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동향 - 지하자원 및 지하공간의 활용
지난 4월 22일 올렸던 "Re:에너지자원분야 신기술동향 - ② 나노입자를 이용한 석유회수증진 기술"에 이어서 다음 관련 논문들도 올립니다. 참고하세요~
참고 그림 등은 생략하고 글만 올리는 점 양해바랍니다.
③ 이열치열(以熱治熱) -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지열에너지
민기복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지열에너지 개괄
지난 2015년 12월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참여국의 숫자와 구속력 그리고 지구온난화 지연을 위한 집행계획 면에서 교토의정서를 능가하는 중요 협정이다. 지열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키며 기저부하를 제공할 수 있는 유력한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열로써 열을 다스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민기복, 2016). 본 기사에서는 심부 지열에너지를 중심으로 원리, 현황 및 전망을 소개한다.
지열에너지는 땅속에 저장된 에너지로, 증기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지열발전’과 열을 직접 이용하는 ‘지열직접이용’의 두 가지 방법으로 이용된다. 지각속의 뜨거운 열을 지상에서 활용하기 위한 지열에너지의 필수 요소는 뜨거운 ‘열’, 열을 운반하는 ‘물’, 그리고 지하 암반에서 물을 흘려보내는 능력을 말하는 ‘투수율’, 세 가지이다. ‘열’을 얻기 위해서 땅속 암반 으로 들어가야 하는 데 통상 평균적으로 1km 마다 약 25도가 증가한다. ‘물’은 땅속의 열을 운반하는 ‘트럭’에 비유할 수 있는데, 지하암반의 물이 부족하면 인위적으로 지상에서 시추공을 통해 물을 주입하기도 한다. 세 번째 요소인 암반의 ‘투수율’은 트럭이 지나가는 ‘도로’이다. 스펀지처럼 물이 잘 통과하는 암반이 있어야 물이 지속해서 흘러가서 지열수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화강암처럼 투수율이 매우 낮은 암반에서는 균열을 통해 물이나 가스가 흘러가게 된다.
현재 지열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총 12.6GW의 설치용량이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발전량의 약 0.3%에 해당한다. 국가별로 봤을 때 지열발전은 미국(3GW), 필리핀(1.9GW), 인도네시아(1.2GW) 등의 순으로 지열발전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 지진활동과 화산활동이 활발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지온 경사가 평균보다 2~5배 이상 높은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적은 시추 비용으로 양질의 지열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지하에서 생산된 온도 200℃ 내외의 지열수는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압력이 줄어들어 증기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고, 지열터빈을 회전시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지열수의 온도가 150℃ 내외로 충분하지 않으면 열 교환을 통해 암모니아 혼합수 등과 같이 비등점이 낮은 유체를 증기로 만들어 지열발전에 이용하며 이를 바이너리 방식이라고 한다.
지하의 지열수를 온천, 지역난방 등으로 직접 활용하는 지열에너지 직접 이용 방식은 전세계적으로 약 70GW의 설치용량이 있으며, 중국(17.8GW), 미국(17.4GW), 스웨덴(5.6GW)등의 순으로 설치용량이 크다. 직접 이용의 경우 지하 150m내외 암반의 항온성을 이용하여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냉방에 활용하는 지열히트펌프의 비중이 70% 정도로 가장 크며, 지열에너지를 지역난방에 이용하는 경우는 설치용량 기준 7GW, 총 사용량 기준 24,509GWh이다.
