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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55
씬1. 만보건설 전경
민우 : (E) 어서 오세요, 노사장님.
씬2. 동 회장실
(방금 들어선 갑수가 자리에 앉는다. 성중이 있고. 탁자위에 녹음기 플레이어가 놓여 있다. 민우가 자리에 앉으며)
민우 : 준비는 다 끝나셨죠?
갑수 : 오늘 보일러 사업자 선정 결과가 나오는 즉시, 쐐기를 박을 작정입니다. 결과는 자신 있으시겠죠?
민우 : .. (미소 지으며) 문이사님?
(성중, 녹음기를 가져다가 앞에 놓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녹음 테입이 돌아가며 나오는 목소리들...)
강모 : (E) 어쨌든 기간 내에 보일러를 완성하시느라 수고들 많았습니다.
갑수 : .. (심각하게 듣는데)
씬3. 식당 안
(공장 인근의 그 단골집이다. 강모와 영출, 소태, 기술이사, 시덕이 식사중이고.. 그 일각의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다)
영출 : 근디, 성능실험을 제대로 못해서 어뜩하냐?
강모 : 실험 결과를 아예 산출조차 못했겠네요?
기술 : 최소한 납득할 만한 실험 결과를 뽑아냈어야 하는데, 우린 아예 실험일지 조차 작성 못했습니다.
강모 : (시덕에게) 만보 건설은?
시덕 : 시청에 알아봤더니, 거긴 실험일지를 작성해서 첨부했나 보더라고.
소태 : 어떡하냐? 괜히 발표회장에서 개망신 당하는 수도 있는데?
강모 : 악조건 속에서 우리가 할 바는 다했어. 이제 결과만 기다리는 수밖에.
소태 : 조민우 그 씹어 먹을 놈이 보일러 공장에 불만 안냈어두..
강모 : 자, 식사들 끝났으면 다들 그만 일어나시죠.
(강모와 일행들이 일어선다. 강모, 슬며시 시선을 돌려서 테입이 돌아가고 있는 녹음기 쪽을 보는데.. 그 위로..)
민우 : (E) 어떻습니까?
씬4. 만보건설, 회장실
민우 : (녹음기를 탁, 끄며) 이정도면 안심이 되십니까?
갑수 : 이강모가 가지고 나오는 보일러 시제품, 아직 성능 실험조차 제대로 안 된 미완품이란 거군요.
민우 : 거기다가 불난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에요. 소비자들의 신뢰도에서 핸디캡을 극복하기 힘들 겁니다.
갑수 : 굳이 결과를 기다릴 필요조차 없겠군요. 전 이만 증권사로 나가 보겠습니다.
성중 : 우리도, 그만 발표회장으로 나가시죠, 회장님.
민우 : ... (여유롭게, 눈빛)
씬5. 시청, 회의실 (몽타주)
(정면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보일러 사업자 선정 발표회’ 아직 시작 전이다. 비어 있는 심사위원석과 기자석들..
만보건설 직원들이 포장 막으로 싼 보일러를 운반하고 있다.
‘만보 보일러’ 글자가 박혀 있고.. 소장과 공장장이 따라 들어서고.. 정면에 홍비서가 정해주는 위치에 만보 보일러가 놓여지고..
이어서, ‘한강 보떼 보일러’ 글자가 박힌 보일러가 들어선다.
소태와 영출이 조심, 조심..! 부산을 떨어대며.. 만보 보일러 옆에 나란히 놓는데..
소태와 영출이 만보보일러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데..)
- 동, 회의실 / 그 입구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 세명 정도가 자리에 앉아있다.
그 입구... 오병탁이 한명석의 안내를 들어서는데 맞은편에서 조필연이 재춘과 다가온다)
병탁 : 조의원이 여긴 어쩐 일인가?
필연 : 아들놈이 최신식 한국형 보일러를 개발했다길래 구경차 왔습니다. 헌데, 위원장님이야 말로,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병탁 : 이번 보일러 개발 실적, 신도시 사업권 선정에도 가산점으로 부과 될 거야. 당연히 와서 봐야지.
필연 : (곱지 않은 눈빛) 한강건설이... 이미 퇴출기업 명단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병탁 : 자네도 잊지 말게. 오늘, 결과로.. 부실기업 명단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필연 : ..!! (굳어지는데)
명석 : 들어가시죠, 위원장님. (들어간다)
필연 : (노려본다) 저 늙은이가.. 점점 더 내 인내를 시험하고 있어.
씬6. 동 로비, 엘리베이터 앞
(강모와 시덕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조민우와 문성중이 다가온다.
강모와 민우, 짧게 시선 마주치더니 서로 엘리베이터 쪽을 응시하며..)
민우 : 일전에, 내가 기술 합작을 제의했을 때, 응했어야 했어.
강모 : .. (본다)
민우 : (보고) 니 아집과 독선이.. 오늘 무참한 결과를 가져 올 거다.
강모 : 마치 니가 이긴 것처럼 말하는군.
민우 : 니가 뭐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기술? 자본? 아니면, 기업 이미지?
(차갑게 웃으며) 넌 나한테.. 단 하나라도 이길게 없어.
강모 : .. (차갑게 보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강모와 민우, 시덕과 성중이 들어서는데..
이때, 잠깐만요..! 소리치며 뛰어오는 정연과 지나..
강모, 얼른 닫히려는 문을 열어주면... 정연, 두 사람을 보다 잠시 멈칫 하더니.. 지나와 함께 들어서면 문이 닫히면..)
씬7. 동, 엘리베이터 안
(강모와 정연, 민우들이 있고..)
민우 : 내가 이강모라면, 황정연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 말렸을 거야.
정연 : (돌아본다)
민우 : 궁금하다. 이번에 다 망하고도.. 지금처럼 이강모를 따라다닐 수 있을지.
정연 : 착각하지 마, 조민우. 강모를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를 한 거니까.
민우 : 그랬겠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렇게 무모하게 한강건설 주식을 사들였겠지.
정연 : 니가 보떼 공장에 불 지른 거, 알아. 이정도면, 많이 아는 거 아니니?
(민우, 당혹해 한다. 강모, 피식 웃는데.. 성중, 괜한 헛기침..
이때, 문이 열리면 강모와 정연이 나가고.. 민우, 잠시 노려보는데..)
씬8. 증권사 안
(여기저기 전화벨이 울리며 분주한 분위기.. 노갑수가 주식 현황판을 보며 앉아 있다. 한강건설 주식이 하락세에 있고..
들어서는 경옥과 지배인.. 내부 분위기를 살피는데.. 여기저기 들려오는 투자자들의 이야기들...)
남자 1 : 잘 하면 한강건설 주식이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남자 2 : 오늘 보일러 사업자 선정 발표회가 있다면서?
여자 1 : 거기 사람을 보내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남자 1 : 그럴 필요 없어요. (갑수쪽 가리키며) 저기, 저, 노갑수 사장이 사면 우리도 따라서 사면 돼요.
남자 : 그럼 되겠구만. 정보 하난 총알보다 빠른 사람이니..
(경옥, 투자자들 이야기를 듣고는 노갑수 옆에 다가가 앉는다. 갑수, 경옥을 힐끔 보고는...)
갑수 : 유사장도, 한강건설 주식을 내놓으려고 나오셨나보군요.
경옥 : 글쎄요.. 매수를 할지 매도를 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죠.
갑수 : 남들이 다 아는 건, 정보가 아니라 소식이라고 부르죠. 원한다면.. 내가 남들보다 한 발 앞선, 고급 정보를 줄 수도 있는데..
경옥 : (씩 웃으며) 필요 없어요. 난 어르신께... 주식 시장을 움직이게 하라고 배웠거든요.
