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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08
씬1. 라스페라 전경 (이른 아침)
씬2. 복도 (이른 아침)
복도지나 사장실 문 앞에 서는 설대표. 며칠새 초췌한 모습이다.
‘사장실’ 이라는 팻말을 감회에 젖어 바라본다.
씬3. 사장실 (이른 아침)
설대표 : 산아.
김 산 : 꼭두새벽부터 보재 형은.
설대표 : 직원들 마주칠까 쪽팔려 그런다.
김 산 : 쪽 팔린거 아는 사람이 돈은 자기가 챙기고 엄한 사람 궁지로 모냐? 것도 제일 힘없는 주방 보조 서유경이를?!
설대표 : (고개 숙인다. 할 말 없다) ,.천만 원 돌려줬다.
김 산 : 그리구?
설대표 : (고개 든다) ?
김 산 : 누명 쒸운 사람한테 잘못했다 제대로 사과는?
설대표 : (안 했다. 싫지만) ,.알았어. 하께.
김 산 : (끔)
설대표 : ,. 할 만 해?
김 산 : 이제 시작인데 뭐.
설대표 : (김 산 앞으로 서류뭉치 내민다)
김 산 : (시선) ?
설대표 : 주방이 사실 얼마나 위험한 곳이냐? 칼있지? 불있지? 기름있지? 주방서 사고도 잘 나고, 요리사들 다치기도 잘 하잖아.
김 산 : 그래서?
설대표 : (뻘쭘하더니, 탄력붙는다) 직원들 보험 좀 들어줘. 나두 애들하고 먹구 살아야지.
니가 요리사들 꺼 몇 장 좀 해줘, (호흡) 받아줘 니가 좀. 사장이 하라는데 설마 싫다겠냐?
김 산 : (기가 막힌다)
설대표 : (임) 마 니가 사장이쟎냐? 사장이 하라는데 사장이 하라면 하고, 들라면 드는거지?! 너 그런 가오는 세워도 된다?!!
김 산 : (빤히 본다)
설대표 : (본다)
김 산 : (웃는다) 나가.
씬4. 라스페라 주차장 (이른 아침)
금석호, 운전석에 앉아 물끄러미 라스페라를 본다.
보조석에 있던 누런 서류봉투를 들고 내리는 금석호. 뭔가를 각오했다.
씬5. 휴게실 (아침)
유경, 요리사복 갈아입고, 락커룸 문 닫는다. 문에 붙은 선인장 사진 본다.
김 산 : E) 선인장 꽃 이 피 었 습니다.
유경 : (의혹의 시선)
씬6. 복도, 사장실 앞 (아침)
유경, 사장실 앞에 선다. 문 열고 들어가도 않고, 문가에 서서는.
김 산 : (시선)
유경 : 손님.
김 산 : 왜?
유경 : 사장님.
김 산 : 왜?
유경 : 선인장이에요 혹시?
김 산 : (본다)
유경 : 내 락커에 선인장, 그쪽 아니죠?
김 산 : (꿈쩍않고) 아닌데?
유경 : 진짜죠?
김 산 : 응.
유경 : (안도의 숨) 다행이다. (문 닫고 나가고)
김 산 : (표정) 다행이다?
-그러더니 다시 문 벌컥 열린다. 유경 들어와선다.
김 산 : ?
유경 : 경고하는데, 앞으로 친한 척 하지 마세요. 우리 쉐프가 오해할 만한 행동 하지 마세요. 알았어요?
김 산 : (빤히 본다)
유경 : 굳이 저하고 친한 척 하실거면요 각오하셔야 되요. 저요, 저한테 사장빽있다 그럼, 무지 원하고 바라고
그런 거 많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거 들어줄 배짱 없으면 친한 척, 내 빽인 척 하지 마세요.
김 산 : (빤히 본다)
유경 : 왜 대답 안해요?
김 산 : 해주께 그럼. 빽. 척.
유경 : (입 쩍)
김 산 : 말해봐 뭐든?
유경 : (입 쩍)
김 산 : 빽, 척, 또, 뭐?!
유경 : 내 얘기 끝났습니다. (문 꽝 닫는다)
김 산 : (남아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쉐프고, 제일 만만한 게 나지?! (기도 안찬다)
씬7. 복도 (아침)
유경, 식 걸어나가며
유경 : (벙) 참 이상한 사람이네...
씬8. 라스페라 전경 (오전)
활기차게 시작되는 오픈 준비.
네모, 현관문에 붙어있던 ‘3일간 쉽니다’ 떼어낸다.
전경 안으로 여러 대의 식재료 차량들이 줄줄이 몰려와 멈춰선다.
우르르 현관문 열고 계단으로 내려오는 필립, 이지훈, 정은수, 유경, 네모(도 거든다)
마지막, 최현욱까지 나와 선다.
최현욱 : (상자에서 송로버섯 집어 향기 맡는다. 좋다) 트러플 이 건 생쌀에 잘 파묻어서 냉장실에 둬. 어렵게 구한 후레쉬다.
각별히 신 경써.
이지훈 : 예 쉐프. 이게 얼마짜린데, 그럼요 (옆에서)
정은수 : 얼마짜린데요?
이지훈 : 내일 vip들 예약용, 최상급 50만원짜리다.
정은수 : (입 벌어져) 한 상자에?
이지훈 : 한 개에 임마. (들고 가고)
정은수 : 와 (하면서 작은 캐비어 박스 달랑 들고 가려면)
최현욱 : (어깨 톡톡) 쥐 풀빵구리마냥 세 번씩 왔다갔다 할래?
정은수 : (돌아본다. 두 박스 더 얹어 들고 올라간다)
필립 : (우유차도 와있다. 우유, 치즈, 휘핑크림 등 유제품 박스 끙차든다)
최현욱 : 제조 일자 확인했어? (네모 들고있는 박스에서 우유 꺼내 제조일자 확인, 다시 넣는다) 어떤 재료든, 냉장실 입고할 때
들어온 날짜 적어두는 거 잊지마라.
필립 : 예 쉐프.
최현욱 : (하나씩 열어 확인) 도미, 랍스터, 전복, (맞는다) 냉장실 원래 두던 자리에 갖다 둬.
네모 : 예 쉐프.
최현욱 : 오늘 총 들어온 식재료가 얼마지?
네모 : 3일간 쉬느라 냉장실이 텅 비었어서 꽤 됩니다 오늘. (따져보드니) 2500만원 정도 됩니다.
최현욱 : 알았어.
네모 : (세 박스 들고 간다)
최현욱 : (박스 열어 확인터니) 성게알은 누가 주문 한거야?
유경 : (옆에 서있다) 오,세영씨 신메뉴 주재룐데요.
최현욱 : (끙)
유경 : (자기도 들고 가겠다 자세) 저도 옮기겠습니다.
최현욱 : 당연하지. 요리사 아냐 너는?
유경 : (본다) 예 쉐프. (운반차 안에서 상자 하나 끌어내 집어 드는데)
최현욱 : 거 말고. 고 옆에.
유경 : (설마) 이거요?
최현욱 : 너 봉골레 담당이잖어.
유경 : 예 쉐프 (드는데, 수백개의 모시조개 무게 장난 아니다) 엄마.
최현욱 : 니 새끼들은, (하나 더 올려논다)
유경 : (저도 모르게 숭덩 놓칠 뻔) 아부지-
최현욱 : 니가 챙겨야지. (하나 더 올려논다)
유경 : (끄으으으응. 역도 장미란 힘주듯)
최현욱 : 다 세박스씩 들고갔어. 여자라고 티내는 거야 지금?
유경 : 아뇨. (용 쓴다) 아닙니이이다아,.
최현욱 : (쯔쯔) 손목에 힘두 없으면서 뭘 하겠다고.
유경 : (갈짓자로 낑낑 옮기고 가는데)
잽싸게 자기꺼 냉장실에 두고 돌아온 이지훈. 유경이 든거 쉐프 안 보는 틈에 낚아채 들어간다.
유경, 쉐프한테 혼난다고 버팅기고 눈치봐도 부득불 소리죽여 뺏어가는 이지훈.
결국 돌아본 최현욱.
이지훈 : (에라 모르겠다 얼른 들고 계단 올라가 버리고)
유경 : (눈치 보고 엉거주춤 섰는데)
최현욱 : (까딱 까딱 건방진 손짓)
유경 : (다가와 선다)
최현욱 : 선배 요리사 걸 들어줘도 모자른 판에, (이마 민다)
유경 : (버틴다)
최현욱 : 한 번 더 왔다갔다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마 민다) 막내가,
유경 : (이마에 힘준다)
최현욱 : 힘 빼.
