.
미주 : .. (본다, 고맙고)
명석 : 걱정 말아요. 수정양이 원하는 대로, 잘 될 것 같아요.
미주 : .. (눈물이 그렁그렁)
명석 : 이강모 사장이 부럽군요. 아주 똑소리 나는 동생을 뒀어요.
미주 : ..! (덥썩 안긴다) 고맙습니다, 부시장님.
명석 : ..! (당혹)
미주 : 저, 평생 이 은혜 안 잊을 거예요. 고마워요, 부시장님.
명석 :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어떡해야 할지)
씬53. 몽타주 (낮)
- 창고 안..
보일러 연구가 한창이다. 강모와 영출, 기술이사와 소태...
강모, 와이셔츠 차림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뭔가 열심히 지시하며.. 슬쩍 손목시계를 보면 두시 삼십분 쯤..
주식상황이 걱정스럽다.
- 회의실 안..
열심히 전화중인 정연과 지나, 십여 명의 사람들.. 정연, 뭔가를 받아 적으며..
지나가 현황판에 주식 시세를 연신 적었다가 고쳐 지우고..
- 증권사 안...
전광판에, 계속해서 내려가는 한강건설 주식..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전광판을 주시하던 노갑수가 지점장을 불러서 뭔가 귓속말을 한다. 지시를 듣고 가는 지점장...
갑수, 흡족하게 고개 돌리다가 경옥과 시선이 마주친다. 경옥, 다른 자리에서 전광판을 보던 중이다. 그 옆에 지배인이 앉아 있고..
갑수의 시선을 외면하며 다시 전광판을 보는 경옥.. 이때, 미친 듯이 하락하는 한강건설 주식...
- 회의실 안...
수화기를 놓는 정연.. 길게 한숨 내쉬며.. 시계가 오후 세시를 가리키고 있고..
씬54. 증권사 안
(폐장이다. 휴지조각들이 날리며.. 돌아가는 사람들... 전광판에 한강건설의 하한가 표시...
이를 지켜보다가 일어서는 경옥... 지배인과 함께 나오는데 갑수가 막아서고..)
갑수 : 이쯤해서, 손 떼시지 유사장.
경옥 : ..
갑수 : 걷어 들이는 데도 한계가 있을 거야. 돈 싸움에서..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나?
(갑수, 싸늘하게 웃으면서 간다. 경옥, 노려보다가...)
경옥 :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캐쉬, 다 동원해.
지배인 : 예?
경옥 : (사납게) 못 들었어? 있는 돈 다 긁어 모으라구..!
지배인 : 알겠습니다, 사장님.
경옥 : .. (갑수 쪽을 보는데)
씬55. 한옥집 전경
정연 : (E) 죄송합니다, 사장님.
씬56. 동, 방 안
(정연이 와 있다. 경옥과 태섭이 있고.. 경옥, 차분히 차를 마시며..)
정연 : 노갑수 쪽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막기엔.. 역부족이에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던 자본금도 다 동이 난 상태구요.
태섭 : .. (경옥을 본다)
경옥 : (통장을 꺼내 건넨다) 이게,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현금이에요.
정연 : ..? 사장님?
경옥 : 이걸로, 끝까지 버텨봐요.
정연 : 하지만.. 이 돈까지 쏟아 부우면..?
경옥 :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요. 내일 발표할 예정이던 퇴출기업 명단.. 취소됐어요.
정연 : ..!! (크게 놀란다)
경옥 : 앞으로 열흘 후에 발표될 거예요. 그 전에.. 반드시 보일러 개발해야 돼요.
정연 : (눈물 고이며) 고맙습니다, 사장님.
경옥 : 그 돈, 말 그대로 투자금이에요. 꼭 이익 남겨 올거죠?
정연 : 예.. 사장님..
경옥 : 그만 나가봐요.
정연 : .. (밖으로 나가고)
태섭 :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리 한 거 아니냐?
경옥 : ..
태섭 : 아직 보일러 개발이 성공한 것두 아니구..
경옥 : 정연이.. 저한테 얼마의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태섭 : ..? (본다)
경옥 : 억만금을 다 줘도... 나한테 정연이만큼 안 귀해요.
태섭 : 그거야 그렇지만..
