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 어(?)가 손잡아 놀이가 되는
김춘남 동시집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는 일반성을 뒤집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키 크고 목이 긴 기린이 작아지고, 몸피가 작은 달팽이가 거인이 되면 어떤 흥미로운 일이 펼쳐질까? 동심이 화르르 피어나는 제목으로 즐거운 동시 읽기에 초대한다.
아, 아버지
어, 어머니
아? 아이
어? 어른
아(!)와 어(?)가 손을 잡으면
놀이를 좋아하는 애가 된다. (시인의 말 하략)
김춘남 동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아’와 ‘어’ 사이에 동시가 있다고 한다. 동시는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라는 것이다. 기꺼이 동참하고 싶은 시인의 초대장이다. 동시집 안으로 성큼 들어서면 즐거운 동시놀이가 시작된다.
날마다
시도 때도 없다.
사거리 우리 집
창문 밖
요란한 싸이렌 소리
미안하다는 듯
구급차는
쏘리쏘리쏘리쏘리
앞서가던 차들이
길을 만들어 준다.
소음 아닌 소음이던
쏘리쏘리쏘리가
이제는 짜증이 나지 않는다.
명절 전날 갑자기
몸을 다친 할아버지를
구급차가 응급실로
데려다 주었다. / 쏘리, 쏘리 전문
시인은 구급차 싸이렌 소리를 쏘리, 쏘리로 전한다. 자동차들에게 양보를 받으며 달리면서 미안하다고 한다고 인지한다. 그런데도 싸이렌 소리는 소음 아닌 소음이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발생한다. 경험만한 스승이 없다고, 할아버지가 응급실에 갈 때 구급차를 이용한 화자는 이제 싸이렌 소리를 들어도 짜증나지 않는다. 구급차 싸이렌 소리를 들으며 기도손이 되는 회자가 그려진다.
말 한마디로
티격태격 하던
엄마 아빠
꼬투리 잡던 말꼬리
아직도
자르지 못하고
일주일째
침묵 중
말꼬리, 참 길다! /말꼬리, 참 길다 전문
어른들이 마음을 풀지 못하고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말꼬리가 길다고 탄식한다. 말에도 꼬리를 다는 동심에 웃음이 물린다. 말꼬리, 말꼬리! 은근하면서 친근하다.
시인이 낚아 올린 동심은 읽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요리에 서튼 아빠는 뒤죽박죽을 끓이고(뒤죽박죽 요리사) 등을 마사지 받으며 시원하다는 아빠의 말에 동생은 문 열면 시원하다고 창문을 연다(시원한 효도) 밤늦은 시간까지 게임하다가 잠 좀 자려고 할 때 시계는 엄마 대신 잔소리를 한다. 책, 책, 책, 책 (시계초침도 잔소리 한다)
품을 줄 안다.
나눌 줄 안다. /귤 전문
시인은 사물을 품고, 나누며 동심을 길어 올려서 행복한 동시의 장을 펼쳐준다.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 안에는 아(!)와 어(?)가 손잡고 펼치는 즐거운 동시가 풍성하다. / 함영연 (본지 편집위원)
출처: 생명과문학 겨울호
첫댓글 함영연 선생님, 제 동시를 꼼꼼히 읽고 알찬 서평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알짜배기 내용이 독자들에게 도움과 궁금증을 줄겁니다~~^^