유경 : 예 쉐프 (힘 뺀다)
최현욱 : (이마 민다)
유경 : (뒤로 확, 자빠질 뻔 중심잡고, 다시 최현욱 앞으로)
최현욱 : (끙. 마뜩찮아 하는데)
최현욱 핸드폰 벨소리. 오세영이다.
유경을 뒤로 하고 돌아서 받는 최현욱.
오세영 : F) 얼마만이야 자기하고 한 주방에 서보는게?
유경 : (뒤에 무거운거 든채 ? 해 보다가)
최현욱 : (가라는) 안 무겁냐?
유경 : 예 쉐프 (낑낑대고 가고)
오세영 : 나 설렌다.
최현욱 : 너는 내꺼는 뭐든지 탐나지?
오세영 : 당신껄 뺏겠다는게 아니라 같이 나란히 서자니까?
최현욱 : 같이? (비짓) 나란히?
오세영 : 같이 있으면 더 훌륭한 주방이 될 수 있어.
최현욱 : (거친 호흡)
오세영 : 이따 보자. (끊고)
최현욱 : (탁 부서질듯 닫는다)
씬9. 휴게실
의자에서 운동하거나, 락커에서 준비중인 국내파 3인방 요리사들.
정호남 : (이태리파 들으라는 듯) 울조카가 요즘 영어를 어찌나 잘하는지 ‘유학’ 갔다온 얘들 뺨쳐! 다 설설 긴대!
민승재 : 그르게. ‘유학’갈 필요 없다니까~ 다 하기 나름이야!
선우덕 : (무슨 뜻인지 안다) 어제 만든 퓨전요리 훌륭했습니다.
정호남 : 예? 예에.. 뭐.
선우덕, 필립, 이지훈. 별로 기죽지 않은 분위기. 나간다.
민승재 : (나가는 거 보며) 쟤들은 1차에서 우리한테 몽땅 지고도, 승부에 연연도 안한다 형. 자신감인가?
정호남 : (풀죽어) 그러게.
한상식 : .. 형은.. 유학갈 생각 안해봤어?
정호남 : 유학은 개뿔. 대학갈 형편도 안돼서 직업학교 간건데...
세 사람, 약속이나 한듯, 어깨쳐진다.
문열리고, 금석호 들어온다.
인사도 시무룩.
금석호 : (의외) 뭐야? 왜 이래 분위기가?
민승재 : 어제, 저희랑 술이라도 한 잔 하시지 그러셨어요?
금석호 : 니들 내 눈치보느라 좋아도 좋은척 못하는거냐?
정호남 : 아닙니다. 뭐 좋은 일 났다고... 1차에서 이태리 자식들 이겼다구 우리 인생이 뭐, 대단히 달라지겠어요.
금석호 : 왜 그렇게 삐딱해?
정호남 : 열심히 노력해봤자 이태리 자식들이 딴데서 스카웃제의도 더 많이 받고, 쉐프도 빨리 될걸요?
민승재 : 우린 계속 그 밑에 있을꺼구.
한상식 : 팔 다리 어깨 손목 골병 들어서.
금석호 : (본다) 내가 지금까지 니들한테 참고 버티는 것만 가르쳤는데, 그게 잘한건지 모르겠다.
혼자 잘나서 휘젓는 주방이 아니라 다같이 일하고, 다같이 먹고사는 일터가 주방이라고 생각 했는데.
세사람 : (생각할수록 울컥)
금석호 : 보여주자. 먹구 살기위해 시작한 요리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정호남 : 걸 어떠케..?
금석호, 가지고 온 누런봉투를 연다. 포스터와 서류가 들어있다. 포스터 편다.
New Chef Culinary Challenge “뉴쉐프 요리경연대회” !!! (* 한우협회 주관, 인종·성별 다양한 요리사들 사진. 국제대회 분위기)
정호남 : (눈 번쩍) 뉴쉐프 대회요? 우, 우리가 나갈 수 있으까요?
금석호 : 왜 못나가? 니들 자격 충분해.
씬10. 2-1층 계단
계단을 차례대로 내려와 주방 향하는 국내파들.
정은수 : (올라오다, 90도 인사) 좋은 아침입니다!
대꾸없다. 세 사람 모두 딴생각 중.
정은수, ?
세 사람, 각자 계단참에 멈춰선다. 정호남의 비장한 얼굴 위로
Ins> 금석호 : 언제까지 우리가 이러고 국내파라는 이유로, 서럽게 무시받고 이 주방에 서있어야 되겠냐.
민승재 설레는 얼굴 위로
Ins> 금석호 : 우승팀은 두바이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할 자격과, 이태리 ‘유학’의 기회가 주어진다.
신중한 한상식의 얼굴 위로
Ins> 금석호 : 한 식당에서 오로지 한 팀만 참가할 수 있다. 저 쪽엔 비밀로 하고, 이 악물고 준비해보자. 할 수 있겠어?
정호남, 민승재, 한상식 입을 굳게 다문다.
세사람 : (동시에 속으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결연한 분위기에 갸우뚱하는 정은수.
씬11. 주방 쉐프의 테이블
최현욱 : (물고기들 가운데 쥐치도 집어든다)
유경 : (반가워서) 쥐치다.
최현욱 : 푸아그라용이다. (이리저리 쥐치 들어 살피다가 손질하기 시작)
유경,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최현욱의 움직임대로 고개 드민다.
유경 : 쥐치간 푸아그라 저 한번만 먹게 해주시면 안돼요?
최현욱 : 싫다.
유경 : 제가 간 빼드리께요. 손질해서. 보조 할께요.
최현욱 : 싫다.
유경 : 실패한 거라도 그럼.
최현욱 : (시선 돌리고 본다) 건 더 싫다.
유경 : (표정)
인서트> # 1001호
오세영 : (핏 웃는다) 맞아. 원래 그래요 그 사람. 완벽하게 자기 맘에 들기 전까지는 절대 누구한테도 먹어보게 안하죠.
(생각나는 듯)
유경 : (정신 차리고) 간만 빼 쓰실거면, 그 살은 저 주시면 안돼요?
최현욱 : (대꾸 않고)
유경 : 어 여기 살점 떨어졌습니다 쉐프. 쥐치 가슴 부위.
최현욱 : 내 살이야. 만지지마.
유경 : (일그러진다. 살 내밀고)
최현욱 : (계속 손질) 왜? 쥐포 만들게?
유경 : 피쉬볼 더 연구해 볼라고요. 꼬셔 보라매요 제대로.
최현욱 : (본다)
유경 : (본다)
최현욱 : 어느 세월에,. (통째 들고 개수대 쪽으로)
유경 : (식.. 남아서)
씬11-1. 베이커리
희주, 떨떠름하게, 샌드위치와 우유 설대표 앞에 놓는다.
미희 : 식사는 드시고 다니세요?
설대표 : (먹다가) 내가 요즘 사는게 사는거 같지 않다. 입맛도 없고 잠도 못자고 (얼굴 내밀며) 이, 이, 피부 꺼칠 해진거봐.
희주 : (쏜다) 건 얼굴이 원래 두꺼워서 그런거 아니예요? 아무리 월급사장이래도 명색이 사장인데 뇌물이 뭡니까?
설대표 : 왜그래..? 우리, 타도 최현욱을 목표로 뭉쳤쟎아, 어제. 갈데도 없고, 답답한 맘 털어놀데가 자기들 밖에 없어서 온건데.
희주 : 타도 최현우욱? 충성 최현욱이 아니고? 쥐치간 푸아그라 접시들고 날아다니더만! 따까리 하러 갔나?
설대표 : (할 말 없다)
희주 : 괜히 우리랑 한편 먹을라 하지 마세요? 사장(님), 아니 그쪽,은 열두백번 짤릴만 해서 짤린거고,
우린 억울하게 내쫓긴 겁니다?!
설대표 : (빵만 우적우적)
찬희 : 아- 라스페라로 돌아가고 싶다.
미희 : 최현욱만 없으면.
설대표 : (만회해 보려고) 저,기. 라스페라 김사장, 내 후배다?
3인 : (미심쩍다)
설대표 : 애초에 내가 라스페라 맡은 것도 그래서거든. 나는 싫다 싫다 하는데 산이가 해달라 해달라 해서, 그래서 시작한거였어.
