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장날이나 저잣거리 한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구경을 한다고 고개를 죽 빼고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패거리로 보이는 사람들이 돈을 내어 좌판에 놓고 맞으면 두배를 주고 틀리면 돈을 잃는 소위 야바위꾼들었다. 한쪽에선 박수를 치며 "자! 돈놓고 돈먹기"라고 외쳐댄다. 구경하고 있던 쌀 판돈, 소 판 돈을 꺼내 돈을 더 따보겠다고 끼어 들었다가 몽땅 날린 순진한 촌사람도 부지기수요, 등록금을 몽땅 학생들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볼 때는 누구나 맞출 수 있게 손놀림을 천천히 하여 속이지 않지만 큰 돈을 노름판에 타게 되면 현란한 속임수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수법들이었다.
영어의 약어중에 'CFD'라고 하는게 있다. 내가 알기로는 계산유체역학쯤으로 알고 있는데 쓰이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모양이다. 유체역학을 영어로 Fluid Dynamics'라고 하고 각 프로그램을 써서 유동상태를 해석하는 것을 'Computed Fluid Dynamics'라 하여 컴퓨터가 나온 이후로 널리 사용하게 된 분야로 알고 있다. 사용예를 들어보면 'Simulation and Measurement of Indoor Air Quality in Apartment Housing by CFD'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CFD를 이용한 공동주택 실내 공기질 예측 및 측정'으로 되겠다.
일반적으로는 'CFD'라 하면 'Call For Discussion'이라 해서 '토론을 청하다, 토의를 논하다'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CFD가 금융권에서도 쓰인다는 것을 소문으로 듣고 어렴풋이 알았지만 선물거래를 해보지 않았으므로 제대로 알지는 못하였다. 증권가에서는 CFD를 'Contrac For Difference'라 하여 우리말로는 '차액결재거래'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 쉽게 말해서 '돈놓고 돈먹기' 게임이다.
지난 3월 미국 뉴욕 증시를 뒤흔들었던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황성국)의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300억 달러(약 34조 원)대 주식 강제 처분은 차액결제거래(CFD)가 도화선의 하나로 작용했다고 한다. CFD는 증권사에 증거금만 맡기면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 변동에 따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국내에서도 CFD가 고액 자산가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시장 규모가 2년 새 3배 이상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최소 증거금 기준을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했지만 최근 증시가 요동치면서 CFD에서 이미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있어 시장의 충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CFD 계좌 잔액은 4조2864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2019년 말(1조2713억 원)과 비교하면 3.4배로 급증했다. CFD 계좌 잔액은 지난해 11월 처음 2조 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4조 원대까지 돌파해 4조 원대 중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CFD 계좌를 가진 개인투자자도 2019년 말 823명에서 8월 말 현재 6배에 가까운 4720명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CFD는 증거금만 내면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다. 투자 위험이 커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5000만 원 이상이면서 연소득 1억 원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춘 ‘전문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백수가 된 나는 지금 다시 일용직 노가다판에 뛰어 들 수도 없고 수입도 연금에서 나오는 쥐꼬리만한 돈으로 입에 풀칠이나 겨우 하고 있는 형편인데다 차액결재라는 제도 자체도 모르고 살고 있는 까막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설사 미리 알고 있었다하더라도 CFD의 최소증거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또 거기다가 연소득이 1억이 넘어야 한다니 화천대유에 투자하는 천화동인 같은 사람들이나 변호사 법관들만 가입하란 말인가?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