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투자다, 아니 투기다. 다 맞는 말이다.
70년대 중반에 주식에 입문했다.
유상증자를 하면서 우리사주에게 배당하는 주식을 산 게 시작이었다.
그 뒤로 15년 가까이는 공모주를 여러 번 신청하여 한자리 수, 국민공모주로 기억되는 한전은 두 자리 수를 챙겼다.
10년 쯤 보유하고, 일시에 정산하니 3~4배의 수익이 돌아왔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7000여원에 샀으나 법정관리로 들어가는 바람에 10원에 매도했다.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회장이 특혜라며 시가보다 싼값에 넘겨주었으나, IMF로 1/3가격에 팔아서 원금복귀는 요원한 일이 되었다.
이때까지가 투자였다면, 퇴직하고 객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투기로 변했다.
중년층의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객장으로 출퇴근 하던 시기였다.
‘야채 값을 몇 백 원 깎으려고 실랑이를 벌였는데, 벌써 10만원 손해 봤어.’
‘손자용돈은 망설이면서, 큰 돈 날리는 곳이 여기요. 욕심이 과한 게 문제지’
모두가 주식박사처럼 언행을 했지만, 돈을 번 사람은 드물었다.
때맞추어 7분 거리에 객장이 오픈하여 몫 돈을 집어넣고, 당분간은 재미를 보았다.
객장에 들어갈 때는 관망만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전광판에 번쩍이는 빨간색 숫자에 부화뇌동해서 매수매도를 하는 일이 잦았다.
잠시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사귄 분들과 만나면서 그들이 추천한 종목에 투자한 것도 손실을 보태고 말았다.
급한 성격에다 귀도 얇아서 타인 말의 옥석을 가리지 못한 불찰이 한 몫을 했다.
개미의 정석대로 소탐대실이었고, 사고 나면 내리고 팔고나면 올랐다.
와이프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면 되는 것 아니야’지만 엿장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노름판이다.
그래저래 40년의 경험이 쌓이고서야 타고난 성격과 살아온 과정이 주식에는 부적합함을 터득했다.
고심 끝에 한 달 월급만큼만 가지고 즐기기로 했다.
퇴직을 한 달 앞당긴 것으로 생각하고 욕심까지 버리니 마음이 편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심 둘 곳을 하나라도 더 가진다는 것은 행운이다.
주식을 놓지 않으니 경제지를 열독하게 되어서 매일 한두 시간은 심심치 않다.
새로운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본전이다.
그것도 5년간만 지속키로 했는데, 내년 가을이 그 종점이다.
그때까지는 시력도 버틸 것 같고, 스마트폰의 주식 웹은 겁이 나서 깔지도 못하나 컴퓨터 키보드는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자동차관련주 중에서 다섯 곳을 선정하여 한두 곳만 거래한다.
어느 한쪽이 올랐다고 생각되면 매도하고 가장 저렴한 주식을 매수한다.
일주일에 한번정도 거래를 하게 된다.
몇 만원 수익과 손해를 반복하지만, 호황 덕에 본전은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육신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은 청춘이다. (碧草. 2021. 06.16)
첫댓글 잘 판단했네. 돈 벌 생각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는 게 좋은 나이란 생각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