미희 : 진짜, 요?
희주 : 근데 그렇게 단칼에 짤려요? 걸 어떻게 믿어-
설대표 : 어허허허? 못믿어? 못믿어? 나 방금 전에도 우리 산이 만나고 오는 길이야.
최현욱이 하도 지랄하니까 잠깐 쉬라는거지 우리 산이, 나 없으면 라스페라 운영? 그거 꿈도 못꿀걸?
3인 : (진짠가..)
설대표 : 쫌 전에 만났을 때도 코가 땅에 닿게 사과를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준엄하게 꾸짖었지.
당장 그 못되 처먹은 최현욱이 짜르고 라스페라의 평화를 찾자고.
3인 : (빠져 들었다)
희주 : 그래서요? 최현욱 짜르겠대요? 아 쫌 팍팍 밀어붙이지!!
설대표 : (꿀꺽) 오래는 못갈꺼야.
찬희 : 최현욱 없어지면,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겠죠?
설대표 : 암! 암암! (눈 반짝) 우리, 라스페라에 아직, 기회 있을지도 모른다?
3인방 : (침 꼴깍)
씬12. 홀 (런치)
바글 바글 성황인 홀 모습.
네모 등, 능숙하게 파스타 접시 네 개 들고 테이블 사이를 유영하 듯 움직이고.
김 산, 그런 홀을 긴장한 표정으로 둘러본다.
자신이 사장으로 들어오고 첫 영업인 샘. 손님때와 다른 기분이다.
카운터로 걸어와.
김 산 : 나 물 한잔 줘.
카운터 : 예.
씬13. 냉장실 (런치)
정은수, 신주단지 모시듯 성게알 박스 들고 들어선다.
정은수 : 이게 백만 원짜리라고? 한달치 내 월급이네 씨.. (선반위에 잘 모셔놓고)
문 열고 냉장실 나가려는데, 버튼을 눌러도 문이 안 열린다.
덜컥 스프링이 걸리는 듯한 소음.
어? 했다가 (냉장실 동그란 창밖은 일사분란 런치에 한창인 요리사들 모습 보이고)
정은수, 다시 시도 해보자 열린다. 식겁했다 별일 아닌 양 나가고. 문 닫힌다.
새로 들어온 고급 식재료들로 꽉 꽉 꽉 채워진 냉장실, 냉동실 모습.
들어온 날짜 거의 오늘로 다 붙어있다.
냉장온도 디지털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들어와 있다.
씬14. 주방 (런치)
일사분란 돌아가는 요리사들 모습. 주욱 주욱 밀려나오는 주문지.
최현욱 : (주문지 뽑아든다) 테이블 8번, 오늘의 추천메뉴 셋. (주문지 뽑아든다) 테이블 12, 오늘의 추천 다섯
(주문지 뽑아든다) 테이블 25. 오늘의 추천 셋. 추천 합이 열하나다.
일동 : 예 쉐프! (각자 맡은 파트 서둘러 움직이고)
최현욱 : 내일 100인 예약분에 대한 밑작업도 만만치 않으니까, 영업 끝나고 각 파트별로
(요리사들 본다. 금석호 라인 시선 피하고) (선우덕 라인 본다) 서유경, 정은수, 이지훈 남어.
셋 : (각기 다른 표정) 예 쉐프.
최현욱 : (냉장실쪽 가면서, 오늘의) 추천으로 몰리는데 링귀니면 넉넉하냐?
정은수 : 예 쉡!
네모 : 마지막 주문 멀었습니까?
유경 : (열심히 프라이팬 스냅준다) 봉골레 3분-
네모, 기다리고 섰는데 김 산, 들어온다.
김 산 : 오세영씨랑 얘기 잘 됬다면서요?
최현욱 : (막 냉장실서 나오다가) !
김 산 : 내일 기자들 모아서 신메뉴 발표회가 있을겁니다. 호텔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푸아그라도
1등한 <세가지맛 파스타>와 함께 우리 신메뉴로 선보일 거에요.
최현욱 : (쉐프의 테이블로 와 선다)
김 산 : 세가지맛 파스타는 오세영쉐프가 직접 만든댔으니까,
다시 도는 긴장감.
선우덕 : 여기서 말입니까?
김 산 : 당연하죠? 이제 우리 메뉸데.
이지훈 : (최현욱 눈치보고)
유경 : (최현욱 눈치보고)
선우덕 : 말이 됩니까? 주방에 쉐프가 둘이라뇨? 한 주방에 쉐프가 둘인 경우는 없습니다.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지휘자가 둘 인거나 같습니다. 지휘가 되겠습니까? 단원들은요?!
정호남 : 한 사람은 ‘도’라 그러고, 한사람은 ‘미’라 그러고. 그럼 우린 ‘레’를 연주하면 되는거에요?!
막상 ‘레’를 내놔보세요 두 쉐프 다 아니라 그러고 퇴짤텐데, 우리 다 가랑이 찢어 진다구요!!?
금석호 : (가 보기에도 이건 아니다) 아무리 신메뉴 경쟁에서 1등 했다고 해도, 분명 예고없이 참가한 외부인이고.
이럴경운 식당측에서 사례를 하고 1등한 레시피를 여기 주방에 넘기는 게 예의라고 봅니다.
이지훈 : (답답하다) 신임 사장님이 건 쫌,.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 거 같은데 주방은요,
필립 : 머리 두 개인 뱀두 아니고.
김 산 : (꿈쩍 않는다) 3일간 식당 문까지 닫으면서, 달라져야 한다는데는 다 동의한거 아니었습니까?
쉐프는 푸아그라만 신경쓰면 됩니다.
일동 : !!!
최현욱 : (표정) 지금 와 있습니까?
김 산 : 예. 사장실에.
최현욱 : (앞치마 풀다가. 가려다) 오라고 하십시오.
김 산 : 여기로요?
최현욱 : (대답 않고)
김 산 : 그럼. (나간다)
최현욱 : (알수 없는 표정으로 서있고)
일동 : (긴장속에 자기 요리들 한다)
유경 : (다 된 봉골레 프라이팬 들고, 쉐프의 테이블 앞으로) 봉골레 나왔습니다. (두개의 접시에 담고)
최현욱 : (반응 없이, 앞만 보고 네모쪽으로 접시 내민다)
네모 : (다가와 접시 받아들고 나간다)
김 산 들어온다. 오세영도 들어온다.
일동 : (시선)
오세영 : (정중하게 고개 숙인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금석호라인 (도) 선우덕라인 (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오세영 :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는 이유로, 설마 저를 내쫓지는 않으시겠죠?
유경 : (일동의 시선 유경 향하고) !!
오세영 : 저 어디서면 될까요 쉐프?
최현욱 : 아무데나.
오세영 : 제가 서고 싶은 곳에 서도 되는거에요?
최현욱 : 좋으실데로.
오세영 : 고맙습니다.
오세영, 잠시 좌중을 둘러본다. 서열대로 각자의 위치에 서있는 요리사들.
하나 하나 눈 맞추다가, 쉐프의 테이블 최현욱까지.
오세영 : (최현욱 옆으로 다가선다)
쉐프의 테이블에 나란히 선 것.
김 산, 유경을 포함 놀랜 모두의 시선. !!!!!
최현욱 : (.. 무표정이다 피싯 웃는다)
오세영 : 저는 쉐프가 정해주시는 서열, 정해주시는 파트, 정해주시는 스토브에 서겠습니다. 어디라도 좋아요.
쉐프 뜻에 따를겁니다.
정은수 : (침 꼴딱) 제 자리도요?!
오세영 : (최현욱 답 기다린다)
유경 : (긴장해 본다)
최현욱 : (오세영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선다)
오세영 : (표정)
최현욱 : (표정)
최현욱 : 니 맘대로 해. 비켜준다 내가.
오세영 : (보고)
최현욱 : (앞치마 살짝 테이블 위로 던진다) 잘 해봐.
핏 웃으며 유유자적 나간다.
일동 : (나가는 최현욱 보다, 오세영 보다, 당황한 시선)
유경 : (눈동자 멈춰있다)
오세영 :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서있다)
터질 것 같은 긴장감.
씬14-1. 쉐프룸
김 산, 문 열고 들어오고. 최현욱, 서있다.
최현욱 : (본다)
김 산 : (본다)
최현욱 : (위협적으로 다가선다) 바라는게 뭡니까?
