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성지 순례 후기(3)- 기적의 성지 루르드(1)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역에서 TGB를 타고 남서쪽 루르드까지 약 6시간을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초록의 평야는 마냥 부럽기만 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넓은
평야지대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생각을 해보았다.
루르드에 가까워지면서 멀리 높은 산이 보이고, 하얗게 눈이 덮힌 산의 모습이 차창에
아득히 보이기 시작했다. 피레네 산맥의 고봉들인 것이다. 루르드는 바로 피레네 산맥
산기슭에 가브드포 강을 끼고 자리하고 있었다.
호텔 숙소에 짐을 풀고 베란다에 나가니 오른쪽으로 높은 바위산 위에 서있는 육중한
회색 건물, 루르드 성이 보였다. 감옥으로도 이용되었다고 하는데, 옛날 14세기에서
15세기에 걸친 100년 전쟁 당시 루르드 지방을 영국군에 빼앗기고 다시 탈환하는 과정에
중요한 군사적 요새로 활용 되었다고 한다.
성스러운 성지를 위협적인 건축물이 높은 바위 절벽 위에서 내려보는 형국이어서 처음엔
이상한 기분,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피레네 산맥 산기슭, 보잘 것 없었던 산골 마을은 1858년 2월 11일부터 동년 7월 16일까지
성모님께서 18차례에 걸쳐 시골 소녀 베르나데타에게 발현하신 이후 1876년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마리아 대성전'이 축성 되고, 성지가 조성 되며, 수 많은 기적사건들이 일어
남으로 해서 세계 '3대 성모 발현 성지'로서 일년에 수백만 명의 순례객들이 방문하는
대성지로 변모하였던 것이다. 그 변화 자체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순례객들과 더불어 비오 10세 대성당에서의 성체강복, 매일 밤 성모님
발현 동굴에서 출발해 성지 광장을 돌아 로사리오 대성당까지 묵주기도를 바치며 걷는
촛불 예식 참여, 우리 본당 한재석 안드레아 신부님의 주례로 동굴성당에서 드린 미사 봉헌
등의 귀한 경험들은 오래도록 기억 될 것이다.
무엇 보다 성지를 가득 메운 세계 각처에서 찾아 온 수많은 순례객들 틈에서 촛불을 들고,
태극기와 '한국 순례단'이라고 쓴 깃발을 높이 세우고, 세계 각국의 언어로 바치는 묵주
기도를 올리며 성지를 도는 촛불 예식은 감동 그 자체였으며, 특히 우리 말로 바치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
라는 성모송을 들을 때는 몸의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 험난한 수난의 역사를 견디며 헬 수 없이 많은 순교자들의
희생과 숭고한 믿음 위에서 자생적으로 싹을 트고 자라 오늘 날과 같이 성장한 대한민국의
가톨릭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