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버찌
혜림은 진짜 도치씨가 양다리문어 사러 가는 줄 알았다.
도치씨의 행동에 감동했다. 자신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것은 그만큼 도치씨가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했다. 요즘 남자들치고 양다리라는 말뜻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 그동안 낚시 다니면서 했던 행동들을 되짚어보며 혜림은 도치씨에 대한 불쾌감을 전면 수정했다. 오늘의 불쾌감도, 불신감도 모두 올훼 그 주인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이렇게 순수한 남자가 있을까? 이러니 여자들이 따르지. 올훼주인 그년도 도치의 이런 모습에 홀딱했을 거야. 고양이가 던져주는 생선을 골라서 먹어? 던져주는 년들이 죽일 년들이지. 내가 도치라도 올훼 그년 앞에서 어쩔 줄 몰랐을 거야. 어쩌면 더 했을지도 모르지. 도치는 들판에 풀어 놓은 망아지 같으니 어쩜 좋아?”
혜림은 양다리문어 사러 가려는 도치씨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도치씨 옆엔 자신이 있어줘야 된다고 덧붙여 결심했다. 모성본능이랄까? 혜림의 속 깊은 생각은 연민이 아닌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양다리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혜림은 훨씬 부드러운 어조로 도치씨에게 말했다.
“양다리는 먹었다 생각할게. 도치 마음만 받아도 고마워. 남산 올라가고 싶다고 했지?”
“네에. 가실래요?”
남산타워로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남산은 진달래 개나리가 벚꽃과 동시에 피어, 노랑 빨강 분홍 그리고 연두 빛으로 어우러진 완연한 봄이었다.
“도치 저거 봐.”
“뭐요?”
“저 꽃들 말이야.”
“저 꽃들이 뭐래요?”
“호호호, 그게 아니고 저 꽃들이 지 주제를 모르는 것 같아. 순서가 있는데 완전 무시됐잖아?”
“네에? 꽃이 피는 순서가 있다구요?”
“암, 벚꽃피고 진달래 개나리 펴야 하는데 함께 폈잖아? 이젠 우리나라도 아열대처럼 개화순서가 없어지려나 봐.”
“사계절 꽃이 피면 좋잖아요?”
“그럴까? 정말 그럴까?”
혼잣말처럼 그렇게 말하는 혜림의 표정에 갑자기 애수 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눈치 빠른 도치씨는 혜림의 표정에서 그 표정의 의미를 깨달았다.
도치씨가 말했다.
“그럼요. 허지만 아무리 저 꽃들이 아름답다 해도 혜림누나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야. 난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사철 꽃이 피어 있으면 좋겠다는 거죠. 항상 누나하고 비교해 보게요.”
홍조 띈 얼굴로 혜림이 도치씨를 마주 쳐다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케이블카는 마지막 레일교환타워를 지나고 있었다. 혜림이 타워교환레일을 올려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저 꽃들도 필 땐 아름답지만 질 땐 너무 초라하다는 것을 알까?”
도치씨는 오늘 있었던 40대 초반의 올훼여주인과 50대를 눈앞에 둔 자신을 비교하고 혜림은 아직도 마음이 상해 있다고 생각했다. 만개한 꽃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나이에 줄자를 들이 댔다고 생각했다. 여자에게 나이는 가장 민감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도치씨가 혜림을 위로하듯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혜림누나? 꽃들이 시들면 왜 초라하다고 생각해? 열매가 맺는데?”
혜림이 도치씨를 쳐다보고 그윽하게 웃었다. 혜림의 미소는 볼수록 질리지 않고 정이 들었다. 도치씨는 혜림의 미소가 꼭 벚꽃 같다고 느꼈다. 벚꽃은 바라볼 때도 환상이지만 알알이 맺힌 버찌를 따먹을 땐 그 맛의 환희에 해가 지는 줄도 모르던 때를 떠 올렸다. 도치씨는 혜림이 마치 그때의 버찌 같다고 생각했다. 여자 나이 50이 가까워 올 때 느끼는 혜림의 외로움에서, 깊은 연민과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바라보는 듯한 년상의 신비를 느꼈다.
도치씨가 혜림의 미소위에 다정하게 말했다.
“혜림누나.”
첫댓글 다행이도 혜림의 넓은 마음으로 올훼주인과의 있었던 일들을
이해하고 오히려 도치를 사랑으로 깊이 다가가는것
잘되어 가는것 같아 기분 좋슴니다.~ㅎ
ㅋ
글쎄요..그게 글쎄요.
멋진 주일맞으시고 편안하세요.
혜림의 토라젔던 마음을 어느세 잊고
도치에게 회상속의 연민의 정을 느기고
불타는 사랑 속으로 빠저 들어 갈것 같군요.
그런 날도 있어야겠지요?
고운 밤되세요
아네를 죽인다는 꿈속에서 께어나 모처럼
혜림과의 사랑이야기 잘보았슴니다.
막간을 이용하는 거겠죠...ㅋㅋㅋ
행복주일되세요
모처럼 행복한 해림과의 데이트 였네요.
그러게요.
마침 토욜이고...끝은 어떻게될지....ㅋㅋㅋㅋ
고운밤되세요
도치와 혜림 오늘은 그냥 지나가지 못할것 같슴니다.
ㅋㅋㅋㅋ
불타는 오징어나 쥐포? 생각나시죠?
ㅋㅋㅋㅋㅋ
고운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