갑수 : (비웃듯이) 주식 시장을 움직이게 한다... 백파다운 말이군요.
경옥 : .. (시계를 본다)
씬9. 시청, 회의실 안
(앞에 나와 있는 두 대의 보일러.. 심사위원 세 명이 앉아 있고... 조필연과 오병탁이 나란히 앉아 있다.
기자들이 와 있고... 그중에 윤기훈의 모습도 보인다.
강모와 정연, 시덕, 영출, 소태, 기술이사, 지나가 있고.. 다른 쪽에 조민우와 문성중, 소장과 공장장들이 앉아 있다.
한명석이 앞에 나와서...)
명석 : 이번에 선정된 보일러는, 앞으로 신도시 아파트에 공식 보일러로 지정될 겁니다.
또한 보일러 업체의 모기업들이 건설업체인 만큼 신도시 개발 사업자 선정에 엄중하게 적용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좌중 : ..
명석 : 우선, 만보보일러에 관한 브리핑부터 듣기로 하죠. 조민우 회장님?
(민우가 앞에 나선다. 연구소장과 공장장이 그 뒤에 서고.. 강모와 정연이 심각해지는데.. 조필연, 여유만만하게...
소장이 제막을 걷으면 만보보일러의 모습이 드러난다. 카메라 플래쉬가 정신없이 터지며... )
민우 :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만보보일러는, 기존 보일러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한편,
재래식 온돌 방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제품입니다. (강모와 시선 맞추며) 특히, 보떼 보일러에서 자주 발생한
유독가스 사고에 대비해서 세계 최초로 전자 제어 방식 유독가스 배출기를 장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좌중, 웅성거리며..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쉬들이 요란하게 터진다)
심사 1 : 전자 제어 방식이라면 안전성 면에서 획기적인 발상인데.. 성능 실험을 충분히 한 겁니까?
(이때, 성중이 심사위원들한테 실험일지를 한권씩 나누어 준다)
민우 : 지난 삼개월간, 총 백 이십 여회에 걸쳐서 실시한 실험일집니다.
보시다 시피 약 98.7 프로에 달하는 성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사 1 : 나머지 1.3 프로의 실패율은 어떻게 된 거죠?
민우 : 실험 초기에 나온 작은 실숩니다. 물론, 그 문제점도 찾아서 다 보완해 놨구요.
심사위원들 : .. (자기들끼리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귓속말)
민우 : 곧 용인에 총 만 오천 평에 달하는 대규모 보일러 공장이 완공될 겁니다. 우리 만보 보일러가 대량생산 되면,
미국이나 유럽등지에 보일러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될 거라고 자부합니다.
(다시 터지는 카메라 후래쉬.. 영출과 소태, 시덕들의.. 만만치 않은데..? 하는 표정들..
정연, 걱정스럽게 강모를 보면.. 강모, 의연하게 보는데..)
씬10. 증권사 안
(현황판의 한강건설 주식이 별다른 변동이 없는 상태다. 투자자들이 일제히 노갑수를 보고 있는데..
갑수와 경옥이 여전히 나란히 앉아서..)
경옥 : (주변을 힐끔 둘러보고는) 재밌군요. 이 안에 있는 투자자들.. 다 노사장만 보고 있어요.
갑수 : (피식 웃으며) 이제부터... 더 재밌는 광경을 보여드리죠.
(갑수, 일어서서 전화기로 간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갑수.. 좌중의 시선들이 갑수를 향해 있고...)
갑수 : 나야, 어떻게 됐어?
(갑수, 뭔가 짧게 보고를 듣더니 수화기를 놓는다.
노갑수의 손짓에, 대기하고 있던 지점장이 얼른 다가오고.. 갑수가 뭔가 귓속말로 지시를 한다. 지점장이 얼른 안으로 들어가고..
이어서, 빠르게 떨어지는 한강건설 주가.. 노갑수의 엄청난 양의 주식들을 풀어놓고 있는 것..
이를 보던 투자자들이 줄을 서서 한강건설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하는데.. 어느덧 곤두박질치고 있는 주가..
갑수가 다가와 앉고..)
갑수 : 이런 걸 여기 사람들은 세일링 클라이막스라고 하죠.
경옥 : (본다)
갑수 : 매도가 매도를 부르고, 아무도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때를 뜻합니다.
경옥 : ...
갑수 : 유사장... 주식을 너무 모르는 군요.
씬11. 시청, 회의실 안
(민우가 박수를 받으며 퇴장한다.
이어서 앞에 나서는 강모... 소태와 영출이 따라 나서고... 다들 긴장하며 보는데...
영출과 소태가 제막을 걷으면 한강보일러가 모습을 드러낸다)
강모 :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한강건설 이강몹니다.
정연 : .. (보는데)
강모 : 우선, 만보보일러의 탁월한 성능에, 같은 경쟁자로서 박수와 찬사를 보내 드리는 바입니다.
민우, 필연 : .. (비웃듯이)
강모 : 이미 이전에 발표한 강제 배기가스 배출방식 외에.. 우리가 새롭게 선보일 기술은..
(보일러를 가리키며) 바로 이 자동 불꽃조절 장칩니다.
좌중 : ..?
강모 : 즉, 보일러 불꽃을 조절함으로써, 실내 온도를 소비자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좌중, 놀라며 웅성거린다,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며..)
강모 :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로선,
이 불꽃 조절장치가 상당한 비용절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심사 1 : 실험 일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까?
강모 : 아직 실험이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현재까지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습니다.
심사 1 : 불이 난 공장 제품의 신기술이 하필이면 불꽃조절장치라.. 소비자가 과연 그 제품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강모 : ..
심사 2 : 미안하지만, 심사위원인 우리도 제품을 신뢰할 수가 없군요. 더군다나 실험 일지도 없으니...
심사 1 : 부시장님? 이만 설명회를 마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민우 : ..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강모 : 심사관님들의 의견이 그러시다면, 이만 설명을 접겠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보여드리고 끝내도 되겠습니까?
명석 : ... 그러시죠.
(영출이 가방 안에서 솜방망이를 꺼내든다. 소태가 지프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사람들, 다들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의아한 듯 어리둥절한데...)
강모 : 여기 화재의 위험성이 있다고 치죠. 보일러 자체의 사고일 수도 있고
(민우를 노려본다) 외부로부터 누군가가 방화를 저질렀다고 봐도 좋습니다.
민우 : .. (노려보는데)
(영출과 소태가 보일러 외관을 열어 보인다. 내부의 회선들이 드러나고.. 강모, 불방망이를 보일러에 갖다 댄다.
좌중.. 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몰라서 호기심 있게...
영출과 소태, 제발 경보음이 울리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강모 역시 내심 초조한데...
회선 하나에 불이 붙기 시작하고.. 이때, 찌르릉 하는 경보음이 숨 막히게 울리기 시작한다.
놀라는 사람들..! 안도하는 강모와 영출, 소태들... 경보음은 계속해서 울려대고..)
강모 : 우리가 개발한 보일러, 여러분들의 우려대로, 화재가 난 공장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장치가 이 화재경보장칩니다.
좌중 : ..!! (놀라서)
강모 : 보일러 온도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자동불꽃장치와.. 보일러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 경보음이...
전 세계의 어느 보일러도 갖지 못한, 우리 한강보일러만의 신기술입니다.
(좌중, 잠시 놀라서 침묵... 병탁이 흡족한 듯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이어서 심사관들을 비롯한 박수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기자들이 플래쉬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댄다. 당혹해 하며 놀라는 조필연..!
강모, 여유만만하게 민우를 본다. 놀라서 강모를 보는 민우의 표정위로..)
강모 : (E) 우리 공장에.. 불을 내줘서 고맙다.