김 산 : (표정)
최현욱 : 내가 이 주방에서 나가주는거?
김 산 : 쉐프, 난 사장으로서 다시 라스페라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 뿐입니다.
최현욱 : .....
김 산 : 심플하게 생각해 주세요. 신메뉴 하나 추가된거라고...
최현욱 : (어이없는)
김 산 : 무엇보다 쉐프가 직접 뽑은 신메늅니다. 1등하면 여기 주방에서 직접 만들게 해주겠다는 약속 지켜야죠.
최현욱 : 그게 당신한테는 그렇게 쉽고 간단한가보죠? 예?
김 산 : 97%는 쉐프 몫! 다른 누군가한테 뺏길가봐 이러는 거라면 걱정할 거 없습니다. 아무리 쉐프가 둘이라지만,
당신이 이곳 쉐프라는 건 변함없으니까...
최현욱 : (표정)
김 산 : 혹시 자신 없어요? 당신 주방에?
최현욱 : 내 주방? 이게 어떻게 내 주방이야? 내 주방에 두명의 쉐프는 없습니다.
김 산 : (표정) 여지껏 당신이 당신 뜻대로 변화시킨 주방이잖아. 이대로 손 놓을겁니까?
최현욱 : (표정) 그럼 이제 당신이 변화시킬 주방. 한번 맡아 보시죠... 97%
김 산 : (표정)
최현욱 : (표정)
둘 사이 팽팽한 긴장감.
씬15. 1부에 갔던 락바 (밤)
그때와 같은 분위기. 음악에 젖어 건방지게 까닥이고 있는 최현욱. 맥주 든채 앉아있다.
씬16. 라스페라 주방 (밤)
비어있는 쉐프의 테이블 너머로, 전쟁 일보전인 요리사들.
요리사들 순서 헤매 프라이팬 서로 부딪고, 그릴위는 연기 피어오르고.
금석호 애쓴다고 애쓰는데 역부족인 상황.
금석호 : 3번 테이블 5번 테이블 순서 바꼇잖아-!!! 야 야 상식이 샐러드 몇 개가 밀린거야?! (주문지 꽂고) 호남이 슾부터 내보내-
주문지가 바닥까지 쌓여 떨어진다.
네모,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
씬17. 락바 (밤)
신나는 음악소리에 묻혀, 빨간불 들어오지만 전혀 들리지 않는 최현욱의 핸드폰.
음악과 맥주에 점점 취해간다.
씬18. 라스페라 주방 (밤)
유경부터 이지훈, 필립, 선우덕까지 파스타라인들도 쉐프석에 붙은 주문지 확인하느라 동선 얽힌다.
유경, 프라이팬 흔들면서 땀 줄 줄 흐른다. 속이 탄다.
얼음물도 모자라 얼음 오도독 오도독 씹는다. 목에 걸친 타올이 다 젖어있다.
주방에 걸린 시계보고, 쉐프의 빈 자리 보고. 좌불 안석.
씬19. 냉장실 (밤)
유경, 휘핑크림, 치즈 서둘러 집어들고, 몰래 냉장실 귀퉁이에서 허겁지겁 핸드폰 꺼내든다.
씬20. 락바 (밤)
최현욱 : (액정에 뜬 서유경 이름 빤히 보다가)
유경 : (소리만 간다)
최현욱 : (보다가) .. (받는다)
유경 : 쉐 프,
최현욱 : (대꾸않고)
유경 : 쉐프-
최현욱 : 듣던 중 니목소리 제일 씩씩하다. 잘하고 있냐?
유경 : 난리 났어요 주방 지금? 어디에요?! 언제와요?!
최현욱 : (듣기만)
유경 : (답답해) ,.쉐 프.
최현욱 : 너만 올래?
유경 : 에? (뭔 소린가)
최현욱 : 혹 달고 오지말고, 너만 와라 여기. 같이 놀자.
유경 : (제정신인가) 미쳤어요?!
최현욱 : 같이 놀자 서 유 겨엉-
유경 : (핸드폰에서 귀떼고) 머리 어떻게 된거 아냐?! (걱정되서) 쉐 프,.
씬21. 사장실 (밤)
전화 안 받자, 꽝 전화기 내려놓는 김 산.
씬22. 락 바 (밤)
건방진 자세로 리듬 타고 있는데, 핸드폰 계속 빨간 불 들어온다.
김 산 것은 스킵. 또 들어오는 빨간 불.
씬23. 2층 난간. 락 바 (밤)
오세영, 핸드폰 들고있다.
최현욱 : (액정에 뜬 오세영 이름 빤히 보다가, 안 받는다)
꿈쩍않고 잘 논다 최현욱.
오세영, 속 좀 타는 듯.
씬24. 라스페라 외경 (밤)
클로즈 팻말 걸려있고. 하나 둘씩 꺼지는 불.
씬25. 주방 (밤)
주방으로 들어오는 김 산. 텅 빈 주방.
다 간 줄 알았더니, 구석에 유경 혼자 철푸덕 앉아 내일있을 밑작업(새우 다듬고, 해산물 다듬고)에 한창이다.
김 산, 옆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는다.
유경, 와중에도 옆으로 찔금 떨어져 앉는다.
김 산 : 혼자 뭐하냐 다들 갔는데?
유경 : 아침에 시킨거 해놓고 갈라고요.
김 산 : (빤히 본다)
유경 : 내일꺼 밑작업 해노랬거든요. 들어 가시죠 사장님은.
김 산 : 쉐프 이 주방에 다시 안 돌아올 수도 있다?
유경 : (그제사 김 산 본다)
김 산 : (보고)
유경 : 그렇게 쉽게 자기 주방 버릴 사람 아니에요. 당장 밤중에라도 걱정되서 여기 들이닥칠 사람이라구요.
내가 해논게 불안해서라도, 잔소리 할라고, 혼 낼라고,. (굳게 믿는다) 올거에요 아마.
김 산 : 사장 첫날인데, 나는 걱정 안되냐?
유경 : (대꾸도 않는다. 열심히 다듬기만)
김 산 : (한동안 유경 지켜보다., 일어서 간다)
유경 : (인사도 않는다. 다듬기만)
씬26. 쉐프룸 (밤)
시계 11시 되가고. 텅 비어있다.
씬27. 주방 (밤)
새우 다듬던, 밑작업 하던 흔적 고대로인 채 텅 빈 주방.
씬28. 락 바 (밤)
여전히 시끄러운 비트의 음악.
최현욱, 기분좋게 취해 눕듯이 앉았는데 뒤로 다가와 서는 여자,
최현욱, 게슴츠레 눈으로 돌아본다. 서유경이다!
최현욱 : 왁 서유경이다.
서유경 : (식, 사나운 표정하고 꿈쩍않고 서있다)
최현욱 : (맥주 한 병 건낸다, 웃는다) 한 잔 해 너두.
시끄러운 음악소리. 섹시한 차림의 여자들 눈에 들어온다.
유경 : 쉐프 그러고 나가서 지금, 이래두 되요? 이런 사람이었어요?!
최현욱 : (뭐라는지 음악 소리때매 잘 들리지도 않는다. 고개만 까닥까닥하고 여전히 즐긴다)
유경 : 애들 버리고 집 나간 아부지도 아니구, 뭐에요 이게?! 우리들끼리 이리뛰고 저리뛰고 얼마 정신없었는지 알아요?!
내일은, 낼은 어쩔라구요?! 낼은 더구나
최현욱 : (시선도 안주고, 0L) 뭐라는지 하나도 안 들린다.
유경 : (식)
최현욱 : (톡 톡 옆에 앉으라는)
유경 : (식) 아무리 화가나도 그렇지 손님은 무슨 죄에요?? 손님들도 오늘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헷갈렸을거에요. 주방이 뒤죽박죽인데, 맛이 오죽했겠냐고요?! 밥하다 중간에 뛰쳐나가는 쉐프가 어딨어요?!
최현욱 : (꿈쩍 않고. 톡 톡)
유경 : (식,. 옆에 가서 앉는다)
최현욱 : (가까이 앉는다) 계속해봐 하던 잔소리. 뭐?
유경 : (본다)
최현욱 : (본다)
유경 : 오세영씨가 여자라 그래요 아니면 오세영씨가 같은 쉐프라 그래요?!
최현욱 : 놀자.
유경 : (표정) 다른 사람이 뽑은 것도 아니고, 쉐프가 직접 뽑은 1등이잖아요?!
최현욱 : 놀자 서 유경.