인공저류층 지열시스템 (Enhanced Geothermal System, EGS) 기술
지열에너지가 보다 보편적인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화산지대가 아닌 지역이나, 투수율이 낮은 지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술이 ‘인공저류층 지열시스템 기술(Enhanced Geothermal System, EGS)’로 국내에서는 ‘EGS기술’이라고도 부른다. EGS 기술은 심부에 수리 자극(Hydraulic Stimulation)을 주어 인위적으로 투수율을 높여 지열수를 순환시켜 지열에너지를 개발하는 기술이다. 수리자극은 높은 수압의 물을 지하 3~5km 지하 암반에 주입하여 암반 균열의 틈을 벌리거나, 균열을 새롭게 발생시켜 투수율을 높이는 작업이며 이를 통해 물이 암반 속을 통과해 약 500여m 떨어져 있는 생산공에서 뜨거워진 지열수를 생산한다 (그림 1). 본 기술은 20-40 kg/sec 이상의 충분한 유량을 순환시키는 것이 핵심으로 197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미국, 영국, 일본, 스위스, 호주 등에서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프랑스 슐츠(Soultz), 미국 라프트리버(Raft River), 프랑스 리테쇼펭(Rittershoffen) 등에서 성공 사례가 보고됐다. 테스터 (Tester) 등은 MIT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적정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EGS 기술을 이용해 미국에서만 100 GW의 지열발전 설치용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Tester 외, 2006). 국제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11년 발간한 지열에너지 분야 기술 로드맵 (IEA, 2011)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고려한 지열발전 설비용량의 2050년 목표치로 200 GW를 제시했으며 이 중 EGS 기술이 50%를 담당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림 2).
1) 본 기사는 2016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보에 게재된 필자의 원고를 보완하여 작성한 것임을 밝힌다.
<그림 1> 인공저류층 지열시스템 (EGS) 개발 모식도
<그림 2> 지열발전 성장 목표 (IEA, 2011)
EGS기술을 이용한 지열발전의 대표적인 사례는 앞서 언급한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로, 1987년 유럽연합 주도로 연구를 시작한 이 래 2008년 첫 지열발전(설치용량: 1.5MW)을 시작했다. 특히 슐츠 지열발전소는 20여 년에 걸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로 유럽지역 지열에너지 기술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 며, 인근지역에서도 추가적인 지열에너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추가 개발사례가 지난 2016년 6월 가동을 시작한 프랑스의 리테쇼펭 (Rittershoffen) 지열플랜트이다 (그림 3). 이곳에서는 약 2.6km 및 3.2km에 있는 두 개의 지하심부 시추공에서의 순환을 통해 온도 165℃, 유량 70kg/sec의 증기를 통해 인근의 전분 공장에 열을 공급하고 있다. 총 건설비 5,500만 유로가 소요된 이 플랜트의 열 공급 용량은 24MWt로 연간 190,000MWh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약 27,000가구에 지역난방이 가능한 정도의 양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39,000톤 감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뛰어난 단열기술을 가지고 있어 지열수를 15km 운반할 때 온도 강하는 5℃에 불과하다.
지열에너지의 장단점
지열에너지는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지열에너지는 연료를 연소시키지 않고 뜨거운 물, 증기를 바로 이용하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 등에 비해 2% 내외로 적다.
둘째, 지열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생산 가능한 국산 에너지로 에너지 안보에 기여한다.
셋째, 24시간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기저부하 에너지로 여타 신재생에너지와 차별화된다. 지열발전의 연간 가동율은 통상 90% 내외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여타 신재생에너지보다 동일 설치용량에 비해 3~4배의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넷째, 핵심공정이 지하암반에서의 유체순환이므로, 지상의 토지 이용을 최소화하여 석탄, 태양광 등에 비해 지상 토지의 사용면적이 10% 내외에 불과하다.
다섯째, 열을 직접 이용하는 방식의 경우 열효율이 높으며 발전과 결합하여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열에너지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지하심부의 열을 이용하는 기술이기에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고비용의 탐사 및 시추를 수행했으나 지열발전이 타당하지 않은 암반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또 풍부한 지열자원의 존재를 확인해야 하므로 부지 선정 작업이 오래 걸린다.
EGS기술을 사용할 때, 심부 시추에 5km당 통상 100 억원 이상의 큰 비용이 발생하여 아직까지 경제성이 부족한 지역이 많다.