- 인써트 (54부 41씬에서)
강모 : 넌 그것 때문에 질 거야. (본다) 보일러 개발.. 열심히 잘해 놔.
- 다시 현실...
(민우, 놀라서 강모를 보는데.. 정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지나에게 뭔가 귓속말로...)
정연 : 지금부터.. 한강건설 주식, 있는 대로 걷어 들여.
(지나, 정연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밖으로 나간다.
정연, 강모와 시선 마주치며 웃어 보이고.. 강모, 미소로 화답하는데..)
씬12. 증권사 안
(경옥과 갑수가 앉아 있고.. 현황판의 한강건설 주가가 이미 하한가를 치고 있다. 갑수, 흡족하게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이때, 전화벨이 울리며..)
직원 1 : 예.. (하다가) 네? 한강건설 주식을 사고 싶다고요?
갑수 : ..? (보는데)
(이때, 다른 전화기에도 주문이 빗발친다. 갑수, 다시 자리에 앉으며..)
갑수 : 지금 이거.. 유사장이 사들이는 거 같은데..
경옥 : (웃는다) 움직이게 만들어 봐야죠.
갑수 : 주식 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건 백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유사장은 할 수 없는 일이예요.
경옥 : .. 그 말... 기억해 두죠.
씬13. 시청, 회의실 안
(홍비서가 심사관들의 결과를 한명석에게 전달한다. 명석, 결과를 들고 단상 앞에 선다)
명석 : 발표하겠습니다. 이번 수서지구 및 신도시 보일러 주관 사업체.. (좌중을 본다)
좌중 : .. (긴장하고)
명석 : 심사관들의 만장일치 결과가 나왔군요. 한강 보떼 보일러로 결정됐습니다.
(환호하는 소태와 영출, 시덕, 기술이사.. 강모,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흡족한 오병탁..
조필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강모를 노려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민우, 표정이 일그러지는데...)
정연 : (손 내밀며) 축하해, 강모야.
(강모, 웃으며, 정연 손을 굳건히 잡는데.. 민우, 자리에서 일어선다)
성중 : (낮게) 분명, 이강모 사장.. 시제품 실험, 성공 못했다고 했질 않습니까? 근데 어떻게...?
강모 : 조민우.. (다가온다) 선량한 사람들, 더 이상 범죄자 만들지 마라.
민우 : .. (보면)
강모 : (낮게) 식당 아주머니..
민우 : (픽 웃으며) 이것도 나쁘진 않아. 단칼에 적이 나가떨어지는 것처럼 재미없는 일도 없으니까..
(민우와 성중 나가는데... 병탁과 명석이 강모에게 다가오고..)
병탁 : (명석에게) 이봐 부시장, 불난 공장에서 이런 보일러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나?
명석 : 전혀, 뜻밖입니다.
병탁 : 아무튼 대단해.. 축하하네, 이사장.
강모 : 고맙습니다, 위원장님.
(민우, 슬쩍 뒤돌아본다. 병탁과 강모가 뭔가 이야기 하는 모습.. 민우, 표정 굳는데서...)
씬14. 동 밖, 복도
(화가 나서 걸어 나오는 필연과 재춘... 민우와 성중이 뒤를 따르고... 필연,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필연 : 자신만만하다고 큰소리치더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민우 : 아버지야 말로, 퇴출기업 발표가 미뤄지는 동안 뭘 하신 겁니까?
필연 : 뭐?
민우 : 그 명단에 한강건설만 들어가면, 보일러 따윈 아무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이번 같은 실수 하지 마시고, 아버진 정치 쪽이나 잘하세요.
필연 : 지금 날 훈계하는 거냐?
민우 : 두고 보세요. 이번 발표로, 인수합병 건만 잘되면... 우리 만보건설이 재계의 거인이 되는 건 시간문제가 될 테니.. (간다)
필연 : .. (노려보다가) 저 놈이 요즘 나한테 대놓고 적개심을 보여.
재춘 : 이해하십시오, 의원님. 요즘,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필연, 간다. 재춘이 따라가고..
뒤쪽 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정연과 지나.. 정연, 필연과 민우의 대화를 듣고는..)
씬15. 증권사 안
직원 : 오늘 거래는 이만 마감입니다..!
(한강주식을 사려고 줄서 있단 사람들이 주문서들을 뿌려댄다. 휴지처럼 날리는 종이들... 한강건설 주식이 상한가로 치솟아 있다.
갑수, 화나서 자릴 박차고 일어서는데 투자자들이 몰려든다)
남자 1 : 어떻게 된 겁니까, 노사장?
남자 2 : 한강보일러가 선정된 게 사실이에요?
여자 1 : 혹시 거짓정보를 흘리고, 우리한테 작전 거시는 거 아니에요?
갑수 : 이것들 봐요. 내가 언제, 당신들한테 주식을 사라 팔라 말한 적 있어?
남자 1 : 언젠, 당신만 믿으라며?
남자 2 : 솔직히 말해 봐요. 당신 지금 농간부리는 거지?
갑수 : 이 사람들이 증말..!
(갑수, 신경질적으로 사람들을 밀치고 밖으로 나간다. 경옥이 보는데.. 지배인이 다가온다)
경옥 : 노사장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 어딘지 알아봤지?
지배인 : 예, 사장님...
경옥 : (뭔가 생각하는 눈빛으로)
씬16. 달리는 차 안
(재춘이 운전 중이고 필연이 뒷자리에서..)
필연 : 미국에 거처 마련해 보란 건 어떻게 됐어?
재춘 :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보모도 구해 놨구요.
필연 : 시간 끌 거 없어. 당장, 우주 데리고 미국에 들어갔다 와야겠어.
재춘 : 의원님이 직접 가시려구요?
필연 : 손자 놈이 살 덴데 내가 가서 직접 봐야지. 오늘부터 당장 애 빼낼 궁리 해.
재춘 : 알겠습니다, 의원님.
씬17. 동, 회의실 안
(강모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시덕 : 자, 자 그만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소태 : 어서 가시죠, 사장님...
기자들 : .. (다들 밖으로 나가는데)
기훈 : (강모 앞에 나선다) 잠깐 할 말이 있는데.. (주변을 의식하면)
강모 : .. (알아채고, 영출들에게) 다들 먼저 나가 계세요.
영출 : 그려.. 근데, 오늘 회식시켜 줄 거지?
강모 : 물론이죠.
소태 : 오늘은 삼겹살 말구, 소고기 어때?
(다들 어쩌구 저쩌구 나가고 나면...)
강모 : 무슨 일 있어요?
기훈 : 차수정이.. 강모 니 친동생이랬지?
강모 : 예.. (이상해서) 그런데요?
기훈 : 연예일보에 있는 후배기자한테 이상한 얘길 들었어. 차수정한테.. 숨겨놓은 아들이 있다고 하더라.
강모 : ..!! (놀란다) 아들이라뇨? (불안해서) 그럴 리 없어요. 아이가 있으면 왜 나한테...
(기훈, 사진 한 장을 내민다, 가슴팍에 강우주, 이름표를 붙인 우주 사진이다. 강모, 놀라서 보는데..)
기훈 : 한 가지 더 이상한 건... 조필연의 보좌관이란 사람이 찾아와서 아이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고 갔다는 거야.
강모 : ..!! (놀란다) 조필연..?
기훈 : 뭔가 심상치가 않은 것 같아서.. 강모, 너한테 알리는 거다.
강모 : .. (놀란 채)
씬18. 유치원 원장실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정자가 원장과 얘기 중이다)
정자 : 우리 우주가 요즘 장난감을 집에 가져와서요..
원장 : 아.. 그거요. 지금 우리 놀이터 공사 중이잖아요. 거기 회사 분들이 우주 귀엽다고 사주시는 거예요.