유경 : 맘대로 하시는데요, 시위를 해두 할 일은 하면서,
최현욱 : (빤히 본다)
유경 : (식 보고)
최현욱 : 너는 어떻게 맨 날 일만 하냐 서유경? 일밖에 모르지 너?
유경 : 나두 쉐프되고 나면 놀꺼 놀고, 내 주방에 남자는 없다 큰 소리 땅 땅 치고, 이러고 술먹고 시위하고 살겁니다.
최현욱 : (피싯)
유경 : (표정)
최현욱 : 내 주방에 여자는 너 하나로도 충분하다.
유경 : !
최현욱 : (더 할 얘기 없는 듯, 맥주 마신다) 잔소리 할거면 고만 하고 가. 듣기싫다 잔소리.
유경 : (표정)
최현욱 : (눈 감는다) 가라.
유경 : (최현욱 옆모습)
최현욱 : (눈 감은채)
유경 : (빤히 보는데서)
씬29. 라스페라 현관. 홀 (밤)
문 열고 들어와 홀 지나, 주방으로 혼자 들어가는 유경.
씬30. 주방 (밤)
자신이 밑작업 하다 나간 자리에 고대로 선다. 유경, 싫지않은 표정.
최현욱 : E) 내 주방에 여자는 너 하나로도 충분하다.
다시 밑작업 한다.
씬31. 휴게실 (밤)
밤이 깊어간다. 유경의 락커룸 문에 붙어있던 선인장 사진이 툭 기운다.
씬32. 냉장실 (밤)
냉장실로 들어오는 유경. 밑작업한 식재료 가득 안고 내려놓는다.
버튼 누르고 한번 더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낑낑 밑재료 안고 들어온다.
밑재료 위치에 밀어넣고, 돌아서는 유경.
오전에 들어온 식재료들로 냉장실 안이 꽉 꽉 찬 상태.
버튼 누르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꿈쩍않는 냉장실 문.
몇 번을 누르고 반복해도, 덜컥 스프링이 걸리는 듯한 음만 나고 안 열린다.
유경 : (헉) !! (위 아래 옷을 더듬어 핸드폰 찾지만 핸드폰도 없다.)
동그란 창으로 다가가 주방을 내다보는 설마하는 눈빛의 유경.
저만치 자신의 핸드폰도 보인다. 갇혔다!!
씬33. 주차장. 1001호 (밤)
벨소리. 김 산, 막 주차장에 차를 댄 순간이다.
오세영, 우유, 컵에 따라 렌지에 넣는다.
오세영 : 유경씨랑 같이 있어 혹시?
김 산 : 아니.
오세영 : 아직 안 들어왔네?
김 산 : 아까 식당서 나가는거 봤는데?
오세영 : 들어오겠지 그럼. (렌지서 따뜻해진 우유 꺼내 두 손으로 보듬는다)
김 산 : 내일 나 제대로 장사 할 수 있는거야?
오세영 : (따듯하게 우유 홀짝이는) 그래야지.
김 산 : 진짜지?
오세영 : (표정에서)
씬34. 라스페라 앞 (밤)
라스페라 보는 최현욱. 최현욱, 복잡한 표정이다.
씬35. 냉장실 (밤)
차가운 냉기운이 스멀스멀 나오는 냉장실 안. 냉동실은 더하다.
추워서 덜덜 떨고 최대한 쪼그리고 신문지 싸안고 앉았다.
종이 박스도 꺼내 집처럼 자신을 감싸도 본다.
이 덜덜 떨면서, 호 호 입김 손에 모아가며 얼굴 부비고, 방방 뛰고 어떡허든 버틴다.
그위로 냉기운처럼 스멀거리며 새나오는 최현욱 목소리.
최현욱 : E) 여자라고 티내는 거야 지금?
최현욱 : E) 끈기가 없잖아. 다시!
최현욱 : E) 이렇게 소심하게 요리 할래 증말?!! 다시!
플래시백> # 라스페라 앞
최현욱 : 선배 요리사 걸 들어줘도 모자른 판에, (이마 민다)
최현욱 : 한번 더 왔다갔다 해도 시,원,찮,을,판에 (이마민다) 막내가,
최현욱 : 오늘 총 들어온 식재료가 얼마지?
네모 : 3일간 쉬느라 냉장실이 텅 비었어서 꽤 됩니다 오늘. (따져보드니) 2500만원 정도 됩니다.
냉장실 안을 끊임없이 메우는 최현욱의 호통. 잔소리.
유경, 탈진돼 간다. 눈도, 귀도 가물가물 해진다.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어렴풋이나마 새어 들어온다.
허겁지겁 냉장실 창으로 가 매달려 보는 유경.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는데, 문은 아무리 온몸으로 밀어도, 던져도 꿈쩍 않는다.
탈진돼가는 유경.
씬36. 펜트하우스 (밤)
김 산, 핸드폰 들고 서있다. 아무리 울려도 받지않는 유경의 핸드폰.
씬37. 냉장실 (밤)
유경, 박스 몸에 두르고 ‘컨트롤 박스’ 앞에 선다. 부들 부들 떨리는 손으로 ‘온조 조절기’에 손이 간다.
비싼 재료들 사이로 시선 불안하게 옮겨 다닌다. 그래도 너무 춥다.
온도 조절기에 손. 다시 비싼 재료들 사이로 시선 옮겨다닌다.
몸이 점점 이상해져 간다. 온도 조절기에 손. 부르르 손 가다 말고, 유경 눈에 눈물이 와락 고인다. 하염없이 고인다.
유경 : ,.어엄,.엄 마.. (바보같이) 엄 마아--!! (꾹 참을라고 해도 터져나오는 울음) 엄 마,. ..
씬38. 라스페라 전경 (이른 아침)
청소부 지나간다.
씬39. 1001호 (아침)
초인종 소리. 오세영 문 열어준다. 최현욱 서있다.
최현욱 : 신메뉴. 좋아 니가 직접 만들어.
오세영 : ! 나, 출근해도 되는거야? (기쁘다) 고마워.
최현욱 : 훌륭한 레시피를 가진 실력있는 요리사가 필요할 뿐. 거기까지야. 착각하지마, 달라지는 거 없다.
오세영 : (표정)
최현욱 : (오세영 너머 시선) 서유경은?
오세영 : 어젯밤에 안 들어온 것 같은데.
최현욱 : !
씬40. 라스페라 주차장 (아침)
최현욱의 차 들어오고. 내려서는 최현욱. 옆으로 금석호 차도 멈춰선다.
최현욱 : (아무일 없었단 듯) 굳 모닝 (가고)
금석호 : (어제 그러고 가더니, 황당하다) 예?
금석호 라인들, 출근해 들어오다 최현욱과 마주친다.
최현욱 : (서둘러 들어가고)
한상식 : (얼결에 인사하다)
정호남 : (적응 안된다) 나왔네?
민승재 : 우리 오늘부터 쉐프 두,둘 인거에요 부주?!
금석호 : (표정)
씬41. 주방 (아침)
텅 빈 주방. 최현욱 먼저 들어와 선다. 와인잔에 금붕어 보고.
유경, 간신히 일어나 냉장실 문쪽으로 붙는다. 최현욱이다!!
동그란 창에 붙어 애타게, 간절하게 문을 두드리고 고함치고 외친다.
밑작업 한 흔적 남기고 간 거 보고. 최현욱, 표정 바뀐다.
몰려 비슷한 시간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요리사들.
최현욱 : (흔적에만 시선준다) 밑작업을 한거야, 만거야? (정은수, 이지훈, 최현욱 뒤로 와 긴장하고 선다)
정은수 : 죄송합니다 쉐프.
최현욱 : (작업대 위에 놓인 핸드폰 본다)
유리창으로 필사적인 유경의 모습. 밖에서는 아무 소리 안 들린다.
최현욱 : 오늘은 VIP만 100에 기자들까지, 메뉴가 뭔지 내가 읊어 줘야 정신들 차릴래?
선우덕 : 세계 3대 진미 요리, 프아그라, 캐비어, 송로버섯과 지난번 1등한 신메뉴를 선보이는 자립니다.
최현욱 : 움직여.
일동 : (그자리서 힘있게) 예! 쉐프!!
일사분란 움직이기 시작하고. 김산, 들어온다. 서유경이 나왔는가부터 둘러본다. 서유경은 주방에도 안 보인다.
최현욱, 작업대 위 핸드폰에 다시 시선간다.
