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 엄지인
반음 외
자기 목소리는
자기가 모른다고
글루코가 상한 목소리를 위해
강원도행 티켓을 내밀었다
나는 지난겨울에도
그곳에 두고 온 목소리가 있지 않았느냐고
낮은 음역으로 중얼거렸다
목장은 평화로웠고
그 이유는 양들이 멀리 달아났기 때문이라는
주인의 풀 죽은 목소리를 떠올렸다
우리는 하나로 여행을 떠났다가
모르는 노래가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내 노래가 이상하다고요?”
숙소로 돌아온 글루코가
높은 보폭으로 다가와 따져 물었다
이상한 건 악보 위에 매달린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정확한 음표라고 말했다
이윽고 욕실 문틈 사이로
글루코의 가느다란 노래가 새어나왔다
발등 위로 쏟아지는
연약한 가성,
순간 나는 왜
그 아래 밑줄을 그으며 나지막이 따라 부르는가
새로운 계절이 오기 전
우리는 잠시 노래를 예감한다
꼭 아파야 한다면
아- 아- 목울음이 제격이라며
우리는 나란한 침대 위에서
밤새 여러 줄로 갈라졌다
쿵!
옆방에서 벽을 치면
비로소 서로의 소음이었음을 안심했다
입을 다물고
라면을 끓이며
설마, 비명은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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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곰벌레는 잘 풀리는 중입니다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유 아닌
이후 이야기가
청백 게임도, 돈벼락도 아닌
뒤집어져도 자꾸 살아남는다는 건
오해 속에서도 웃어야 하는 일일까
어울리지 않는 호칭을 달고 반짝이는
돈(豚)나무처럼
집 앞 호떡 보살은 개명했다
아무도 모르게 정신과 처방을 받고
웃음꽃 보살이 되었지만
오월,
흰 꽃이 흩날리면
잇몸부터 하얗게 지워졌다
우리가 우리의 불운을 시험하는 일은
그리 나쁜 일일까요
여러 번 접은 부적을
가슴에 품고 질문할 뻔했다
웃음이 방편,
손바닥에 적어둔 행운의 숫자가
답안지처럼 한 칸씩 흘러내리는 걸 그저 바라본다
산꼭대기 진흙이 말라도
부스러지고 꽝꽝 얼어도
마지막 괄호 안에 웅크린 정답은
가시곰벌레
“화산재를 뒤집어쓴 벌레 따위?”
“음- 살아남는 것이 일류일지도”
이번 문제는 문제투성이라
모두가 정답 처리되는, 끝내 웃는 일일지도 모른다
날씨는 말라붙었지만 덩달아 젖은 기분,
제 자리에 결석만 하지 않으면
잘 풀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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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인| 202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