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지난 한 주간 계속되고,
주말부턴 아카시아 향이 물씬 풍기면서 벌들이 붙기 시작했다.
어제 오전부터 흐리기 시작하더니 오후부턴 늦은 봄비치곤 제법
많은 량이 내렸다. 오늘도 하루 종일 짓궂은 날씨에 15℃의 저온이다.
다행스런 것은 아카시아 꽃이 만개 되기 전에 적절한 비가 내려서
낙화도 없고, 찬 기온으로 만개(滿開)일이 3~4일 늦어지는 것 같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기온이 약간 더 내려갔다가 주말 경에는
28℃ 정도의 평년기온으로 회복되면서 본격적인 유밀이 될 것 같다.
'02년도 상황과 꽃피는 시기, 기상변화 등이 너무나 닮은꼴이다.
딱 한가지 다른 게 있다면, 그 해에는 아카시아 꽃이 만개를 조금
지나면서 비바람이 몰아쳐서 대구지역엔 전혀 꿀이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꽃 피는 초반에 알맞은 비로 유밀도 잘 될 것 같고,
기온도 만개(滿開)되는 시기에는 많이 올라가면서 풍밀을 기대해 본다.
[이동양봉인]들이 이번 주말부터 대구와 인근지역으로 올 것 같다.
수년간 허탕만 치고 갔는데, 올해는 모두 모두 풍밀 하시길...
월요일 오전, 흐린 날씨 가운데서 마무리 계상편성을 했다.
시기적으로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최소한 꽃피기 10일 이전에
봉판 위주로 계상에 가득 들어있어야, 유밀이 시작되면서 꿀 받을
공방이 될 수 있는데...
자체계상이 될 수 있기를 기다렸는데 도저히 가망성이 없는 봉군은
2~3통씩 모아서 합봉계상을 올렸다. 희생군은 저밀소비 한 장과 소초광
한 장으로 여왕벌을 붙여서 봉장 한구석으로 이동 시켜서 관리하고 있다.
소문도 교미상 모양 2cm정도로 좁혀서 도봉군에 습격을 받지 않도록 했다.
여왕벌 붙은 한 장 벌이지만 아카시아 꽃 질 무렵이면 많이 자랄 것이다.
대유밀기가 끝나면서 계상에서 봉판 1~2장만 보태주면 금방 강군으로
키울 수 있다.
소비 5~6매 정도의 봉군을 희생군으로 정해서 봉판과 저밀소비를
몽땅 들어내서 계상통에 올려 주었는데, 합봉시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래통 소비에도, 위로 올라가는 소비에도 G-3을 안개가 피어나듯
분무를 하고 합봉을 했다. 별다른 싸움 없이 합봉이 무척 순조로웠다.
계상 하단에는 산란/ 육아중인 소비와 저밀소비, 소초광으로
6매 벌로 편성했고, 격리판으로 막아서 벌의 펴짐을 차단했다.
위층 계상에는 주로 봉개봉판을 올렸다. 7~8매 정도씩 올려서
아카시아 꿀이 들어오면 저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4월15일 이전에 어떤 방법을 택하던지 계상편성을 했어야 했는데...
벌이 빨리 자라지 못한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욕심이 문제다.
1차지에서 봉판이 다 터지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2차지인 예천으로
이동한 후에는 어느 정도 공방이 형성되면서 채밀이 가능할 것 같다.
벌은 잘 키웠는데, 꿀을 영 못 뜨는 양봉인은 바로 이런 게 원인이다.
적절한 시기에 계상을 하던지, 단상은 격왕을 시켜 꿀 받을 수 있는
공방을 만들어야 하는데, 산란만 잔뜩 받아서 벌만 키우는 우(愚)를 범한다.
지난 4월19일에 교미상에 왕대를 이식했는데, 어제 살짝 열어보니
교미를 마친 흔적이 있다. 요즘처럼 환경이 좋은 때는 출방 후 1주일
정도면 교미를 하는 것 같다.
11개 분봉군중 10통에서는 여왕벌이 나왔고, 한 통은 여왕벌이
[왕대보호기]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 조심스레 철판을 열고
여왕벌을 꺼내는 순간 날아올라 주변을 서너 바퀴 돌고는 사라졌다.
2시간쯤 지나서 다시 열어 보았는데, 돌아오지 못했다.
날은 어둡고, 집을 못 찾아 남의 통에 들어가서 물려 죽었나보다...
아카시아 향이 그윽한 오월 ! 우리 모두 최선을 다했고,
남은 것은 하늘에 맡기고 떠나는 거다. 자~~ 이젠 출발이다.
☞ '04년 4월 27일 [양봉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