김 산 : (놀래) 요,.리사님!!!!
일동, 김산쪽으로 시선가고.
김 산쪽, 냉장실 앞으로 우르르 몰리는 요리사들.
냉장실쪽으로 가는 최현욱.
최현욱 : (성큼 유경의 얼굴 본다)
유경 : (갇힌 채, 최현욱 본다. 애타게 간절하게 문 창을 두드린다)
정은수 : 뭐, 뭐에요?!! 갇힌 거에요 선배?
민승재 : 밤 새?!
최현욱 : (벌써 문 열어보려고 힘주어 보지만, 꿈쩍않는 문)
정은수 : 어제부터 이,이상하긴 했다구요 이 문이!!
최현욱 : 걸 왜, (폭발) 이제 말햇-
김 산 : (최현욱 확 밀치고 문 앞으로 나선다) !!! (자기도 죽을 힘 다해 비틀어 보지만 꿈쩍않는 문)
유경 : (다 죽어간다)
-시간 경과.
서둘러 공구 들고 달려오는 주방설비 업자.
우르르 다시 냉장실 앞으로 모여드는 일동.
이지훈 : 어떡게 어떡게 좀 빨리?! (애가 탄다)
다들 숨 죽이고 문가에 모여섰는데 탁. 마침내 스프링이 풀리는 경쾌한 효과음.
문이 열리고.
비켜선 유경이 한 구석으로 간신히 버티고 서있으면
득달같이 들어와 서는 요리사들, 최현욱, 김 산. 일제히 유경 살피다가
김 산 : 괜찮아?
유경 : (고개 숙인다) 괜,찮습니다.
정호남 : (그제사) 근데, 여기,여..기 온 도 가,.!!!
민승재 : (컨트롤 박스 확인) 꺼,.놧는데요.
일동 : (숨이 멎는다)
유경 : (고개 못든다)
최현욱 : !!!! (돌처럼 굳어서있고)
일제히 요리사들 어제 잔뜩 들어온 식재료, 상했나 녹았나 확인하고 난리법석.
금석호 : 해산물부터 체크해! 니들은 허브랑 야채상태 확인하고!
선우덕 : (생참치 본다. 헉) 이건 못써! 빛깔 다 죽었어!
정호남 : (냉동실에서 고기, 게, 새우 본다. 아직 딱딱하다) 여긴 괜찮아요! 다시 급속냉동하면 될꺼같아요!
민승재 : (허브 다 축 늘어졌다) 허브 하나도 못건질 것 같습니다!
한상식 : 소스가 분리됬어 어떻게?!!!
정은수 : (송로버섯 보관한 쌀 파본다. 무사하다! 휴-) 젤비싼거 괜찮습니다!!
이지훈 : (경악에 가까운) 쉐프!!
일동 : (주목)
이지훈 : (성게알 나무상자 보인다. 윤기업고 축 늘어진) 성게알 이 다.. (조심조심 아래쪽을 파보지만 다 그렇다)
오세영 쉐프가 특별히 주문한건데, 당장 오늘 저녁 메뉸데!!
정은수 : (0L) 얼마치야 다?!
한상식 : (0L) 얼마친 관두고 어디서 구하냐고 다시?!
유경 : (지옥이다)
최현욱 : (꿈쩍않고) 다들 나가.
일동 : (난리 법석 멈춘다)
최현욱 : (굳은 표정)
일동 : 예 쉐프. (주섬주섬 재료 들고, 큰일났다 걱정하며 나가고)
김 산 남는다.
최현욱 : 다들, 나가, 주세요.
김 산 : (한마디 하려다, 나간다)
씬42. 홀 입구 (아침)
화사한 차림으로 오세영 들어온다. 수군대는 홀직원들 분위기에 ..?
씬43. 냉장실 (아침)
둘만 남은 냉장실.
최현욱 : 괜찮아?
유경 : (표정)
최현욱 : (냉동실 보다 더 차갑다) 차라리 얼어죽지 그랬냐?
유경 : (표정)
최현욱 : 니가 요리사야?
유경 : (표정)
최현욱 : 입 얼었니?
유경 : (표정)
최현욱 : (폭발) 입 얼었냐고 묻잖아 지금?!!!!
유경 : 살고 싶었습니다. 겁 났습니다. 여기서 얼,어 죽어야 요리산거 아는데,. 졌습니다 제가. 살아야, 요리사도 될 거 아닙니까?
최현욱 : 재료는 다 죽여놓고 요리사만 살겠다?!
유경 : (고개 숙인다)
최현욱 : 고맙다 살아줘서. 더럽게 고맙네... 괜찮으면 그만 일어나. (나가고)
유경 : (눈물이 툭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가지도 못하고. 혼자 덩그마니 선채 몰래 눈물이 툭.
씬44. 사장실
긴장한 표정의 두사람.
김 산 : 발표회는 미뤄야겠다.
오세영 : 안 돼 그러면.
김 산 : 안 하느니만 못해 이 상황엔.
오세영 : (표정) 제시간에 약속대로 음식은 나와야지. 그래야 레스토랑이지. 우리 사정 둘러대고 며칠 연기니 죄송이니 하는건
프로가 아니야. 더구나 3일간 이유없이 문을 닫았고. 다시 연지 하루만에 또, 미루자고? 해볼께 내가.
김 산 : (불안하다)
오세영 : 유경씨 좀 챙겨.
김 산 : (표정에서)
씬45. 여자 화장실
세수하는 유경. 눈이 퉁 퉁 부었다. 묵묵히 세수하며 눈물 훔친다.
유경, 묵묵히 세수하고 나간다. 텅빈.
씬46. 복도
유경, 화장실서 나오면서, 김 산과 마주친다.
김 산 : (표정)
유경 : (표정)
홀직원들, 여자화장실서 나온다. 김 산에게 인사하고. 두사람 계속 힐끔거리며 간다.
김 산 : 몸은 괜찮아?
유경 : 죄송합니다.
김 산 : 왜 이러고 바보같이 사냐?
유경 : (반응 없고)
김 산 : 쉐프도 앞치마 던지고 나간 시간에, 누가 알아준다고. 뭐야 이게?!
유경 : (서있을 기운도 없다)
김 산 비켜 가는 유경. 유경 뒷모습 보는 김 산.
씬47. 쉐프룸
선우덕, 금석호, 필립, 정은수, 최현욱, 다같이 머리 맞대고 급박하게 대책논의 중이다.
선우덕 : 다행히 캐비어하고 송로버섯은 문제 없을 거 같습니다. 푸아그라는 어쩌실 겁니까?
최현욱 : 얼른 우유에 담궈 둬. 다시 간 고유의 향이 사니까.
필립 : 야채랑은 지금 다시 가서 구해올께요.
금석호 : 성게알은 어쩌실겁니까?
오세영 : (화면에 이제껏 안 보였는데, 자연스레 끼어있다) 제주도서 지금 비행기 탔을 거에요.
일동 : (시선, 빠르다) !!
최현욱 : (본다) 벌써?
오세영 : 요리 프로그램 하면서 거래한 곳이니까 확실해요. 걱정 마.
최현욱 : ok.
오세영 : (끄덕여 보이고)
최현욱 : 모자라는 것은 주변 레스토랑에 사정 해. 멀리서 아둥바둥 구해오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금석호 : 줄까요 순순이? 옳다구나 잘됬다들 하고 있을텐데?!
정은수 : 지난번 우리도 안 줘가지고 그건 (머리 벅벅) 좀,.
최현욱 : (꿈쩍않고) 움직여.
일동 : 예 쉐프! (서둘러 나간다)
오세영 : (도,. 나간다)
씬48. 주방 몽따주
-한마음이 되 요란하게 칼질하고, 양푼 부서져라 팔이 부서져라 갖가지 차가운 샐러드 소스 휘젓고 있는 금석호 라인들.
-필립, 오토바이 운전해 가락시장으로 출발하고.
-이지훈, 쇠고기등심 도마 위에 놓고 고기망치로 쿵쿵쿵 두들겨 힘 줄 끊는다.
선우덕, 팬에 올리브유 두르고 불린쌀 넣는다. 크게 휘젓다가 화 이트와인 붓고 불붙여 날려주며 계속 리드미컬하게 휘젓는.
-토해내듯 몇 대의 파스타 면 기계에서 다양한 색깔로 쉴새없이 나오는 파스타 생면들.