정자 : 회사 분들이요? 그 회사 이름이 뭔데요?
(이때, 필연과 재춘이 들어온다. 정자, 필연과 재춘을 알아보고 놀라는데...)
원장 : 또 오셨네요?
필연 : 오늘은 아이들이 안보이던데 어디 갔나요?
원장 : 자연학습들 갔어요. 근데, 시설은 마음에 드세요?
필연 : 좋군요.
(정자, 밖으로 휠체어를 밀고 나가는데... 손이 떨리고..)
씬19. 구두매장
(미주가 손님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면.. 직원이 받고..)
직원 : 잠시만 기다리세요. 수정씨, 전화 받아요.
미주 : (손님들에게)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다가가 전화 받고) 네.
정자 : (F) 미주야, 큰일 났어.
미주 : 무슨 일인데요? (잠시 듣고는 놀란다) 지금 우주 어디 있어요?
씬20. 안기부, 성모 방
(성모 손에 들려있는 장난감 자동차.. 이때, 찬성이 들어선다)
성모 : (마음 급하게) 어떻게 됐어?
찬성 : 한강건설이 이겼습니다.
성모 : ..! (주먹을 쥐어 보이고) 강모가 드디어 해냈구나.! 조민우를 이겼어.!
찬성 : 아무튼 과장님 동생, 대단해요. 근데, 그 장남감은 뭐에요?
성모 : 오늘 우주한테 가려고. 요즘 그 놈 보구 싶어서 미치겠다.
찬성 : 얼른 가세요. 지연수 따라 붙으면 골치 아파요.
성모 : 금방 갔다 올게. (나가려는데)
연수 : (쑥 들어선다) 다녀왔습니다.
성모 : .. (인상 구기고)
연수 : 어디, 가시게요? 같이 가요, 과장님.
성모 : 야, 지연수...
(성모, 한숨 내쉬고는 데스크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건네다)
성모 : 이 보고서, 정보과에 제출 해.
연수 : .. (입을 삐쭉대며 나간다)
성모 : 지연수 오기 전에 빨리 튀자. (급히 장난감 들고 나간다)
씬21. 달리는 차 안
(시덕이 운전 중이고.. 강모가 카폰으로 전화중이다)
강모 : 예, 알겠습니다. (수화기 놓고) 잠실에 있는 자연학습장으로 가.
시덕 : 어떡할 건데?
강모 : ...
시덕 : 조민우 아들이면... 너 받아줄 자신 있어?
(강모, 창문을 손으로 쾅 치며..! 길게 한숨, 답답하고 괴롭다)
씬22. 자연학습장 내, 교각
(어느 개울가 다리쯤...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서 지나가고 있다. 우주, 혼자 뒤에 쳐져서 물끄러미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이때, 다리의 한쪽에서 다가오는 조필연과 재춘.. 잠시 걸음 멈추고 우주를 본다.
그 다리의 맞은 편.. 강모가 다가오다가 필연을 본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주를 보는 필연...
강모, 필연을 보더니 놀라서 우주를 보고는 얼른 사진을 꺼내 확인 하는데.. 우주, 필연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필연 : (미소를 보이며) 잘 있었냐? (팔을 벌리고) 자, 이리로 와.
우주 : .. (보다가, 가려는데)
강모 : 우주야..!! (다가온다)
필연 : ..!! (강모를 보고는 놀라고)
우주 : ..? (누군가 싶어서 강모를 보는데)
강모 : 이리 와 우주야... 내가.. 니 삼촌이야.
우주 : 삼촌..?
필연 : 삼촌이라니?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강모 : 이미주.. 내 동생이야.
필연 : ..!! (크게 놀라며) 뭐?
우주 : (강모를 보는데)
강모 : 당신 때문에 헤어진.. 내 친동생이라구..!
필연 : (싸늘하게 웃으며) 재밌군... 일이 더럽게는 꼬였지만.. 아주 재밌어.
강모 : .. (노려보는데)
필연 : (강모를 노려보다가) 이리 와라, 우주야. 어서..
강모 : 삼촌한테 와.. 얼른 우주야..!!
우주 : .. (어디로 갈까? 번갈아 보는데)
씬23. 동 일각
(급하게 다가오는 미주... 저쪽 다리 위에 우주를 사이에 두고 있는 강모와 조필연을 보더니 놀라서..!
미주, 우주야..! 부르며 달려가려는데.. 나무쯤의 뒤에서 누군가가 확 미주를 낚아챈다. 성모다)
미주 : (놀라서, 낮게) 크, 큰오빠?
성모 : (미주를 잡아끌고는 몸을 숨기고 본다)
미주 : 오, 오빠들... 우리 우주.. 알고 있었어?
성모 : .. (본다) 강모가 알고 있는 줄은 몰랐어.
씬24. 다시 그 곳 교각
(우주가 필연과 강모 사이에서 고민한다)
필연 : (조바심, 인상 험악해지며) 어서 오라니깐..!!
우주 : (움찔 놀라서, 얼른 강모쪽을 보면)
강모 : (웃으며, 팔 벌린 채) 삼촌이야, 우주야... 얼른.. 얼른 이쪽으로 와.
(필연, 고재춘에게 눈짓한다. 재춘이 급히 우주를 데리러 가는데...
우주, 강모에게 뛰어들며 안긴다. 강모, 우주를 번쩍 들어 안고.. 이를 보는 미주와 성모가 놀라서..
재춘, 멈칫 하는데... 조필연이 천천히 강모 앞으로 다가온다)
필연 : 그 아이.. 내 핏줄이야. 어서, 이리 내. (손을 뻗는데)
강모 : (무섭게) 우주한테 손가락 하나만 대 봐..!!
필연 : .. (우주를 노려보며) 우주야.. 어서.. 어서, 이 할아비한테 와..!
우주 : ..! (무서운지 강모 품에 파고드는)
필연 : (굳어지며, 이를 갈 듯) 그래.. 결국 피는 못 속여. 천한 피가 섞여서.. 할애비도 못 알아보는구나.
강모 : (노려보며) 조민우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았을텐데..
필연 : ..!! (굳는다)
강모 : 내 생각이 맞아... 당신, 조민우가 모르게 하기 위해서 우줄 빼돌릴 생각이었어.
좋은 말 할 때..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조의원.
(필연, 노려보다가 돌아서서 가버린다. 재춘이 따라 가고...
강모, 그제야 안도하며 우주를 내려놓는다. 차근차근 우주의 얼굴을 살펴보는데..)
우주 : 삼촌..
강모 : ..!
우주 : 삼촌...
강모 : (뭔가 울컥한다) 그래... 내가 니 삼촌이야, 우주야..
우주 : 엄마한테 가고 싶어요.
강모 : (고개 끄덕이며) 알았어. 엄마한테 데려다 줄게. (우주를 번쩍 안는데)
우주 : (다리 아래를 보며, 강모를 꼭 껴안고) 무서워요.
강모 : .. (그런 우주가 너무 귀여워서 볼에 뽀뽀를 하는데)
우주 : 아 따거워.
강모 : 따거워? 아... 수염?
우주 : (양손으로 강모의 귀를 잡아 댕긴다)
강모 : 아... 아... 우주야... 아퍼...
우주 : (꺄르르 웃는다)
강모 : (웃으며)
씬25. 그 일각
(성모와 미주가 강모쪽을 보고 있다. 강모, 우주를 안고 좋아서 장난치며 다가오는데.. 미주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우주 : .. (미주를 보더니) 엄마..!!
강모 : ..? (엄마란 말에 보면)
미주 : .. (눈물 글썽이며) 강모 오빠..