마지막으로 투수율을 높이기 위한 수리자극 기술 적용시 이로 인한 미세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미세지진은 해당지역의 지진 유발 정도에 따라 위험성을 평가해야 하며, 지진위험성이 적은 지역의 경우 피해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으나 지역 주민들과의 원활한 협조 관계가 필요하다. 실제 지진다발지역이었던 스위스 바젤 (Basel) 지역에서는 수리자극에 의해 규모 3.4의 지진이 유발돼 해당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열에너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심부 5km에 저장 된 열의 2%만 이용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필요량을 200년 동안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지열에너지는 에너지 공급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며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 매력적이다. 국내에서는 지열히트펌프의 설치용량이 800 MW 정도로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지만 온천을 제외한 심부지열에너지의 이용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다. 국내의 경우 포항, 석모도, 울릉도 등 지역이 평균지온경사보다 높아 심부지열에너지 개발에 적합하며 경험이 축적되면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포항에서 지열발전 사업이 정부 및 민간 합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 최장심도인 지하 4.3 km 및 4.2 km 의 두 개의 시추공이 있고, 지열수 순환을 통해 1 MW 급 이상의 지열발전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 4). 특히, 포항 지열사업은 유럽연합 지열분야 대형 국제공동 연구과제의 실증현장 중 하나로 선정되어 한국의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주식회사 넥스지오 등 3개 기관과 독일 연방지질과학연구원, 스위스 쮜리히 연방공대 등 유럽 6개국 13개 기관이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 하고 있다 (http://www.destress-h2020.eu). 지난 2015년 말 포
<그림 3> 프랑스 리테쇼펭 지열플랜트 시설(24MWt, 연간 190,000 MWh 생산) (www.destress-h2020.eu).
항에서 채취된 지하 4.2 km에서의 직경 10 cm, 길이 3.6 미터 암석코어는 국내에서 조사된 가장 심부의 암석으로 지열발전 뿐만 아니라 지진 평가, 방사성 폐기물 심부 지층 처분 등 다양한 심부 지구 환경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그림 5).
지열에너지의 전망
심부지열에너지 개발 기술은 탐사, 지질조사, 시추, 수리자극, 플랜트 건설 등 여러분야 기술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분야로 풍력, 태양광 등 여타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심부시추 및 수리자극 등 관련기술의 인프라가 국내에 부족하고 익숙하지 않은 면에 많이 기인한다. 한국에서 심부 지열에너지의 적용이 더욱 확대되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지하암반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실증연구가 필요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없이 의술이 발달할 수 없듯이 지열에너지와 같이 땅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은 실제 시추를 통한 실증연구가 기술개발에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포항지역에서 실시된 지난 6년간의 연구는 한국의 심부지열분야 연구를 국제수준으로 높여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7-80년대 이래 장기적인 실증연구가 진행된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둘째, 지열에너지와 관련된 원천기술 개발이 더욱 필요하다. 심부지열에너지 개발을 위해 필요한 심부 시추, 고온고압하 시추공 검층, 저류층 수리자극 기술 등 관련 원천기술은 그 자체의 효용성 외에도 셰일가스 생산,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방사성 폐기물 심부 지층 처분 등 에너지 지구 환경 공학 분야의 핵심기술로의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셋째,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열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후 온난화 방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실증경험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열잠재량의 5%미만이 개발되어 있으나 자본이 부족하고, 저류층 수리자극 등 핵심기술 부족으로 개발이 지연되어 있는 형편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참여 여지가 많다.
넷째, 국제공동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여타 제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달리 심부지열에너지는 특정 지역의 지질을 대상으로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상품화 하기 쉽지 않은 반면 심부 시추 등 실증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 여 기업 및 연구기관 간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유럽, 미국 및 일본 등 관련분야 선진국과의 긴밀한 국제공동 연구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민기복, 2016,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지열에너지, 아름다운 에너지 이야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보, 11월-12월호, 34-37.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11, Technology Roadmap - Geothermal Heat and Power, OECD/IEA. Tester JW et al., 2006, The future of geothermal energy - Impact of Enhanced Geothermal Systems (EGS) on the United States in the 21st century, US Department of Energy, MIT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