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나서 할말하자!"를 외치며.. (정말로 집에서 외쳤다.. 우리 남매들 이상해..)
애들 셋이 나란히 조로록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향했습니다.
반드시 내 손으로 당선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사람에게 한 표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구나를 새삼 느끼면서 말입니다.
투표를 늦게 한 탓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텔레비전에서는 개표 방송을 시작하더군요.
텔레비전을 한참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이름과 얼굴이 화면에 '두둥~' 뜨는 것이었습니다.
'아.. 맞다.. 저 선배가 출마한다고 했었지.. 엥???? 당선 유력???!!!!'
네.. 그랬습니다. 저희 과 선배가 당당히 국회의원 뱃지를 가슴에 달게 되었던 것입니다.
덕분에 그 밑에서 선거운동 하던 제 동기놈.. 얼굴에 화알짝 웃음이 만발했구요..
이제.. 나도 국회의원 측근이 되는건가요?? ㅎㅎㅎ
'선배~~ 떼어먹은 알바비 얼렁 죠~~~ 확~ 언론에 공개할겨~~~'
그런데 그보다 더 기분이 좋았던 건..(사실 위의 사실이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지요) 민주노동당이 의석을 하나하나 얻어가는 것을 볼 때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생기기 전.. 민주노총에서 일하시던 단병호님을 눈 앞에서 보던 날이 생각납니다. 쌀쌀한 봄날, 무대에서 노래하고 내려오는 우리들 손을 일일이 잡으시던 날.. 그 분의 깡마르고 검은 얼굴에서 눈만 번쩍번쩍 빛나고.. 쉰 목소리 어디에 그리 힘이 있는지.. 차마 더 듣고 있을 수가 없었었는데..
이제 그 분이 국회의원이 되시는구만요. 나 대학다닐때까지만 해도.. 수배중이던 그 분이.. 고등학교 중퇴의 노동자가..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민주노동당을 세워보겠다고 동분서주하던 사람들이, 또 어느 자리에서건 모이기만 하면 민주노동당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논쟁하던 사람들이, 그 속에 내 사랑하는 사람이, 그 속에 내 동기가, 그 속에 내가..
나에게 있어 민주노동당의 작은 승리는..
그렇게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의 승리였습니다.
내 젊은 시절 한 때.. 내 삶에 너무나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의 승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