강모 : .. (성모와 미주를 보는데)
씬26. 그곳 어느 정자쯤
(잠든 우주를 성모가 안고 있다. 미주와 강모가 그 옆에 앉아서.. 표정들이 무거워져 있다)
미주 : ... 그때, 그렇게 오빠들한테서 도망치구... 아기 지우려고 여러 번 시도 했었어. 근데..
(눈물 고인다) 내가 나쁜 맘, 먹을 때마다.. 아기가 뱃속에서 꿈틀대는 거야.
성모 : 미주야...
강모 : .. (가슴 아프고)
미주 : (눈물 흘리며) 미안해... 미안해, 성모 오빠.. 미안해, 강모 오빠...
강모 : (손가락으로 눈물 닦아주며) 울지 마. 미주야... 우주, 니 아이야. 조필연하고 상관없는... 니 아이... 그리고 우리 조카야.
미주 : (와락 껴안으며) 오빠...
(강모, 미주를 안아주고... 성모, 애처롭게 잠든 우주를 꼬옥 안는데...)
씬27. 김포공항 전경 (다른날 낮)
씬28. 동, 출국장
(강모가 우주를 안고 있다. 소태와 경자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고... 출국준비를 마친 정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미주,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강모 : (우주에게) 삼촌들이 금방 데리러 갈 거니까 할머니 말씀 잘 들어?
우주 : .. (고개 끄덕이면)
미주 : (우주를 껴안으며, 울먹) 우주야..
정자 : 걱정 마, 미주야. 내 동생두 우주 예뻐하잖아. 우주 소식, 매일 편지로 전해 줄게.
미주 : .. (정자를 껴안는다) 엄마...
정자 : .. (다독여주며) 어이구, 불쌍하고 딱한 거..
(이때, 시덕이 비행기 티켓을 손에 들고 급히 다가온다)
시덕 : 시간 다 됐어요. 어서들 가세요.
강모 : (소태와 경자에게) 부탁한다.
소태 : 염려 붙들어 매둬. 우리가 영국까지 잘 데려다 주고 올 테니까.
경자 : 근데, 왜 하필이면 이 아저씨하구 같이 가?
소태 : 그럼, 영어두 못하는데, 경자씨 혼자 가려구?
경자 : 소태씬 뭐 영어 할 줄 알아요?
시덕 : 아, 내가 갔어야 하는데.. 아무튼, 니들 딴 짓하면 죽어?
소태 : 걱정마, 처남. 난 믿어두 돼.
시덕 : 이게, 증말..!
강모 : 늦겠다, 어서 가.
(그 일각.. 성모와 찬성이 우주 쪽을 보고 있다. 찬성, 혹시 몰라서 주변을 살피며..
성모가 물끄러미 우주를 보며..
소태가 정자의 휠체어를 밀며 경자와 함께 가고.. 강모와 미주 손을 흔들어 보이고..
이를 보는 성모의 가슴 아픈 시선에서..)
씬29. 로열클럽 전경 (밤)
씬30. 동, 사장실 안
(경옥, 서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건넨다)
경옥 : 노갑수가 투자한 회사들 내역이에요.
(정연, 보는데.. 만보건설 340억.. 비광그룹 110억, 남풍물산 120억, 청룡그룹 120억 등의 투자액들..)
정연 : 투자규모가 엄청나네요.
경옥 : 노갑수가 전 재산을 걸다시피 한 거예요.
정연 : 이번 퇴출기업 리스트와 연관이 있는 거군요.
경옥 : 맞아요. 퇴출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기업들이에요.
정연 : .. (의미심장하게) 만보건설에서도 이번에 대규모 인수합병을 노리는 것 같던데...
어쩌면.. 이번 기회에 노갑수와 만보건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겠는데요?
경옥 : 제대로 한방 먹이면, 타격 정도가 아닐 거예요. 특히 노갑수쪽은.. 영영 회생불능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어요.
정연 : 이 기업들과 연관된 퇴출기업들을 살려놓으면 되겠네요?
경옥 :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이에요. 오병탁 의원한테 이 자료들을 넘겨주되, 절대 거부감이나 의혹이 없어야만 해요.
정연 : 그렇겠네요. 우리 쪽에서 넘겨주면 당연히 우리한테 떨어질 이권을 의심할 테니.
경옥 : 이일을 누구한테 시키면 좋겠어요?
정연 : .. (생각하다가) 적임자가 한명 있긴 한데.
경옥 : ..? (본다)
씬31. 시청 복도
(미주가 걸어 들어가고 있다. 손에 든 도시락 가방.. 미주, 뭔가 단단히 결심한 듯 단호한 모습으로...)
씬32. 시청, 부 시장실 (다른 날 낮)
(명석이 업무 중이다. 이때, 노크소리.. 명석, 네.. 대답하면 미주가 들어선다)
명석 : 어서 와요, 수정양. 어쩐 일이에요?
미주 : 바쁘신데, 제가 방해 되는 건 아니죠?
명석 : 어차피 점심 먹으러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수정양, 식사 아직 안했죠?
(미주, 도시락을 끄른다. 뚜껑을 열면 맛깔나게 싼 밥과 반찬들..)
명석 : 이게 뭐에요?
미주 : 부시장님 드시라고 싸온 거예요.
명석 : 야, 이거 감동인데요? 그러니까.. 이걸 준비하면서 내내 내 생각을 했단 거네요?
미주 : 드셔보세요, 입맛에 맞는지 모르겠어요.
명석 : 우선, 내가 아주 많이 배고프니까 염치불구하고 먹을게요. (먹는다)
미주 : (본다) 어때요?
명석 :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맛있어요. 수정양도 들어봐요.
미주 : (미주) 드세요. 전 먹고 왔어요.
명석 : ... (먹는데)
미주 : .. (보다가) 저번일, 정말 고마웠어요, 부시장님.
명석 : 아, 그런 얘기라면 밥 다 먹거든 해요. 속 불편할 거 같으니까.
미주 : ... 전, 조필연 의원을 증오해요.
명석 : (본다)
미주 : (애써 감정 참으며 담담하게) 사람이... 누군가를 이토록 미워할 수 있는지, 저도 요즘 새삼 놀라고 있어요.
명석 : 또 무슨 일이 있었어요?
미주 : 그 사람.. 제 아들을 빼앗아가려고 했어요. 그것 때문에.. 전 사랑하는 아들하고 생이별을 했구요.
명석 : .. (숟가락을 놓는다) 자세히 말해 봐요.
미주 : ...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놓는다) 이번에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되면 조필연 의원, 막대한 재산을 가지게 될 거에요.
명석 : .. (집어 들고, 펼쳐본다)
미주 : 도와달라는 말씀 안 드릴게요. 이 자료, 부시장님이 가지세요. 필요 없으시면 버리셔도 됩니다.
명석 : 수정양, 많이 변했군요.
미주 : (눈물 참으며, 차갑게) 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도 더 많이 변하고 싶어요.
명석 : 우선, 밥부터 먹고 봅시다. (먹는다)
미주 : .. (보는데)
씬33. 국회의사당 전경
씬34. 동, 오병탁 방
(한명석과 미주가 와 있다. 명석, 심각하게 미주가 건넨 자료를 보며..)
병탁 : 조필연이 퇴출기업 리스트를 이 노갑수라는 사채업자한테 넘긴 거로군.
명석 : 그 대가로 막대한 이권을 얻어내겠죠.
병탁 : 만보건설 역시, 그 리스트를 활용해서 기업합병을 노리는 거고.
명석 : 위원장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사채조직과 만보건설을, 의심하셨더랬지 않습니까?
병탁 : 근데.. 이 자료를 어떻게 수정양이 갖고 있어?
미주 : ... (대답 없자)
명석 : 저, 그건...
