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며칠이 지났다.
'부용아!"
"네"
"재주가 많은 사람은
그 재주에 넘어 가기가 쉬우니라.
네 인물이 절색이고 노래를 잘 하고 춤을 잘 추고 시를 잘 짓고 하는 등
온갖 재주가 비범하고 보니 네 주위에서 뭇 사나이들로부터
많은 유혹의 손길이 뻗치게 될지도 모르니
여자는 이런 때 자기 몸단속을 잘 하여야 하느니라"
"알아 모시겠나이다."
"소첩이 그날 저녁 백년해로 하기로 굳게 맹세하던 그때
그 일을 어찌 잠시라도 잊겠나이까.
백번 죽사와도
소녀는 대감의 소첩(小妾)이로소이다"
"음! 장하도다.
내 너를 믿고 떠나니 갔다 돌아올 동안에 부디 몸성히 잘 있거라"
'대감 그럼 속히
돌아오실 날 손꼽아 기다리겠나이다"
☆☆☆
감사가 이웃 고을로 떠나는 날 부용은
그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는 것이다.
감사는 이웃고을에
볼일이 있어 지금 가는 길이다.
거기서 며칠동안 볼일은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성천 땅에 다시 들려서 부용과 함께 평양까지 같이 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금슬을 같이 한지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이만큼한 여자라면 족히 백년을 해로하여도 무방하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부용이 또한
같은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
며칠 후에 이웃 고을에서 볼일을 마치고 감사는
부리나케 성천땅으로 돌아 왔다.
그는 이제 부용을 데리고 평양 땅으로 가서
아기자기하게 살림을 하여 보려는 꿈을
가득히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뜻하지 않던 큰 일이 생겼다.
그가 철석같이 믿었던 부용이는
그가 며칠동안 이웃 마을에 가있는 동안에
어느 외간 남자와 정분이 나서
매일 밤 그 사람을 자기 방에다가 재우고서는
새벽녘에야 그 사람을 돌려보낸다는 소문이
온 성천 고을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