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전화국이 어딘교?"

[보리]

새벽에 일을 하러 가는 길에 같이 일하는 일꾼들하고 서대구 전화국 앞에서 만나서 가기로 했습니다.

전화국 앞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면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을 가는 어떤 영감님이 지나다가 나를 흘끗 보고는 길을 물었습니다.

"아재, 서대구 전화국이 어딘교?"  

나는 속으로 '참 답답한 양반도 다 있네. 바로 앞에 와서 못찾고 물어 보길 물어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 바로 여기잖아요."하고 대꾸하고,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노인네가 어리둥절 해서 한참을 둘레둘레 둘러봅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 하고 돌아보니,

예전에 전화국이었던 건물에 영어로 된 간판만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건물 가운데 가로로 걸린 간판에는 "KT Plaza"라고 환하게 불이 써있고, 그 밑에

서대구 지사라고 조그만 글씨가 써 있었습니다.

건물 꼭대기에는 "KT" 라고 큼지막하게 글자간판이 달려 있었습니다.

나는 기도 막히고 어이도 없어서 한참을 "KT 서대구지사"건물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어디에도 이 건물이 전화국 건물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알림판도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분통이 터졌습니다.

우리 겨레는 글을 모르는 사람,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교육과 문화의 높이가

온 누리 어느 나라, 어느 겨레에 견주어도 뒤질 것이 없는 긍지 높은 나라이고 겨레입니다.

그런데 도데체 이게 뭔 꼴입니까?

멀쩡한 문화시민을 눈 앞에 있는 전화국 하나 찾지 못하는 글봉사로 만드는 작자들은

도데체 어떤 사람들인지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만 들 뿐입니다.

"KT"는 우리 나라의 유선 통신망을 독점하여 운영하는 줄기 회사입니다.

우리 국민의 실생활에 가장 기초가 되는 중요한 사업을 하는 공공 사업체 이름을 그따위 알아먹기도

힘든 영어로 고친 인간들은 도데체가 우리 나라 사람입니까?

미국사람입니까?

"KT"뿐만이 아닙니다.

한국담배인삼공사는 "KT&G"라고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영어로 회사 이름을 바꿨고,

서울 지하철공사는 "서울매트로"라는 뭐하는 회사인지 알 수도 없는 괴상한 영어로 바꾸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K-Water"인가로 이름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이루 말을 다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도데체가 될 법이나 한 소리인지 답답한 마음 뿐입니다.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생활의 기초가 되는 사업체의 이름을 제 나라 말이 아닌

알아 먹을 수도 없는 남의 나라 말로 짖는다는 것이 도데체가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렇게 괴상한 영어로 우리 나라의 기간 사업체의 이름을 지은 작자들은

제 자식들 이름도 "토미"니 "지미"하고 짖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한심한 노릇은 세계화를 한다는 빌미로 나라 말도, 겨레 얼도 다 팔아먹으려는

매국노들이 우리 나라의 기둥이되고, 줄기가 되는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회사 경영자도 사장이나 회장이라 안부르고 "CEO"라고 불러야 한다고 하니

그 "CEO"란 작자들은 죄다 매국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 말, 우리 얼을 살리려면 이런 작자들부터 죄다 쫓아내어야 그 첫 발짝이라도 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간절한 아침이었습니다.

[이대로]

이 놈들 간판이 법을 어긴 거라는 재판 판결까지 얻어냈으나 바로잡지 못하네요. 좋은 말로는 안 되어서 더 강력한 법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케이티 에스케이 엘지 들처럼 이동전화 회사가 모두 외국말입니다. 한글 이름으로 된 회사가 있으면 그 회사 전화에 가입해 쓰고 싶은데 없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고루살이]

큰물 질 때처럼 영어 나부랭이와 그 떨거지들을 화아악 휩쓸고 가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