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가지씩 비밀이 있게 마련이다. 도시라고 그렇지 않으란 법은 없다.
구석구석 찾아다닐 때마다 새로운 곳이 발견되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거리거리마다 마법에 걸리는 홍콩의 구룡반도.
오늘밤, 이곳은 그냥 도시가 아니라 비밀의 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구룡반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홍콩’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풍경이 낯설지 않고 강 같은 느낌을 주는 바다가 있어 홍콩의 전체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며 언제나 활기가 넘쳐흐르는 구룡반도. 먼저 바닷가를 따라 산책해본다. 다정하게 밀어를 속삭이며 연인의 거리를 걸었다면 홍콩을 반 이상 보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나단로드를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되어 있는 침사추이 중심부 | |
바다를 보며 사랑을 속삭이다,
연인의 거리(Tsim Sha Tsui Promenade)
높은 빌딩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바다 냄새가 코끝을 살짝 스쳐가는 곳. 이보다 더 좋은 데이트 코스가 있을까. 낭만을 즐기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곳이 여기에 있다. 연인의 거리를 걷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도 시선을 고정하지 못할 만큼 온통 축제 분위기가 넘쳐 흘러 여느 바닷가를 거니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한때 아시아를 주름 잡았던 홍콩 느와르 영화. 그만큼 홍콩 사람들에게 성룡이나 유덕화는 특별한 존재다. 연인의 거리를 걷다보면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밑을 내려다보게 된다. 홍콩의 별들이 그대로 내려와 앉은 듯한 ‘영화의 거리’. 수많은 홍콩 스타들의 핸드 프린팅이 있으니 이 길을 걷는 내내 좋아하는 홍콩 스타들을 찾아보며 잠시 풍경은 잊어도 좋다.
저녁 8시가 되면 이 거리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바로 홍콩의 빅토리아 항을 중심으로 모든 빌딩에서 빛을 뿜어내어 도시 전체를 광열하게 만드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펼쳐지기 때문. 레이저와 불빛, 음악에 맞추어 빌딩들이 소개되고, 빌딩마다 가장 멋지게 보이기 위해 아름다운 색을 연출한다. 문득 어린 시절에 했던 쥐불놀이가 생각난다. 깡통에 구멍을 내서 그 안에 불을 넣고 빙빙 돌리며 놀던 쥐불놀이. 그 불꽃이 밤하늘을 얼마나 아름답게 수놓았던가! 이 공연을 보면서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 내내 흐뭇해진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다른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워터투어 크루즈를 타보자. 크루즈를 타면 90분 동안 아름다운 항구와 밤거리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이곳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백만 달러짜리 야경이라 부른다. 잠자고 있던 홍콩을 깨워주는 연인의 거리, 이만하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지 않겠는가.
▲ 지름 23m의 돔 스크린에 펼쳐지는 스카이 쇼를 감상할 수 있는 홍콩 우주 박물관 | |
우주의 신비를 직접 경험한다,
홍콩 우주박물관(Hong Kong Space Museum)
솔즈베리 로드를 걷다 페닌슐라 호텔 맞은편을 바라보면 돔 모양으로 지은 희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원과 함께 있는 이 건물이 천체의 신비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홍콩 우주박물관이다. 돔의 생김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며 입구로 들어간다. 돔 안에는 우주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크린과 모형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스카이 쇼’. 40분 정도 보여주는 이 쇼는 영상과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지름 23m의 돔 스크린에서 9천 개의 별을 쏟아내는 순간 과학의 신비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뿐더러 순식간에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이렇게 큰 파이프 오르간을 보았는가,
홍콩 문화센터(HongKong Cultural Center)
▲ 홍콩예술박물관 | |
페닌슐라 호텔 건너편에는 홍콩 우주박물관 말고도 홍콩 문화센터가 있다. 연보라색에 우아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마치 날개를 펼쳐들고 자태를 뽐내는 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건물이다.
