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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엣 -
"빨리 가요..."
"잠깐만... 저기만 가보고 가자."
"으유~~ 참... 이러다가 기자들한테나 걸려버려라..."
"뭐라구...?"
태지가 은영이를 째려봤다.
그 째림을 은근슬쩍 넘어갈려고, 씩~ 웃어보이는 은영이...
"헤헤~"
"너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몰라...? 정말 기자라도 만나면 어쩔려구...
그래...?"
"치~~ 만나면 만나는거죠."
"뭐라구...? 이게... 니가 그러고도 내 마누라야?"
"ㅋㅋㅋ..."
너무나 오랜만에...
너무나 오랜만에...
사람들이 분비는 거리를 걸어보는게... 태지는 신기했나보다.
"우와~~ 저 사람 좀 봐... 머리 색깔이 흰색이야... 나두 저렇게 염색해볼까?"
"그 머리는 아무나 해요? 뭐... 그리고 조금만 있어봐요... 오빠는 염색
안해도 저렇게 되니깐..."
"뭐라구...? 너 죽을래...?"
"치... 제가 뭐... 없는 말 지어냈어요?"
"이게..."
"맞잖아요... 그리고 세월이 오빠만 비켜간데요? 그건 자연의 법칙이라구요..."
"우씨~~ 그래... 너 젊어서 좋겠다... 흥~~ 나쁜 기지배... 두고보자."
"그래요... 두고 보자구요... 어디 늙어서 한번 봅시다."
"뭐라구...?"
"ㅋㅋㅋ..."
"내가 늙기전에 저걸 갖다버려야지."
호텔을 나온지 언 2시간...
그들은 사지도 않을거면서 이 상점 저 상점 기웃거려 보았다.
그리곤 버스정류장에 마련된 나무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만 호텔로 돌아가요."
"싫어... 아직 2시간밖에 안지났잖아...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
"할 일도 없잖아요... 벌써 상점들 다 문 닫구... 문 연 곳이라곤 술집밖에 없잖아요."
"그럼... 우리 술 마시러 갈까?"
태지의 엉뚱한 제안...
"오빠~~"
"왜...?"
"오빠... 열 있어요?"
라며 태지 이마를 짚어보는 은영이...
"흥~~ 왜...? 싫냐?"
"싫긴요... 좋죠... 빨리 가요. 어디로 갈까요?"
라며 은영이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태지 팔을 끌었다.
"으유~~ 내가 미쳐."
은영이 팔에 이끌려 무작정 따라가던 태지... 어떤 남자한테 붙잡혔다.
"잠깐만요..."
"네...?"
순간 당황한 두사람...
"오늘 물 죽이거든요. 요 앞... 크리스탈 한번 놀다가세요."
라며 건내는 명함 한 장... 얼떨결에 그걸 받아버리는 태지...
"에이~~ 뭐야...? 나이트 놀러오라는 거잖아."
그걸 보고 은영이가 말했다.
"나이트...?"
"오빠는 좋겠어요. 아직 20대루 봐주고... 오빠 나이면 나이트보다는
카바레나 회관이 어울리지 않아요?"
"뭐라구...? 이게..."
"ㅋㅋㅋ..."
"근데... 여기..."
"왜요...?"
태지가 은영이한테 보여준 명함... 거기엔 태지 사진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난... 내 이름이랑 사진 쓰라고 허락 해준적 없는데..."
"..."
너무나 진지하게 얘기하는 태지한테 은영이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몰랐다.
"양군이랑 의논 해봐야겠어..."
"의논은 무슨 의논이예요?"
"뭐...?"
"지금 나이트 삐끼들 상대로 저작권 소송이라도 하겠다는거예요?"
"하지만... 저건 엄연히 불법이잖아. 내 허락도 없이... 내 사진과 이름을 도용했다구..."
"어휴~~ 이 아저씨가 정말... 저 사람들이 허락 받으러 찾아오면... 오빠가 만나주기나 했게요?"
"뭐라구...?"
"그리고 나이트 삐끼들이 연예인 이름 파서 명함 돌리는 거 처음 봐요?
그거 다 소송 걸면 저 사람들 뭐 먹고 살게요?"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요... 그냥 대충 넘어가면 안되요...? 별거 아니잖아요... 일일이 신경쓰고 고민하고... 오빠 그렇게 할 일
없는 사람이예요? 저번 이재수 사건처럼 큰일도 아니구... 오빠가 이러니깐 살이 안찌는거예요."
은영이가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
"치~~ 그냥 해 본 소리였어. 너 어떻게 나오나 볼려구... 이게 나를 완전히 앞 뒤 꽉꽉 막힌 사람 취급하네..."
"ㅋㅋㅋ... 그렇죠? 우리 오빠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 아니죠?"
"흥~~"
"근데... 저... 오빠 매니아 오래 하면서 변한게 하나 있어요."
"뭔데...?"
"예전에... 학교 다닐때... 제가 지금보다 좀 어렸을 때... ㅋㅋㅋ... 학교
앞에서 자기 학원 홍보한다고 오빠들 엽서 막 놔눠주
고 그랬거든요... 그때는 한 장이라도 더 받을려구... 줄 서구... 손 내밀구 그랬는데... 지금은... 만약 지금... 다시 그때로 돌
아간다면... 저 이렇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거 서태지씨 허락 받으신거예요?"
태지가 은영이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으유~~ 기특한 내 새끼... 이뻐... 이뻐..."
"헤헤헤..."
"정말 갈꺼예요?"
"어."
"미쳤어... 정말..."
"왜에...?"
"오빠... 지금 제 정신 아니죠?"
"뭐...?"
"거기가 어디라고 가요?"
"치~~ 나라고 나이트 가지말라는 법 있어?"
