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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갈림길 표시목이 가리키는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돌무더기를 지나면 가야 할 능선 끝에 계봉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지리산의 산등성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후면 두 번째 이정표(황토재 5.5km, 마애불 0.1km, 이명산 0.5km)가 서 있는 갈림길이다. 여기서 마애불 쪽은 계명산이나 한솔수련원을 거쳐 1시간30분 정도면 북천면소재지에 다다를 수 있다. 특히 이명산 마애석조여래좌상은 암벽을 다듬어서 감실(龕室)처럼 만들어 높이 81㎝로 조각했다. 제작수법으로 미루어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그 아래쪽에 시루떡을 쌓은 것 같은 전설의 시루떡바위도 볼 수 있다.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제법 경사진 내리막길로 곧장 내달으면 불당재. 쉼터가 있는 이 고개에서 왼편으로 떨어지면 하동군 진교면 월운마을이다. 직진하면 산릉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뚜렷해 큰 어려움 없이 490m봉을 넘어 안부에 이른다. 계봉으로 오르는 안부는 칡넝쿨로 뒤엉켜 있지만 그런대로 헤집고 나가기에 힘들지는 않다. 15분이면 계봉(549m) 산마루에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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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이명산은 삼각뿔처럼 걸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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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봉은 정상석이 두 개다. 계봉은 한자로 닭 계(鷄)자를 쓰지만 경남지방에서는 닭을 ‘달구’라 부르는 까닭에 달구봉이라 이르는 것이다. 그런데 옆에는 ‘이명산 시루봉’이라 새겨진 표석이 자리하고 있어 어리둥절할 뿐이다. 계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이명산보다 좋아 지리산의 주능선은 물론이고, 이명산을 비롯한 인근의 풍경도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계봉에서 황토재까지는 서북쪽 능선을 따라 간다. 길이 넓고 뚜렷하며 큰 오르내림이 없는 부드러운 능선이다. 5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편 길섶에 배안골이 표시된 조그만 안내판이 보인다. 이쪽으로는 배안골 또는 510m봉을 지나 직전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그러나 산길이 확실하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살티재에는 산등성이 아래로 경전선 철길이 지나는 이명터널이 뚫려 있다. 왼편 산길로 내려서면 하동군 양보면의 경전선 양보역에 이른다. 30분이 지날 무렵 넓은 산판도로를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들면 황토재에 닿는다. 황치재, 수우재라고도 부르는 고갯마루이며 주유소와 청솔휴게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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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북천면 직전마을에는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가 준비되고 있다. 지난해 30만㎡ 면적에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활짝 피어 관광객 70만 명이 찾아온 명소가 됐다. 올해는 더 넓은 면적에서 섶다리를 체험할 수 있고 오두막도 있어 향수를 자극할 것이란다. 주렁주렁 매달린 수세미와 조롱박터널은 가을을 만끽하게 한다. 막걸리, 메밀묵 등 토속음식이 준비돼 있어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축제는 9월 18일부터 10월 4일까지다.
소설가 나림(那林) 이병주(1921~1992년)는 하동이 배출한 대표적인 문인으로 이명산 자락에 그의 문학관이 세워져 있어 한 번 들러 볼 만하다. 이병주문학관을 돌아보면 나림의 문학세계는 물론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소설임도 알게 될 것이다.
>> 산행길잡이
○신산마을 버스정류장~다솔사~봉명산~보안암~456m봉~깨사리재~이명산~계봉~477m봉~살티재~황토재(6시간30분 소요)
○신산마을 버스정류장~다솔사~봉명산~보안암~456m봉~깨사리재~이명산~마애불~계명봉~직전마을(4시간30분 소요)
○신산마을 버스정류장~다솔사~봉명산~보안암~456m봉~깨사리재~이명산~계봉~510m봉~직전마을(5시간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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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이명산은 하동, 사천에 소재하지만 대중교통편 이용시 진주를 경유하는 것이 편리하다. 산행 들머리인 다솔사 입구의 신산마을까지는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곤양을 경유하는 옥종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버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곤양까지 간 다음 곤양 시외버스정류장 옆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 다솔사까지 요금은 6,000원 안팎. 산행 날머리인 황토재에서 북천면 소재지인 직전마을까지는 1일 3회(10:10, 14:20, 18:40) 운행되는 시외버스 시간을 맞추기 힘들 경우 하동 북천개인택시(011-868-1077)를 부르면 된다. 요금은 8,000원 안팎. 북천면에서 진주까지는 시외버스나 기차를 이용한다. 축제기간에는 진주까지 임시열차, 전세열차도 운행된다.
서울→진주 강남고속버스터미널(ARS 1688-4700)에서 15~70분 간격(06:00~00:10) 운행
서울→진주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10~30분 간격(06:00~00:00) 운행
부산→진주 서부터미널(ARS 1577-8301)에서 8~10분 간격(05:40~21:30) 운행
부산→진주 노포동종합터미널(ARS 1688-9969)에서 30~60분 간격(06:00~20:40) 운행
대구→진주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에서 1일 19회(06:30~19:30) 운행
진주→곤양 경유 옥종행(신산 하차) 시외버스터미널(ARS 1688-0841)에서 1일 9회(07:50~20:00) 운행
>> 숙식 (지역번호 055)
산행 들머리인 다솔사 인근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곤양면에 곤양파크여관(854-5366)이 있지만 숙식은 진주시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진주는 서부 경남의 중심도시로 깨끗한 장급 여관과 다양한 먹거리집이 많다. 맛집으로는 천황식당(741-2646)의 진주비빔밥과 육회, 아리랑한정식(748-4556)은 진주 전통 교방한정식이 유명하다. 남강변에 위치한 유정장어(746-9235)는 장어구이와 메밀냉면이 별미다. 북천면 옥정리의 옥정식당(882-9345)은 허름하고 볼품없는 식당이지만 산행 후 출출한 배를 막걸리 한 사발에 국수나 정식으로 부담 없이 달랠 수 있는 주막 같은 집이다. 다솔사 들머리 신산마을의 자연산 메기탕(854-9842)이나 추어탕도 괜찮은 편이다.
/ 글·사진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