미주 : 조필연 의원한테 복수하기 위해선 그 이상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병탁 : 복수? 지금 복수라고 그랬나?
미주 : 네.. 그 사람이... 우리 아버지를 살해했으니까요.
병탁 : ..!! (놀란다)
명석 : ..! (놀라서) 수정양? 그 얘긴 나한테도 안했던 얘긴데..?
미주 : 조필연.. 살인자에요. 그 돈으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병탁 : .. (뭔가 생각)
필연 : (E) 열어보십시오.
- 인써트 (2부 16씬에서)
(오병탁, 가방을 열면 현찰 지폐로 가득 차 있다. 오병탁, 내심 놀라면서도 표정 변화 없이...)
병탁 : 나보고, 이 돈 받고 매관매직이라도 하라구?
필연 : 적습니까?
병탁 : 대체 날 어떻게 보구..! 가지고 가. 나, 돈 벌자구 나랏일 하는 사람이 아냐.
필연 : 선배님께 드리는 돈이 아닙니다. 국가에 바치는 돈입니다.
- 다시 현실
병탁 : 그래, 기억 나. 그때.. 일개 육군 대위 따위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었어.
명석 :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수정양이 어릴 때 일인가요?
미주 : 예,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들었어요.
병탁 : 난 결코 깨끗한 정치인이 아니야. 하지만, 살인자를 국회 안에 두는 건 내 양심상 용납할 수 없어.
미주 : .. (보는데)
씬35. 동, 국회 안, 복도
(걸어 나오는 미주.. 이때, 조필연이 지나가다가 미주를 보고는 걸음을 멈춘다. 미주, 필연을 보자 굳어지고..)
필연 : 날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니가 이 국회 안에 만날 사람이 있나?
미주 : .. (노려본다) 당신이 말하는 권력이란 게 어떤 건지 구경 왔어요.
필연 : (가소로워서, 핫 웃고) 그래서? 널 도와줄 구세주는 만났나?
미주 : 여기 와 보니까, 어떻게 싸워야 할지는 알거 같네요.
필연 : 싸운다? 못 배우고 천한 니까짓 게 감히 나랑? (하하 웃는데)
미주 : 실컷 웃고 한마디만 기억해 두세요.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을 거예요. 그게.. 못 배운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진리에요.
필연 : ... 알아보니까... 우주를 어딘가로 빼돌렸더구나..
미주 : ... (굳는데)
필연 : 아무리 생각해도, 우주는 내가 키워야겠어. 니가 어린애 머릿속에 쓸데없는 복수심만 심어 놓게 할 순 없어.
미주 : 어디 한번 해 보세요. 우리도 더 이상.. 빼앗기지만은 않을 거니까. (간다)
필연 : ... (뭔가 불길하고) 저 계집이.. 대체 누굴 만나고 온 거야?
씬36. 어느 회의실 쯤 (몽타주)
(큰 탁자 위에 가득 널려있는 서류들.. 오병탁과 두세 명의 보좌관들이 열심히 퇴출기업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보좌관 한명이 명석에게 서류를 가져다 주변.. 명석, 검토하며 만년필로 체크를 하고..
한쪽에 있는 보드에 서른 개쯤의 기업들이 적혀 있고.. 그중 한강건설에 엑스표가 쳐진다. 서서히 엑스표가 늘어나며..
조필연과 관련된 퇴출 기업들을 명단에서 빼는 작업 중이다)
씬37. 레스토랑 안
(정연과 황태섭, 유경옥이 식사를 하고 있다)
태섭 : 이번에 발표될 퇴출기업 명단에 여러 목숨이 달린 셈이로구만.
정연 : 우린 최선을 다했어요. 결과가 어떻던,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죠, 사장님?
경옥 : (미소) 정연양이 그렇다면.. 나도 욕심 줄일게요.
태섭 : 그나저나, 유사장.. 우리 정연이.. 시집 좀 보내야 되는 거 아냐?
정연 : (손바닥 내밀며) 여기까지요..! 저, 밥 좀 편하게 먹을게요, 아버지.
태섭 : 녀석, 결혼 얘기만 나오면 저렇게 질색을 해대니...
(정연, 미소 지으며 밥 먹는데..
이때, 강모와 천수만 회장, 천수연이 웨이터 안내를 받으며 들어선다)
천회장 : 황회장님 아니십니까?
태섭 : 천회장께선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천회장 : 이사장하고 사업 얘기가 좀 있어서요.
수연 : 안녕하세요, 정연씨.
정연 : 네에.. (어색하게)
강모 : .. (정연을 보는데)
천회장 :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태섭 : 그러시죠. 일 보세요.
(강모 일행들이 정연쪽 옆 테이블에 앉는다. 천수연이 신경 쓰이는 정연..
시간 경과...
식사를 마친 정연 쪽이 와인을 마시고 있고.. 강모 쪽은 식사중이다)
천회장 : 이번에 우리가 짓는 아파트, 자네 회사 보일러를 쓸 생각이네.
강모 : 고맙습니다. 우리 쪽에서도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모시겠습니다.
천회장 : 사업 얘긴 그 정도로 하고.. 실은 자네한테 긴히 할 말이 좀 있어.
강모 : ..? (보면)
천회장 : 자네도 알다시피, 난 딸만 둘이네. 첫째 딸은 의사한테 시집을 가고 남은 건 이 녀석 뿐이야.
수연 : (딱 부러지는 어조로) 제가 말씀드릴게요. 저, 강모씨랑 결혼하고 싶다고 아빠한테 졸랐어요.
강모 : ..! (보면)
정연 : ..!! (놀란다)
태섭, 경옥 : ..! (놀라고)
수연 : 아빤, 회사를 맡아줄 사위를 원하세요. 제가 강모씨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셨구요.
천회장 : 자네가... 이 녀석하고, 우리 회사를 다 맡아 줄 수 있겠나?
(당혹해 하는 태섭과 경옥... 정연, 감정이 복받친다)
정연 :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일어서서 나가고)
태섭 : 저, 정연아..
경옥 : (마음 무겁고)
강모 : ... (그런 정연을 보는데)
수연 : 강모씨.. 이 자리에서 확답 해주실 수 있어요?
천회장 : 자네가 사업가라면.. 또 남자라면... 이런 제의를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 어떤가?
강모 : (웃는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사업가로서.. 광명건설 같은 회사를 얻게 되는 거, 아주 매력적인 일입니다.
또, 남자로서 수연씨처럼 예쁜 사람을 아내로 맞는 것도 아주 큰 행운이고요.
천회장 : 그럼, 승낙하는 건가?
강모 : 죄송합니다. 저, 실은... 오래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 있습니다.
태섭, 경옥 : ..!! (놀란다)
수연 : ..!! (굳는데)
천회장 : ... (낙심하고)
강모 :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일어서서 나간다)
태섭, 경옥 : .. (강모쪽을 보며)
씬38. 동, 화장실 / 그 밖 복도
(정연이 거울을 보며 눈가를 훔친다. 거울을 보며 애써 웃어 보이고..)
정연 : 바보같이.. 강모를 위해서 아주 좋은 일인데..
(정연, 울음을 삼키고 밖으로 나오는데 강모가 딱 버티고 있다)
정연 : (흠칫 놀라고는, 변명하듯) 와인을... 좀 많이 마셨나 봐.
강모 : .. (본다)
정연 : (시선 못 맞추고) 수연씨.. 볼수록 괜찮은 사람 같더라? 상냥하고.. 얼굴도 예쁘고..
강모 : ...
정연 : 오늘 아버지가.. 날 보고 결혼하래. 맞선자리가 많이 들어오나 봐.
강모 : 난 평생 혼자 살거야.
정연 : ..! (놀라서) 어?