"으유~~ 정말 못말려... 그렇게 가고 싶으면 혼자 가요."
"뭐...? 나 혼자 가서 부킹이라도 들어오면 어쩔려구...?
"어이구... 그 나이에 부킹씩이나..."
"흥~~ 내 나이가 어때서...? 글구... 부킹하자고 들어봐... 여자가 줄을
서... 줄을..."
이번엔 은영이가 태지 팔에 이끌려 나이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 참~~ 이러다가 매니아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그래요...?"
"어쩌긴... 만약에 걸리면... 니가 졸라서 억지로 왔다고 그러면 되잖아."
"뭐라구요?"
"ㅋㅋㅋ..."
"오빠 이제... 신비주의 실증 난거죠?"
"뭐...?"
"이렇게 빨빨거리고 싸돌아다니는데... 무슨 얼어죽을 신비주의예요?"
"뭐라구...? 이게... 그리고 내가 언제 신비주의를 했다고 그래...? 난 원래... 자체가 신비한 사람이야..."
라는 태지의 말에 그 자리에 우뚝 서버리는 은영이... 그리곤 태지를
매서운 눈초리로 째려봤다.
"ㅋㅋㅋ... 알았어. 농담이야... 농담... 그냥 한번 가보고 싶어... 한번도
안가봤단말야."
"알았어요... 이번 한번 뿐이예요."
"어."
나이트 문 앞에 선 두사람...
"민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네."
은영이가 민증을 꺼냈다.
"남자분도..."
"안가지고 왔는데요."
은영이가 대신 대답했다.
"민증이 있어야지만 들어가실수 있는데요... 요즘 단속이 심해서..."
"그냥 좀 들어보내주시면 안되요...? 나이도 되는데..."
"하지만... 단속이..."
"단속 뜨면 제가 책임질께요."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는 안되요... 잘못 걸리면 저희 영업정지 먹거든요..."
"헉~~ 미성년자... 아저씨 눈엔 이 아저씨가 미성년자로 보여요?"
"네...?"
"아무리 선그라스에 모자를 썼다지만... 눈가의 주름살은 쉽게 감춰지는게 아닌데..."
"야~~ 너 죽을래?"
"ㅋㅋㅋ... 저 사람... 72년생이거든요... 늙은 아저씨가 젊은 사람들 노는거 구경 좀 한다는데... 협조 좀 해주시죠?"
"정말이죠?"
"그럼요."
이렇게 몇 분의 실랑이 끝에 안으로 들어온 두사람...
"기본 주세요."
은영이가 웨이터에서 주문을 하고 계산을 했다.
"기본이 뭐냐?"
"맥주 3개... 안주 하나."
"여기 선불이야?"
"그럼요."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 어두운 조명탓에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오빠가 한병 먹고... 내가 두병 먹고... 불만 없죠?"
은영이가 맥주 한병을 태지에게 건냈다.
"으유~~ 너나 실컷 먹어..."
"치~~ 술도 안마실꺼면서 여긴 왜 와요? 그리고 먼저 술 마시러 가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ㅋㅋㅋ... 그냥 사람들 노는 거 구경할꺼야."
"어이구... 청승... 청승... 차라리 나가서 놀아요."
"뭐...?"
"돈 아깝게 이게 뭐예요? 구경 할꺼면 집에서 배 깔고 TV 보겠다. 어서요."
"야~~"
태지는 은영이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자아~~ 오늘 하루 즐겁게 놉시다."
라며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은영이...
"으유~~"
그런 은영이를 맞은편에서 지켜보고만 있는 태지...
"뭐해요? 빨리요... 다들 자기 놀기 바빠서... 오빤 신경도 안써요."
"그래두..."
"이 아저씨가 정말..."
은영이가 태지를 장난스럽게 흘겨봤다.
"으유~~ 알았어.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별 짓을 다해본다."
"ㅋㅋㅋ..."
서로 마주본 채 춤을 추는 태지와 은영이...
그냥 음악에 몸을 실었다.
누가 짜준 안무가 아닌 자기 마음데로 추는 춤... 막춤을 한번도 춰본적이 없는 태지로서는 어설프기만 하다.
"ㅋㅋㅋ..."
"우씨~~ 나 안춰."
"헤헤~ 오빠... 너무 귀여워서 그랬어요."
"흥~~"
"빨리... 놀아요. 네...? 어서요..."
"치~~"
그렇게 한참을 놀았다.
숨이 차고, 등에서 땀도 나구... 하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즐거운 두사람...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솔로들이 모두 자리로 돌아갔다.
"행복해...?"
"네..."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별 말씀을요..."
"뭐라구...?"
"ㅋㅋㅋ..."
"키스해줘."
"여기서요...?"
"그럼...?"
너무 열심히 논 탓에 자기네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주위에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전혀 감을 못잡는 두사람...
키스를 했다.
여기가 홀 중앙이고... 지금 부르스 타임이라 나와있는 사람이 몇 명
없고... 들어가 있는 사람 중 거의 대부분이 할 일없이 자기
네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은영이랑 태지는 키스를 했을까?
그 잔잔한 브루스 음악이 멈출때까지... 아주 오랜 시간의 프렌치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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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첫날밤은 언제 쓰는거야? 설마... 저렇게 밤세는 건
아니지? ㅋㅋㅋ
혹시 모르죠...? 공원 벤치에 앉아서 "저 별은 태지별... 저
별은 은영이별..." 이러면서 밤 셀지...
오늘... 아니 이젠 어젠가...? 0909... ㅋㅋㅋ... 벌써 1년이라니... 세월 정말 빠르다.
잘들 보내셨나요?
언제나 그때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잘자구요... 다음에 또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