-어느새 주방 일각 자리 차지하고 생면 반죽 덩어리를 땀 뻘뻘 흘리면서 얇게, 더 얇게,
창백하게 보일만큼 얇게 혼신의 힘을 다해 미는 오세영 모습.
씬49. 주변 레스토랑 서너곳 현관
유경 : 죄송한데, (문 딱 닫히고)
유경 : 성게알 (문 닫히고)
유경 : 성게알 좀 (유경, 밀치고 나간다)
유경 : (차가운 바닥에 무릅꿇고 앉아있다) 다음에 저희가 꼭, 신세 갚으께요. 예?! 제발요.
씬50. 라스페라 외경, 유경반점
헐레벌떡 성게알 가슴에 품고 뛰어와, 현관열고 들어가는 유경.
급하게 다시 나와, 또 구하러 어딘가로 달려간다. 급하게 핸드폰도 누른다.
유경 : (다급) 아버지! 생성게알 구할 수 있는데 알아?
유경부 : (다짜고짜 뭔소린가) 생성겐 왜 갑자기? 뭐 또 사고쳤어?!
천천히 저녁이 내린다.
씬51. 홀 전경 (저녁)
발 디딜 틈 없이 가득찬 홀 전경.
vip들이 3대진미 요리가 코스로 나오는 스페셜 메뉴를 먹고 있다.
테이블에 송로버섯 리조또, 훈제연어 캐비어, 쥐치간 푸아그라 한 접시씩 놓여있다.
네모 : (먹음직스런 접시 가리키며) 요게 생쌀에 송로버섯을 섞어 냉장보관해 그 풍미가 살아있는 ‘송로버섯 리조똡’ 니다.
송로버섯이 한 알에 30만원 정도 하지만 특별히, 특별한 가격으로 준비한 것입니다.
김 산 : (도 직접 나선다) 요건 훈제연어로 감싼 캐비업니다.
김 산 : (다른 테이블) 거위간 대신 생선의 간으로 만든 자연산 푸아그랍니다. 입에 맞으십니까?
씬52. 라스페라 룸 (저녁)
기자들 모여있다. 신메뉴 사진 찍고, 시식하고, 방송 ENG도 돌아가고.
오세영, 설명하는 동안 설명에 맞는 라비올리 그림위로
오세영 : <세가지 맛 파스타>는 말 그대로, 파스타 면도 세가지, 파스타 소스도 세가지인 신메뉴에요.
겉의 라비올리에는 토마토 소스와 짧은 면으로 속을 채웠구요. 두 번째 안쪽 라비올리에는 크림소스로
또다른 짧은 면을 채웠습니다. 라비올리라는 파스타 안에 또 다른 짧은 파스타가 들어가 있는거죠.
기자들 : (반응 좋다)
오세영 : 제 야심작이에요. <세가지 맛 파스타> 많이 사랑해 주세요. (고개 숙인다)
칼로 자를때마다 김이 모락. 정말 군침돌게 만드는 오세영의 <세가지 맛 파스타>
-유경, 유리 너머로 부러운 듯, 오세영의 모습 지켜본다.
씬53. 주방 (밤)
마지막 소스 한점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쥐치간 푸아그라. 긴장을 늦추지 않는 최현욱 모습.
금석호 : (푸아그라 인지라 관심갖고 보는 시선)
최현욱 : (그제사 허리 펴는듯. 허리 간신히 편다)
유경 : (현욱 요리에 눈을 못 뗀다)
최현욱 : 신메뉴니까 다들 와서 맛 보도록. 맛 보고 쉐프라고 눈치보지 말고. 가감없이, 인정사정 없이 평한다.
일동 : (눈치보며) 예 쉐프.
최현욱 : (대답 작은거 보고) 내 앞이라 제대로 말 못한다 이거지? 좋다. 그럼 집에 가서 맘껏 흠 잡아 무기명으로 제출한다.
내일 아침까지. (크게) 알았나?
일동 : (힘있게) 예! 쉐프!!!
다들, 그제사 긴장풀고 다가와 한 입씩 먹어보는데 유경, 차마 다가서지 못한다.
그래도 먹어보고 싶어, 요리사들 뒤로 다가서는데 요리사들 반응 시선 싸늘하다. 틈을 주지 않는다.
최현욱 : (그런 유경 보지만)
오세영 : (이 기자들 끝내고 돌아온다)
최현욱 : 먹어봐.
오세영 : (일각에, 자기 라비올리도 푸아그라 옆에 놓는다) 아 제 것두요. 막상 여러분은 아직이잖아요.
요리사들 : (둘의 접시 먹어본다)
오세영 : (도 푸아그라 먹어본다)
유경 : (만 끼지 못하고 뻘쭘하게 서있다)
오세영 : 음,. 맛 있 다..
금석호 : (도 신중하게 먹어본다)
오세영 :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간의 고소함이 살아있는데?
최현욱 : 소스는?
오세영 : 음. 잘 어울려.
유경 : (달라진 둘의 눈치 보고)
요리사들 : (도 달라진 둘의 눈치 보이고)
모두 둘의 접시 다 맛있다는 반응들. 금방 바닥난다.
최현욱 : (앞치마 푼다) 수고했다 모두들. 정리하고 들어가.
일동 : 예 쉐프.
최현욱 : (나가고)
오세영 :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한다) (유경에게도) 고생했어요 오늘.
유경 : (면목없다)
오세영 : (나가고)
민승재 : 어우 배고파. 막상 우리는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어.
한상식 : 어디서 조사했는데, 요리사들이 건강에 나쁜 습관을 가진 직업 1위래.
정호남 : (남은 음식들 쉐프의 테이블위로 들고오며) 왜?
한상식 : (도 남은거 들고와) 왜긴- 남들 먹을때 우린 못 먹고, 퇴근후에도 집에 가봐. 가장 하기 싫은게 요리아냐?
정호남 : 건 그래. 히히.
민승재 : 맞어 형 진짜 그래 흐흐흐.
그제사 긴장 풀고 먹는 요리사들 모습. 허겁지겁 남은 음식들 먹어 치운다. 본인들이 만든 음식이다. 접시도 싹싹 핥는다.
다들 땀에 젖어 고생했다 오늘.
유경, 도 테이블에 끼진 못하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빵 쪼가리 허겁지겁 먹는다.
이지훈 다가와 옆에 앉는다.
유경 : ?
이지훈 : 어제 밤에 밑작업 안하고 먼저 간거 미안해서.
유경 : (빵 씹다, 처음 들은 한마디에 서러워진다.)
이지훈 : 같이만 있었어두 오늘 이런 수모 안 당했을텐데.
유경 : (빵이 안 넘어간다. 사래 들려 기침 해대면)
이지훈 : (등 두드려 줘가며)
둘 앉아있다..
씬55. 라스페라 지하 주차장 (밤)
마지막 손님들 차 빠져나가고. 시동거는 최현욱의 차, 출발 않고 서있다.
문 열고, 기운 하나없이 나오는 유경 보인다.
운전석에 몸을 묻고 빤히 유경을 지켜보는 최현욱.
유경, 터벅 터벅 쓰레기 봉다리 옆에 멈춰선다.
최현욱 : (다가와 멈춰서는 차) 타.
유경 : (굳은 표정) 아닙니다 쉐프.
최현욱 : 타라니까.
유경 : 괜찮습니다. (그냥 간다)
최현욱 : 타라니까!
유경 : (할 수 없이..옆으로 탄다)
출발해 빠져나가는 최현욱의 차.
씬56. 라스페라 1층 입구 (밤)
이태리파와 정은수, 계단 내려와 입구 향한다.
계산대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 강.
김 강 : 오늘 힘들었죠? 내가 한 턱 쏘고 싶은데, 다들 콜?
정은수 : (젤먼저) 콜!
김 강 : (표정)
덕, 지훈 : (필립 눈치 살핀다)
필립 : 좋죠.
김 강 : (그제야 활짝)
씬57. 호프집 (밤)
다함께 건배한다.
정은수 : (불만. 마른안주 질겅) 오늘 호텔 클럽 한번 가보나 했더니, (칫)
김 강 : 근사한데서 제대로 쏘고 싶었는데, 다들 외모도 훈훈하고 마인드도 훈훈하네요? (정은수 본다) 한분 빼놓고.
정은수 : (이 씨)
선우덕 : 사주신다고 해서 오긴 했습니다만..
김 강 : 으으음~ 릴랙스 릴랙스. 부담 갖지 말아요. 내가 이태리를 좋아해서 같이 모여 이태리 얘기나 하려고 그러는건데.