경옥 : 정연이가 저러는 거.. 이강모 때문이에요. 그 사람을 사랑하니까..
씬57. 동, 문 밖
(정연이 문 앞에서 듣고 있다)
경옥 : (E) 사랑하는 사람한테... 전부를 다 내 걸 수 있는 거.. 난 그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투자라고 생각해요.
내 딸.. 너무 멋지지 않아요?
정연 : .. (눈물 주르르 흐르고)
경옥 : (E) 나도.. 그래서 정연이한테 전부 투자한 거에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딸이니까..
(정연, 가슴이 메어질 듯이 벅차다. 입모양으로 엄마를 부르며 소리 죽여 우는데..)
씬58. 창고 안
(다들 지쳐서 나가 떨어져 있다. 조립하다 만 보일러 본채와 여기저기 널려있는 부품들...
강모와 시덕, 영출, 소태, 기술이사.. 이때, 경자가 신문을 들고 들어선다)
경자 : 내일 자 석간신문 왔어요.
좌중 : ..! (벌떡 일어선다)
강모 : .. (천천히 일어서고)
소태 : (시덕에게) 야, 얼른 봐봐..
시덕 : 니가 봐, 임마. 퇴출기업 명단 발표 났을까봐 심장 떨려 못 보겠어.
영출 : 내가 볼게. (신문 받아들고) 야, 돋보기 없냐? 내 돋보기 어디갔어?
소태 : 아, 증말 답답하게..
(강모, 신문을 낚아채더니 펼쳐보기 시작한다. 일면에 안보이고.. 다시 넘기더니.. 빠르게 뒤적이는데..)
경자 : 왜 그래요, 사장님?
강모 : .. 발표기사가 없어. (다시 뒤적이는데)
소태 : 없어? (경자에게) 어제꺼 가져온 거 아냐?
경자 : 내가 멍충인줄 알아요?
강모 : 어떻게 된거야? 오늘 발표난다고 했잖아?
정연 : (들어서며) 발표 연기 됐어.
강모 : ..! (보면)
좌중 : ..!! (놀라는데)
정연 : 앞으로 열흘 후야. 그 전에 보일러 완성 시킬 수 있지?
(강모, 으아, 환호성 지르며 정연을 확 껴안는다. 정연, 놀라다가, 이내 웃고.. 경자가 뜯어 말리며..)
경자 : 왜들 이래요, 공공장소에서..?
영출 : 아, 뭐해? 이럴 시간이 어딨어? 일하자구..!
기술 : 해봅시다..!!
(다들 의욕적으로 매달린다.
강모, 정연을 보는데 평소보다 뜨겁다. 정연, 문득 그 시선이 쑥스러워서.. 미소 지으며)
씬59. 국회 안, 오병탁 방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필연.. 오병탁과 한명석이 바둑을 두고 있고..)
병탁 : 어, 어서와 조의원.
필연 :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병탁 : 무슨 짓이라니?
필연 : 대체 왜 발표를 연기한 거냔 말입니다..!!
병탁 : 요즘 각하의 신경이 온통 시위대에 가있어. 밖을 내다 보라구. 당장에 국민들이 청와대에 쳐들어갈 기세야.
필연 : 그래서요?
병탁 : 각하께 건의했지. 지금은 발표시기가 좋지 않다고.. 귀찮은가 보더라구. 알았으니까 그냥 나가래.
명석 : 근데, 꼭 이번에 발표해야 할 사정이라도 있는 겁니까?
필연 : ..! (노려본다)
명석 : 아니 제 말은, 조의원께서 너무도 강력하게 이번 발표를 주장하셔서..
병탁 : 자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번 건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면 내가 좌시하지 않아. 조의원이 그걸 모를 것 같아?
필연 : ..!! (밖으로 나가버린다)
병탁 : .. (싸늘해지며, 보는데)
명석 : 어서 두세요. 단숩니다.
씬60. 동, 조필연 방
(필연, 책상을 쓸어버린다. 분기를 참지 못하는데.. 이때, 재춘이 들어서고..)
재춘 : (뭔가 다급하게 보고하려고) 의원님...
필연 : 재춘아.. 나.. 오병탁을 그냥 둘 수가 없어..
재춘 : 예?
필연 : 죽여버리고 싶다고..!!