강모 : 결혼 안하구.. 평생 혼자 살거라구. 늙어 죽을 때까지..
정연 : ... (멍해서)
강모 : 근데, 치사하게 너 혼자 결혼하겠다구?
(정연, 눈물이 또 고인다. 얼른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벽에 기대는데..
강모, 그 벽에 등을 기대서서 안쪽에다가...)
강모 : 정연아.. 부탁하나 들어 줄래? 너두 나처럼.. 결혼하지 말구 혼자 살어. 그럼.. 내가 덜 심심할 거 같아.. 그래 줄 수 있니?
(정연,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닦아도 자꾸 흐르고.. 강모, 벽에 등을 기댄 채...)
씬39. 노갑수 사무실 안
(노갑수가 여자한테 안마를 받고 있다. 이때 사내 한명이 신문을 들고 들어서고..)
갑수 : (미음 급하게) 신문 얼른 이리 내.
(갑수, 신문을 펼쳐드는데.. ‘재무부, 부실기업 21개 업체 확정 발표’ 타이틀 기사...)
갑수 : ..! (크게 놀라며) 이게 뭐야?
씬40. 국회 복도
(필연이 신문을 들고 무서운 표정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씬41. 동, 오병탁 방
(거칠게 들어서는 조필연.. 오병탁이 신문을 보고 있고..)
병탁 : 어서 와, 조의원.
필연 : 이거.. 대체 왜 스물 한 개밖에 안되는 겁니까? 한강건설을 포함한 나머지 열 개 기업, 어디로 간 겁니까..!!
병탁 :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다시 작업한 거야. 억울한 기업들 사려주는 게 뭐가 나쁘다고 그러나?
필연 : 애초에 같이 작업 했어요. 위원장님 멋대로 넜다뺐다 할 게 아니란 말이에요..!!
병탁 :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발표한 거야. 따지려거든 청와대에 가서 따져.
필연 : .. (노려본다) 오의원 당신.. 날 이따위로 무시하고.. 얼마나 잘 되는지 두고 보겠어.
병탁 : 말 조심해, 조필연..! 너저분한 군화 끈이나 질질 끌고 와서 출세 시켜달라고 애걸복걸하던 때를 벌써 잊은 건가?
필연 : ..뭐?
병탁 : 분명히 경고하는데.. 자중해. 난 아직 자네 비리를 윗선에 알리지 않았어.
필연 : ...! 비, 비리라니?
병탁 : 퇴출기업 서른 한개 중에, 자네와 사채업자가 공작한 열개 만 누락시켰어. 그게 뭘 뜻하는 줄은 자네가 더 잘 알거야.
필연 : .. (무섭게 노려보다가 밖으로 나가버린다)
병탁 : 건방진 자식... (신문 펼쳐드는데)
씬42. 로열클럽 사장실 안
(경옥이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지배인이 곁에 있고.. 정연이 급히 들어선다)
정연 : (자료를 내밀며) 노갑수, 현재 남은 자산 상태와 앞으로의 조직 운영 계획서에요.
경옥 : (받아들고 살펴본다. 지배인에게) 지금 곧 각 조직에 팩스로 보내.
지배인 : 알겠습니다. (받아들고 나가면)
경옥 : 준비 됐죠, 정연양?
정연 : 예, 사장님.
씬43. 만보건설 회장실 안
(민우가 전화중이다)
민우 : (수화기 들고) 이봐요, 노사장..!! 내가 왜 당신을 책임집니까? 따지려거든 내 아버지한테 따지라구..!!
(수화기를 내리치듯 놓는다)
씬44. 노갑수 사무실 안
갑수 : (수화기 내리치며) 이런 개자식..!! (다시 다이얼을 돌린다, 신호음) 조필연 의원 좀 바꿔주세요.
(버럭) 대체 그놈의 회동은 언제 끝난다는 거요..!!
사내 : (급히 들어선다) 회장님..!! 소집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갑수 : 소집명령이라니?
사내 : 방금 조직에서..
갑수 : 내가 조직인데 누가 소집을 명령했다는 거야..!!
씬45. 일식집 방안
(방사장, 장사장, 원사장이 모여 있다. 앞에 놓여 있는 보고서들..
문이 확 열리며 노갑수가 험상궂은 얼굴로 들어서서 앉고.. 방, 장, 원들.. 왠지 달갑지 않게..)
갑수 : 대체 소집 명령을 누가 내린 겁니까?
원로들 : ...
갑수 : (이상해서) 왜들 아무 말씀도 없어요? 누가 내린 거냐고 묻고 있질 않소?
경옥 : (E) 내가 내렸어요.
(문들이 쫙쫙쫙 열린다. 맨 마지막 맞은편에 경옥이 앉아 있고... 그 옆에 정연이 앉아 있다.
각 사장들 앞에 놓여 있는 보고서들..)
갑수 : (노려보며) 조직에서 제거된 사람이 무슨 권리로 거기 앉아 있소?
경옥 : (무시하고, 좌중에게) 지금 여러분들 앞에 있는 보고서.. 노갑수 사장의 남은 자산 내역이에요.
갑수 : ..!! (놀란다)
경옥 : 노사장이 직접 대답해 보시죠. 남은 자금, 얼마나 돼죠?
갑수 : ... (대답 못하고, 노려보기만)
방사장 : 자금 상태가 이정도 일 줄은 몰랐소. 실망입니다, 노사장.
경옥 : 우리 조직의 논리는 힘의 논리에요. 우리한테 힘은 곧 돈이구요.
노 사장은 어리석게도.. 주식 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탕진했어요.
갑수 : ..
경옥 : 무능한 죄.. 그리고, 정치권력에 놀아나서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린 죄,
또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한 죄.. 난 오늘부로 노사장의 퇴출을 건의 합니다.
갑수 : ..!! 퇴출이라니? 누구 맘대로 퇴출이야?
경옥 : 반대는 사람은 지금 손을 들어서 의사를 표시하세요.
좌중 : .. (아무도 없다)
갑수 : 유경옥, 너..?
경옥 : 말조심 해, 오늘부터 상석은 이쪽이니까.
(갑수, 일어서서 박차듯이 나가버린다)
경옥 : 지금 이시간부터.. 조직은 나, 유경옥이 이끕니다. 반대하시는 분은, 지금 노사장을 따라가세요.
(방, 장, 원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이어서 박수를 치는 좌중들.. 정연, 흐뭇하게 박수치며..)
경옥 : 보고서에 나와 있듯이, 앞으로 우린 조직 차원에서 제 2 금융권 진입을 시도할 겁니다.
그리고 그 사업은... 황정연 사장이 이끌 겁니다. (정연을 본다)
정연 : (앞에 나선다) 황정연입니다. 제 2 금융권 사업은.. 우리 대부업계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저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게 될 겁니다.
(우레 같은 박수소리.. 정연, 경옥을 보는데.. 경옥, 입가에 잔잔한 미소로..)
씬46. 요정집 안
(조필연이 심각한 분위기로 술을 마시고 있다. 고재춘이 있고..)
재춘 : 결국.. 노갑수가 유경옥한테 조직을 빼앗겼습니다.
필연 : 이게 다 오병탁 때문이야. 그 작자가.. 날 물 먹인 것도 모자라서.. 협박까지 하고 나섰어.
재춘 :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필연 : 없애야지.
재춘 : ..!! (놀란다) 하지만 상대는.. 거물 정치인입니다.
필연 : 안 그러면 내가 당하고 말거야. 어차피 이런 싸움.. 누가 먼저 칼을 뽑느냐에 달린 거다.
재춘 : .. (겁에 질린 채)
씬47. 오병탁 집무실
(TV가 켜져 있고... 직선제 개헌에 관한 군중 시위 장면이 보인다.