1989년 영국 찰스 왕세자 부부가 이곳을 개관하여 현재는 콘서트홀, 극장, 스튜디오, 레스토랑, 바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렇게 많은 공연장에서는 1년 내내 문화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이곳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다 앞으로는 이제 관광지가 되어 버린 구룡역 시계탑이 있다. 침사추이 페리선착장 앞 남쪽 광장에 서 있는 이 시계탑은 45m 높이로 홍콩 연인들의 약속장소이기도 하다. 본래는 런던으로 향하는 대륙횡단 철도의 기점이자 종착지였지만, 1978년 구룡역이 흥함 지역으로 이전한 뒤 시계탑만이 홀로 남아 흘러간 시절을 말해주고 있다.
중경삼림을 기억하는가,
나단로드(Nathan Road)
▲ 브랜드 부티크가 늘어선 패션의 거리 나단로드 | |
영화 ‘중경삼림’에서 금성무와 임청하는 침사추이 나단로드에서 슬픔을 이야기했다. 영화에서는 슬픔을 나타냈지만 이곳을 실제로 본다면 화려한 거리에 넋을 잃게 될 것이다.
구룡 최대의 거리인 나단로드는 침사추이에서부터 몽콕까지 길게 뻗은 거리로 상점, 식당, 호텔 등이 모여 있는 홍콩의 중심부다. 근처 해안에는 뉴 월드 쇼핑센터와 스타페리 부두 그리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 하버시티가 자리 잡고 있어 독특한 풍광까지 빚어낸다. 그중 하버시티는 1천여 개 이상의 매장이 들어서 있으며, 내부가 매우 넓고 복잡해 주의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정도다. 이곳에서 쇼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길을 자세히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나단로드는 고층빌딩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고, 휘황찬란한 간판이 눈을 어지럽히는 것이 우리나라의 명동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명동보다는 정돈이 덜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런 곳에 더 많은 구경거리와 재미가 숨어 있다는 것은 골목을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골목골목에서 느껴지는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활기찬 홍콩의 진가를 볼 수 있다.
아침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곳, 구룡공원
▲ 구룡공원 | |
침사추이 나단로드에 있는 구룡공원의 아침은 홍콩의 여느 거리처럼 분주하고 부산하지 않다. 여유롭게 신문을 펼쳐들고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즐기는 사람들과 편안한 복장으로 산책나온 이들이 보일 뿐이다.
복잡한 시내 중심에 있어 공원 느낌이 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도시의 오아시스 같은 구룡공원은 그 면적이 무려 4만2천 평에 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새들이 노니는 호수, 미로 보리수수목원, 중국식 정원, 야외조각공원, 간단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 등이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공원’이라는 말 이상의 의미가 들어 있다. 또한 주변에는 많은 명소들이 집중되어 있고, 입구도 여러 곳으로 나 있어 산책을 겸한 이동 구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도심 공원이 그렇듯이 번화한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락한 휴식처가 된다.
반도와 섬을 이어주는 배들이 모이는 곳,
침사추이 선착장(Tsim Sha Tsui Public Pier)
▲ 스타페리 선착장에서는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오가는 스타페리를 탈 수 있다. | |
구룡반도와 홍콩을 오고 갈 때면 MTR이 빠르고 편리하기는 하지만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과 여유가 없다.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천천히 이동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마음속에 담아오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렇다면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배편을 이용해보자.
침사추이 선착장에 도착하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스쳐간다. 눈앞에서 수많은 배들이 파도를 가르며 어딘가로 향해 달려간다. 레저용 보트부터 스타 페리, 매력적인 덕크링까지 온갖 종류의 배가 모두 모여있다.
스타 페리는 구룡반도와 홍콩을 잇는 가장 저렴하고 빠른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홍콩으로 여행 온 사람들에게는 스타페리보다 덕크링이 인기가 더 좋다. 홍콩의 상징물로 빠지지 않는 덕크링은 150년 전 홍콩과 구룡반도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출발할 때와 도착할 때, 뱃사람들이 직접 돛을 올리고 내리는 것을 보면서 150년 전의 풍경이 그려지기도 한다.
구룡반도에서 홍콩을 바라보고 있으면 반도와 섬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것처럼 보여 이곳이 강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곳에는 베트남,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으로 떠나는 거대한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심이 깊어 어마어마한 크루즈가 들어올 수 있는 바다인 것이다.
(에디터-양효선/ 사진-노환택/ 촬영협조-홍콩진흥관광청 02-778-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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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의 거리에서는 저녁8시에 홍콩섬에서 뿜어나오는 환상적인 빛을 볼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