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을 호재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여론조사를 등에 업고 단식과 농성, 장외집회, 일본 항의방문 등 온갖 강경대응을 망라해 공세수위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직까지 딱히 얻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당 지지율은 30% 초반에서 정체 상태인데 그들의 초반 결기를 감안하면 민주당이 주도한다고 보기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응수위와 방향을 바꿔 수산업계 지원 등 정책에 치중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10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염수 방류 규탄 대규모 장외집회를 당분간 열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오는 22일 장외집회를 잠정 예정하고 있다"면서도 "여론 추이를 보면서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7월을 후쿠시마 방류 저지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고 총력대응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돌연 톤을 낮춘 것 같습니다. 앞서 2일 조정식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7월은 오염수 문제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몇 차례 더 전국을 다니며 전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단언한 바 있었습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항의 방문하러 일본으로 떠났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강경투쟁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우원식 의원은 오염수 방류 반대 단식투쟁을 보름 만에 중단했는데,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지도부와 함께 농성장을 찾아가 "충분히 결의를 보여줬으니까 이제는 좀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단식은 중단했으면 (좋겠다)"이라고 우 의원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에 ‘올인’하면서 참담한 수준을 스스로 드러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최소한의 논증도 없이 무조건 ‘핵 폐수’ ‘방사능 테러’ 등 자극적 용어로 비난만 하다 급기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마저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뻗댄다.
믿을 수 없다는 이유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IAEA가 일본 편이기 때문’이라고 우긴다. IAEA 또는 그 사무총장이 뇌물을 받아 맞춤형 깡통보고서를 일본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썼다는 극렬 지지자들의 ‘아무 말 대잔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하마터면 대통령이 될 뻔했던 167석의 압도적 원내 제1당 대표가 만화 같은 음모론 선동에 앞장서 있다는 게 민주당과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눈앞의 작은 정파적 이익에 매몰돼 일개 시민단체도 하기 힘든, 나라 망신 될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 다음 대선 때 혹시라도 당선되면 국제무대에 어떻게 서고, 무엇을 말할 수 있겠나.
반일 선동이 흥행이 보장된 ‘필살의 카드’라고 해도 이번 오염수 사태는 민주당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80%대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거나 하락 조짐마저 보인다.
방류를 안 하면 좋겠지만, 유엔 산하 국제기구도 인정한 방류는 순전히 일본의 선택이고, 그걸 우리 정부가 막을 방법도 없기에 정권 퇴진 운운하는 야당의 속셈이 ‘국내용’임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진실과 거짓을 정반대로 뒤바꾼 견강부회 식 화법이 국민의 지지와 동감을 얻지 못하게 하는 요인도 되는 것 같다. 이 대표가 최근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우기고,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억압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느냐”고 해 놀랐다.
그의 안면몰수식 말투를 익히 들어왔는데도, 충격적이었다. 후쿠시마에 보관 중인 오염수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동위원소는 기준치 이하로 걸러내고, 삼중수소는 음용 기준의 7분의 1 이하로 희석해서 방류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IAEA가 공식 발표했다.
그 IAEA의 ‘모니터링태스크포스’에는 한국·중국·러시아·베트남·미국·프랑스·스위스 등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해 2년간 오염수를 분석했고, 오염수 탱크에서 추출한 샘플을 IAEA 산하 연구소 3곳에서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미국·프랑스·스위스 등의 연구소와 교차 검증까지 거쳐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했는데도, IAEA가 일본에 매수돼서 믿을 수 없다는 식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이 우긴다고 문제가 되나. 이런 억지를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천연덕스럽게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사기꾼 아니면 바보, 둘 중의 하나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스캔들 등을 잠재우려 감행한 ‘이래경 혁신위원장’이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 미국 진원설’ 등 음모론을 퍼트린 친명계 인사라는 게 들통 나 사임한 뒤 이 대표가 한 발언에서도 이상한 말버릇이 드러났다.
이 대표가 비명계는 물론 최고위원들에게도 사전에 의견을 구하지 않고 전날 저녁에 일방 통보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일 처리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묘한 변명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한책임’을 입에 올리긴 했지만, 발언의 의도는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데 있다.
눈에 띄는 건,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라는 대목이다. ‘충분히 안 했는데 충분히 했다’는, ‘not A=A’라는 모순된 말을 짧은 문장 안에서 결합하는 ‘신공’을 보여줬다.
성남시장 때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시키려고 한 적 없다’고 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기사회생했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대장동 사건과 관련돼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해 또다시 기소된 이 대표이고 보면 거짓말이 고질병인 것 같다.>문화일보. 김세동 논설위원.
출처 : 문화일보. [김세동의 시론]이재명의 끝없는 ‘궤변 신공’
“궤변(詭辯, sophistry)” 은 ‘형식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논증을 이용해서 거짓인 주장을 참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논법’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얼핏 들으면 옳은 것 같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둘러대어 논리를 합리화시키려는 허위의 변론을 말합니다.
궤변은 상대방을 속여 참을 거짓으로, 혹은 거짓을 참으로 잘못 생각하게 하거나, 또는 거짓인줄 알면서도 상대방이 쉽게 반론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사상적 혼란, 감정이나 자존심 등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궤변은 처음부터 토론을 통해 어떤 진리를 밝히기 위해서가 아닌, 단지 말다툼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의 술수입니다. 기자들이 사건에 대해서 문의를 하면 엉뚱한 말로 논지를 바꾸고는 그 사건은 그냥 묻어두고 넘어가는 그의 술수가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궤변 신공’ 아주 적절한 표현이고 절묘하게 그를 드러낸 ‘성어(成語)’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