병탁, 물끄러미 TV를 보다가 끈다. 치부책을 펼쳐들고는 뭔가를 작성하기 시작하는데..
퇴출 기업리스트와 만보건설, 사채 시장에 얽힌 조필연의 커넥션 내용이다)
씬48. 로열클럽 밀실 안
(황태섭과 오병탁이 단둘이 술을 마시며 앉아 있다)
태섭 : 위원장님께서 어쩐 일로 절 다 보자고 하셨습니까?
병탁 : 황회장, 요즘 야당의원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소문이 있던데.
태섭 : 뭐, 다른 뜻은 없고, 개인적인 친분입니다.
병탁 : (은밀하게) 혹시, 그 비자금 장부.. 야당 쪽에 내준 건 아니오?
태섭 : .! (놀란다) 무슨 의미로 물으시는 겁니까?
병탁 : 거두절미하고.. 그 장부, 나한테 주시오.
태섭 : (본다) 일전에.. 위원장님께 드리려던 걸 확인조차 안하셨습니다. 갑자기 비자금장부는 무슨 일로..?
병탁 : 세상이 뒤집힐 날이 얼마 안 남았소. 우린 그걸 본능적으로 느끼지.
태섭 : ..
병탁 :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국민들이 피를 흘리는데... 조필연 같은 정치 인들이 판을 친다면...
그 피 값을 어디에서 보상 받겠소?
태섭 : (손을 덥썩 잡는다) 위원장님... 위원장님 같은 분이 나서주시길 학수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장부를 언제 넘겨 드리면 되겠습니까?
병탁 : .. (눈빛에서)
씬49. 어느 빠 안
(성모와 찬성이 술을 마시고 있다)
성모 : 곧 재야세력들과 시민들이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일 거다. 우리한텐 그때가 기회야.
찬성 : 비자금장부를 그때 터뜨릴 생각이신 거군요.
성모 : .. (술을 마신다)
찬성 : 그럼, 사표 내실 겁니까?
성모 : 조필연만 제거되면... 여기에 더 있을 이유가 없어.
찬성 : 진짜.. 과수원 하실 거예요?
성모 : (힐끔 보고) 계획은 그런데.. 땅값이 얼만 질 모르겠어.
찬성 : 제가 가면.,. 일자리 좀 있을 까요?
성모 : 왜? 너도 그만 두려구?
찬성 : 솔직히... 저도 좀 지겨워요.
성모 : 사표내고 찾아 와. 내 옆에서 돼지 농장이나 하던가.
찬성 : 저, 진짜 찾아갑니다?
성모 : (웃으며) 한잔 하자. (건배하는데)
연수 : 정말 너무들 하십니다..!
성모, 찬성 : ..!! (깜짝 놀라서 보면)
연수 :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앉는다) 아니, 저만 떼놓고 두 분 다 사표를 내신다구요?
(성모, 골치 아파서 인상 쓰는데... 이때, 찬성의 삐삐가 울린다. 찬성, 전화번호 확인하고는)
찬성 : 황회장인데요? 호출기 안차고 계세요?
성모 : .. (일어서며) 전화 해봐.
연수 : 어디가십니까?
성모 : 왜? 화장실까지 쫓아 오려구? (간다)
(찬성, 앞에 놓인 수화기를 집어들고.. 연수, 천진만만하게 보는 시선에서..)
씬50. 로열클럽 사장실 안
(태섭이 성모와 통화중이다. 경옥이 있고...)
태섭 : 오병탁 의원과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해 주게. (받아 적는다) 그래.. 내가 그렇게 전하지.
참, 오의원이 우리한테 전해 줄게 있다더군. 조필연에 비밀 보고서 인 것 같아.
찬성 : (F) 알겠습니다. 그럼 그 시각에 맞춰서 제가 오의원님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태섭 : 장부 가지고 나오는 거 잊지 말구. (수화기를 놓는다)
경옥 : 결국.. 그 장부를 사용하게 되는 건가요?
태섭 : (눈빛) 이제 조필연도 얼마 안 남았어.
경옥 : ..
씬51. 안기부, 성모 방 (그 밤)
(연수가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다. 성모와 찬성이 책상을 정리하며..)
찬성 : 안가냐?
연수 : 숙제 밀려서 큰일 났습니다.
성모 : 우린 먼저 갈테니 숙제 검사 잘 맞고 와. (나간다)
찬성 : (나가면)
연수 : 치사하게 먼저 가십니까? (타이핑 치며)
씬52. 모처, 승용차 안 (그 밤)
(승용차 안에 재춘과 필연이 안아 있다.
이때, 다른 승용차가 다가오더니 윤계장이 차 안에서 내린다. 필연 쪽으로 다가오면 차 창문이 내려지고..
윤계장.. 필연에게 뭔가 은밀히 이야기를 전한다.
눈빛을 번뜩이며 듣는 필연.. 어느새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지는데..)
씬53. 달리는 차 안 (그 밤)
(조필연이 크게 웃고 있다. 재춘이 운전 중이고..)
필연 : 하필이면.. 오병탁을 데리러 가는 놈이 유찬성이라니..
재춘 : 일거양득입니다.
필연 : 그래.. 두 번 수고 할 필요 없어.
재춘 :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신입요원을 이용할 생각을 하셨습니까?
필연 : 그게 다 연륜이라는 거야. (하하 웃는데)
씬54. 한강건설 사장실 안 (그 밤)
(강모가 스탠드 불빛 아래서 열심히 업무 중이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강모 : 네..
성모 : (F) 아직 퇴근 안했구나? 내일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나와야겠어.
강모 : ..! 갑자기 비자금 장부는 왜?
성모 : 드디어 오병탁 의원이 움직였다.
강모 : ..!! (놀라는데)
씬55. 안기부 전경 (다음날, 낮)
씬56. 동 복도
(찬성이 급히 나가는데..)
연수 : 선배님..! (다가오고) 출근하자마자 어딜 또 가십니까?
찬성 : 넌 알거 없어, 임마.
연수 : 이거 드십시오. (초코렛을 내민다)
찬성 : 이거 뭐냐?
연수 : 아... 모릅니다. 드십시오. (찬성 입에 넣어준다)
찬성 : (얼떨결에 받아먹는데)
연수 : 심심하니까 일찍 오십시오. 오늘은 저도 할 일이 많아서 못 따라 다닙니다.
찬성 : 싱거운 놈... (우저우적 먹으며 가고)
(이때, 윤계장이 나와서 찬성 쪽을 본다)
연수 : 보셨죠? 분명히 유계장님한테 드렸습니다?
윤계장 : 잘했다.
연수 : 근데 이런 건 또 무슨 테스틉니까?
윤계장 : (가버린다)
연수 : ..? (이상해서)
씬57. 달리는 차 안
(찬성이 운전 중이고 뒷자리에 오병탁이 타고 있다. 병탁, 안주버니에서 수첩을 꺼내 건넨다)
병탁 : 잊어버릴 지도 모르니까.. 이거 자네가 전해주게.
찬성 : 알겠습니다.
(찬성, 받아서 안주머니에 넣느데 갑자기 눈 앞이 침침해진다. 찬성, 정신을 차리려고 눈을 꿈뻑거리는데..)
씬58. 어느 거리 / 승용차 안
(찬성의 승용차가 지나간다. 대기하고 있던 다른 승용차.. 운전석의 고재춘과 조필연이다. 차를 출발시키고..)
씬59. 어느 호수가
(두 대의 승용차가 서 있고.. 성모의 승용차 안... 강모가 성모에게 비자금 장부를 건넨다.
성모, 서류가방 안에 넣고.. 시계를 보는 강모.. 뭔지 모르게 초조한 듯 한 성모와 강모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