이지훈 : 이태리 어디가 젤 좋으셨는데요?
김 강 : 꽃의 도시 피렌체!
이지훈 : 와! 저 거기서 실습했는데. 언제 오셨어요?
김 강 : 7년 쯤 됐나? 신혼여행 갔었으니까.
일동 : (끄덕끄덕)
김 강 : 그리고 두번째 신혼여행은 밀라노로 갔어요. 거기도 좋았어.
정은수 : (헉) 두, 번째, 신혼여행이요?
김 강 : (태연) 응. 왜요?
일동 : (어색)
김 강 : 이제 북쪽은 별로야. 세번째 신혼여행은 시칠리아로 갈까해요.
일동 : (표정)
김 강 : 필립 생각은 어때요?
필립 : (표정) 전, 더운게, 별로..
김 강 : (아랑곳 하지 않고) 지금 겨울이쟎아!
필립 : (표정)
일동 : (필립이 안됐다는)
씬58. 도로 (밤)
둘의 차창으로 밤 야경이 네온사인처럼 흐른다.
한동안 앞만 보고, 말없이 가는 둘.
최현욱 : 배고프다.
유경 : (..)
최현욱 : 밥 먹자.
유경 : (고개 돌려 최현욱 본다)
씬59. 24시간 설렁탕 집 (밤)
둘 마주 앉아있고. 유경의 앞으로 펄펄 끓는 도가니탕 놓인다.
유경 : (뜨거운 김의 도가니탕 본다)
최현욱 : (수저로 밥까지 푹 푹 넣어 말아준다) 먹어 얼른.
유경 : (대꾸 않고)
최현욱 : 몸 좀 녹을거다. (자기도 퍽 퍽 말아 먹는다)
유경 : (안 먹힌다)
최현욱 : 너 생각보다 깡다구 있더라.
유경 : (뭔 소린가) ?
최현욱 : (먹어가며) 사내새키들도 그 정도 혼나고 야단 맞으면 앞치마 벗어던지고 벌써 뛰쳐 나갔을텐데.
너 꿋꿋하게 버티고 있잖아. (시선 안주고 먹기만) 변명도 않고, 투덜대지도 않고. 미련한 구석 있어서 좋다.
약은 놈들은 음식도 타협하거든. 사람 먹는 음식 가지고 타협하는 것들은 요리할 자격 없다.
유경 : (..보기만)
최현욱 : 기집애 같은 줄 알았드니 의외로 진국이야. 누구한테 기대지도 않고, 입도 무겁고, 우직하고,
안 보이는 거 같애도 다 보인다.
유경 : 쉐, 프.
최현욱 : (본다) 식는다 얼른 먹어.
유경 : (벌떡 일어나 선다)
최현욱 : ?
유경 : 쉐프나 많이 드십시오. (나가 버리고)
최현욱 : !
씬60. 거리 (밤)
(-양쪽으로 불야성인 명동거리 느낌의)
24시간 설렁탕집에서 나와 성큼 성큼 걸어가는 유경의 뒤를 최현욱, 따라가 잡는다.
최현욱 : 너, 왜그래?!
유경 : (팔 뿌리친다. 식 식 가고)
최현욱 : (가만 섰다 다시 따라가 돌려 세운다) 뭐 잘했다고 승질이야 어-?
유경 : (본다.)
최현욱 : 죙일 주방을 난리통을 만들어놓고 뭐가 억울해서 그 얼굴이냐고?! 니가 잘했어 그럼?!
유경 : (떨리는 눈가) 누가 잘했답니까?
최현욱 : 그럼?!
유경 : (본다) 내가 쉐프님 좋아한다고 우스워 보여요?
최현욱 : !
유경 : 내가 쉐프를 훨씬 더 좋아하는거 같으니까, 제가 만만해 보여요?
왜 얼어 죽으랬다, 괜찮은 놈이랬다, 넌 요리사도 아니랬다, 진국이 랬다, 들었다 놨다 하세요?!
최현욱 : (표정) 그게 내 탓이야?
유경 : 그럼 누구 탓이에요?!
최현욱 : 니가 잘했다 못했다 그러니까 그러지! 니가 맘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하니까 그러지!!
유경 : (버럭) 예-! 죄송합니다. 것도 제 탓이군요!
식 식 뒤도 안 돌아보고 가고. 한참을 가고.
최현욱, 다시 가 잡는다.
최현욱 : (거칠게 돌려세운다)
유경 : 주방이 싫으면 뛰쳐 나가고, 여자가 싫으면 해고해 버리고, 지 맘대로, 자기 멋대로 살아서 참 좋겠습니다 쉐프는!
최현욱 : 그래 좋다!
유경 : (식) 저는 아직 애송이고 초보고 눈치 보는게 일인데, 뭐든, 쉐프는 저한테 눈치 줄 일만 있어서 참 좋겠습니다!
최현욱 : 그래 좋다! 그래. 그래서 내 맘대로 된 게 뭐가 있는데? 한번두 아니고 몇 번씩 해고된 너는 방금전까지 내 주방에서
사고치고. 얼어 죽으래도 안 얼어죽고, 얼어죽을까봐 뜨거운 사줘도 싫다 바락바락 나한테 이러고 대들고 있고.
나 아주 내 맘대로 나만 편하게 잘 먹고 잘 살고있다 왜-
유경 : (식,. 노려보다 간다)
최현욱 : 거기 안 서.
유경 : (아랑곳 않고 간다)
최현욱 : (확 잡아 돌려세우면)
희주무리 : (눈 커진다)
유경 :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면서요? 저는 왜 쓰십니까? 내 주방에 여자가 둘씩이나 돼서 이제 어쩌십니까?
최현욱 : (화났다) 너 입 안 다물어?
유경 : (더 크게) 좋으시겠습니다.
최현욱 : 한마디만 더 해 너?
유경 : (지지않고 다가선다)
최현욱 : (본다)
유경 : (코 닿을 듯) 그러니까, 왜 이랬다 저랬다 사람 마음 헛갈리게 합니까 쉡?!
최현욱 : (흔들리는 최현욱 눈빛)
유경 : (시선에서)
인적많은 대로, 둘 팽팽하게 마주 서있다.
유경 : 왜 제 마음까지 칼질하고 두드리고, 소금 쳤다 설탕 넣다, 지지고 볶고 요리할라 그러십니까? 예-?!
최현욱 : (기가 막힌다)
유경 : 도마 위에 오른 생선입니까? 제가?!
최현욱 : 나 너 가지고 요리할 생각 없다.
유경 : 칼자루 쥐었다고, 두려운 게 없으신 모양인데요 다듬다 가시에 찔릴 수도 있구요! 먹다 목에 켁 걸려서 저 세상 갈수도 있구요.
모르시죠? 이미 도마위에 오른 생선은요 칼 안 무서워해요? 살속에 가시 품고 뾰족하게 숨어있지.
최현욱 : 그래서?
유경 : 저한테도 가시 같은게 있다구요. 누구한테고 가시는 있다구요.
최현욱 : (본다)
유경 : (본다)
최현욱 : 그래서?
유경 : (작아진다) 가,시 조심하시라고요.
최현욱 : (쳇)
유경 : (표정)
최현욱 : (다가선다) 너는 신선하지도 않고, 잡은지도 한참 됬고, 유통기한도 얼마 안 남은.
그 뿐인 줄 아냐. 다듬기도 힘들고, 손도 많이 가고, 공들여 봤자 양도 얼마 안나오는, 데코 해봤자 별 이뿌지도 않은.
암튼. 좋은 식재료 아냐. 고로 나는 너 도마위에 올려놓고 칼질 안한다. 요리 안 한다. 됐냐?
유경 : (안 됐다)
최현욱 : 도마에서 내려가라고.
유경 : 이미 도마위에 올라갔는데, 내려가라면,. (식) 다음은 쓰레기통 밖에 없지 않습니까?! 마음을 버리란 얘깁니까?
최현욱 : (표정) 집에 가자.
유경 : (꿈쩍않고)
최현욱 : (손목 잡는다) 집에 가자고.
유경 : (뿌리친다)
최현욱 : 집에 안가?!
유경 : (반대편으로 간다) 집에 갑니다.
최현욱 : 어디가 집에 안가고?
유경 : (버럭) 집에 간다니까요-!!
최현욱 : 야!!!
식 식 최현욱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유경.
유경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최현욱.
8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