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 "유가족들 곁에 서서 함께 살아갈 것"…유가족 "든든한 버팀목 되어 준 교회·시민 감사"
서울시청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앞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화려한 부활절 퍼레이드 행렬이 서울시청광장을 지나쳐 갔다. 시청 옆 세종대로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에서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와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이 요란히 터져 나왔다. 부활절인 4월 9일,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광장 일대에서는 한국교회 주요 연합 기관들의 각종 행사·집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부활절 기념행사에는 수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같은 시각, 서울시청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앞에서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연합 예배가 열렸다. 참사 163일을 맞은 유가족과 함께 드리는 부활절 예배였다. 예배에는 유가족 9명과 그리스도인 400여 명이 모였다.
단상에 오른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의진 씨 어머니는 밝고 순수했던 아들을 회상했다. 그는 아들 김 씨가 희생자 명단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삶이 산산조각 났다고 했다. 자신을 포함한 159명의 희생자 유가족은 슬픔과 고통과 분노 속에서 163일째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인인 그는 "의진이를 잉태하기 전,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중에 에베소서 4장 24절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는 말씀을 주셨다. 순수 청년 의진이는 의와 진리의 삶을 꿈꿨으며, 사랑의 흔적을 남기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의진 씨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그는 "청년들의 생명과 안전, 존엄을 책임지지 못한 국가와 행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 다시는 이 땅에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이상 사랑하는 이들이 생이별하지 않도록 국가는 온전한 책임을 다하라"고 말했다. 또 "교회와 시민은 국가와 행정부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 국민의 생명이 존귀하게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매의 눈으로 지켜 보시고 날카롭게 평가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참사 이후 물심양면으로 유가족을 도와준 교회들에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참사 이후)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과 함께해야 할 교회가 '왜 조용할까?' 오해했다. 교회가 우리 유가족을 위해 기도와 후원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는 것을 150여 일이 지나고서야 알게 됐다. 죄송하고 송구하다. 슬픔 가운데 있는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시고 등을 토닥여 주시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시는 교회와 시민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진실이 드러나고 정의와 진리가 바로 서는 그때까지 함께한다고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159명의 희생자들이 1년을 더 살았다면 159년의 역사, 10년을 더 살았다면 1590년, 50년을 더 살았다면 7950년의 역사가 펼쳐졌을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행복하고 찬란했을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시민들이 유가족과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의 사라진 역사를 재창조하는 일에 전심전력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김근주 목사(사진 오른쪽)는 그리스도인들이 유가족들 곁에 서서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교수인 김근주 목사(일산은혜교회)가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10·29 이태원 참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시간·장소·형태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 그래서 왜 그날 현장 통제와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는 것은 필수적이다. 단순히 누구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번에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요한계시록 21장 4~5절을 언급하면서 "지금은 고통스러운 현실이 있지만, 마침내 하나님은 원수를 갚아 주실 것이고,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게 하실 것"이라며 "하나님이 약속에 충실하시다는 것은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드러났다"고 했다.
부활의 의미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근주 목사는 "권력자들은 예수님을 제거하고 무덤에 묻었으니 모든 것이 끝났다 여겼겠지만, 그 무덤은 비어 있었고 예수님은 부활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은 더 이상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실 날을 소망하고 기대하며 살아가게 되었다"면서 "여전히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있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매일 또다시 탄식하며 괴로워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체념하지 않을 것이고, 마침내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때로 노래도 하고 찬양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끝까지 유가족들 곁에 서서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산나 목사가 성찬을 집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김지애 팀장(고난함께), 곽형석 씨(새벽이슬), 최주리 간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는 각각 기도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끌어안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제정되고, 교회가 이를 위한 노력을 외면하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예배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예배를 마친 참석자들은 앞에 서서 인사를 전하는 유가족들의 손을 맞잡고, 안아 주며 위로했다. 부활절 연합 예배 공동준비위원장 구교형 목사(성서한국 이사장)는 "예배를 통해서 마음을 나눴듯이 이 자리를 떠나서도 말씀대로 살아가자. 계속해서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사를 나누는 유가족과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나수진
첫댓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
국민의 생명이 존귀하게 존중받는 세상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