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이어 오늘도 많은 비가 내린다. 장마라 하였거니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침절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많이 온다더니 별로네요. 그쪽 동네도 그래요?"
"뭐 예보란게 확률인데, 나는 3일간 비온다고 하면 2일만 믿어요. 어차피 비가 적게 온다고 했다가 많이 오는 것보다, 많이 온다고 한면 비난이 적은 것이 사람 심리인걸요."
그러고 보면 일기예보라는 것도 참 어렵다. 일기예보는 온도·습도 등 대기관측과 위성사진 등의 자료를 수퍼컴퓨터로 처리한 다음, 처리된 자료를 놓고 예보관들이 경험과 기록 등을 감안해 분석·토의하는 절차를 걸쳐 발표한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보정확도는 90%를 넘는단다. 그런데 나머지 10%가 항상 말썽이다. 옛날 우리네 할머니들의 뼛마디 예보도 80%는 넘어서지 않았을까?
예전 수퍼컴퓨터가 없던 시절 요즘처럼 어여쁜 여성들이 아닌 듬직한 예보관이 직접 예보를 했었다. 오랜 경험의 소유자인 김0환 예보관인데, 외모와 굵직한 음성에서 설사 그것이 틀려진다해도 우선은 믿음이 갔었다. 축적된 경험과 최선을 다했으리라는 신뢰가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성들의 예쁜 몸매감상에, 정작 중요한 정보를 흘려 듣는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
기상예보 중 가장 관심이 많은 강수 여부는 일기도와 위성사진 등을 종합 검토하는데, 공기 중 수증기량이 많은 상황에서, 그 지역으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 비 올 확률도 커진다.
강수량의 범위는 구름 속 수증기량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구름이 수증기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비가 될지 눈이 될지는 지상기온을 기준으로 정한다. 대략 지상 기온이 영상 2도 미만이면 '비' 대신 '눈'이 올 것이라 판단한다.
강수확률은 일정지역에 속하는 모든 영역에서 0.1mm 이상의 강수가 3시간 이내에 내릴 확률이다. 강수확률 50%는 비가 올 수도 있고, 안올 수도 있다는 반반의 의미가 아니라, 예보 당시의 기상상황에서 100번 중 50번 비가 왔었다는 통계적 확률이다. 뭐? 그말이 그소리 같다고?
일기예보의 시간당 강우량이란 어떤 느낌을 줄까?
시간당 2.5mm. 옷이 젓는 것이 신경쓰이지 않고, 물웅덩이가 생기지 않는다.
6.5mm. 물웅덩이가 생기고, 나뭇잎에 물방을이 맺히는 정도이다.
10mm. 빗소리 때문에 이야기가 잘들리지 않는다.
20mm. 우산이나 비옷이 소용없이 옷이 젖고, 시야가 흐려진다.
30~40mm. 호우주의 발령대상이다. 바람의 세기는 어떻게 구분될까?
초속 0.3~1.5m. 실버들 가지가 흔들린다(실바람).
3.4~5.4m. 깃발이 가볍게 흔들린다(산들바람).
5.5~7.9m. 먼지가 일고, 나무의 잔가지가 흔들린다(건들바람).
8.0~10.7m. 작은 나무가 흔들린다(흔들바람).
10.8~13.8m. 큰나무가지가 흔들린다(된바람).
13.9~17.1m. 큰나무 전체가 움직이고, 마주 걷기 힘들다(센바람).
17.2~20.7m. 잔가지가 꺽인다(큰바람).
20.8~32.6m. (강풍)
32.7m 이상. (태풍)
그렇다면 걸을때와 뛰어갈때 중 어느 방법이 비에 덜 맞을까가 궁금하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뛰어갈때라고 하였다.
그래서 전우치가 둔갑술로 번개처럼 움직여 빗방울을 피했고, 임진란 몽진길에 나선 선조가 망망한 개성평야에서 비를 만났음에도, 가마꾼들을 재촉하였다함은 그 원리를 알았음일까?
예보확률 100는 신의 영역이라고 하였다. 기상청인들 실컷 일하고 욕먹고 싶겠는가? 그러한 노력에도 예보정확도 91%로 잡고, 강수확률이 70%이면 실현 가능성은 0.91 × 0.7 = 63.7%가 된다. 그렇거니 생각하며 사는게 맘편하다.
어제 산책길에 보았더니 중늙은이들이 다리밑에 집결해 있었다. 날씨 덥고 비가오니 갈곳은 없고, 그나마 시원한 곳이 바람 통하는 다리밑이다.
단톡방 회원님들이 비오는 분위기에 점심으로 수제비를 먹는단다. 비오는 날엔 왜 밀가루 음식이 당길까? 비가 오면 일조량이 줄어들어 일시적인 우울감을 느껴진다고 한다.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주성분인 아미노산과 비타민B는 우리 몸 탄수화물 대사를 높여 일시적인 우울감을 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모두가 비오는 날 밀가루 음식을 즐겨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밀가루 음식은 여성들과 젊은이들이 더 선호하는 것 같았다.
여자 2인, 남자 1인이면 선호도는 어떨까? 중앙값을 50%로 잡았을때, 평소 남자는 50, 여자는 60으로, 비올때 가중치를 20% 더하는 가정을 하면 3명의 평균 칼국수 선호도 수식은 아래와 같다. (60+20)×2 + (50+20) ÷ 3 = 76.6%(3명의 칼국수 선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