재춘 : 저, 의원님... 고정하시고.. (자료 내민다) 이걸 보십시오.
필연 : 이게 뭐야?
재춘 : 성모 밑에 있는 유찬성에 대한 자룝니다.
필연 : 근데?
재춘 : 유찬성 친형이.. 예전에 미팔군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했답니다.
필연 : ..! (버럭) 그래서 뭘 어쨌다구..!!
재춘 : 기억 안 나십니까? 베트남 기밀문서를 빼 돌릴 때 죽은 그 군의관 말입니다.
필연 : ..?
- 인서트 (6부에서)
(군의관이 총에 맞아 죽는 장면.. 그 위로 군의관이 죽었다고 울부짖는 어린 성모의 모습 짧게..)
- 다시 현실
필연 : 그래.. 기억 나... 그때... 군의관이 죽었어. 유찬성이.. 그 놈 동생이란 말이냐?
재춘 : 예, 틀림없습니다.
필연 : 그러니까.. 지 형이 나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거로구만.. 그래서 복수를 하려고 내 주변을 맴돈 거야.
재춘 : 지금까지의 모든 공작... 유찬성 그 놈이 저지른 짓입니다.
필연 : 그래? (눈빛) 그럼... 날 해치기 전에.. 내가 먼저 죽여줘야지..
씬61. 도장 안
(유도복장의 성모와 찬성이 연수를 기다리고 있다)
성모 : 야, 얘 또 왜 꿈지럭거리냐?
찬성 : 요즘 애들 다 그렇죠, 뭐.
성모 : 이 자식 증말, 상사 알기를 개떡같이 아나.. (간다)
씬62. 동, 탈의실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연수... 이때, 성모가 확 들어서며..)
성모 : 야, 임마..! 너..!!
(연수, 비명 지르며 도복으로 몸을 가린다)
성모 : 미, 미안.. 미안해, 연수야..? (도망치듯 나가고)
연수 : .. (흘겨보는데)
씬63. 동, 밖 도장
(성모가 긴장하며 서 있고.. 찬성, 영문을 모르고.. 도복으로 갈아입은 연수가 씩씩대며 다가와 선다)
성모 : (시선 못 맞추고) 대, 대련 준비 다 됐지? 시, 시작할까?
(연수, 냅다 성모의 급소를 찬다. 성모, 억..! 하고 주저앉고)
찬성 : 야, 너 미쳤냐?
연수 : 죄송합니다..! 유도가 아니라.. 태권돈줄 알았습니다.
성모 : .. (호흡 조절하며)
씬64. 만보건설 연구소 안
(민우와 성중이 들어선다. 막을 씌워서 형태를 알수 없는 보일러가 서 있고...
연구소장과 공장장, 다른 연구진들이 대기해 있다)
민우 : 수고 많으셨습니다. 드디어, 만보건설의 보일러가 탄생했군요.
성중 : 보시겠습니까? (줄을 당겨서 끌르려는데)
민우 : 아뇨, 됐어요. 오늘 보일러 프리젠테이션이 몇시라고 했죠?
성중 : 오후 두십니다.
민우 : (좌중에게) 퇴출 발표가 미뤄지는 바람에.. 한강건설과 진검승부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자신들 있죠?
소장 : 물론 자신 있습니다.
민우 : (성중에게) 기자들 부르세요. 주식 시장에서, 이강모가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오늘 부로 끝장을 내줘야줘.
씬65. 한강건설 복도
(강모와 영출, 시덕, 소태가 비장하게 걸어가고 있다)
씬66. 어느 회의실 안
(들어서는 강모와 일행들... 기술 이사가 기다리고 있고.. 이곳도 역시 보일러 본체가 막에 씌워져 있다.
강모, 감개무령하게 보는데.)
영출 : 근데, 시간이 없어서 성능을 충분히 실험 못했다는 게 영...
강모 : 우린 최선을 다했어요. 이제 우리 한강건설의 운명.. 이 보일러에 달렸습니다. 만보건설 쪽 소식은 모르죠?
기술 : 그쪽도 워낙 보안이 철저해서..
강모 : 붙어봅시다. 우리한테.. 이 보일러가 벼랑 끝이에요. (눈빛)
(강모와 조민우의 대결구도 화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